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233
전화를 걸자 신호음이 한참을 울렸고,
“도 감독니임···.”
– ··· 잘 안 풀리세요?
전생과 이생의 작업 경험 덕일까.
래원은 이제 김윤하의 목소리만 들어도 파악을 할 수 있게 됐더랬다.
“네···.”
– 어디서 막히셨는데요? 또 후원 파티를 여는 명목?
“아뇨. 그건 만들었어요. [지오]의 새 시즌 공연이 성공하자, 다음 시즌에는 당초 계획보다 더 큰 공연을 열기 위한 이사장의 욕심으로, 새로운 후원 파티를 열게 됐다는 설정으로요.”
– 좋네요. 그럼 뭐가 문제예요?
“감독님께서 그러셨잖아요. 더 재밌고 더 강렬한 장면···. 사실 제 딴에는 그날 찍은 파티 장면에서 최고치로 강렬함을 만들어낸 거였거든요.”
– 맞아요. 좋았어요, 그 장면. 근데 그걸 뛰어넘어야 하니까 부담스러우신 거군요···.
“네네···.”
래원이 자신의 고충과 마음을 금방 읽어주자,
김윤하는 순간 떼쟁이 어린아이가 되고 싶은 심정이 됐더랬다.
– 으음. ‘강렬함’을 만들 때 중요한 건, [선오]와 조니 덴의 격돌이잖아요?
“네!”
– 이번에는 정면으로 둘이 부딪히는 거 말고, [선오]가 다른 후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걸로 조니 덴을 자극하면 어때요?
“··· 오? 말 되네요. 조니 덴은 최고의 후원자이기도 하지만, 잘난 척이 심해서 다들 그를 어려워하고 잘 안 끼워주니까요.”
– 맞아요. 그런데 모든 후원자가 [선오]한테 반해버리게 만드는 거예요. 조니 덴 관심 있어 하는 피아니스트 [율아]까지도!
“··· 오오! 좋아요, 좋아! 근데 어떻게 반해버리게 만들죠? 피아노 연주가 제일 좋은데 이미 써먹어서···. 그렇다고 지휘를 하는 것도 웃기고···.”
– 지휘는 무대에서만 해야죠. 주인공인데···.
잠시 두 사람의 휴대폰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 흐음···. 어렵네요. 작가님, 이거 고민해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네! 죄송하고, 감사해요···. 제가 완전 패닉이 돼 가지고···.”
– 그럴만하죠. 오늘 당장 써내야 하는데, 저라도 막힐 거 같아요.
“저도 고민해보고 생각나면 톡 드릴게요.”
– 작가님, 정 안 되면 하루 이틀 늦어져도 돼요. 파이팅입니다!
전화를 끊은 김윤하는 다시 커피를 빨며 노트북에 손을 얹었다.
“정신 차리고 빨리 생각해내자, 김윤하! 지금 하루에 몇백 씩 깨지는 중이야···. 시간이 돈이다, 돈!”
만약 오늘 안에 추가 대본을 완성하지 못하면, 조니 덴을 한국에 묶어둬야 하는 날이 길어질 것이었고, 그것은 돈이 꽤나 많이 드는 일이었으니까.
* * *
한편, 경기도 광주의 곤지암 화담숲.
“(너무 아름답네요.)”
“(캐나다에서 본 것 이상으로 최고의 단풍이에요!)”
조니 덴과 케이트 무어는 사진을 찍으랴 감탄사를 내뱉으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뿌듯하게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강채령이었다.
특별 출연 추가 대본이 완성될 동안 강채령의 임무는 이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부모님을 따라 어릴 때부터 의전을 많이 받아본 만큼 의전에 자신이 있는 그녀였다.
“(한국 사람들이 왜 그렇게 적응력이 빠르고 열정적인지 이제 이해가 될 것 같아요.)”
“(그러세요?)”
조니 덴의 말에 강채령이 되물었고,
“(이렇게 다양한 날씨 속에서 적응력을 키워낸 국민들이니 업무적으로도 적응력이 빠를 수밖에요.)”
