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89
“오라버니! 돌아오셨군요.”
백여희가 한 사내를 보고 기뻐했다.
사내는 바로 백무명이었다.
운운술로 그야말로 단숨에 사천성에서 이곳 낙양으로 온 것이었다.
운운술의 속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적어도 반나절은 걸리리라 생각했는데, 훨씬 빨리 당도할 수 있었다.
그제야 백무명은 자신이 터득한 것이 최상급 운운술임을 깨달았다.
눈높이가 최상으로 올라가 있는 상태라 터득하기가 어렵지 한번 터득하면 최상급 신선술의 위력이 나타나게 되어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지성자의 수준은 되지 못했다.
지성자의 경우 운운술을 펼치면 그야말로 순간 이동이 가능해진다고 알려져 있었다.
새벽 무렵 영웅맹 총단에 도착한 백무명은 곧장 백여희를 찾았고, 마침 그녀 역시 새벽에 깨어나 있는 상태였다.
백무명으로부터 청성벌 전투 이후의 상황을 들은 백여희가 안색을 굳혔다.
“오라버니께서 내상을 심하게 입으셨다는 이야기를 장생노인께 듣긴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도 내공 사용이 어려우신 줄은 몰랐어요.”
“내가 너무 무리한 탓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운공요상을 하면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럴 시간이 없어요. 천마가 오라버니께 생사결을 제의한 것을 들으셨나요?”
“물론이다. 그일 뿐만 아니고 형산에 있던 천마신교 무사들이 천마와 성녀를 따라 십만대산으로 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백무명이 흑의무사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간단히 했다.
“오라버니 말씀 그대로예요. 요컨대 지금 상황에서 오라버니께서 영웅맹주로 복귀하시면 최소 한 달 이내에 천마에게 생사결에 관한 확답을 해줘야 해요. 한데 몸 상태가 이러하니 아무래도 곧바로 복귀하는 것은 힘들 것 같아요. 득보다 실이 많아요.”
“그럼 어쩌자는 것이냐?”
“일단은 영웅보 대공자 신분으로 돌아오시는 게 어떨까요? 부모님과 여옥이도 걱정을 많이 하고 있고, 마침 부맹주 자리가 비었으니 부맹주로 영웅맹을 다스리다가 무공이 회복되면 그때 영웅맹주 자리로 복귀하는 것이지요.”
“그게 가능하겠느냐? 그리고 갑자기 내가 어떻게 부맹주가 될 수 있겠느냐?”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영웅맹주 신물인 영웅기(英雄旗)를 갖고 계시지요?”
“물론이다.”
백무명이 지존환에서 영웅기를 꺼냈다.
지존환에 손을 대기가 무섭게 손에 하나의 작은 깃발이 모습을 드러내자 백여희도 신기해하는 표정이었다.
이 영웅기는 영웅맹이 창설되었을 때 백무명이 우연히 한 우물에서 발견한 것으로, 그 우물은 오래되어 실제 사용을 하지 않는 폐우물이었다.
영웅맹이 창설되었던 그 날 백무명은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밖을 나갔는데, 어디선가 금빛이 하늘로 솟구치는 것을 보았다.
호기심을 느낀 백무명이 그곳으로 가보니 그곳은 아무도 살지 않는 폐장원이었다.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추측이 안 될 정도였는데, 금빛 기운은 그 장원 안에서도 폐우물에서 흘러나왔던 것이다.
백무명은 곧바로 우물 안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이 영웅기를 발견했다.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진 이 깃발은 금빛이 은은해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후 영웅맹의 맹주신물이 필요하게 되자 백여희의 권유로 이 영웅기를 맹주 신물로 삼은 것이었다.
이후 영웅맹 무사들에게 영웅기를 여러 차례 선보였고, 깃발의 이름은 그 무렵에 확정이 되었다.
백여희가 미소를 지었다.
“오라버니께서 영웅맹주와 만나 그 명으로 부맹주가 되었다고 하시면 되지요. 그 증표가 바로 이 영웅기가 될 거예요. 영웅맹주는 신선계를 조사 중이라고 하면 큰 의심을 사지 않을 거예요.”
“그럴 듯하구나. 천마와의 생사결을 피하면서 시간도 벌고 영웅맹도 맹주 대리 신분으로 다스릴 수 있으니까.”
