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관점 -1
“진짜 잘 먹었습니다! 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이 정도면 웬만한 레스토랑보다 나은데요?”
“사실 지안이 벌크업 시킨 게 저거든요. 음하하.”
“오오! 역시!”
오전엔 학교 수업.
오후엔 팀 훈련.
그리고 집에 돌아와 맞이하는 저녁.
평소와 다를 거 없는 평범한 하루지만, 오늘은 유독 집이 떠나갈 듯 시끄럽다.
“제가 업무상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다니는데, 아니 레스토랑 사업도 한번 건드려 봐야 되나? 계약서 양식 뽑아올까요?”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에이전트님이 우리 집을 방문하신 까닭.
···쩌렁쩌렁.
참 부러운 목청이다.
저런 목청을 가졌다면 골키퍼를 했어도 공격수까지 말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자, 그럼 밥도 먹었고! 슬슬 얘기를 좀 나눠보실까요!”
그나저나.
만나서 이야기할 전달 사항이 있으시다고 오셨다는데.
빈 그릇들을 싱크대에 옮겨 놓고 거실로 자리를 옮겨 앉는다.
무슨 얘기일까 사뭇 긴장이 되는데, 에이전트님이 그런 날 보더니 작게 웃는다.
아, 물론 에이전트님 기준으로 작게 웃었다는 뜻이다.
“하하하! 뭐 대단한 얘기를 하러 온 건 아니고요! 다름이 아니라, 이제 시즌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지 않습니까! 슬슬 재계약 얘기도 나올 시점이고요!”
고개를 끄덕인다.
계약에 대한 얘기는 꽤 예전부터 말씀해주셔서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아직 지난번 계약의 기간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번 여름 새로운 계약에 관해 얘기하게 될 자리가 마련될 거라고 말이다.
말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데, 계약이란 건 보통 2년이면 2년, 5년이면 5년, 만료 기간이 정해져 있지만.
꼭 그 기간을 다 채우고 다시 새로운 계약을 맺는 건 아니라고 한다.
그 기간 중간에도 협상에 따라 얼마든 타 팀으로의 이적이 가능하고, 혹은 소속 팀과의 재계약 협상 역시 가능하다고.
물론 새 계약 없이 만료 기간까지 채우는 것 역시도 당연히 가능한 얘기고 말이다.
에이전트님의 말에 따르면··· 지난 계약 이후 나의 성과가 계약상 연봉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라, 새 계약에 대한 얘기 없이 넘어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셨다.
덕분에 이번 여름은 새로운 계약 문제로 시끌시끌할 게 200퍼센트 분명할 테니, 생각은 하고 있으라고 하셨던 적이 있는데.
그 여름이 벌써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일단 뭐, 오늘 무거운 얘기를 하러 온 건 아니구요! 다만! 계약이라는 게 가벼운 문제가 아닌 만큼, 몇 가지 주의사항만 좀 당부해 드리려고 왔습니다!”
“주의사항이요?”
에이전트님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인다.
“아무래도 전 유럽에서 선수님을 주목하고 있지 않습니까. 덕분에 지금은 말 한마디만 해도 여기저기가 들썩들썩거릴 수밖에 없을 거란 말입니다. 꼭 거취에 관한 문제뿐만 아니라, 아무 상관 없는 다른 얘기를 해도 이상하게 해석해서 기사들을 뽑아낼 거란 말이죠!”
“음···”
“시도 때도 없이 윙윙댈 겁니다. 이슈에 혈안이 된 똥파리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질문을 던져대고! 그런 뜻이 전혀 아니었는데, 그런 뜻으로 말한 것처럼 뇌피셜을 올려대고! 분명히 그러겠지요!”
···듣기만 해도 벌써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웬만하면 말을 조심해주셔야 합니다! 뭐 항상 그래야 하는 위치에 계시지만, 이번 여름 전후로는 특히 신경 써주셔야 할 타이밍인 겁니다!”
“말조심···”
“예.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계약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무엇보다 선수님 본인께서 귀찮은 일이 많아질 겁니다! 그러니 최대한 조심하는 게 옳지요!”
귀찮은 일이라면 질색.
고개를 끄덕인다.
“우선은 하나만 명심하시면 됩니다! 이것만 기억하시면 돼요! 모든 가능성은 열어둔다! 한번 따라 해보시겠습니까?”
“모··· 모든 가능성은 열어둔다···”
“예! 계약에 관해선 당연히! 무조건! 선수님 본인의 의견대로 가는 게 맞습니다만! 설사 마음의 결정을 하셨더라도 미리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굳이 다른 가능성을 닫아둘 필요는 없다는 얘기지요!”