“(저도 조니 덴처럼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다채로운 자극에 노출되어 있다 보면, 열정도 영감도 남다를 거 같네요.)”
케이트 무어도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도래원 감독님과 이번 작업 이후에도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니 덴의 말에 강채령이 반색하는 표정을 지었고, 그가 화담숲의 전경을 한 번 쓰윽 둘러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이곳의 풍경을 보니, 도래원 감독님 안에도 제가 아직 미처 보지 못한 형형색색의 능력치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거든요.)”
“(잘 파악하셨네요. 맞아요. 다채로운 능력을 갖고 계신 분이에요.)”
강채령은 자신이 극찬을 받은 것만큼 기분이 좋았다.
“(그 모든 걸 곁에서 보고 그 작품에 함께하고 싶은 감독님입니다. 제 배우 인생에서 손꼽힐 만큼 저를 자극하는 분이에요.)”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했건만,
아쉽게도 고래에게 지금 이 같은 칭찬이 들릴 리 만무했다.
허나. 같은 시각,
래원의 집. 작업실.
“누가 내 이야기를 하나···. 귀가 왜 이렇게 간지러워.”
콘티를 점검하다 말고 귀를 후비는 래원이었다.
래원이 강채령과 조니 덴, 케이트 무어의 대화를 알 리 없었지만, 우주의 기운은 통한다고 했다.
!!!!!
순간, 래원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쩍였다.
손으로 다급하게 휴대폰을 찾아 눌렀다.
몇 차례의 신호음이 갔고,
래원은 이것이 끊기자마자 소리쳤다.
– 여보세···
“작가님! 좋은 생각 났어요! [선오]가 다음 후원 파티에서 VIP 후원자들과 [율아]의 마음까지 전부 사로잡을 수 있는 에피소드!”
– 정말요? 뭔데요?
강렬한 걸 넘어서 짜릿한,
재밌는 걸 넘어서 신이 날 그런 에피소드가 래원의 머릿속에 펼쳐지고 있었다.
고래가 춤을 추듯 말이다.
“와인 잔 연주요!”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232화 – 리디북스
* * *
“[선오], 이사의 전화를 받고 귀찮은 듯이 한숨을 내쉰다.”
탁타닥타다닥——
작업실에 김윤하 작가의 타자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선오 – ‘또, 후원 모금 행사야? 하아···. 정말이지, 음악을 만들기 위해 돈을 받는 건지, 돈을 벌기 위해 음악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니깐!’”
불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오늘은 글렀다고, 이러다 내일 아침이 밝을 때까지 빈 페이지 앞에서 뜬눈으로 지새울 것 같다며 불안해하던 그녀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손은 노트북 키보드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김윤하를 바꿔놓은 건 래원과의 통화였다.
래원이 준 아이디어로 쓰기 시작하니 술술 잘 써졌다.
오늘 밤안에 자기 전까지 대본을 완성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선오], 오케스트라 관현악 파트 연습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후원 모금 행사에 늦게 된다. 서둘러 택시를 잡고, 그사이 이사의 독촉 전화 와 문자가 계속해서 빗발친다.”
– 어쩌지? 후원자들 VIP들이 선오 씨만 기다리고 있는데···?
– 다음 시즌에 선오 씨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려면 오늘 정말 중요한 날이라고요ㅠㅠ!!
– 마에스트로, 출발한 거 맞아요? 언제 도착해요?
– 많이 막히세요? 퇴근 시간 피해서 일찍일찍 다니면 좀 좋아ㅠㅠ?
이제 [선오]가 후원 모금 파티장에 도착하고,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하는 씬.
김윤하는 신나게 써 내려갔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선오]로 분한 함현우가 파티장의 VIP들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이 재생됐고, 그녀의 손가락이 이를 활자화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자정이 넘으며, 작업실 창문 밖에 다른 건물의 불이 하나둘 꺼지고 고요한 어둠만이 남았을 때,
“드디어 다 썼다!”
몇 시간을 꼬박 앉아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낸 김윤하였다.
“래원 감독님이 구세주였어.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퇴고 작업을 이어갔다.
