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96
한 편의 추리와 감동 드라마가 지나간 촬영장이었다.
래원의 컷 소리에 일순간 세트장의 모두가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짝——
이것으로 7번째 에피소드 ‘어느 스타 셰프의 직업병’ 촬영이자, 조든 람보의 카메오 촬영이 무사히 끝난 것이다.
조든 람보가 래원에게 걸어오더니 와락 포옹을 해왔다.
“(정말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도 감독님. 주방에서 오래 일하려면 직업병을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고요. 껄껄껄.)”
호탕하게 웃는 그에게 래원도 농담을 거들었다.
“(건강이 최고죠. 정말로! 그래서 저희도 하고 많은 드라마 중에 의학물을 고른 겁니다. 하하하.)”
“(농담 아니라, 이제 주기적으로 건강 검진받아야겠어요. 췌장이랑 담낭 쪽을 특히 신경 써서요. 껄껄껄.)”
“(그래 주세요. 그래야 셰프님의 양고기 스테이크를 오래오래 먹을 수 있을 테니···.)”
“(넷플릭스에 내가 출연한 쇼 프로그램은 몇 개 올라와 있지만, 드라마는 처음이라 기대가 큽니다!)”
조든 람보가 래원의 등을 퍽퍽 두드려주었다.
후작업과 편집을 잘 부탁한다는 무언의 인사처럼 느껴졌다.
그간 촬영장에서 조든 람보가 먼저 래원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줬으니,
다음은 래원이 결과물로 그를 만족시킬 차례였다.
래원은 씨익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것은 자신감과 확신으로 점철된 미소였다.
* * *
어느덧 는 마지막 에피소드 촬영만을 남겨둔 시점.
동시에 래미의 영화 가 크랭크업을 했더랬다.
런던 세인트 파크라스 역.
그래서 오늘 래원은 래미와 이재윤을 배웅해주기 위해 간만에 시간을 내었다.
이재윤이 먼저 프랑스로 떠나는 길.
“파리 갔다가 어디로 가는 거냐?”
“파리 찍고, 융프라우랑 밀라노, 베니스 찍고, 비엔나에서 아웃 하려고요. 지난번 로케 때 못 가본 곳들 가볼 생각이에요.”
“고마웠어, 재윤 오빠. 여행 잘하고 서울에서 봐.”
“그래. 수고 많았다, 도래미.”
래미를 사랑스러운 듯 바라보는 이재윤의 눈빛이 따스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 속에서 래원은 그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브잇걸 신곡 준비도 파이팅이야.”
“웅!”
래원의 앞이라 이재윤은 감정을 숨기려 조심하는 모습이었으나,
남자의 마음은 남자에게 더 잘 보이는 법이었다.
“도 감독님, 불러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촬영 마무리 잘하십시오.”
“내가 고맙지. 건강하게 푹 쉬고 와라, 이재윤!”
유로스타 기차 시간에 맞춰 서두르는 이재윤이었다.
래원은 멀어져가는 그에게 손을 흔들며, 래미를 슬쩍 떠보았다.
“래미야, 재윤이 레슨이 정말 도움이 되긴 됐냐?”
“웅웅! 엄청! 연기 테크닉적으로도 도움받았고, 무엇보다 재윤 오빠가 분석력이 뛰어나더라고. 우리 감독님 연출 스타일을 나보다 더 잘 아는 거 있지. 대본 분석도 수준급이고.”
래원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본인도 대학로에서 넘어오자마자 금방 카메라 연기에 적응했던 거겠지. 분석하고 또 분석했을 거야. 단시간 안에 충무로 감독들한테 러브콜을 잔뜩 받은 것도 그냥 거저 얻은 건 아닐 테고.’
래미가 말을 이었다.
“나는 아직 누군가 내 연기를 봐주고 코멘트해줄 사람이 필요한가 봐. 이번에 확실히 느꼈어.”
