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219)
219화 나 이지안인디 -2
유럽 축구계에 가장 활기가 넘치는 시기는 언제일까.
아무래도 프리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이 아닐까 싶다.
4계절 중 가장 활기찬 계절은 봄이고, 학생들에게 가장 설레는 시기는 학기 초이듯.
유럽 축구팬들에게 가장 희망차고 설레는 시기는 프리 시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조금 부진한 성적을 거뒀던 팀의 팬들도 미워도 다시 한번, 팀에 희망을 걸어보며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고.
좋은 성적을 거뒀던 팬들 역시 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맞기 전엔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는 유명한 말이 있듯, 프리 시즌 기간엔 어느 팀이든 활기와 자신감에 가득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맨체스터 시티의 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맨시티에게 지난 시즌은 구단 역사에 남을 한 해였다.
사실 자칭이 아니라 타칭으로도 강팀 반열에 올라선 지 꽤 오래된 맨시티였지만, 그동안 의외로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진 못했던 맨시티였다.
물론 처음에야 리그 우승만으로도 축제였으나, 점점 돈과 선수들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화룡점정으로 펩 과르디올라라는 감독이 부임하며 팀을 재편해가면서.
어느덧 맨시티는 리그 우승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팀이 되었고, 그들의 목표는 유럽 제패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야망은 번번이 실패였다.
분명 체급 자체만 놓고 보면 매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힐 정도로 컸으되, 이상하게 챔스만 오면 꼭 이변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
17/18시즌엔 리버풀에게 8강에서 대패를 하지 않나, 그다음 시즌엔 토트넘에게 또다시 8강에서 탈락하기도 했고.
직후 시즌에서마저 올림피크 리옹에게 덜미를 잡히며 8강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이후로도 한 끗이 모자랐다.
이번엔 진짜라던 20/21시즌, 맨시티는 무난히 결승에 진출했고, 시즌 도중 감독이 경질될 만큼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첼시가 결승 상대로 확정되며 이번에도 우승하지 못한다면 챔스와는 연이 없는 거다 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우승 적기로 보였다.
그러나 맨시티는 이날 결승전에서도 거짓말처럼 패배하고 말았다.
분명 리그에선 20경기가 넘는 연승 기록을 달성하며 극강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던 맨시티였는데, 결승전에선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고배를 마셔야 했다.
21/22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야말로! 라는 말도 벌써 몇 년째 반복되고 있던지라 기대감은 떨어져 있었으나, 4강에 무난히 진출하며 한 번만 더 속아보자는 호구들을 양산해 냈다.
그러나 결과는 또 속냐.
맨시티를 좌절시키고 결승 진출 티켓을 가져간 건 레알 마드리드였고, 레알은 결승에서 리버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근본이라는 것은 실재한다는 걸 보여주고 말았다.
이렇게 맨시티라는 팀이 가진 체급에 비해 초라한 역사를 드디어 끊어버릴 수 있었던 게 바로 지난 시즌이었다.
리그, FA컵,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동시 석권.
트레블이라는, 클럽이 한 시즌에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뤄내며 드디어 성불에 성공한 것.
오랜 염원을 이룬 맨시티 팬들은 눈물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고,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를 처음으로 느껴보며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가슴에 새겼다.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원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한 번의 우승을 맛봤으니, 이제 맨시티 팬들의 시선은 두 번째 우승을 향해 옮겨지고 있었다.
워낙 아쉬움의 연속이었던 역사가 길었던지라 고작 한번 가지곤 만족할 수 없는 팬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마냥 밝은 기대보단 위기의식을 가지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원래 다이어트도 빼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어렵다고 하지 않나.
마찬가지로 챔피언의 자리 역시 따내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려운 법.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안주하는 게 아니라 더 체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왔다.
그리고 그런 기대감과 부담감을 한 몸에 떠앉은 것은 바로 이적료 2천억 원이라는 클롭 레코드를 세우며, 챔스 2연패의 키로서 팀에 합류한 18세 소년이었다.
팬들의 어마어마한 기대가 맨시티의 프리 시즌에 모아졌다.
사람들은 모두 이지안이 프리 시즌에서부터 이적료의 가치를 증명하길 바랐다.
하지만 마치 애를 태우듯.
과르디올라 감독은 쉽게 패를 내보이지 않았다.