그렇게 완성한 대본을 래원에게 전송한 뒤, 김윤하는 비로소 홀가분한 마음으로 단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 * *
“(오늘의 주인공께서 드디어 납셨네요. 마에스트로!)”
뒤늦게 파티장으로 들어오는 [선오]를 조니 덴이 먼저 발견하고는 한 마디 크게 던진다.
하지만 [선오]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성큼성큼 들어와서 익숙한 얼굴들에게 짧게 묵례를 몇 번 건네고는, 일단은 와인으로 목을 축이고 셋팅된 음식으로 허기를 달랬다.
“(음식이 지난번 모금 파티 때보다 훌륭하네요.)”
당연했다. 더 큰 돈을 투자해서, 더 큰 모금액을 얻어낼 목적으로 기획된 파티였으니까.
VIP들은 지난 공연으로 또 한 차례 천재성을 입증한 [선오]에게 눈을 떼지 못한다.
주인공이 맛있게 먹는 모습조차도 그들에게는 흥미로운 구경거리인 듯하다.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서 태연하게 전혀 급하지 않은 듯 식사를 하는 [선오].
이를 지켜보는 이사의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속은 타들어 간다.
‘파티 시작한 지 1시간 반이나 지났는데 지난 번 모금액의 10분의 1도 안 모인 게 말이 돼?’
이사의 표정을 로렌 멘데스 촬감의 카메라가 클로즈업으로 잡는데,
.
.
“컷! 모니터해 보고 갈게요.”
래원의 말에 배우들과 스텝들이 래원의 등 뒤로 몰려들었다.
모니터 화면 속. 방금 촬영한 장면이 재생됐다.
래원은 이를 먼저 보여준 후, 디렉팅을 할 요량이었다.
“(조니 덴, 감정선이 지난 번 후원 파티 장면이랑 연결되는 건 좋은데···.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조니 덴을 보는 거니까, 처음부터 너무 그 장면과 연결되기보다는···)”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첫 대사에서는 감정선을 좀 빼고, [선오]를 지켜보면서 표정으로 빌드업을 해볼게요.)”
조니 덴은 역시나 베테랑이었다.
래원의 디렉팅을 금방 캐치했고, 곧바로 이어지는 테이크에서 이를 가감 없이 연기력으로 보여주었다.
“컷! 오케이! 좋습니다. 완벽해요!”
래원은 조니 덴을 향해 엄지를 척 치켜세웠고, 그 역시 래원을 향해 엄지를 세워 보이며 받아쳤다.
“이어서 다음 커트, 풀샷 가겠습니다. 레디, 액션!”
.
.
“(제가 따르는 와인을 드셔보실 분, 여기로 모여주시겠어요?)”
[선오]가 부른 배를 두드리며 일어난다.이제 실력 발휘를 할 차례였다.
현재, 후원 모금 파티를 연 것이 무색할 만큼 적은 액수가 모인 상태.
이사장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고,
이를 눈치챈 [선오]가 눈을 찡긋 해 보인다.
인기 피아니스트 [율아]도 참석하여 후원자들과 담소를 나눠주고 있다가, [선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조니 덴도 ‘대체 뭘 하려는 거지?’ 싶은 표정으로 지켜본다.
[선오]의 주위에 사람들이 와인잔을 들고 모여든다.빙 둘러선 그들에게 와인을 따라주는 [선오].
쪼르르륵——
쪼르르——
그런데, 어쩐 일인지 사람마다 와인의 양이 다 다르다.
“(마에스트로, 저는 너무 적은데요?)”
“(저도요. 분위기가 이렇게나 무르익었는데 이것만 마시라고요?)”
하지만 [선오]는 빙긋 웃을 뿐이다.
다가온 이들에게 모두 와인을 따라준 후,
“(와인을 마시기 전에, 우리는 다 같이 음악을 만들 겁니다.)”
이에 와인잔을 든 사람들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한가득 띄워지고,
그들의 앞에 지휘자가 되어 선 마에스트로 [선오].
“(자, 다들 이렇게 와인잔 입구를 손가락으로 빙 문질러 볼까요?)”
