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village life with herbal elixir RAW novel - chapter 81
“고맙네. 고마워. 도일이 덕에 평생 미뤘던 일을 해냈어!”
“자네 덕에 마음 한편이 가볍다. 자네가 없었으면 흔한 영정 사진 한 장도 못 찍고 갈 뻔했어!”
“도일이가 우리 마을의 보배여!”
어르신들이 내게 감사함을 표했다.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닌 것을, 나는 멋쩍게 웃기만 하였다.
결제를 위해 읍내로 향하는 길.
운전석에 앉은 나의 시선에는 도로의 아스팔트 틈으로 핀 들국화 한 송이가 눈에 밟혔다.
‘어찌 저런 곳에서 피었을까.’
간혹 운전을 하다가 아스팔트 틈에 핀 들국화를 본 적이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기만 했거늘, 이제 와서 다시 보니 들국화가 참으로 강인해 보였다.
산수 마을의 어르신들에게 들국화 향이 나는 것처럼, 이젠 들국화만 보면 나의 부모님 생각이 떠오른다.
그 향이 부모님의 채취와 닮았다.
그리고 그 향이 내게서도 나기 시작한 건 나 또한 부모님의 길을 걷고 있다는 뜻이겠지.
‘언젠가 나도 영정 사진을 꼭 찍어야겠어.’
나는 하루라도 젊을 때 영정 사진을 찍고 싶다. 영정 사진이 의미하는 바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췌장암에 걸려 죽음을 목전에 두고 고향집을 찾았을 때, 부모님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느꼈다.
‘나와 닮았어.’
내 젊음이 닳게 되어서야 부모님과 나는 매우 닮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위로였다.
그래서 영정 사진은 자식들에게 위안을 준다.
‘나도 위로를 받았으니까.’
정녕, 산수마을에 웃음꽃이 핀 가을의 초입이었다.
* * *
‘이제 영상 편집을 해볼까.’
영상본이 그리 길지가 않아 편집은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할 수가 있었다.
자막을 넣을 필요도 없고, 다른 부연 설명도 필요치가 않다.
어차피 모든 정보는 영상 속 내용에 전부 담겼기 때문이다.
영상 편집을 끝낸 뒤 너튜브 채널에 올렸다.
이번만큼은 동물이 아닌 사람의 영상이었다.
구독자분들이 어떻게 봐줄지는 모르겠지만, 옅은 미소 한 번이면 족할 것 같다.
영상을 올린 뒤 잠시 휴식을 취했다.
하루 만에 촬영을 끝냈으니 오늘 하루도 참 바삐 보냈다.
스르륵.
눈이 감기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 보니.
부재중 전화만 수십 통.
너튜브 댓글만 수천 개였다.
하수오 (1)
김도일의 광고는 일대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치아가 좋지 않은 이들에게, 피부가 좋지 않은 이들에게도, 심지어 탈모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김도일의 광고는 한 줄기의 희망이자 빛이었으며, 한편으로는 불신이기도 했다.
문제는 불신에서 터졌다.
정녕, 하수오가 탈모를 낫게 하는가?
정녕, 국화가 피부를 좋게 하는 것인가?
문의가 빗발쳤다.
군청의 축제 담당 팀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축제를 준비하는 최승희 주무관을 비롯하여 여러 관계자가 군수에게 말했다.
“지금 김도일 씨가 연락이 닿질 않아서요. 정말 큰일을 벌이신 것 같은데, 이거 어쩌죠?”
“약초를 과대광고 했다는 오해를 살만한 일이거든요.”
“이렇게까지 하실 줄은 몰랐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잘 살피지 못한 탓이에요.”
부하 직원들의 얘기를 듣던 군수가 구레나룻을 긁적였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표정이었다.
“괜찮네. 과대광고라고 할지라도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은 맞지 않은가. 약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가 아니기에 큰 문제가 될 건 없다고 하니, 너무 염려치 않아도 돼.”
