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s First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196
천하제일 시한부 (196)
천마신교.
공식적으로 집계된 마인들의 숫자만, 이만이 넘는다.
집계되지 않은 숫자까지 헤아리면 족히 오만은 가뿐하게 넘길거라는 우려의 말도 나온다.
어찌됐든 마인들은 대부분 소속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흘러, 흘러 천마신교의 아래에 들어서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이들도 많았다.
진천마가는 그런 마교에서도 모두가 들고 싶어 하는 최강의 가문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가문이었다.
“…….”
비천봉 정상.
곤륜산의 열두 봉우리 중 하나다.
난 유천과 사군자들을 이끌고 비천봉 정상에 도착했다.
진천마가는 바로 이곳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진천마가의 가주는 보이지 않습니다.”
유천이 나직이 읊조렸다.
“아마 이곳에 나오진 않았을 거다. 낙화봉을 무너뜨리는 데 주력하고 있겠지.”
오히려 잘됐다.
진천마가가 세력을 나눠 따로 떨어져 있다면 각개격파가 더욱 쉬워질 테니까.
“전호.”
이내 난 저 멀리 전호를 발견하고는 눈을 빛냈다.
탈마경 초입에 근접한 전호다.
하지만 예전 탈마경 말입에 진입했던 남궁진성보다 강하다.
그건 속성으로 단기간에 마공에 취해 익혔던 남궁진성이 경지상으로는 몇 계단 뛰어넘을 수 있어도 상위의 마공을 익힌 전호보다 깨달음의 문턱이 매우 낮았음을 의미한다.
“확실히 까다로운 상대인데.”
전호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전호는 현재 나름 부상을 입고 치료 중이었다.
하지만 그 주변에 움츠리고 있는 저 열한 명의 존재들이 더 거슬렸다.
“십이마존.”
전호를 포함해 총 열둘로 이루어진 놈들이다.
전대 천마에게 마존이란 지위를 내려받았고, 그만큼 마교 내에서도 무공으로 인정을 받았단 소리다.
“저놈들뿐만이 아니지.”
진천마가가 진정 까다로운 이유는 또 있었다.
십이마존을 상대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홀로 충분히 저들 모두를 상대할 자신은 있었으니까.
하지만 십이마존을 처리하다 보면 반드시 등장할 사태두.
그들이 문제였다.
“사태두는 더한 놈들이란 말이지.”
그들은 면면히 전호와 비슷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괴물들이다.
심지어 더욱 악랄한 성정을 지녀 마교 내에서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들었다.
실제로 만나 본 적은 없지만, 정천맹의 정보였으니 확실할 것이다.
“단주님.”
그때 조용히 유천이 날 불렀다.
“정면에 보이는 길목에 호위 두 명만 제치면 바로 치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음.”
그의 말대로다.
기감을 극한까지 키워 뻗어봐도 호위 둘을 제외한 나머지 마인들의 기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저곳에 십이마존밖에 없다는 건가?”
난 이내 검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유천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만약 수상한 낌새가 보이면 내게 즉각 보고하라.”
“알겠습니다.”
유천이 짧게 고개를 숙이고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척―!
난 이내 몸을 날려 아래쪽에 있는 길목에 가볍게 착지했다.
제법 높이가 되었지만, 그건 내게 하등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음?”
내 기척을 느낀 호위 한 놈이 내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촤아악―!
그대로 난 섬보를 동반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 놈의 목을 그어 버렸다.
피 분수가 뿜어져 나오고 성대가 잘린 놈은 한마디도 내뱉지 못한 채, 그대로 땅을 뒹굴었다.
“헛……!”
서걱―!
동시에 맞은편에 있던 놈 하나까지.
찰나에 두 놈을 베어 버린 나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천천히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렇군.’
난 이내 상황을 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곳에는 십이마존들밖에는 없다.
아마도 전호의 부상 때문에 사기의 저하를 고려해 일부러 외딴곳에 이들을 배치해둔 듯싶었다.
‘원래는 이딴 것 하나 신경 쓰지 않던 놈들이었는데…….’
확실히 마교의 분위기도 뭔가 달라졌다.
뭐랄까.
조금 더 체계적이고, 잘 정련된 느낌?
예전처럼 무차별적으로 피를 탐해 움직이던 놈들이 아니란 뜻이다.
“목적성을 제대로 갖췄단 말이지.”
그들의 눈빛만 봐도 답이 나온다.
확고한 신념.
그저 강자 밑에 모여든 것이 아니라, 뭔가를 이룩하기 위한 그런 신념 같은 것이 눈빛마다 서려 있다.
“조금 힘들 수도 있겠군, 이번 싸움은.”
스릉―!
난 이내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췄다.