“다리오 본부장님도 촬영 후반으로 갈수록 연기가 무르익었다고, 기대 이상이었다고 칭찬 많이 하시더라. 수고했어.”
“웅, 재윤 오빠가 내 레슨 오래 봐준 거··· 오빠 부탁 덕분인 거 알아. 고마워!”
이재윤이 래원의 말을 잘 듣기는 하지만,
배우답게 자기 기준과 의사 표현이 확실한 친구임을 래원은 알고 있었다.
때문에, 래원이 시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행 일정을 미루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본인이 내켰고 마음이 동해서 런던에 장기간 머물렀을 것.
하지만 이를 래미만 모르는 듯했다.
“재윤 오빠만 안타깝지 뭐. 하늘 같은 감독님이 시키니까 졸지에 붙들려서 여행도 많이 못 하고···. 그래도 어쩌겠어, 그땐 내 코가 석 자였는데!”
“하아···.”
“웅? 갑자기 웬 한숨?”
래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투로 눈을 말똥거리며 래원을 올려다봤고,
‘재윤이가 고생 좀 하겠네···. 녀석도 왜 하필 이런 애를 좋아해가지고는···.’
래원은 이 같은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래미의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빛을 보며 애써 삼켰다.
“됐고, 배고프다.”
“나두 배고파. 우리 끝내주게 맛있는 거 먹자, 오빠!”
“그래. 끝내주게 맛있는 거 뭐?”
그때,
“도 감독님!”
런던 세인트 파크라스 역.
낯선 이곳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
래원은 곧바로 휙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익숙하고도 반가운 얼굴, 민세라였다.
환하게 웃으며 뛰어오는 그녀.
돌연, 옆에서 열차 하나가 휘익 출발했고
세찬 바람이 만들어지면서 그녀의 머리칼과 스커트가 흩날렸다.
‘민세라가 카메라 밖에서 저렇게 환하게 웃은 적이 있었던가···?’
그 얼굴을 보자마자,
문득 래원에게 이미지 하나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내가 직접 쓰고, 찍고 싶은 이야기···.’
머릿속에 어떠한 영감이 전기 자극처럼 찌릿찌릿 관통하는 듯했다.
‘이거였어···. 바로 이거야!’
어쩌면, 래원의 차기작 실마리가 잡히는 것 같은 순간이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90화 – 리디북스
“도 감독님!!!”
“와···. 어떻게 된 거예요?”
웃으며 래원의 앞으로 다가온 민세라.
런던 기차역에서의 우연한 만남치고는 상당히 극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언니랑 연락했지롱. 마침 재윤 오빠 떠나는 날, 세라 언니가 런던 도착할 거 같다고 해서, 시간 맞췄어.”
래미가 서프라이즈 성공에 신나 하며 말했다.
민세라도 덧붙였다.
“재윤이가 유럽 여행 간다고 자랑했었거든요. 저도 바람 좀 쐬러 왔어요. 이렇게 래미랑 감독님도 볼 겸해서요.”
“언제 왔어요?”
“1주일 전 쯤에 출국해서 파리에만 있었어요. 관광보다는 여유 있게 시간 보내는 여행을 하고 싶었거든요.”
“런던에 잘 왔어요. 우리 뭐 먹을까 이야기 중이었는데, 세라 씨는 런던에서 뭐 먹고 싶었던 거 있어요?”
골똘히 행복한 고민을 하는 민세라.
“으음···. 감독님이 런던에서 드신 것 중에 제일 맛있었던 거요!”
“그래요. 바로 가죠!”
그렇게 세 사람은 역에서 빠져나와 런던 번화가로 옮겨갔다.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 런던의 오묘한 매력을 만끽하며 말이다.
* * *
런던의 노팅힐.
래원은 조든 람보 찬스로 당일 예약에 성공했더랬다.
“으음···. 살살 녹는다 녹아.”
“양고기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있어요? 너무 맛있어요!”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스테이크를 썰고 먹기는 반복하는 래미와 민세라.
