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232
역시 조니 덴이었다.
함현우와 조니 덴은 리허설 두어 번만 해보고 바로 슛에 들어갔더랬다.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은 척척이었고,
‘조니 덴이 즉흥으로 연기하는 것처럼 굴고 있지만 연습을 많이 해왔네. 내 눈은 못 속이지⋯. 현우 형도 영어 연습 많이 한 것 같고⋯.’
함현우의 영어 발음 또한 상당히 좋았다.
감독으로서 뿌듯하기 그지없었다.
“다음 커트 바로 이어 갈게요.”
“VIP 후원자가 뒤돌아 나가는 [선오]를 붙잡는 것부터 시작하는 커트입니다!”
“(준비됐습니다.)”
“저도요.”
함현우와 조니 덴의 스텝들이 잠시 달라붙어 메이크업을 수정해준 뒤,
래원이 다시 메가폰에 대고 외쳤다.
“레디, 액션!”
이 소리에 두 사람의 눈빛이 다시 돌변했다.
“(잠깐만! 이해가 되질 않네요.)”
후원자의 외마디에 [선오]가 뒤를 돌아 그를 똑바로 본다.
“(뭐가 이해가 안 되시는 거죠?)”
“(나는 후원자고 자네는 오케스트라의 일개 지휘자일 뿐인데? 이건 자신감을 넘어선 자만, 오만 아닌가요?)”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맞부딪히고,
이를 모니터로 지켜보던 래원이 침을 꼴깍 삼킨다.
“(자격을 논하시는 거라면⋯. 저는 일개 지휘자일 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전체를 총괄하는 음악감독이자, 마에스트로입니다. 이건 제 자만이나 오만이 아니라, 우리 오케스트라에 대한 자부심이죠. 그런 것도 없이 단원들 앞에, 관객들 앞에 함부로 설 수는 없거든요.)”
상대역이 누구냐에 따라 호흡이 달라져야 한다.
지금 함현우는 조니 덴이라는 배우의 호흡과 에너지에 상응할 만큼의 연기를 보이고 있었고,
이에 래원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컷! 오케이! 와우⋯. 감정선 너무 좋네요. (조니 덴, 지금처럼만 해주시면 완벽합니다! 같은 대사 바스트만 따로 딸게요.)”
이어서 같은 장면의 조니 덴 바스트 샷이 이어졌다.
오늘은 오늘 촬영에 굳이 나올 필요가 없는 스텝들까지 현장에 자리하며, 그 어느 때보다 열띤 분위기로 진행됐다.
다들 조니 덴의 연기를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조니 덴은 그 시선들을 의식하지 않는 것인지, 오직 카메라와 자신만 있는 것 같은 집중력을 보였다.
아까 투 샷 커트에서보다 정서를 듬뿍 담아 대사를 내뱉었고, 미세한 표정 근육과 어조의 변화를 주는 연기로 감탄을 자아냈다.
지금 이 순간, 스텝들은 무언의 탄성을 터뜨리고 있었다.
‘모든 테이크 마다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려고 하는 게 느껴져.’
‘연기 장인이다, 장인!’
‘똑같이 연기하는 법이 없네?’
래원 역시 모니터를 보며 조니 덴의 연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조니 덴이 왜 할리우드를 넘어서 전 세계 탑 반열에 올라 있는지, 어떻게 그리 오래 그 위치를 지켜내고 있는지 납득이 간다 가.’
래원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메가폰을 들었다.
“이번에는 [선오] 클로즈업만 따로 따겠습니다.”
함현우가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조니 덴에게는 잠깐의 휴식이 주어졌으나, 긴장을 늦추지 않고 함현우의 연기를 지켜보는 그였다.
‘(한국에는 괜찮은 감독만 있는 게 아니라 배우들 수준도 상당하군⋯.)’
함현우는 조니 덴 입장에서 가장 많이 상대역으로 붙는 배우인 만큼, 얼른 그의 연기적 습관이나 볼륨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야 남은 장면들은 더 수월하게, 더 완성도 있게 찍을 수 있을 테니까.
‘(도 감독은 배우를 자극할 줄 아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었지만, 이미 그보다 훨씬 더 괜찮은 능력을 가진 감독이였어. 배우를 직접 자극하지 않아도, 배우 스스로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십분 꺼내보일 수 있게끔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재주가 있네.)’
지금껏 몇십 개의 촬영장에 몸담았던 조니 덴 이었다.
누구보다 감독의 성향을 빨리 파악할 줄 알았다.
조니 덴은 계속해서 눈을 빛내며 함현우와 도래원을 살폈다.
이러한 조니 덴의 열정 어린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김윤하 작가였다.
‘할리우드 출신이라 스타병 걸려있거나 거들먹거릴 줄 알았는데, 꽤나 적극적이잖아?’