“네. 일거양득이지요.”
“좋은 생각이다. 나 또한 부모님을 더는 걱정시켜드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게 뭔가요? 오라버니 과거를 아직 모르고 계시기 때문인가요?”
“비슷하다. 내가 파악한 바로는 천마가 자신이 바로 영웅보 대공자임을 인정했다고 한다. 물론 나는 놈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성녀와 매 소저, 생사신의 이 세 사람은 천마와 영웅보 대공자가 동일인임을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지. 그런 상황에서 내가 불쑥 영웅보 대공자로 나타난다면 그들이 가만있겠느냐?”
“가짜 천마는 사소취대 명분으로 우리 가족을 모두 죽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던데 그게 사실인가요?”
“사실이다.”
“역시 그랬군요. 그 사실 하나만으로 그자는 진짜 천마가 아니에요. 진짜 천마는 오라버니가 확실해요. 이는 천마와의 생사결 때 더욱더 확실히 밝혀지겠지만, 그동안 제가 생각해본 바로는 가짜 천마가 바로 오라버니의 양신인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네요.”
“아무튼 너는 천마신교 측 반응을 무시해도 된다는 것이냐?”
“네. 오히려 천마 그놈에게 혼동을 줄 수도 있을 거예요. 게다가 천마나 성녀 등도 섣불리 오라버니가 가짜라고 주장하지 못할 거예요.”
“그 이유는 천마 그자의 과거가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냐?”
“네. 물론 놈이 영웅보 대공자라는 것은 거짓이나, 놈은 지금 성녀의 도움이 절실하므로 자신이 영웅보 대공자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거예요. 아무튼 상황이 복잡하지만 당분간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중요한 것은 오라버니께서 하루빨리 무공을 회복하는 거예요. 천마와의 생사결에서 승리한 후 영웅맹과 천마신교의 힘을 하나로 모아 우리의 최종적인 목표인 신선계를 공격하는 것이지요.”
“신선계 전부가 공격 대상이냐?”
“호호호. 그럴 리가 있나요? 흑반선회만 제거하면 될 거예요.”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내 생각에 백반선들의 도움이 없이는 힘들 것 같다.”
“신선계에 대한 기억을 많이 회복하신 것 같군요. 저번에 오라버니가 말씀하신 평등반선 그분을 다시 만나게 되면 좋으련만.”
“나도 같은 생각이다. 내가 지금 익히고 있는 신선술을 모두 터득하면 방법이 생길 수도 있을 듯하다.”
“그때가 되면 무공도 회복되겠지요?”
“그럴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때는 일반적인 내공의 중요성이 덜하게 되겠지만 말이다.”
“좋아요. 다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어서 본얼굴로 바꾸세요.”
“그렇게 하마.”
* * *
영웅보 대공자의 복귀는 무림맹 총단에 많은 화제를 불러왔다.
무엇보다 그가 영웅맹주의 명을 받아 부맹주 신분이 되었다는 점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물론 일부는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기도 했으나, 그가 맹주신물인 영웅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밝혀지자 더는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수석 군사인 백여희가 영웅맹주로부터 영웅보 대공자로 하여금 맹주 대행을 맡게 하라는 특별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까지 밝혀지자 의문의 여지가 있을 수 없었다.
영웅보 대공자 백동방, 그러니까 본얼굴로 돌아온 백무명은 왠지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가족과의 만남이 생각보다 훨씬 기뻤다.
그 가운데 이전에 가족들과 만났던 사실들이 다시금 떠오르기도 했고, 천마는 몰라도 자신이 영웅보 대공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다.
특히 백여옥은 만나자마자 무공을 가르쳐 달라고 졸라댔다.
“오라버니. 그동안 정말 어디 가신 거예요? 오라버니가 안 계셔서 제 무공이 생각만큼 빠르게 늘지 않고 있어요.”
백여옥의 말에 백무명이 껄껄 웃었다.
“미안하다. 사람들에게 밝혔듯이 신선계 흑반선들의 동태를 살피느라 그렇게 되었다. 이제 맹주께서 직접 조사하고 계시니 조만간 모든 것이 결판날 것이다.”
“한데 정말 맹주님께서 오라버니를 부맹주로 임명하신 건가요?”