디이이잉——
그 순간,
화음과 스케일이 만들어진다.
와인잔마다 각기 다른 음이 울린다.
[선오]는 사람들 앞에 귀를 기울이며 음을 체크하더니, 일부 와인잔은 한 모금 마시며 와인의 양을 줄이기도 하고, 일부는 와인을 더 따라주어 와인의 높이를 키운다.“(이제부터는 제가 지목하시는 선생님께서만 와인잔을 문질러 소리를 내어주시면 됩니다.)”
모두의 눈이 마에스트로 [선오]를 보며 초롱초롱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이들은 대부분 음악에 대한 짝사랑으로 오케스트라를 후원하는 사람들이었다.
돈은 많이 가졌지만, 재능이 없어 클래식 음악은 갖지 못한 이들 말이다.
클래식 음악을 듣고 보는 것을 넘어서 직접 연주를 할 수 있다니, 그것도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소문난 천재 마에스트로 앞에서.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돈보다 더 값진 짜릿한 경험을 하는 중이었다.
“(자, 리사 선생님부터 시작해볼게요. 2번 연달아 내주세요.)”
디잉— 디잉——
도음이 울리고, 이어서 [선오]가 손으로 신호를 준 VIP 후원자들이 차례로 소리를 낸다.
디잉— 디잉— 디잉— 디잉—
도도솔솔라라솔
파파미미레레도
모차르트의 작은 별 변주곡이 파티장 안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와인잔이 만들어낸 청아한 소리로, [선오]가 사로잡은 VIP후원자들의 마음으로 말이다.
그들의 눈이 반짝반짝 작은 별이 됐다.
당장이라도 거금을 낼 준비가 된 얼굴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사장이 피식 웃고 만다.
‘역시···. 아무리 속을 썩여도 능력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민세라의 [율아]도 마음이 동했는지 미소를 띄우고, 조니덴은 질투와 경외감을 동반한 묘한 표정으로 바뀐다.
.
.
“컷! 오케이! 좋네요. 다들 장면 해석이 아주 탁월해서 일부러 중간에 안 끊고 원테이크로 와봤습니다. 이제 중간중간 끊어서 바스트 투샷, 클로즈업 원샷 하나하나 따볼게요.”
래원이 처음에 생각했던 그 그림이었다.
아니, 솔직하게 래원이 그렸던 것 이상으로 표현해주고 있는 배우들이었다.
* * *
이튿날,
– (도 감독님, 촬영 잘 진행되고 있다고 강채령 대표님 통해서 보고 받았습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간만에 LA의 휴 잭슨과 하는 온라인 회의였다.
화면에는 휴 잭슨을 비롯한 캐스팅 디렉터와 PD들 몇몇의 얼굴이 보였다.
이곳 래원의 곁에도 강채령 대표, 안정원 제작PD와 김윤하 작가, 그리고 래원의 연출부인 유찬, 지혜영, 임현서가 자리했다.
이 규모와 인원.
단순한 제작 점검 회의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 (하하하, 오늘 이렇게 회의를 열게 된 건 다름이 아니고··· 여기 배우들 사이에 이번 드라마 관련 소문이 쫙 났습니다.)
처음 듣는 소식에,
‘소문? 무슨 소문?’
일단 휴 잭슨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는 래원이었다.
– (도 감독님. 뮤지컬 영화나 음악 영화 좋아하세요? 원스, 스트링 어게인 아시죠?)
“그럼요. 그 영화들이 나름의 모티브였거든요.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그런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했던 게 시작이었습니다.”
– (거기 출연했던 배우들한테 문의가 들어오고 있어요. 연락 온 배우들 대부분 악기 연주 할 수 있는 배우들인데, 우리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고요!)
“와우···.”
래원은 물론이고 뒤에 앉아있던 안정원 PD와 강채령 대표의 얼굴도 환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그럼, 아직 촬영 전인 협연 장면들을 그 분들과 찍을 수 있는 건가요?”
래원이 반색하며 던진 물음에,
휴 잭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연주자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