멀찍이 주방에서는 조든 람보가 이 테이블의 모습을 살피고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친 래원.
서로 빙그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잠시 후, 종업원 하나가 래원의 테이블로 와서 하우스 와인을 따라주었다.
“(셰프께서 도래원 감독님께 선물로 드리는 와인입니다.)”
이에 래미와 민세라가 반응했다.
“(우와아아···.)”
“(감독님, 못 뵈는 동안 런던 인싸 다 되셨네요? 잘 마실게요.)”
조든 람보가 에 출연하는 것은 아직 대외비였기에, 두 사람에게 그와의 인연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래미는 영화 잘 끝났어? 어땠어?”
“많이 깨지고 많이 배웠지, 뭐. 나 완전 우물 안 개구리더라고, 언니.”
민세라의 물음에 래미가 먹던 포크를 내려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하. 래미 입에서 그런 말이 다 나오고···. 우쭈쭈쭈. 어이구, 우리 래미 고생 많아써어엉? 혹시 인종 차별 그런 거 겪은 거야?”
“아니, 그런 건 전혀 없었는데···. 그냥, 배우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 느꼈지.”
“뭔데, 뭔데? 자세히 풀어봐.”
“처음에는 영드가 우리 드라마랑 정서가 달라서 그거 맞추느라고 애먹었고, 그다음에는 연기력 끌어올리느라 완전 매일매일이 특훈이었어.”
“오오. 그럼 연기 많이 늘었겠네?”
“웅. 안 늘면 말이 안 될 정도로 빡센 나날이었으니까. 그리구, 이 작품 하면서 뭐랄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
“생각?”
“웅. 사랑에 대한 생각.”
래미 입에서 튀어나온 ‘사랑’이라는 단어에, 래원도 스테이크 접시에서 시선을 떼고는 래미를 쳐다보았다.
“예전에 오빠랑 이 작품 원작자님 만났을 때, 내가 여쭤봤었거든. 여자 주인공이 맺는 두 관계, 남편과 내연남 사이에서 누구와의 관계가 진짜 사랑인지 말이야.”
래미의 말에 래원도 그때의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때 작가님이 그러셨어. 남녀 관계에 ‘사랑’이라는 고차원적인 감정은 없다고 생각하신다고.”
“으음···. 틀린 말은 아니네.”
가만히 듣던 민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사랑’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거라시더라. 예를 들어 가족애, 모성애, 부성애 같은 지속적이면서 변치 않는 감정 같은 거 말이야.”
래원 역시 그 당시 루시아 가르시아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당시 래미는 작가님의 말을 전혀 이해 못 했었지···.’
“우리 영화의 주인공은 내연남과 남편 사이에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놓고 굉장히 고민하는데, 결말까지 그 답을 내리지 못해.”
“관객들한테 맡기는 거구나?”
“웅. 근데 크랭크업하고 나니까 작가님의 주제 의식에 어렴풋이 공감되더라고. 남녀 관계에서 진짜 사랑은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는 거 같아.”
“오오올···.”
민세라가 래미를 놀리듯 감탄사를 내뱉었고,
“남편도 내연남도 사랑일 수 있고, 사랑이 아닐 수도 있겠더라고.”
래원 또한 한결 성숙해진 래미를 기특하다는 투로 바라보았다.
‘짜식···. 그동안 많이 컸네?’
그 사이 스테이크 접시를 다 비운 민세라.
짖꿏은 표정을 지으며 래미에게 물었다.
“그래서, 래미는?”
“웅?”
“괜찮은 사람 없어? 사랑일 수도 있고, 사랑이 아닐 수도 있는 그런 사람.”
“어우, 없거든. 브잇걸 멤버들이랑 약속했어. 최고가 될 때까지 연애는 안 하기로.”
잠자코 듣다가 툭 물음표를 띄우는 래원.
“이나는?”
“이..이나 언니도 연애는 아니잖아. 그냥 서로 관심이 있는 걸, 내가 옆에서 도와주는 것뿐이라니까.”