“그렇다. 사실 그동안 맹주님과 비밀리에 연락했었지. 맹주님께 직접 무공을 배우기도 했었고 말이야.”
“그랬었군요. 하지만 보는 사람이 많으니 조심하셔야 할 거예요. 갑작스럽게 부맹주 감투에다가 맹주 대행까지 맡게 되어 시기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알겠다. 내가 부맹주가 되었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당분간 맹의 일은 대부분 여희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사실 나는 내상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운공요상에 주력해야 한단다.”
“아! 그게 정말인가요? 내상이 심하세요?”
“죽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내공 사용에 문제가 있으니 여희 너의 무공을 봐주는 것은 나중에 해주마. 다만 구결 해석은 틈틈이 도와주마.”
“네. 그것만이라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지금은 내상 회복이 급선무이니 운공요상에 주력하도록 하세요. 그래야 조만간 오라버니의 무공을 사람들 앞에서 선보일 수 있지 않겠어요? 한데 정말 오라버니가 반선 네 명을 제거했었나요?”
“소림사에서 말이냐?”
“네. 맹주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던데요?”
“사실이다. 운이 좋았지. 아마 그 때문에 나를 부맹주로 임명하신 것 같다.”
“역시 그랬군요. 하지만 너무 오래 실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말들이 있을 거예요. 사실 오라버니 무공을 직접 본 사람이 매우 드무니까요.”
“알고 있다. 그럼 나는 먼저 돌아가서 운공요상을 해야겠다.”
“네. 쉬세요.”
부맹주 처소로 돌아온 백무명은 운공요상에 들어갔다.
백운목과 장씨부인, 즉 부모님과의 만남은 그에게 깊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고 아직 그 여파가 남아 있었다.
‘어쩌면 신선술 연마보다 가족들과의 만남이 내 기억의 완전 회복에 도움이 될듯하구나. 문제는 여옥이 말대로 무공 회복인데 원래 계획대로 신선술 연마에 주력해야겠다. 다행히 운운술 연마 성공으로 상당한 양의 신선술을 펼칠 수 있게 되어 전망은 밝은 편이다.’
백무명이 가부좌 자세로 눈을 감고 깊은 묵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무사 한 명이 급히 들어왔다.
“무슨 일이오?”
“긴급 작전 회의가 결정되었습니다. 지금 바로 취의청으로 가보십시오.”
“긴급 작전 회의? 혹시 무슨 일이 생겼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수석 군사께서 부맹주님을 모셔오라고 하셔서.”
“알겠소. 곧바로 가겠소.”
“네. 그럼.”
무사가 처소에서 나가자,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다.
부교주이자 맹주 대행 신분으로 작전 회의 참석은 당연했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은 백여희 선에서 처리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한데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긴급회의가 열리니 그도 당황할 만했다.
‘무슨 일일까?’
백무명이 궁금해하며 취의청으로 향했다.
취의청에는 백여희를 비롯해 백여 명의 지휘부 고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직 회의 시작 전이었는데, 백무명은 도착한 후 지휘부 고수들과 정식으로 통성명을 했다.
영웅보 대공자로서의 얼굴을 처음 보는 사람도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었다.
옆에 앉은 장생노인이 물었다.
“그래, 맹주님께서는 내상이 회복되셨습니까?”
“네. 완벽하지는 않으나 청성벌 전투에서 입은 내상을 회복하신 것으로 압니다.”
“정말 다행이군요. 급히 몇 가지 당부를 하고 떠나실 때 안색이 좋지 못하셨는데 무사하시다니 기쁩니다. 한데 아직 완전하지 않은 몸으로 신선계를 조사하러 가셨다고 하니 걱정이 큽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맹주님께서 워낙 의지가 강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마 곧 돌아오시지 않을까 합니다.”
백무명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영웅보 대공자의 무공이 강하다고 해도 영웅맹주만큼 믿음을 주기는 어렵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 사람이 동일인물임을 지금 밝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백무명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천마와의 생사결이 끝난 후 모든 기억을 되찾게 되면 내 신분들을 모두 공개적으로 밝혀야겠구나. 어차피 흑반선들을 상대하려면 정사를 따지지 않고 전 무림이 힘을 합쳐야 하니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이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