“하지만, 하수오가 탈모를 이겨낸다는 광고는 전국의 탈모인에게 자극이 될 만한 여지가 있어요.”
“만약, 정말 이겨낼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네?”
“김도일 선생의 약초를 경험해 본 이들은 잘 알 것이야. 나 또한 김도일 선생의 아버지 덕을 보았던 적이 있었거든. 허허.”
군수가 검은 머리를 찰랑거리며 말했다.
“군수님, 그러면 광고는 그대로 진행하자는 말씀이신 거죠?”
“산수 마을 어르신들이 힘겹게 찍은 광고인데, 그걸 왜 내리나. 김도일 선생에게 표창을 줘도 모자랄 것이야.”
“네. 알겠습니다.”
최승희 주무관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정공법으로 밀고 나가자는 군수님의 의견을 수렴해야겠지만, 지금도 계속해서 걸려오는 문의 전화 덕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아니! 광고에서는 분명히 하수오를 먹으면 탈모도 이겨내고 흰머리가 검은 머리가 된 다는데. 그 말 책임질 수 있어요?
“하수오를 먹는다고 해서 희끗한 머리가 한 순간에 검은 머리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다만, 하수오가 그런 효험이 있다는 것은 아시지 않습니까.”
-이번에 반드시 찾아갈 겁니다. 만약, 효험이 없다면 신고할 거예요!
한숨만이 사무실 내부를 가득 채웠다.
* * *
내가 잠을 자는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최승희 주무관과 통화를 통해 전후 사정을 전부 알게 되었다.
‘그들의 역린을 건들이고야 말았네.’
나의 의도와는 달리, 탈모를 이용하여 축제를 흥하게 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로 곡해한 것 같았다.
‘별의 별일이 다 있네.’
이럴 때는 과거의 역사를 거름삼아 위기를 헤쳐 나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과거의 역사는 아버지의 일기장이었다.
약초 축제가 시작된 지 어언 10년.
나는 아버지가 축제를 어떤 자세로 임했는지 궁금했다.
우리 아버지는 약초 축제를 이렇게 평가했다.
[나의 능력을 여과 없이 발휘할 수 있는 무대와 같은 곳.]아버지는 우리 집안만의 특별한 능력을 평생토록 숨기며 살았다.
최 영감님의 폐암을 치료하고 TV 방송국에 출연했던 적이 있었는데, 아버지는 당시 순수한 의도로 약효의 효험을 널리 알리는데 일조하였건만, 되돌아 온 것은 시민들의 뭇매였다.
약초는 위험하다.
그래서 잘 모르고 음용하면 독만 쌓일 뿐이다.
그해 아버지가 소개해준 약초를 먹은 사람들이 부작용을 초래하였다.
특히 느티나무의 심재를 달여 먹은 사람들, 작약의 뿌리를 멋도 모르고 달여 먹거나, 독성이 있는 약초를 법제하지 못하고 효험만 믿고 먹은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의 원망이 모두 아버지에게 향했다.
그래서 나의 아버지는 약초원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제외하고는 일절 약초에 대해 설명하려 들지 않았고, 홍보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축제만큼은 달랐지.’
그런 아버지도 축제만큼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즐겼다고 한다.
탈모를 이겨내는 하수오를 비롯하여 수많은 암을 이겨내는 약초를 강화하여 약초 마당에 내놓은 것이었다.
약초 축제라는 거대한 병풍을 방패삼아 수많은 사람을 살린 것.
나는 아버지의 일기를 읽으며, 축제를 어떤 마음으로 임하며 나아가야 할지 깨달았다.
광고 영상에 달린 댓글을 하나하나 찬찬히 읽었다.
여러 가지 댓글 중에 약초의 효험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구독자들도 있었다.
가령.
ㄴ 정말, 하수오를 먹으면 탈모를 이겨낼 수 있나요? 이거 거짓 광고 아닌 거죠?
