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s First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139
천하제일 시한부 (139)
“그, 그게 무슨……? 분명 모른다고 하지 않았소?”
“어색하더라고.”
텁!
난 말과 함께, 천천히 남궁무린을 벽 끝까지 몰아붙였다.
남궁무린의 동공이 잘게 떨렸다.
확실히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 보였다.
“아까 남궁진성의 얘기가 나왔을 때.”
난 당황한 남궁무린의 표정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웠다.
“당황하더라고. 눈동자의 초점은 방향을 잃고 애써 침착을 유지하려는 그 태도.”
“나, 나는…….”
확실히 이상했다.
남궁무린은 눈에 띄게 당황했으니까.
“어딨는지…… 알고는 있는 것 같군?”
내 말에 남궁무린이 입을 꾹 닫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내 고민을 끝낸 남궁무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확실히 알지는 못하오.”
이전보다 호흡이 더 차분해진 듯 보였다.
“하지만 의심 가는 곳은 있소.”
말을 꺼내는 지금도 남궁무린은 계속해서 망설이는 듯했다.
곧이어 남궁무린이 마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안휘성 남쪽, 장강을 건너 쭉 내려가다 보면 구화산이라는 곳이 나오오.”
“구화산? 알지.”
구화산을 직접 가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익숙하게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땡중들이 많은 곳이잖아?”
“…….”
내 말에 남궁무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전에 그곳에 남궁가의 안가를 만들어 둔 적이 있소.”
“안가?”
“맞소. 안가.”
“후후, 구화산에 안가라…… 허면 사찰을 지었단 것인가?”
“맞소.”
오호, 꽤나 괜찮은 수법이다.
설마하니 사찰로 위장한 안가가 있을 줄이야.
“주기적으로 그곳을 관리하던 인원이 있었소. 하지만…….”
“연락이 없었겠군? 꽤나 오랫동안.”
“맞소.”
난 이내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남궁무린에게서 등을 돌렸다.
“안가라…… 확실히 의심되는 곳이긴 해.”
수상하다고 생각되는 곳은 직접 다 찾아보는 것이 상책이다.
“내가 직접 찾아보지.”
“찾아서 어쩔 생각이시오?”
남궁무린의 물음에 난 뭔 그런 질문을 하냐며 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죽일 작정이시오?”
남궁무린이 조심스레 물었다.
난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걸.”
분명 남궁진성은 다시 주씨세가를 찾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오기 전에 찾아서 죽인다.
그것이 내 방식이었다.
“어차피 여기서 얻을 건 없는 것 같고.”
아니지.
얻긴 했다.
남궁진이라는 꽤나 귀한 인재를.
잘만 키운다면 반드시 은혜를 갚을 놈이다.
저놈은.
“볼일은 끝이다.”
난 말과 함께, 그대로 방을 빠져나갔다.
* * *
남궁세가에 볼일은 없어졌다.
난 서희와 종서, 그리고 남궁진을 데리고 빠르게 남궁세가를 벗어났다.
“저희 아버지께서 뭐라 그러시던가요?”
뒤따르던 남궁진이 물었다.
난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별말 없던데.”
“그렇군요.”
남궁진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만 물어도 되겠습니까?”
남궁진이 조심스레 물어왔다.
“뭘?”
내 말에 짧게 심호흡한 남궁진이 이어 물었다.
“저희 남궁가의 비급. 제왕검형을 어떻게 얻게 되신 겁니까?”
* * *
남궁상.
남궁세가의 전대 가주, 남궁천의 아비로 남궁진이나 남궁진성에게는 조부가 되는 인물이다.
오 년 전쯤 되었던가?
당시 마교의 분위기가 심상찮음을 감지하고 정천맹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날이 있었다.
청해성 인근에서 마교에 대한 조사로 인해 풀어 둔 신기검단에게서 연락이 도착했다.
“수상한 동굴을 발견했다?”
난 그 보고에 즉각 편지에 쓰여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정천맹이 있는 청해호 부근에서 발견된 그 수상한 동굴은 겉보기에도 의심스러울 만큼 너무도 인위적이었다.
“허.”
난 동굴을 보는 순간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동굴을 만들어 낸 그 모양새가, 꼭 검격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는 본능적인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동굴은 상당히 깊었다.
하지만 벽의 단면은 너무도 매끄러웠고, 주변에 일체 충격을 주지 않은 듯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스릉.