김윤하는 도래원이 조니 덴의 추가 장면을 염두하고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지금 조니 덴은 그저 특별 출연으로 현장에 온 배우의 자세가 아니었다.
그 이상의 열정과 관심을 쏟고 있었으니까.
함현우의 단독 커트로 몇 번의 테이크를 거친 후,
“컷! 오케이!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장면은 여기까지 찍을게요.”
래원이 손뼉까지 치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고, 함현우와 조니 덴에게 다가가서 말을 이었다.
“(근데 두분, 저 몰래 따로 만나셔서 연습하셨어요? 오늘 처음 만난 사이 같지가 않은데요?)”
두 배우에 대한 격려였다.
평소보다 더 격양된 투로 말이다.
이는 배우들의 연기에 만족했기에 나온 반응이기도 했지만, 조니 덴에 대한 배려이기도 했다.
‘지금 저렇게 태연한 척 있지만, 속으로는 레이더망 잔뜩 뻗어서 눈치 살피고 있겠지⋯.’
신인 시절부터 별의 별일을 다 겪으며 촬영장에서는 늘 겁이 난다고 했었다.
‘게다가 조니 덴한테 로렌 멘데스랑 나 말고는 다들 초면이잖아. 아무리 프로 배우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스텝들도 다들 신기한 눈으로 조니 덴만 보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을 간파한 래원이 말 대신 눈빛으로 조니 덴을 따뜻하게 바라보자, 그도 따스한 눈으로 래원을 보며 포옹을 해왔다.
“(감독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인사가 너무 이른데요, 조니 덴? 아직 촬영 한참 더 남았어요. 하하하. 제가 더 괴롭힐 겁니다. 각오하세요.)”
물론 농담이었다.
조니 덴이 몇 씬 남았는지도 모를 배우는 아니었으니까.
단지 인사를 건네오는 그의 목소리에 촉촉하게 습기가 느껴졌기에, 래원이 일부러 농담 투로 받아친 것이었다.
“(그럼요 마음껏 괴롭혀주세요, 도 감독님!)”
자신을 보는 조니 덴의 눈빛이 이제 완전히 달라져 있음을, 래원은 알 수 있었다.
* * *
“(그렇다니까. 느낌이 좋아, 이 작품.)”
오늘 촬영이 끝난 후, 일찍 호텔로 들어온 조니 덴이었다.
휴식을 취하며 모레 촬영에 들어갈 대본을 체크하다가 전화를 걸었더랬다.
상대는 모레 촬영에 합류하게 될 다른 배우 중 하나였다.
“(잭슨 브로에서 갑자기 드라마에 뛰어든다기에 의아했는데, 나름 확신이 있어서 진행을 했던 것 같아. 휴 잭슨 안목 아직 건재하더라고?)”
몸이 촬영의 여파로 피곤한 것과 별개로, 조니 덴의 목소리는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한국 영화 산업이 전 세계 3, 4위로 굳어진 지 5년이 훨씬 넘었잖아. 이제 한국 드라마도 그 자리까지 치고 올라온다는 말들이 나오는데, 실감이 나더라. 감독, 배우, 스텝들⋯. 다 고급 인력이야.)”
전화 너머의 상대 배우 역시 한국 작업이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고,
“(호들갑 아니야. 이런 촬영장은 정말 오랜만이라니까. 너도 와서 경험해보면 놀랄 거다.)”
며칠 일찍 도착해서 촬영해본 조니 덴이 자신이 보고 겪을 것을 공유해주고 있었다.
“(음⋯. 아니, 전혀 딱딱하지 않아. 분위기 자체는 굉장히 젠틀한 촬영장이야. 다들 서로 배려해주고⋯. 근데 슛 들어가면 다들 눈빛이 변하면서 흐트러짐 하나없이 척척이더라. 로렌도 K패치가 된 건지, 여기서는 열일이던데? 아주 카메라랑 한 몸이 되겠더라고.)”
이렇게 할 말이 많다는 것 자체가 가 조니 덴의 마음에 쏙 들었다는 의미였다.
드라마 자체도, 촬영 현장도 말이다.
“(그래. 그러니까 나는 이 드라마가 잘 됐으면 좋겠어. 특별 출연이지만, 더 많이 출연하고 싶을 정도야.)”
조니 덴은 턱을 쓰다듬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갖춰진 드라마에, 우리까지 발 벗고 나서면 더 재밌게 돌아가지 않겠어?)”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231화 – 리디북스
* * *
예술 후원 파티가 열리고 있는 서울의 어느 한 호텔.
기본적인 관현악 파트 연주자들과 [율아]의 피아노 협주가 만들어내는 화음이 막을 내리고, 이는 규모는 작지만 그 이상의 커다란 울림을 만들어낸다.