래미가 래원을 흘겨보며 조용히 쉿! 하라는 제스처로 입을 막았고,
래원은 ‘저 둔탱이를 어쩌면 좋냐···.’ 싶어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이나가 아니라 너야, 너!’
한편 민세라는 자신은 모르는 이야기가 오가는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래미를 향해 캐묻기 시작했다.
“뭐야, 이나는 남친있어?”
“아..아니. 그런 거 아니야.”
“··· 있네, 있어. 궁금하지만 더 묻지는 않을게.”
“문걸즈 때 생각해서 이해해줘, 언니.”
“브잇걸은 문걸즈랑 완전 다른데?”
“달라? 뭐가? 문걸즈는 연애했어?”
“그거야, 뭐···. 암튼 우린 너네처럼 서로 친하지 않았거든.”
이 같은 민세라의 말에 잠시 테이블에 정적이 돌았다.
예전에 터졌던 왕따 사건이 자연스레 떠올랐으니까.
마침 시기적절하게도,
“(식사 맛있게 하셨나요? 디저트입니다.)”
원래 코스에 포함된 셔벗과, 저번에는 보지 못했던 조각 케이크가 함께 나왔다.
그것도 직접 조든 람보의 손을 통해서 말이다.
“(이 케이크는 배웅 선물입니다. 제가 도래원 감독님께 신세 진 것도 있고, 두 숙녀분이 너무나 아름다우셔서요.)”
“(와아! 잘 먹겠습니다!)”
“(셰프님, 한국에서도 유명하세요! 이렇게 직접 뵙고, 요리까지 먹을 수 있어서 영광이에요.)”
이번에도 래미와 민세라의 반응은 상당했다.
굳이 조든 람보에게 연락해서 이곳에 데려온 보람이 있었다.
달달한 디저트를 음미하며, 자연스럽게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맞다! 저 아까 전에 기차에서 연락받았는데요, 로 백상예술대상 노미네이트 됐대요.”
“오오오! 축하해, 언니!”
“감독님도 축하드려요. 감독님도 연출상, 최우수 드라마상 노미네이트 됐거든요.”
“와우···. 고마워요. 엄청 반가운 소식이네요.”
눈을 반짝이는 래원.
민세라가 찡긋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혹시나 했는데, 아직 연락 못 받으셨구나. 오늘 중으로 연락 갈 거예요. 며칠 안으로 엠바고 풀리면 보도도 대대적으로 될 거고요.”
반가운 사람에게서 들은 반가운 소식에 래원의 기분이 좋아졌다.
* * *
“무슨 말인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하지, 안 실장?”
“예, 본부장님.”
서울의 ‘스튜디오 다이아’ 회의실.
감독판 DVD와 시상식 세일즈, 그리고 래원의 차기작을 두고 이선필 본부장과 안정원 실장이 은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 대박이 났으니 망정이지···. 만약에 잘 안 풀렸으면, 벌써 이사회 쪽에서 큰 소리 나왔을 거라고. 소속 감독이 지금 영드 찍으러 유럽 가 있는 게 말이 되냐고 말이지···.”
“······.”
“차기작은 무조건 우리 드라마여야 해! 알지?”
“예.”
“홍 대표님이 도 감독 잡으려고 편의 봐주고, 계약서에 단서 조항까지 넣어준 거지만. 우리까지 그 장단에 놀아나면 안 되지.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해야 하지 않겠어, 안 실장?”
“예,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도 감독한테 기획안 어마무시하게 들어왔다며?”
“예, 정리해서 메일 드렸고, 지금 검토 중이십니다.”
“그래? 그럼 이변이 없으면 우리 드라마로 가는 건가?”
“그럴 것 같습니다. 해외 작업 러브콜 들어오는 것이 그다지 구체적이지 않은 상황이고, 도 감독님도 딱히 반응하고 있지 않으십니다.”
안정원의 말에 이선필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며 안도하는 얼굴이 되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