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Return to Home RAW novel - Chapter (201)
백무명, 아니 백엽과 불사마왕 두 사람의 대치는 계속되고 있었다.
삼장 거리를 두고 말없이 서로를 바라만 보고 있는 두 사람.
이미 영웅맹, 천마신교, 혈교 무사들이 모두 보는 자리에서 두 사람의 진정한 신분은 밝혀진 상황.
진실을 알게 된 무사들의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먼저 불사마왕이 실은 전대 천마신교 교주라는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본인이 그 세세한 과정을 직접 밝혔기 때문에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사람은 바로 백엽이었다.
당대 영웅맹주였던 그가 실은 천마신교 교주이기도 하다는 사실.
다른 신분은 제쳐두고라도 이 두 신분만으로도 놀라움은 극에 달했다.
그 의미 또한 매우 컸다.
백엽이 두 세력의 수장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 무림의 통합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굳이 애써 동맹을 맺지 않더라도 절대자 한 명의 지시를 함께 받게 되면 그것만으로 단합의 의미가 컸다.
특히 미증유의 힘을 지닌 것으로 판단되는 신선계 흑반선들과의 싸움을 앞두고 꼭 필요한 지휘체계였다.
침묵을 지키던 불사마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예상대로 무형의 기세가 대단하군. 혹시 죽음 직전에 깨달음을 얻은 것이냐? 기억도 그 과정에서 되찾은 것이고?”
“그렇소. 운이 좋았던 것 같소.”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그 역시 조금 전 불사마왕과의 무형의 기세 대결을 해본 후 약간 긴장하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승패를 장담할 수 없었다.
특히 백엽 자신이 일종의 부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불사마왕은 이미 양신의 굴레를 벗어난 상황이었다.
얼핏 그것은 모순된 상황이었지만, 실제로 두 사람은 최선의 결과를 얻고 있는 중이었다.
불사마왕은 양신의 한계를 벗어나 본신의 능력까지 얻어 무공이 최고조로 높아져 있었고, 백엽 또한 모든 기억을 회복함과 동시에 깨달음을 얻어 그 경지가 비약적으로 높아져 있었다.
불사마왕이 껄껄 웃었다.
“솔직히 백엽 네가 다시 살아났을 때 우려가 컸다. 내가 얻은 능력이 다시 소멸하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하지만 우려는 우려일 뿐 내가 도달한 궁극의 경지에 그 어떤 훼손도 없었다. 물론 무공 최후의 경지라는 지성에는 못 미치지만 너 정도는 충분히 죽일 수 있을 것 같구나.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우리 두 사람 중 승자가 무림을 다스리게 될 것이다.”
“무림은 누가 다스리는 것이 아니오. 그저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오. 허울뿐인 무림왕이라는 자리에 현혹되지 말고 지금이라도 헛된 야욕을 포기하시오. 그러면 목숨만은 구할 수 있을 것이오.”
“후후후! 네놈이 실력이 안 되니까 심리전을 펼치는구나. 하지만 내게는 통하지 않는다. 내가 한때 네놈의 양신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거라. 나는 네놈의 약점을 모두 알고 있다.”
“상대의 약점을 안다고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아니오. 하지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오. 그런 의미에서 그대 역시 큰 약점이 있소.”
“그게 무엇이냐? 나는 이미 내가 현재 도달할 수 있는 궁극에 달했다. 지성자는 그야말로 이론상의 경지라 실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의 최고봉에 도달한 사람이 바로 나라고 할 수 있지.”
“자신감이 대단하구려. 그렇다면 흑반선회주와 비교하면 어떻소? 그와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있소?”
“회주께서는 내 후원자이신데 어찌 그분과 능력을 비교할 수 있단 말이냐?”
“쉽게 말씀드리겠소. 그대는 이미 정신적으로 흑반선회주의 노예가 되었소. 그를 벗어날 수 없고 설사 오늘 나를 이긴다고 해도 꼭두각시 노릇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오. 그러한 의존심이 지성자로 도달하기 불가능하게 만드는 한 요소인 것이오.”
“시끄럽다. 입만 살았구나. 시작하자.”
“좋소.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겠소.”
“뭐냐? 혹시 성녀와 매영설, 생사신의의 행방을 알고 싶은 것이냐?”