난 호승심에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전하결을 운용해 일 검을 천천히 내뻗었다.
스가악―!
소름 끼치는 파공성과 함께, 검에서 뭉클 일어난 강기가 그대로 동굴의 벽면을 얇게 저미고 지나갔다.
내가 날려 댄 탄강은 그대로 동굴 벽면을 또 한 번 정교하게 잘라 갔다.
정말이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그냥 훅하고 검을 내뻗은 것 같지만, 외부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한 고도의 계산도 필요했다.
난 이내 검을 갈무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소 화경의 문턱을 넘은 자다.”
내가 전력으로 펼쳐야만 보일 수 있는 검격이다.
그것도 검으로 펼쳤으니, 같은 검수인 난 자연스레 호승심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난 천천히 호기심을 품고 동굴 안으로 발을 들였다.
동굴은 상당히 깊었다.
중간중간, 계속해서 발출된 검흔이 보였다.
단 한 번에 이 정도의 깊이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흠.”
얼마나 들어갔을까.
정확히 일직선으로 뚫린 동굴의 끝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내게 연락을 보냈던 신기검단의 단원 중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충!”
신기검단이 이내 짧게 목례를 취했다.
“여기서 뭘 하고 있던 거지?”
“여기를 좀 보시겠습니까?”
단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끝에 있는 벽면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고는 이내 주먹을 쥐고 톡톡 벽면을 두드렸다.
딱딱!
마치 단단한 거석이 막고 있는 듯 둔탁한 소리가 울려펴졌다.
별로 이상할 것이 없었다.
우웅!
순간 단원이 기운을 일으켜 주먹에 기운을 머금고는 그대로 벽면을 세게 후려갈겼다.
터엉―! 고오오오오―!
동시에 귀를 울리는 진동음.
벽면 뒤에 무언가 공간이 있다는 뜻이었다.
“허.”
“지름이 꽤나 두꺼워 보이는데…… 이걸 사람이 세웠을까요?”
단원의 말에 난 이내 의심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상했다.
철컥―!
난 이내 검을 끌어 내렸다.
그러고는 짧게 호흡해 벽면을 향해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월하무.’
춤을 추듯 일어선 기운이 전신을 빠르게 휘감았다.
터덥!
일보를 내딛고 그대로 벽면을 향해 검을 천천히 내리그었다.
투콰앙―!
고도의 심력이 필요했다.
천장이 무너지지 않게 힘을 안배하고, 정교하게 탄강을 발출했다.
이내 강기를 맞은 벽면의 한 가운데가 쩍 갈라졌다.
꽈릉―!
동시에 탄강을 그대로 폭사시켰다.
벽면에 스며든 강기가 마치 화탄이 터지듯 그대로 폭발했다.
쿠르릉―! 우두두둑―!
무너진 벽면의 잔해가 그대로 굴러떨어지고, 이내 벽면 뒤쪽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텅 빈 공동.
그리고 그 안에 든 것은 다름 아닌 한 구의 사체였다.
“허?”
난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안으로 발을 들였다.
잔뜩 긴장한 수하 놈도 검을 뽑아 들고 천천히 뒤를 따랐다.
“죽은 지 꽤 된 것 같은데?”
난 사체 상태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태로 봐서는 거의 백골에 가까울 만큼 심하게 부패됐다.
하지만 부패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즉, 시체 썩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어찌 보이나?”
난 수하를 향해 물었다.
수하 역시 뭔가 이상하다는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입을 열었다.
“너무도 인위적입니다. 마치 고대의 묘를 연상시키게 하는…….”
묘.
일리 있는 말이었다.
뭐 사체를 살려 내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난 이내 납득하며 시체를 향해 가까이 다가섰다.
“음?”
문득, 시체가 무언가를 끌어안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난 조심히 시체의 손을 풀어 생전 그가 쥐고 있던 그 무언가를 잡아 가져왔다.
그것은 낡은 천으로 둘러져 있었는데, 그것을 펼쳐 보니 안에서는 총 세 권이 비급이 놓여 있었다.
“제왕검형, 천뢰기.”
다른 하나의 이름은 지워져 미처 읽지 못했다.
아무튼 그렇게 서책의 이름을 확인한 나는 놀란 눈으로 시체를 바라보았다.
“남궁가의 인물인가?”