가능성을 닫아둘 필요는 없다라.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보고 있으니, 에이전트님이 말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만약 유벤투스에서 합리적인 금액의 이적 제안이 들어오면, 선수님께선 응할 생각이 있으십니까?”
“유벤투스···?”
얼른 고개를 젓는다.
거길 내가 왜.
나를 생각해서도 그렇고, 팬들을 생각해서도 그렇고.
유벤투스에 갈 일은 없을 거다.
“예! 없으시겠죠! 하지만 그걸 굳이 공개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계약이 끝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유벤투스에 갈 일은 죽어도 없다. 이런 말은 하면 안 된다는 건가요?”
“바로 그렇습니다!”
···음.
별로 내키지는 않는 일이라 미간을 찌푸리고 있으니, 에이전트님이 말한다.
“그렇다고 뭐 유벤투스는 훌륭한 팀이다! 부르면 갈 수 있다! 이런 말을 하라는 건 아닙니다! 그저,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지금은 경기에 집중하고 싶다! 이런 대답이면 충분하지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거라면 자신이 있기는 하다.
우유부단, 애매하게 결정을 뒤로 미루는 것은 내 장기이니까.
“그리고 또, 계약 전까진 반대로 소속 팀에게도 냉정해져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냉정해져야 할 부분···?”
다만 이건 크게 자신이 없는데.
소속 팀이라면 피오렌티나를 말하는 것 아닌가.
에이전트님이 고개를 끄덕인다.
“압니다! 선수님께선 누구보다 팀을 사랑하시니 힘드시겠죠! 하지만 과한 충성심을 내보일 필요는 없습니다! 소속 팀 역시나 협상의 대상이니까요!”
“···네.”
“그렇다고 마찬가지로, 팀에 남을지는 모르겠다! 돈 많이 안 주면 떠난다! 이렇게 말 하실 필욘 없다는 거, 알고 계시겠죠! 그저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런 뉘앙스만 풍기면 충분합니다!”
끄덕끄덕.
내키지는 않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결국, 완전히 닫거나! 완전히 열거나! 그렇게만 하지 않으시면 되는 겁니다! 물론 뭐 선수님께서 내키시는 대로 해도 저는 어쩔 수 없는 거라, 그냥 조심해주시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리는 거니 부담 느끼실 필요는 없고요!”
“네···.”
그렇게 말씀하셔도 목소리 때문에 부담이 느껴진다고 하면 실례겠지.
뭐 이건 농담이고.
에이전트님 말을 따라서 나쁜 적이 없었으니, 유념해서 듣기로 한다.
이외에도, 에이전트님은 여러 주의사항들을 자세히 말씀해주셨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좋습니다! 더 시간을 뺏는 건 아닌 것 같으니 이야기는 이쯤 할까요! 근데 그 전에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네. 어떤 거요?”
“지금 생각은 어떠십니까? 이적이든 재계약이든, 생각해 놓으신 거나 마음 쏠리는 쪽이 있으신지요.”
으음.
지금 생각이라.
이적이라면 팀을 떠나는 것이고, 재계약이라면 팀에 남는다는 건데.
글쎄.
마음 같아서야··· 당연히 쏠리는 쪽이 있다.
다만,
“아직은 생각 중이라··· 지금은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기도 하고요. 그때 가서 좀 더 생각해봐야 알 것 같긴 한데요···”
이런 낚시에 좋다고 덥석 물어선 안 되겠지.
내가 대답하자 에이전트님이 박수를 치며 엄지를 추켜세워 보인다.
“좋은 답변입니다! 웬만한 질문엔 다 그렇게만 대답해도 충분할 겁니다! 그냥 녹음기를 튼다고 생각하세요!”
“네···”
“저, 근데 말입니다!”
“네?”
“저는 에이전트인데요! 저한테는 얘기를 해주셔야···”
“···아.”
머리를 긁적인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지금의 생각이라.
쉽지 않은 문제긴 하다.
사실 말했듯, 마음이 쏠리는 쪽은 있다.
당연히 팀에 남는 거다.
굳이 우리 집과 우리 동네, 그리고 피오렌티나를 떠날 필요성을 나는 느끼지 못했다.
이제야 이곳이 내 집처럼 느껴지고, 당장 내일 못 보면 슬프고 아쉬울 것 같은 사람들도 꽤 많이 생겼다.
더군다나 새로운 곳으로 향해, 또 낯선 곳에서 다시 적응할 자신도 많지 않다.
처음 토리노에 있었을 때나, 심지어 피렌체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조차.
언제나 낯선 환경에 적응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방금 대답했던 것처럼.
좀 더 생각해봐야 알 것 같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다.
내 마음대로만 할 수 있는 거라면 이미 답은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얘기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에이전트님이 해주시는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그런 문제도 있을 수 있구나 하면서 깨달은 게 한두 개가 아니다.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어른들의 문제··· 정도면 괜찮을까.
