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234
미국의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 중에, 인지도도 어느 정도 이상 있으면서, 대역을 일부만 쓰고 일부는 직접 연주 가능한 배우들을 프리프러덕션 단계 때부터 구했으나, 당시에는 반응이 없었더랬다.
때문에, ‘연주 가능한’에 초점을 맞춰서 단역 수준의 연기만 가능한 배우들을 섭외하기로 타협했었다.
화면 속 휴 잭슨이 고갯짓을 하자,
캐스팅 디렉터가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띄웠다.
– (먼저 이분은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원스’의 주연으로 연일 매진시켰던 ‘벤 질렌’ 배우십니다. 피아노 연주 가능하시고요, 영국 아일랜드 출신입니다.)
이를 메모하는 강채령과 안정원의 손이 바빠졌다.
– (다음은 영화 ‘스트링 어게인’에서 주연을 맡으셨던 ‘주디 라이즐’ 배우세요. 바이올린 연주자로 출연하고 싶어하십니다. 인도계 미국인이시고요.)
이 밖에도 얼굴이 익숙한 배우들이 줄지어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띄워졌고,
래원은 이미 머릿속으로 이들과 협주곡을 무대 위에 선보이는 [선오]를 그리고 있었다.
김윤하 작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배우들이라면··· 드라마가 더 풍성해지겠는데?’
단순히 연주를 위해 출연하는 단역 이상으로 활용하여 드라마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의미였다.
‘대사를 한 줄이라도 더 만들어주고, 상황이나 에피도 추가할 수 있겠어!’
유찬과 지혜영 또한 벅차오르는 감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이라···. 디소스와 휴 잭슨의 역작 하나 나오겠네.’
‘래원이 형이 결국에는 범세계적인 드라마를 만드는 건가? 크으!’
이 순간, 서울이든 LA든 회의에 참여한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 (우리 드라마가 잘 되긴 잘 되려나 봅니다! 껄껄껄!)
휴 잭슨이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고,
이번에는 래원이 문득,
“(아, 디렉터님. 그러면 제가 한 가지를 더 제안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기대 어린 눈빛으로 되묻는 휴 잭슨.
– (어떤 제안이실까요?)
“(협연 연주자를 얼굴 알려진 배우들로 캐스팅할 수 있게 되었으니··· 7화에 대중음악과 콜라보해서 클래식 편곡으로 공연하는 에피소드 말입니다.)”
– (그 에피소드도 몹시 기대되는데··· 아직 촬영 전이죠?)
“(네, 그 에피에서도 대중음악 가수들을, 실제로 얼굴이 알려진 가수들을 출연시키는 건 어떨까 해서요.)”
– (얼굴이 알려진 가수라면···?)
휴 잭슨이 카메라 가까이로 바짝 붙어 앉으며 관심을 보였다.
덕분에 래원과 서울의 스텝들이 보는 화면에는 휴 잭슨의 얼굴이 크게 확대되며 가득 찼더랬다.
거의 모공까지 보일 정도로 말이다.
“(K팝 스타들로 캐스팅해볼 생각입니다. 물론 한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나 유럽, 북미권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로요.)”
지금 래원은 얼마 전 고사했던 박현만 대표의 제안을 떠올리고 있었다.
클래식 피아노와 바이올린 협연 연주자들과, 대중음악 가수들까지 모두 얼굴이 알려진 배우들과 함께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었으니까.
‘이왕 판이 커진 거, 내가 더 키울 수 있는 만큼 최대치로 키워보지 뭐.’
화면 너머의 휴 잭슨 또한 래원의 제안이 솔깃했는지 대답보다 먼저 두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233화 – 리디북스
* * *
래원의 드라마에 유명 음악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연주자 역할로 출연한다는 소식, 그리하여 K팝 스타들의 출연도 물망에 올랐다는 소식은 곧바로 박현만의 귀에 들어갔다.
래원은 휴 잭슨과의 회의 후, 연출부와 생각을 정리하고서 박현만에게 연락할 생각이었다.
허나,
지이이이잉———
[ 박현만 대표님 ]연출부끼리 모여서 논의 중인 이 순간,
격렬한 진동음과 함께 래원의 휴대폰에 찍힌 이름.
“양반은 못 되시네.”
“누구신데요?”
“박 대표님.”
래원이 연락할 틈을 주지 않는 박현만이었다.
원더빅 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현만은 워낙에 명석한 사업가인지라 이미 에서 돈 냄새를 맡은 데다가, 이번 드라마를 놓고 래원과 상부상조할 자신이 있었기에 래원의 거절에도 포기를 모르던 차였다.
그리고,
기다리던 두 번째 기회가 오자마자 덥석 물고는 이미 일사천리로 계산을 마친 후 전화를 건 것이었다.
“네, 대표님.”
– 좋은 소식에는 날개가 달리는 법인가 봅니다.
“벌써 전해 들으셨어요? 역시 박 대표님이십니다.”
래원 또한 박현만이 전화를 건 의중을 모르지 않았기에, 서로 구태여 설명을 길게 하지 않았더랬다.
즉각 본론으로 들어가 질문을 던지는 래원이었다.