나는 일말의 고민도 필요치 않았다.
ㄴ 일단 와보시죠.
* * *
축제 당일 새벽.
다행히 황무지와 같은 밭에서 하수오가 잘 자라주었다.
탈모의 특전을 발휘하는 하수오와 국화를 챙기고 암에 좋다는 약초도 추가로 더 챙겼다.
치매를 이겨내는 설강화, 폐암에 좋은 느티나무, 뇌졸중에 좋은 감태나무, 당뇨에 좋은 솔잎, 대장암에 좋은 꽃송이버섯, 거기에 다양한 특전이 담긴 약초를 챙겨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향했다.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조수석에 황복이가 잽싸게 올라탔다.
황궁이는 집을 지키고 있고 황복이와 함께 축제를 가기로 했다.
황궁이에게 미안하지만, 송아지를 축제까지 데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침 바람이 시원하네?”
-월! 월!
황복이가 기분이 좋은 듯 짖었다.
며칠 간 녀석들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해 미안했는데, 황복이 녀석만이라도 오늘 제대로 콧바람 좀 쐬어 줘야겠다.
때마침, 약초 마당이 열리는 넓은 공터에 도착했다.
공터에 설치된 거대 텐트에는 마을 이름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대강마을’ ‘고성마을’ 그리고 ‘산수마을’
대강 마을에서 내놓은 대표 약초는 산삼이었고, 고성마을의 약초는 작약이었다.
그들의 좌판에 깔린 약초를 보니 매우 알찬 구성이었다.
‘다들 준비를 상당히 하셨네.’
때마침, 멀리서 이장님이 오는 게 보였다.
“이장님, 오셨어요?”
이장님이 커피 한 잔을 들며 내게 다가왔다. 그간 마음고생을 했을 내게 따뜻한 위안이 담긴 커피 한 잔을 건넸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지? 내가 듣기론 광고 영상만 삼백만 명이 봤다고 하는데, 여러 가지 긁어 부스럼이 많았다고 하더만. 내가 다 미안하네 그려.”
이장님께서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말했다. 달달한 커피가 쓰게 느껴지는 건 싫다.
“아니요. 산수마을 어르신 덕에 축제 광고가 잘 돼서 관광객이 많이 오신다고 하는데요. 군청에서 저희들에게 상 줘야죠.”
“허허. 참으로 긍정적이구먼.”
“어르신들은 지금 어디 계신가요?”
“축제 봉사를 위해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아마 얼굴 보기가 힘들 것이야.”
산수 마을의 어르신들은 축제를 위해 여러 곳에 배치되었다.
최 영감님은 환경미화, 팔출 어르신은 교통 정리, 그 외 다양한 곳에 배치되어 마을의 일원으로써 임무를 다하기로 했다.
이장님은 산수 마을을 대표하여 약초 홍보 관에서 직접 홍보를 해주기로 하였고, 나는 약초 제공과 판매를 도맡았다.
“나는 이만 가보겠네. 너무 무리하지 말게나. 내가 필요하거든 언제든 불러주고.”
“네. 이장님.”
이장님이 자리를 뜸과 동시에 황복이가 짖어댔다.
-월!월!
남들 다 판매 준비를 시작하는데, 홀로 딴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차 한 잔을 마시고 시작해볼까.’
여유를 즐기기 위함이 아니었다.
[집중력이 상승합니다!]축제를 제대로 임하기 위함이었다.
집중력 상승과 더불어 SS급 강화 둥굴레를 먹어 몸을 가볍게 만들었다.
근골이 튼튼해짐이 느껴진다.
[양기가 상승합니다!] [몸놀림이 가벼워집니다!]‘아직 부족해.’
여러 가지 특전이 담긴 화분도 준비했다.
강화한 감나무 씨앗으로 만든 분재는 『인연』의 특전을 발휘한다.
자귀나무를 심은 작은 화분은 『환희』, 금전수는 『부』의 특전을 발휘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