이게 단순한 문제는 아닌 것이, 내가 에이전트님의 설명을 제대로 이해한 게 맞다면.
우리 팀과 우리 팀 동료들을 좋아하는 만큼, 오히려 팀을 떠나는 게 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상황도 생길 수 있더라.
이건 내 일이지만,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우리는 결국 톱니바퀴처럼 얽혀있는 존재다 보니, 내가 움직이면 내 주변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는 법인지라.
여러모로 깊게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였다.
“···진짜로, 좀 더 생각해봐야 알 것 같아요.”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일단은 편하게 생각하십시오. 경기에만 집중하시고요. 복잡한 일 처리는 다 제가 합니다! 그리고 항상 최선의 결과를 내드릴 거고요!”
에이전트님은 언제나, 약간은 부담스러울 만큼 힘이 넘치신다.
그래서 그런지 말만 들어도 힘이 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네.”
고개를 끄덕이며, 이 쉽지 않은 문제에 대해 고민을 좀 더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ㆍㆍㆍ
2023년 4월의 마지막 날.
리구리아해(海)의 바닷바람이 부는 도시, 제노바.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이곳에 우리는 리그 32라운드 경기를 위해 도착했다.
“어으, 피곤이 안 가시네.”
“비행기에서 안 잤냐?”
“잤죠. 그것도 나름 깊게. 근데도 피곤이 안 풀려요. 아으, 죽겠다.”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 버스로 갈아탄 뒤 숙소로 향하는 중.
버스 안엔 늘어지는 목소리들이 가득하다.
“으어어어-”
특히 오늘은 로메로가 시름시름 앓는 소리를 내는 중.
아까부터 투덜대고 있다.
“그래도 인마,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편하잖냐. 지금이야 비행기 타고 편하게 오지. 예전엔 버스 타고 한참을 덜컹거리면서 와야 했다고.”
“예? 언제적 얘기에요. 그게.”
“불과 2년도 안 된 일인데? 하긴 넌 온 지 얼마 안 됐으니 모르겠구나. 우리 위대하신 우리 구단주님께서 얼마나 짠···”
“어허, 스읍! 말조심해. 곧 시즌 끝나는데.”
“···음, 그럴까? 아무튼. 세상 좋아진 지 얼마 안 됐다고. 이렇게 편하게 원정 올 수 있는 것도 감사해야 돼.”
“몰라요. 그냥 힘들어 죽겠어요.”
주장의 말에도 로메로는 궁시렁거리는 걸 멈추지 않는다.
다만 오늘은 나도 그 입 좀 다물라고 말을 못 하겠는 게, 눈꺼풀이 천근만근일 만큼 피곤한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
그래도 주장의 말처럼 비행기를 타고 올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불과 지난 시즌, 내가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때까지만 해도 우린 정말 먼 곳이 아닌 이상 버스를 타고 다녔으니까 말이다.
내 입에서 이런 얘기가 나올 줄은 몰랐는데, 확실히 세상이 좋아지긴 했다.
“···”
그러고 보면, 이런 걸 누릴 수 있게 된 게 우리가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성공했기 때문도 있지만.
작년 겨울, 우리 곁을 떠나간 사람의 공 역시 컸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팀에 어마어마한 이적료를 선물하고 간 블라호비치 말이다.
그땐 아무것도 몰라서, 그가 떠난 것에 대해 그저 배신감만 느꼈었는데.
조금 있다 보니 정작 수혜를 입는 건 우리였어서 생각이 바뀌기도 했었지.
예를 들면 뭐, 그가 남기고 간 이적료 덕분에 훈련장이 업그레이드된 거나.
몇몇 선배들이 팀에 남을 수 있었던 거나 말이다.
“···”
듣기로, 그때 구단에선 블라호비치에게 역대 최고급 대우를 약속했었다고 했다.
쉽게 말해 우리 팀 기준에서 엄청난 연봉을 주겠다고 한 건데, 그 돈이 어디 땅 파면 나오는 게 아니다 보니.
만약 블라호비치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팀을 떠나야 했을 선배들도 있었다는 얘기였다.
사포나라 선배가 그랬다.
이건 자기 입으로 한 얘기.
솔직히 자기도 재계약을 하게 될 줄은 몰랐었는데, 블라호비치가 떠나는 바람에 되려 더 높은 연봉으로 재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고.
그러고 보면 다시 한번 느끼지만 참 세상은 복잡한 것 같다.
무조건 나쁜 것도 없고, 무조건 좋은 것도 없다.
그래서 생각할 게 정말 많다.
“···”
휙휙 지나가는 창밖 풍경을 말없이 바라본다.
복잡해지려는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내일 맞붙을 상대인 제노아의 정보를 떠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