“출연은 어느 그룹을 생각 중이실까요?”
– 우리 애들 중에 메인 보컬만 싹 모아서 유닛을 하나 만들려고 합니다. 아, 당연히 한류 반열에 든 그룹 애들만이요.
박현만은 최고로 준비한 밥상을 내놓을 생각에 목소리가 한껏 상기됐다.
“좋네요. 그럼 화제 몰이는 확실히 되겠어요.”
– 그걸 의도한 겁니다. 각 그룹의 팬들이 모두 ‘빙의 마에스트로’에 한 번씩은 관심을 가질 테니까요.
박현만은 역시나 수완가였다.
뿐만 아니라, 래원의 드라마를 진심으로 대하는 듯했다.
각 그룹의 스케줄이 분명히 있을 텐데, 를 그만큼 중요한 프로젝트로 여긴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 어떤 아이들을 유닛으로 묶을지는, 일단 장면 컨셉과 곡 컨셉에 따라 결정하려고 합니다.
“좋습니다. 컨셉은 저희 조연출이 정리해서 좀 이따 오늘 중으로 연락드릴 거고요. 곡 컨셉은 음악 감독님을 연결해드리겠습니다. 저보다 두 분이 K팝 전문가들이시니···.”
래원은 전화 너머로 든든함을 느낄 수 있었다.
– 네, 그렇게 진행하고 최선의 조합으로 정리해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기대되네요.”
–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제가 대충할 수가 없어요. 도 감독님 이전에, 우리 세라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거든요.
“하하. 세라 씨요?”
– 네, 시아버지가 따로 없어요, 아주···. 아니지 시어머닌가? 암튼, 말하는 거 보면 자기가 이 드라마 주연하고 제작까지 하는 거 같다니까요.
“하하하. 감사한 일이네요.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그럼 수고해주세요, 박 대표님. 잘 부탁드립니다.”
이 드라마는 잘 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는 아무래도 래원 가슴 속의 확신을 넘어서 공공연한 예언 수준인 것 같았다.
전화를 끊은 래원은 씨익 웃자,
“민세라가 왜?”
“어느 그룹이 후보길래 화제 몰이가 확실해?”
연출부 지혜영, 유찬이 물음표를 들이댔다.
이윽고,
래원이 덤덤하게 통화 내용을 읊는 내내,
“대박···. 각 그룹별로 다 투입시켜준다고?”
“미친···. 원더빅이 힘 좀 쓰네?”
“와, 선배님···. 그럼 혼성 유닛인 걸까요?”
각종 감탄사를 연발하는 유찬과 지혜영, 그리고 임현서였다.
원더빅 엔터테인먼트 안에 한류 스타라 부를 만한 그룹이 최소 4개는 되었으니까.
한편,
“쇠뿔도 단김에 빼랬지.”
박현만은 곧바로 음악감독과 연락을 한 후,
지금까지 작업한 중간 데모 음원을 받았더랬다.
“단순 K팝보다는 음악이나 가사에 드라마가 있는데···?”
이를 여러 차례 돌려 들은 박현만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미간에는 주름이 잡혔다.
솔직히 쉽게 생각했던 것에 비해 색다른 컨셉의 곡이었으니까.
“뮤지컬 컨셉을 생각하는 건가?”
슬슬 실마리가 풀려나가며,
“그래···. 원래 클래식이면 오페라인데, 음악의 대중화가 컨셉인 에피소드라 그랬으니까···.”
미간의 주름도 풀리고, 아이디어의 실타래도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 내가 처음 짠 그림보다 더 재밌겠는데? 일단 유닛에 노노카는 넣어야겠다.”
* * *
며칠 후,
“뭐?! 협조 요청이 왜 거부당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복병이 터지고 말았다.
래원이 놀라서 되묻자, 조연출 임현서가 설명을 이었다.
“그게요···. 예술의 전당은 보수 일정 때문에···. 우리한테 대관해주려면 원래 잡혀있던 극장 보수 일정을 미뤄야 하는데, 알아보니 그게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거기 대극장 2개잖아.”
“네, 오페라 홀이랑 토월 극장 둘 다요. 안전 감사 때문에 올해 넘기면 안 되나 봐요. 다같이 대관을 싹 빼고 보수 공사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았더라고요. 게다가 공사 끝나는 대로 바로 오픈 할 공연 프로그램까지 전부 다 짜놨다네요···.”
래원이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하아···. 세종문화회관은?”
“거기는 우리 촬영 일정 앞뒤로 뮤지컬 장기공연 일정이 잡혀 있었거든요.”
“그랬었지···. 작년 초부터 잡혀있던 거였댔지···.”
“네, 그래도 월요일은 공연이 없으니 혹시 월요일만 뮤지컬 업체에 양해를 구할 수 있나 알아본 거였는데···. 워낙 세트가 크고 예민한 라이선스 뮤지컬이라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래원의 입에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주인공 [선오]의 음악적 저변이 확대되는 것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이자,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공연.
바로, 대중음악과의 협연 에피소드였다.
박현만 대표와 손을 잡고 판을 크게 벌이게 된 만큼, 커다란 공연장이 필요했다.