박수가 터져 나왔고,
“(1500만원 나왔습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의 제5번의 피날레에 1500만 원은 너무 약한 것 같은데··· 더 없나요?)”
현재 [지오]가 몸담고 있는 K필하모닉의 이사장이 사람들 앞에 선다.
그가 영어로 농담을 건네자,
“(3천만원 쏘겠습니다.)”
K필하모닉의 VIP 회원이자 후원자 한 여인이 소리친다.
그녀는 오늘 아침 래원의 촬영장에 처음 온 할리우드 배우 ‘케이트 무어’였다.
조니 덴의 오랜 친구이기도 했다.
3천만이라는 소리에 장내가 웅성거리자,
또 다른 VIP 후원자는 [선오]를 힐끔 바라보며 이사장을 향해 도발을 내뱉는다.
“(오늘 밤, 우리 마에스트로께 피아노 연주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바로 조니 덴이 맡은 인물로, 예전부터 [선오]와 자주 부딪혔지만 한편으로는 [선오]의 능력을 인정하고 그 누구보다 관심 있게 지켜보는 큰 손이었다.
“(마에스트로의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다면 1억짜리 수표 정도는 곧바로 흔쾌히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사고 이전에는 천재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날린 [선오]였으나,
사고 후, 손가락 이상이 생겨 지휘자이자 음악감독으로 전향하고 남들 앞에서는 단 한 번도 피아노를 치지 않았더랬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이 사실을 알기에 분위기는 얼음을 끼얹은 거 마냥 가라앉아버렸고, 모두의 시선이 [선오]에게 쏠린다.
[선오]의 얼굴은 장내 분위기보다 더한 냉기를 뿜어낸다..
.
“컷! 오케이! 전체적으로 좋습니다. 풀샷은 이 정도로 하고, (구간 나눠서 바스트랑 투샷 들어가 볼게요.)”
한국어와 간단한 영어를 넘나드는 래원의 목소리 톤이 말해주고 있었다.
오늘 촬영도 수월하고 흘러가고 있음을 말이다.
이윽고 방금의 장면 중 특정 대사나 특정 커트를 따로 클로즈업과 바스트 샷으로 당겨 찍는 작업이 이어졌다.
케이트 무어는 조니 덴과 무언의 눈빛을 주고받으며 며칠 전 그와의 전화 내용을 떠올렸고,
‘(케이트, 내 말이 맞지?)’
‘(그러게. 다들 굉장히 열정적이면서도 배려심이 넘치는데?)’
어느새 촬영장에 적응 완료했다.
“다음 커트 이어갈게요. 풀샷으로요. 레디, 액션!”
래원은 이 기세를 몰아서 더 좋은 커트를 얻어내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
.
K필하모닉의 이사는, [선오]의 얼어붙은 표정에 눈치를 보다가, 눈썹을 팔자로 찡그리며 곤란한 표정을 짓어보인다.
“(아시잖아요. 마에스트로는 피아노에 다시는 앉지 않는 거···.)”
“(알죠. 그렇지만 손가락 부상은 일찍이 다 나으신 걸로 압니다. 그리고 오늘 밤 이상하게 마에스트로의 터치가 너무나 보고싶고 듣고 싶은데요? 저만 그런가요, 여러분?)”
조니 덴이 연기하는 인물은 능글맞게, 하지만 젠틀하고 유려하게 청중들까지 끌어당겨 [선오]를 다시금 압박한다.
다시 [선오]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리고,
“(제 연주가 뭐 별거라고··· 여러분께서 원하신다면 보여드려야죠. 마에스트로라고 별수 있나요?)”
라고 말하며 조니 덴의 옆에 서는 함현우, 아니 [선오].
“(게다가 이분은 저희 오케스트라의 오랜 동반자이자 친구시니까요.)”
이윽고, 조니 덴을 보며 그보다 더 능글맞게 되묻더니,
“(아까 수표 얼마라 그러셨죠? 2억! 2억짜리 기부를 해주신다는데···.)”
원래 그가 불렀던 액수보다 2배로 더 부르며 역공을 시도하는 [선오]다.하
하지만 조니 덴 역시 절대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 하하하. 2억이요? 좋습니다. 대신, 2억짜리 연주를 들려주신다는 전제가 있어야겠는데요? 2억 원이냐, 0원이냐 그것이 문제가 되겠습니다.)”
조니 덴과 함현우의 눈빛이 허공에서 불꽃을 만들어내는데,
.
.
“컷! 오케이! (와우! 너무 좋은데요? 이거 한 번에 성공할 씬이 아닌데···.)”
래원의 목소리 톤이 더욱 높아졌다.
배우들의 사기를 충전해주려는 의도 이전에 오늘은 래원 본인이 몹시도 만족스러웠으니까.
