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village life with herbal elixir RAW novel - chapter 123
뛰어봤자 내 손바닥 안이다.
게다가 나에겐 27살 먹은 든든한 아우가 있지 않나.
“너 천식 정말 나은 거 맞지?”
“네. 형님께서 주신 약초를 먹고 나았죠.”
“그럼 저놈 잡아봐.”
내말이 끝남과 동시에 심호흡을 하던 동생이 박차를 가하며 속도를 냈다.
유지의 뒤꽁무니를 바짝 쫓은 놈이 온 몸을 날려 태클.
도망가지 못하도록 봉쇄한 뒤 나를 보며 씩 웃어 보인다.
“이정도면 합격하겠죠?”
‘저 자식 좋은 경찰이 되겠네.’
석류나무 (1)
[동백나무 고사사건]의 가해자가 붙잡혔다. 500년 된 나무를 고사시켜 제 이득을 꾀하려 한 파렴치한 놈은 지역 뉴스에도 보도되었다.어르신이 절대 합의가 없다고 했으니 징역을 선고 받지 않을까 싶다.
한데 동백나무 고사사건의 용의자를 검거했다고 끝이 아니다.
아직 할 일이 한 가지 남아 있었다.
‘동백나무를 살려야지.’
그놈이 동백나무에 부은 것은 제초제였다. 나무뿌리도 죽이는 매우 독한 제초제였으니 조금만 늦었으면 소생이 불가능할 뻔했다.
동백나무를 살리는 법은?
강화한 흙과 물이면 충분했다.
산의 흙과 물을 SS급으로 강화한 뒤 동백나무 주위에 묻었고 뿌렸다.
뒤이어 F급이었던 동백나무가 금시에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SS급 500년 동백나무]평가 – 500년 동백나무 꽃잎과 겨우살이를 배합하면 파킨슨병을 이길 수 있는 특전을 발휘한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파킨슨병이라는 희귀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마법의 약초를 얻었다.
정말 잘 됐다.
고생 끝에 얻은 특전인 만큼 파킨슨을 치료한다면 뿌듯함은 배가 될 것 같다.
* * *
“동생아.”
“네. 형님.”
“너 이름이 뭐냐?”
“상수입니다.”
“상수야.”
“네.”
“할아버지 잘 모시고 살아라. 알았냐?”
“네. 형님.”
“경찰이 되거든 꼭 연락주고.”
“네. 책상은 제가 책임지고 형님 댁까지 잘 보내드리겠습니다.”
상수 녀석이 말한 책상이라 함은 광명의 작업대였다.
우리 집의 약초원까지 옮기고 싶었거늘, 녀석이 책임지고 보내준다고 했다.
그래도 사건 해결의 보수가 꽤 넉넉하다.
광명의 대장인 작업대를 얻었으니 말이다.
강화 비용과 더불어 확률이 존재하지 않으니 앞으로 돈 쓸 일은 거의 없겠다.
“몸 건강하고.”
곧 있으면 배가 도착할 때였다.
옆에 있던 어르신이 감격의 눈빛으로 내 두 손을 부여 잡으셨다.
아까부터 하루만 더 머물다 가라며 아쉬움을 풍기셨다.
“고맙네. 정말 고맙네.”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나무를 워낙에 좋아해서요.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거든요.”
“어허. 참으로 자네 아버지를 똑 닮았구먼!”
“아버지의 피를 속이지 못하겠죠.”
“겨우살이와 꽃잎을 매해 채집하여 자네 약초원에 보내주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어르신.”
덤으로 겨우살이도 얻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때마침 선박선이 기적을 울리며 부두에 정박했다.
배에 올라타는 순간까지 나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건강 하세요 어르신!”
“그려! 자네도 건강하게!”
“상수야 다음에 또 보자!”
“네! 형님 살펴 가십시오!”
짧지만 많은 일을 경험했다.
또 언제 이곳을 오게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오게 되거든 500년 동백나무가 멀쩡했으면 싶다.
파킨슨 환우들을 위해서라도 500년 동백나무는 매우 귀하니까.
끼룩끼룩끼룩.
갈매기 녀석들이 밥 달라고 채근이다.
새우과자나 좀 사서 던져줘야지.
한데.
우리 황복이나 황궁이는 밥은 잘 먹고 있으려나.
* * *
“아빠 왔다!”
음머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긴 건 황궁이의 울음소리였다.
한 며칠 못 봤다고 내게 달려와 울음 소리를 낸다.
황궁이의 맑은 눈망울을 보고 있자니 세상 근심이 모두 사라진다.
황복이 녀석이 후원에서 놀다가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다.
며칠 안 본 사이에 왜 살이 쪄 보이는 걸까.
“황복아 잘 있었어?”
-월! 월!
황복이의 꼬리가 프로펠러처럼 돌아간다. 내 품에서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툇마루에 앉은 뒤 약초원의 전경을 잠시 감상했다.
별채와 마당, 수돗가, 감나무, 밤나무, 자귀나무, 모든 게 그대로였다.
“오늘은 좀 쉴까.”
그간 약초원의 문을 닫아 손님들이 원성이 자자할 텐데. 마음 같으면 하루라도 빨리 문을 열고 싶었으나 개점 준비가 완벽치 않아 지금 당장은 어려웠다.
‘직원을 뽑고 싶구만.’
직원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오픈을 할 수가 있었을 텐데.