“그렇소. 나는 그들 세 사람이 처형되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소. 그대가 진정 사내대장부라면 치졸하게 인질로 상대를 흔들지는 않으리라 믿소.”
“후후후! 그래, 네 말대로 그들은 살아있다. 하지만 이곳에 없다.”
“어디로 보냈소?”
“그들 세 사람은 신선계로 갔다. 내가 보낸 게 아니라 흑반선회주께서 직접 데려가셨다.”
“그가 직접 이곳에 왔었소?”
“그건 아니다. 다만 오늘 새벽 무렵 특수 이동대법으로 그들 세 사람을 데려가셨지. 이제 그들이 무림으로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그냥 내가 목을 베었다고 말한 것이다.”
“좋소. 그 말을 믿겠소. 영웅맹과 천마신교 무사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생사결을 시작합시다.”
“좋다. 한데 왜 혈교 무사들은 빠트리느냐?”
“그들은 오늘 이곳에서 제거될 것이오.”
백엽의 말에 혈교 무사들이 흠칫했다.
지휘권을 승계한 혈교 부교주 혈혈노인이 소리쳤다.
“백엽! 네놈이 본교를 우습게 보니 설사 네놈이 이겨도 절대 충성을 맹세하지 않을 것이다. 불사마왕님. 차라리 백엽 저놈의 제거는 본교에게 맡겨주십시오.”
“하하하. 고마운 말이나 잠시 기다리시오. 내가 직접 저놈을 죽여야 영웅맹을 접수할 수 있지 않겠소?”
불사마왕이 천마검을 높이 들었다.
백엽 역시 지존검을 비스듬히 들었다.
불사마왕이 물었다.
“지금 보니 보통 검이 아니군. 검 이름이 무엇이냐?”
“지존검이라고 하오.”
순간, 무사들의 놀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존검이라면 천하제일검이 아닌가?”
“신검!”
불사마왕이 인상을 찌푸렸다.
“지존검이 네놈에게 있다는 것을 내가 왜 몰랐었지? 성녀와 매영설, 생사신의 세 사람은 네놈이 지존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
“그렇소. 하지만 그들 역시 그 사실을 입 밖에 내지 않았을 것이오.”
“그 이유는?”
“그것은 바로 그대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을 것이오. 자신의 진짜 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어찌 믿을 수 있겠소?”
“그것은 다만 백엽이라는 이름이 잠시 생각나지 않았을 뿐이다. 그건 그렇고 그 검이 지존검이라는 증거가 있느냐? 네 말만 믿고 사람들이 인정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대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오? 그대가 들고 있는 천마검이 진짜라는 증거가 있소?”
“이 천마검은 회주께서 직접 주신 것이다. 어찌 가짜일 수가 있겠느냐? 이미 검증도 끝났고 말이다.”
“검증은 이제 시작이오. 지존검과 천마검 중 먼저 부러지는 쪽이 가짜 보검일 것이오.”
“회주께서 내게 가짜 천마검을 주셨다는 말이냐?”
“그렇소. 사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지존검은 천계의 보검이고, 천마검은 마계의 보검이오. 본교를 창설한 천마 조사께서 잠시 천마검을 사용하신 적은 있으나, 이후 다시 마계로 천마검이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소. 이는 그만큼 천마검이 중요하기 때문이오. 한데 그런 귀중한 검을 꼭두각시에 불과한 그대에게 줄 리가 있겠소?”
“믿을 수 없다. 천마검에 관한 그러한 허무맹랑한 말은 누구에게 들은 것이냐?”
“지존검을 얻게 된 후 저절로 알게 되었소. 지존검과 천마검은 서로 숙적이라 할 수 있어, 상대의 기억을 보존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소. 서론이 길었소. 이제 정말 승부를 내봅시다.”
“후후후! 좋다. 아무리 네놈이 개소리를 늘어놔도 내 적수는 못될 것이다.”
불사마왕이 천마검을 높이 들었다.
백엽 역시 지존검을 비스듬히 세웠다.
순간 두 사람이 내뿜는 기의 파동으로 비무대 전체가 흔들렸다.
숨죽이고 관전하던 무사들도 그 압력을 느꼈는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선공을 가한 것은 바로 불사마왕이었다.
천마검을 그대로 백엽의 머리 위로 내리친 것이었다.