잠실이나 상암동의 공연장도 알아봤지만, 음향 문제도 있었고, 무엇보다 클래식 공연의 포멀한 기조는 유지해야 했기에 실내 극장이어야 했다.
“너무 방심했다···. 예당이나 세종 중에 하나는 당연히 되겠지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난관이었다.
“··· 야외 공연장으로 틀어서 알아볼까요, 선배님? 잠실이나 상암동 쪽으로요.”
임현서는 나름대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차선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타협하고 싶지 않은 래원이었다.
“하아···. 거기서 찍으면, [선오]가 클래식 음악의 바운더리 안에 대중음악을 끌어온 느낌이 안 살 것 같은데···?”
래원이 곤란한 듯 넋두리하자,
임현서도 선배의 고충을 이해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반대로 [선오]가 대중음악의 세계로 멱살 잡혀서 끌려나간 것처럼 보일까 봐 걱정하시는 거죠?”
포기나 타협이 쉽지 않은 상황.
래원은 결국 결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현서야, 하루만··· 아니, 이틀만 더 고민해볼게. 좋은 수가 없는지···.”
그동안 여러 작품을 하며 수없이 많은 문제에 부딪혔던 래원이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해결책을 찾아낸 것도 래원이었다.
‘분명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을 거야. 찾아내야만 해.’
* * *
“재윤이도 차기작 아직 검토 중이랬나?”
래원은 촬영이 없는 날, 간만에 이재윤, 그리고 래미와 점심 식사를 같이 했다.
래원의 맞은 편에 앉은 두 사람은 꼭 붙어있었다.
이러려고 래미가 프라이빗 룸을 잡았나 싶었다.
“둘이 껌딱지야 아주···.”
“왜애. 보기 좋지 않아? 우리가 오빠 앞에서나 이러지···.”
한술 더 뜨는 래미였다.
뭐, 맞는 말이었다.
전생에 비하면 훨씬 행복해 보이는 래미.
훨씬 더 좋은 사람을 만난 래미였으니까.
드르르르륵——
문이 열리자,
도래미와 이재윤은 빛의 속도로 떨어졌다.
“크하하···.”
그 광경에 래원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약속은 잘 지키네? 재윤이가 겉으로는 촐랑거리는 것처럼 보여도,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놈이긴 하지···.’
그랬다.
이재윤이 래원의 허락을 받을 때 뱉었던 말.
서로의 커리어에 보탬이 되는 관계로, 흠이 되지 않게 노력하겠다는 그 약속을 말이다.
직원이 스테이크를 서빙해준 후,
드르르르륵——
다시 프라이빗 룸의 문이 닫혔고,
“휴우···.”
곧바로 붙어 앉는 두 사람이었다.
“감독님, 아까 뭐 물어보셨었죠? 아아, 차기작···.”
“어, 그래. 재윤이 너 꽤 오래 쉬지 않았어?”
“네, 안그래도 오늘 내일 중으로 도장 하나 찍으려고요.”
“오오, 뭔데? 무슨 작품?”
어쩐 일인지,
이재윤이 바로 답하지 못하고 힐끔 래원의 눈치를 본다.
“뭔데 그래?”
“··· TBN 공대생의 사랑 방정식이요.”
“아, 그 작품···.”
“네네···. 임상순 작가님 드라마요!”
“하인혁 감독 드라마기도 하지.”
“······.”
이재윤은 눈치가 빠른 타입이라, 래원과 하인혁의 관계 또한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왜 내 눈치를 보냐? 축하할 일인데? 그거 작품 잘 나왔어.”
“정말요?”
“어. 나도 대본 봤거든.”
래원은 자신한테 들어왔으나 거절했다는 말은 굳이 덧붙이지 않았다.
그 작품에 들어가는 배우 앞에서 그러한 TMI는 사족이었으니까.
“감독님이 좋다고 말씀주시니 안심이 더 되는데요? 사실 저 이거 땜빵이거든요.”
“정말? 원래 그거 남주 누구였는데?”
“리승..이었대요.”
“아···.”
마약 사건 주동자로 지목돼 호되게 사회면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는 가수 출신 배우였다.
과거의 삶과 방송사도 방영 시점도 달라진 드라마기에, 출연 배우 또한 달라졌더랬다.
‘하인혁 그 새끼 여러모로 고생 중이겠고만···.’
이재윤이 축 처진 어깨로 말을 이었다.
“당장 사흘 후가 대본 리딩이고, 2주 후가 촬영이에요.”
“급하긴 하네.”
“그래두 우리 재윤 오빠는 잘 해낼 거야! 그치, 오빠? 오빠도 그렇게 생각하지?”
래미가 래원에게 무언의 눈빛을 따갑도록 쏘아 보냈다.
자기 남자 친구 사기 좀 북돋아 주라는 그런 눈빛이었다.
래원은 피식 웃음이 나오려던 것을 애써 참고는,
“재윤이가 대본 해석이나 캐릭터 분석이 빠릿하기는 하지. 현장 적응력도 뛰어나고.”
“아아···. 괜찮아요, 감독님.”
장단을 맞춰주었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