아직 내 기척을 눈치채지 못했을 때, 적어도 두 놈만은 처리해야 했다.
텅―!
이내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려 정면에 보이는 한 놈의 복부에 그대로 검을 쑤셔 박았다.
상대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
콰직―!
“큭……!”
외마디 비명과 함께, 놈이 쓰러졌다.
난 황급히 놈의 신형을 붙잡고 조심히 땅에 내려놓았다.
혹시라도 작은 소음이라도 새어나가면 놈들이 눈치챌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쉽게 갈 수도 있는 싸움을 굳이 돌아갈 필요는 없지.’
난 다음 상대를 찾아 시선을 돌렸다.
‘군막 안에 두 놈, 군막을 지키는 놈이 두 놈.’
그리고 외부 경계를 펼치고 있는 나머지 일곱 명까지.
위치 파악은 끝났으니 난 그대로 외부를 빙 돌아 다음 상대를 향해 나아갔다.
“웬…….”
작은 기척을 느꼈던지, 내가 목표로 한 상대가 내 쪽을 향해 돌아섰다.
텁.
난 그대로 놈의 입을 막고 검으로 놈의 명치를 꿰뚫어 버렸다.
“끄륵…….”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놈의 신형이 허물어졌다.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졌다.
남은 놈은 전호를 포함해 총 열 놈.
최대한 바깥쪽에 삐져나온 놈들은 쉽게 처리했으나, 지금부터가 문제다.
세 놈의 시선이 같은 방향을 취하고 있다.
한 놈을 죽이면 반드시 다른 두 놈이 이쪽을 볼 것이다.
난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최단거리에 있는 놈을 잡고, 놈이 소리를 지르기 전에 빠르게 남은 두 놈들의 명줄을 따야 한다.
스릉―!
난 이내 등에 매달린 검을 뽑아 들었다.
예전 정천맹에서 사용하던 검이다.
좌수에는 예전 내 검과 우수에는 먹쇠 아재의 선물인 새로운 검이 들려 있다.
‘후후.’
이럴 때 이게 또 도움이 될 줄이야.
“무인은 절대 손에서 무기를 놓지 않는다고…….”
웃기는 소리.
뒤지기 싫으면 뭐라도 해야 하는 법.
파밧―!
난 그대로 섬보를 일으켜 가장 가까운 놈을 향해 빠르게 달려나갔다.
촤악―!
놈의 목을 긋고, 나머지 두 놈이 그대로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휘릭―!
내 좌수를 떠난 검이 제일 뒤편에 있던 놈의 미간에 정확히 꽂혀 들어갔다.
칠성의 공력이 가미된 검이니만큼, 대비하지 못했다면 절대 막아 낼 수 없다.
털썩―!
놈이 무릎을 굽혀 쓰러지기도 전, 난 또 다른 상대의 면전에 도달해 있었다.
“안녕?”
상대를 향해 조소를 날려 준 뒤, 그대로 난 검을 들어 안면을 내리찍어 버렸다.
콰직!
세 놈을 처리하는 데 고작 촌각.
우득!
굳은 몸을 풀기에 딱 좋은 시간이다.
움찔.
하지만 순간 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신기검단주.”
전호.
놈이 꽤 먼 거리에서 날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다.
“덩치에 안 맞게 예민하긴.”
난 피식 웃었고, 전호 역시 입꼬리가 찢어져라, 광소를 머금었다.
“신기검단주!”
놈의 우렁찬 외침이 봉우리 전역을 뒤흔들었다.
‘온다.’
난 이내 자세를 낮추고 전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전호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의 마존들이 덤벼들기 시작했다.
촤르륵―!
땅을 긁는 쇳소리와 함께, 놈들의 공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까강―!
검을 들어 가장 먼저 짓쳐 든 놈의 쇠사슬을 막아 낸 난 그대로 튕겨 나간 반동을 심어 신형을 틀어 반대로 달려나갔다.
마존들이 그대로 내 뒤를 쫓기 시작했다.
팟!
어느 정도 거리가 되자, 난 그대로 거리를 멈춰 세움과 동시에 방향을 틀었다.
스각―!
놈들은 정신없이 따라왔고, 내가 갑작스레 멈춰 서자 그 속도를 미처 이겨 내지 못했다.
당연히 내 섬보는 단거리에서 최강의 속도를 자랑하고.
퍼걱―!
한 놈의 모가지가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짜릿한 손맛에 난 잘게 몸을 떨었다.
스슷―!
마치 유령이 기어오는 듯한 소름 끼치는 소리다.
존재감이 희미해진 마존 중 하나가 내 뒤를 급습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고.”
쩌엉―!
난 그대로 허리를 접어 놈의 명치에 발끝을 꽂아 넣었다.