쐐애액.
조금 전과 달리 마치 공간을 접은 듯 전광석화 같은 속도였다.
절대쾌검식라고나 할까.
백엽이 지존검으로 막으려 했을 때는 이미 늦어 천마검이 머리에 닿기 직전이었다.
“아!”
“저런!”
무사들의 다급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대부분 영웅맹 무사들의 탄식이었으나, 천마신교 무사들의 것도 상당했다.
하지만 정수리로 파고든 천마검은 그야말로 깨끗하게 백엽의 몸을 양분하고 말았다.
“하하하!”
불사마왕이 득의에 찬 목소리로 껄껄 웃었다.
사실 그 역시 실제로 백엽을 죽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한데 일검에 성공하자 매우 기뻐하는 그였다.
바로 그때였다.
그의 뒤에서 한 목소리가 들렸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오.”
불사마왕이 깜짝 놀라며 신형을 돌렸다.
분명 죽은 백엽의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환각인가?’
불사마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신형을 돌렸을 때였다.
담담히 서 있는 백엽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 전 두 동강 난 사람 같지 않게 멀쩡한 모습이었다.
불사마왕으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너는 조금 전 죽지 않았느냐?”
“죽음이란 원래 없는 것이오. 그대는 없는 것에 집착했고, 그 집착이 너무 심해 환각을 본 것이오. 그대의 가슴을 보시오.”
백엽의 말에 불사마왕이 자신의 가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존검이 깊숙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전까지 조금의 고통도 느끼지 못했던 불사마왕이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피를 토했다.
푸화확.
지존검이 뽑히며 더 많은 피분수가 솟구쳤다.
동시에 들고 있던 천마검도 떨어뜨렸는데,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동강 나고 말았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일까.
사실은 처음부터 백엽의 승리였다.
지존검으로 천마검을 막은 후 곧바로 불사마왕의 가슴을 꿰뚫어버렸던 것.
관전하던 무사들은 워낙 전투 상황이 빨라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마지막에 불사마왕이 지존검에 가슴을 뚫린 채 쓰러지는 모습은 볼 수 있었다.
한데 불사마왕은 왜 자신이 승리한 환각을 봤을까.
이는 바로 이번 대결이 실은 깨달음의 대결이었기 때문이었다.
깨달음의 대결은 그 마음이 중요한데, 어떤 때는 눈으로 보이는 광경보다 우선하게 된다.
불사마왕의 경우 승리에 대한 집착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패배 역시 처음에는 승리로 착각했던 것이었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환각은 상대였던 백엽 또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집착을 버렸기 때문에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었다.
‘실력은 큰 차이가 없었다. 집착의 차이였을 뿐.’
백엽이 지존검을 휘둘러 불사마왕의 목을 벴다.
지존검은 천하제일검답게 불사마왕이 익힌 불사신공마저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따라서 그가 부활하리라는 우려는 없었다.
하지만 깨달음의 대결답게 심력 소모가 극심했던 탓일까.
백엽이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바로 그때였다.
기회를 노리던 혈교 부교주 혈혈노인이 소리쳤다.
“백엽 저놈을 죽여라!”
와아아.
불안감을 느끼던 혈교 무사들이 엄청난 함성과 함께 백엽 쪽으로 몰려갔다.
영웅맹과 천마신교의 오십만 병력에 비하면 병력이 모자라나, 백엽만 제거하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인 것 같았다.
백엽이 몸을 바로 한 후 소리쳤다.
“영웅맹과 천마신교 무사들은 들어라! 영웅맹주로서, 그리고 천마신교 교주로서, 명한다. 혈교 놈들을 소탕하라! 한 놈도 빠짐없이 제거해야 할 것이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와아아.
영웅맹과 천마신교 무사들이 함성과 함께 혈교 무사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마침내 전면전이 벌어진 것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백엽이 사자후를 터뜨렸다.
“우우우우!”
강력한 음파가 대연무장에 가득했다.
한데 혈교 무사들만 비틀거리며 맥을 못 추는 게 아닌가.
반면 영웅맹과 천마신교 무사들은 멀쩡했다.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왔다.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된 것이었다.
혈교 무사들의 비명이 대연무장에 가득하며 그야말로 지옥도가 펼쳐졌다.
“으윽!”
“크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