“제왕검형이라면…… 남궁세가의 상승검법이 아닙니까? 그것도 가주에게만 전승된다는…….”
“오호.”
난 이내 자리에서 일어서 내가 들어온 벽면을 향해 돌아섰다.
이 벽면을 뚫어 버린 저 검격.
아무래도 저렇게 동굴을 깎아 버린 것이 제왕검형이란 이 검술인 것 같았다.
“미친 검술이군.”
확실히 강력하다.
하지만 그뿐, 내 흥미는 금방 죽어 버렸다.
당시에 난 남궁가고 뭐고 마교의 동향이 더욱 궁금했었으니까.
* * *
“그런 사연이…….”
남궁진이 침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전 조부님의 얼굴도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태어났을 때 이미 세가에 계시지 않았으니까요.”
“그럴 수 있지. 아무튼 네가 직접 따르겠다고 했으니 이건 명심해라.”
“어떤 것입니까?”
남궁진이 조심스레 되물었다.
난 이내 그를 향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설령 네 아비라도 마공에 조금이라도 연관이 되어 있다면 그대로 죽여 버릴 거다.”
“…….”
“이해했나?”
“이해는 못 했습니다.”
남궁진이 솔직하게 말을 이었다.
“왜 굳이 사람을 죽여야 합니까? 마공의 위험함은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 해서 곧장 죽여 버릴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충분히 다시 원 상태로…….”
“그렇게 안 되기 때문이다.”
난 단호하게 남궁진의 말을 잘랐다.
“마공이 진정 무서운 것은 중도에 포기할 수가 없기 때문이지. 우리는 무공을 배우다 지치거나 질리면 그만두면 돼.”
“네.”
“하지만 마공은 그럴 수가 없다. 계속해서 피를 탐하고 살을 갈구하며, 종래에는 그렇게 살인만을 반복하는 살인귀가 되기 마련이다.”
여직껏 그래 왔듯이.
열이면 열 마인이란 족속들 모두가 그러했다.
그럼에도 이해하지 못하는 남궁진을 보며 난 피식 웃었다.
“나랑 있게 되면 보게 될 거다. 내가 왜…….”
까득―!
난 이빨이 부서져라 질끈 이를 악물었다.
그러고는 마저 말을 이었다.
“마인들을 그토록 증오하는지.”
* * *
“주서진이 미끼를 물었습니다.”
수하의 보고에 한 사내가 이내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듣자 하니, 변천의 십이월도 실패한 것 같더군.”
“아무래도 ‘암시’의 정수를 주서진이 가져간 것으로 보입니다.”
“웃긴 일이지. 정수를 흡수할 수 있는 이가 우리 ‘줄기’들 말고도 또 있다니.”
사내는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꽤나 건장한 체격에 키는 방금 전 보고를 올린 수하보다 머리통 세 개만큼은 더 커 보였다.
“변천은 어차피 허접쓰레기들. 돈만 있으면 다 되는 줄 아는 머저리들 집단이었다.”
“직접 움직이시려 하십니까?”
수하의 물음에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른편에 놓인 거치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곳에는 자신의 키만큼이나 거대한 대검이 놓여 있었다.
아니, 검이라고 보기엔 도라고 보는 편이 맞았지만 도라고 하기에는 또 양날에 날이 붙어 있었다.
이백 근이 넘는 어마어마한 무게임에도 사내는 한 손으로 검을 들어 한쪽 어깨에 가볍게 걸쳤다.
그러고는 이내 대전을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천제께서는 ‘줄기’들의 행동을 통제하라 명하셨습니다.”
“…….”
수하의 말에 사내가 스산한 눈빛으로 수하를 돌아보았다.
“죽고 싶나?”
사내의 물음에 수하가 이내 푹 고개를 숙였다.
지금 여기서 저 ‘줄기’, 양천맥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차피 유천 쪽에서 마인들을 움직였습니다. 굳이 몸을 움직이실…….”
“그딴 대가리만 굴리는 놈들을 믿고 있을 수는 없다. 직접 찾아서 죽인다.”
이내 양천맥의 전신에서 항거하기 힘든 거대한 기운이 터져 나왔다.
쿠르릉―!
단순히 기운을 일으킨 것만으로도 대전이 무너질 듯 뒤흔들렸다.
쩍―!
이내 양천맥의 신형이 감쪽같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