“(혹시 감독님, 마지막에 ‘선오’랑 마주 보는 샷이요. 한 번 더 가봐도 될까요? 이번에는 힘을 조금 빼 볼게요.)”
조니 덴은 과연 열정이 넘쳐흐르는 배우였다.
촬영이 술술 진행되는 바람에 이미 여유 시간이 넉넉해진 터라,
“(좋습니다. 한 번 더 갈게요.) 액션!”
조니 덴이 먼저 찍었던 테이크보다 눈에 힘을 조금 빼자, 함현우 역시 비슷한 에너지 레벨의 연기로 맞부딪혀주었다.
‘이것도 쓸만하겠는데?’
이를 지켜보던 래원의 입꼬리가 절로 씨익 올라갔다.
다음은 [선오]가 후원자들 앞에서 피아노 연주를 선보이는 커트였다.
성큼성큼 그랜드 피아노로 다가가는 [선오]
민세라의 [율아]가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고, 먼발치로 걸음을 옮겨 이를 지켜본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사고 이후 처음으로 피아노에 손을 올리는 [선오].
따다단.. 따단—
건반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듯, 차분하지만 또렷한 음이 장내에 흐른다.
따단따단따단— 따단따리라리따단—
쇼팽 프렐류드 15번.
빗소리를 들으며 지었다는 일화와, 빗방울을 연상시키는 D 플랫 장조의 선율 때문인지 훗날 ‘빗방울 전주곡’이라는 부제가 붙은 곡이었다.
극중 [선오]가 천재 피아니스트였다는 설정대로, 지금 피아노 앞에 앉은 대역 피아니스트의 연주는 압권이었다.
[선오]의 연주를 지켜보던 조니 덴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봄이 느껴지는 산뜻한 빗방울 소리.
잠시 후, 오른손의 중후한 선율이 이어진다. 깊이감이 느껴지는 터치다.
‘역시 그 실력은 어디 안 사라졌네?’
로렌 멘데스와 촬영팀은 각기 조니 덴의 표정을 잡으랴, [선오]의 연주를 잡으랴, 청중들의 반응과 [율아]의 얼굴을 잡으랴 각자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어느새 밝았던 봄비가 지나가고 어둡고 거대한 먹구름이 몰려오는 듯 긴장이 느껴지는 연주.
그러다가 마지막은 다시 처음처럼 봄의 선율로 마무리된다.
5분 남짓의 시간 동안 이 호텔 안의 후원자들은 달콤한 비에 젖는 시간을 만끽했더랬다.
쏟아지는 박수.
조니 덴은 자리에서 바로 2억짜리 수표를 써준다.
조니 덴의 얼굴은 감탄과 패배감 그리고 경외감이 묘하게 뒤엉켜있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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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오케이! [선오] 피아노 연주에서 대역 연주자분 손 인서트만 딸게요.”
“컷! 오케이! 이번에는 현우 형, [선오] 얼굴이랑 피아노 치는 커트 몇 개만 가봅시다.”
“컷! 오케이! 마지막으로, 조니 덴! (수표 인서트 따겠습니다.)”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버린 탓(?)에 오늘 촬영이 너무 일찍 끝나버렸더랬다.
“이제 비엔나 로케때 뵐 수 있는 건가요?”
함현우가 아쉬워하며 조니 덴을 향해 물었다.
오늘 찍은 후원 파티 장면이 조니 덴의 마지막 한국 촬영 분량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 후원금만 낼름 먹고 미국으로 내쫓으신다고요? 하아···. 저는 K필하모닉 후원 더 하고 싶은데요?)”
조니 덴도 드라마 내용과 맡은 배역 상황에 비유하며 농담조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래원은 촬영장 한쪽 사이드에서 촬영을 지켜보고 있던 김윤하 작가에게 시선을 돌렸다.
김윤하 작가도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 무언의 동의를 구한 래원이 말을 이었다.
“후반부에 후원 파티 하나 더 만들죠. 오늘 2억까지 찍었으니··· 3억짜리 파티로! 더 재밌고 더 강렬한 씬으로요.”
* * *
작가의 고뇌가 다시금 시작됐다.
“더 재밌는 파티? 더 강렬한 씬? 으아아아···.”
김윤하 작가는 작업실의 노트북 앞에서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커서가 깜박깜박거리는 한글 워드 프로그램이 그녀를 재촉했지만, 그녀의 손가락은 몇 시간 째 속수무책으로 꿈틀거리만 할 뿐 아무것도 써내지 못하는 상태였다.
“분명 현장에서 조니 덴과 함현우의 케미를 직접 내 눈으로 봤을 때는 뭐든 쓸 수 있을 거 같았는데 말이야···.”
영감은 있다가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마는 잔인한 것이었다.
“할 수 없다. SOS를 요청하는 수밖에.”
김윤하는 결국 휴대폰을 들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