십성 공력을 머금은 발길질이니만큼, 꽤 아플 거다.
치익―!
난 그대로 치마로 바닥을 쓸어 내듯 꽤나 범위를 늘려 하단부를 쓸어 버렸다.
자욱한 흙먼지가 시야를 한껏 가렸다.
찰나간 놈들은 움찔했고, 내게 그 정도의 움찔거림은 곧 치명적인 기회로 작용한다.
텅―!
스각―!
땅을 박참과 동시에 한 놈의 목을 따고.
스륵.
그대로 베어 낸 검격의 범위를 따라 몸을 회전시켰다.
휘리리릭―! 촤악―!
또다시 한 놈.
“물러서라!”
그때 전호가 크게 소리쳤다.
“신기검단주에게 그런 개싸움은 절대 통하지 않지.”
오호, 역시 다르긴 다르다.
전호의 손짓에 나머지 세 놈이 뒤로 물러났다.
이제 남은 건 전호까지 도합 넷.
“숨조차 차지 않는군. 뭐냐? 너무 쉬운데?”
난 어깨를 으쓱하며 검 끝으로 전호를 향해 까딱거렸다.
내려오라는 뜻이었다.
“아쉽군, 그 백 뭐라고 하는 놈의 모가지를 따 버렸어야 하는 건데.”
전호가 입맛을 다셨다.
“너 종서랑 제대로 싸웠으면 네가 졌을걸?”
아쉽지만 종서가 한 수위라고.
분명 체력이 빠져 있거나, 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겨뤘던 모양이다.
파밧―!
난 이내 전호를 향해 그대로 달려 나갔다.
“오합지졸.”
놈들이 아무리 체계적으로 변했다 해도, 그만한 수련을 거쳤다 해도.
내게는 하룻강아지에 불과하다.
전호가 천천히 손을 교차해 전방을 방어하려 했다.
우웅―!
월식호흡, 무극천광뢰.
콰르르릉―!
마른하늘에 은은하게 이는 우레 소리.
동시에 내 몸은 섬전처럼 전호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꽂혔다.
십이성 극성의 공력이 가미된 일격이다.
심지어 만근추의 묘리와 함께, 그대로 압사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콰아아앙―!
마치 폭음이 터져 나오는 듯한 소리와 함께, 너덜너덜해진 전호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있던 군막은 주변은 그대로 터져 나갔고, 전호 역시 두 팔을 축 늘린 채였다.
“아프냐?”
난 놈을 향해 헤죽 웃었다.
전호의 두 팔은 걸레짝처럼 넝마가 된 채, 축 늘어져 있었다.
“그러게 왜 막아. 피해야지, 병신아.”
난 대답을 하지 않는 놈을 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파밧!
동시에 아까 남아 있던 세 놈의 마존들이 날 향해 덤벼들었다.
후후, 우습다고.
스각!
내 몸에 아득히 차오르는 월식호흡의 기운.
차가운 달빛처럼 내 정신을 일깨워 주고 몸의 움직임을 보다 예리하게 다듬어 준다.
무극천광뢰의 묘용은 확실하다.
파밧―!
“이형환위…….”
내 모습을 지켜보던 전호가 나직이 신음을 터트렸다.
촤악―!
난 그대로 좌측에서 덤벼 오는 놈의 후미로 이동해 목을 그어 버렸다.
상대를 잃은 나머지 두 놈들이 뒤늦게 내 모습을 파악하고 덤벼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스팟―!
난 놈을 향해 손을 뻗어 그대로 공력을 일으켰다.
투콱―!
“커헉!”
신음 한번 내지르지 않던 마존 하나의 등이 새우처럼 굽으면서 비명을 내질렀다.
피가 튀고, 놈의 몸을 꿰뚫어 버린 내 검이 내 손으로 들어왔다.
아까 외부에 있던 놈을 향해 던져 두었던 검이다.
“계산한 건가?”
전호가 침음을 삼키며 물었다.
“조금은.”
이렇게 달린 것도 다 거리를 계산해 본 거라고.
“이기어검이라니…… 미쳤군.”
“미친 건 너네지. 감히 내 수하를 건드렸잖아.”
“아니아니, 그 뜻이 아니다.”
전호가 피식 웃었다.
동시에 내 표정이 절로 굳었다.
어느샌가 전호의 뒤편에 아른거리는 네 개의 그림자.
동시에 광폭하게 터져 나오는 이 치명적인 마기까지.
난 은은히 전하결을 일으켜, 부딪쳐 오는 마기에 대항했다.
이 정도의 파괴적인 기운.
진천마가의 진짜 전력이 등장할 차례다.
“사태두.”
놈들이 내게 덤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