갈수록 많아지는 약초 수요량 탓에 공급이 제때 따라오질 못하는 판국이었다.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직원을 뽑아볼까.
어느 정도 약초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나는 약초만 공급하고 판매는 위임하면 될 텐데.
허나 그럴 만한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겠지.
‘일단 집안일이나 하자고.’
마당을 쓸었다.
며칠 집을 비우고 나면 나무에서 떨어진 나뭇잎이 여기저기 수북이 쌓여 있다.
마당을 정리하고 난 뒤 밀린 빨래를 세탁기에 투척했다.
대충 감으로 맞춰 세제를 넣고 작동 버튼 온!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툇마루와 주방의 먼지를 쓸고 닦으니 세탁이 완료 됐는지 삑삑 거린다.
급속은 20분이면 끝나는 구나.
빨래를 잔뜩 들고 마당으로 향했다.
바지랑대에서 줄을 꿰고 옷가지를 탕탕 털어내며 수분을 빼낸 뒤 빨래를 널었다.
‘옷이 변색 됐구나.’
범죄자 검거 당시 제초제가 옷에 묻어 변색 됐건만 그래도 혼자 사니 입고 다니련다.
그렇게 집안일을 모조리 끝내고 나니 사방은 어느새 어스름이 옅게 젖어들고 있었다.
저녁을 차려서 또 한 끼를 해결해야 하는데 왜인지 오늘은 상당히 귀찮다.
주위에 식당이라도 있다면 나가서 사먹고 싶건만, 시골 깡촌이라 주위에 식당 자체가 없다.
‘시골은 부지런하지 않으면 굶어 죽기 딱 좋지.’
도시와 마찬가지로 시골의 삶도 마찬가지다. 제 발과 손이 부지런을 떨어야 먹고 사는 시골의 삶인 것을.
생활 기반이 없달 뿐이지 도시나 시골의 본질은 결국 생존이다.
‘오늘은 뭘 해먹어 볼까나.’
귀찮음을 무릅쓰고 움직였다.
냉장고를 열어 여러 가지 재료를 살폈다.
버섯류가 상당하다.
야채와 채소류도 많다.
도시에서 지겹게 먹던 유제품이나 소지기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오늘 따라 그립다.
‘너로 정했다!’
그래도 거사를 치르고 왔으니 나에게 상을 내려야 하지 않겠나.
귀하게 아껴왔던 가을 표고버섯을 오늘의 저녁밥으로 정했다.
1능이 2송이 3표고라고 불리는 만큼 버섯 중에서도 맛이 매우 뛰어나다.
‘요리를 해볼까.’
표고 요리는 간편하다.
엄마의 요리책을 봐도 이렇다 할 설명이 없다.
그저 굽기만 하면 그만.
밥에 넣어 찌기만 하면 그만.
맛이 심심하면 꽈리고추와 표고를 함께 간장과 졸여 먹으면 끝.
하여튼, 버섯은 요리도 쉽고 맛도 뛰어나고 효능도 좋다.
‘한 끼 끝.’
한 끼를 해결했더니 잠이 솔솔 왔다.
아직 미진한 약초 정리도 해야 하고 연구한 특전을 기록도 해야 하는데, 이것 참 수마가 갑작스럽게 덮쳐온다.
‘에이 몰라. 내일 해.’
* * *
다음 날 아침.
쾅쾅쾅!
누군가 문을 다급히 두드렸다.
용달 기사님이었다.
트럭에 싣고 온 것은 광명의 작업대.
상수 녀석이 보내준다고 했거늘, 이렇게 빨리 도착할 줄은 몰랐다.
용달비가 꽤 만만치 않게 든 것 같은데…
“이거 어디에 놔드리면 될 까요?”
용달 기사님이 물으셨다.
작업장에는 기존에 쓰던 작업대를 미리 치워놨기에 함께 작업장으로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용달 기사님과 함께 작업대를 옮겼더니 안 그래도 좁은 작업실이 광명 탓에 더 좁아 보인다.
‘크긴 크구나.’
“고생 많으셨습니다. 기사님. 용달비는 어떻게 되나요?”
용달 기사님에게 여쭈었더니 손사래를 치시며 말씀하셨다.
“선불 결제 다 끝났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아, 이런.
꽤 비산 가격일 텐데 없는 살림에 괜히 민폐만 끼친 것 같다.
다음에 상수 녀석에게 맛있는 거나 좀 사줘야지.
“광명이 드디어 우리 집에 왔구나!”
그때였다.
아까 되돌아간 용달 기사님이 다급히 약초원으로 들어왔다.
무언가를 두고 온 건가?
“사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이걸 빠뜨렸습니다.”
용달 기사님이 내게 건넨 것은 종이 가방.
속에 든 것을 보니 나의 잇몸이 만개할 수밖에 없었다.
500년 동백나무의 꽃잎과 겨우살이였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이제 강화를 해볼까?
겨우살이와 SS급 동백 꽃잎을 강화하면 『파킨슨』의 특전을 얻는다.
파킨슨이라 함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라고 들었다.
노년층에서 약 1%.
1,000명 당 1명 내지 2명 정도로 파킨슨병에 걸린다는데, 치매처럼 구체적인 원인을 알 수가 없어 불치병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게 또 얼마나 지독하냐면 근육 강직이나 떨림을 통제 못해 운동 장애가 발생하여 걸음을 걷는 것조차 힘들다고 한다.
일상생활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었다.
이토록 무서운 병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