─프리 시즌 개막 D-5. 첫 경기에서 Lee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컨디션 지켜보는 중.”
─일본 투어 떠난 맨시티, 일본 도착. 요코하마 마리노스와의 경기로 프리 시즌 시작
─‘1.5군’ 맨시티, 요코하마 상대로 5대3 승리. 기대 모았던 이지안ㆍ데 브라이너는 미출전
─컨디션 문제인가? 이지안, 프리 시즌 두 번째 경기 명단 제외.
─이지안 명단 제외 이유 밝힌 과르디올라 감독 “Lee는 팀에 적응 중.”
─맨시티 선수단 귀국. 오는 8월 7일 커뮤니티 실드 아스날 전 준비 돌입.
─‘밑져도 손해’ 2천억 원 이지안, 커뮤니티 실드엔 출전할까··· 과르디올라 감독의 생각은 ‘신중’
ㆍㆍㆍ
“훈련 끝나고 다시 보자고.”
“네.”
“스트레칭에 더 신경 좀 써주고.”
“알겠습니다.”
훈련장 치료실.
다리 여기저기 테이핑을 마치고 나서, 팀 닥터에게 고개를 꾸벅인 뒤 치료실을 나선다.
팀에 합류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는 시점.
그럼에도 워낙 넓은 훈련장이라 아직 다 눈에 익지는 않았는데, 훈련장과 치료실을 오가는 이 길 만큼은 눈 감고도 다닐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다.
그 정도로 자주 오간 탓.
“···”
구불구불한 복도를 지나 라커룸에 들러 축구화를 챙기곤 훈련장으로 향한다.
팀에 합류한 직후부터 그랬지만, 최근 몇 주간은 더욱 심해졌다.
몸 관리 잘하라는 감독님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가 말이다.
뭐, 어디가 아프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느끼기에도 그렇고, 닥터가 진단을 내린 것도 아니고.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되, 감독님께선 최선의 몸 상태를 시즌 마지막까지 유지하길 바라시는 듯했다.
덕분에 훈련 시작 전, 그리고 끝난 뒤.
하루에도 두 번씩 치료실에 의무적으로 들러 관리를 받아야 했다.
지금 내 다리에 덕지덕지 붙은 이 테이핑들도 아파서 한 게 아니라 부상 방지용.
조금 과한 게 아닌가 싶긴 하지만, 어쨌든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 군소리 없이 감독님의 말을 듣는 중이다.
사실 나도 몰랐는데··· 합류 직후 내 몸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분명 메디컬 테스트 땐 좋다고 했었는데.
좀 더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나 뭐라나.
듣기론 경기를 너무 많이 뛰었다고 했다.
괜히 내 귀엔 피오렌티나 탓을 하는 것 같아 좋게 들리지 않긴 했지만, 어쨌든 의사 선생님의 소견이 그렇다니 토를 달 순 없었다.
나이에 비해 너무 경기를 많이 뛰었고, 당장 부상이 있는 것은 아니나 위험성은 꽤 있는 편이라던가.
거기에 한번 아픈 경험이 있는 종아리 쪽은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래서 프리 시즌 동안은 훈련만 했다.
경기에 내보내지 않을 거라는 건 미리 들었다.
지난 시즌엔 프리 시즌 경기들에서도 배운 게 많아 아쉽기는 했지만, 감독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라 뭐.
그저 가볍게 훈련하고, 경기 땐 동료들의 시합을 지켜보며 감탄만 했다.
그러다 보니 솔직히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프리 시즌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괜히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동료들끼리 합을 맞추고, 비시즌 동안 떨어진 경기 감각을 되살리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진짜 시즌이 시작됐을 때 완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기간이 프리 시즌의 존재 이유 아니던가.
그런데 그 프리 시즌을 사실상 건너뛴 것이나 다름없으니, 뭐랄까.
시즌이 시작되더라도 곧바로 경기에 나설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들더라.
혹시 컨디션 관리라는 건 그저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주는 말일 뿐이고, 실은 내가 훈련 동안 보여준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물론 아닐 거라 생각하고는 있다.
예전이었다면 또 이상한 생각들을 하며 내 살을 내가 깎아 먹었겠지만, 지금은 나름 나를 믿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훈련 때 나름 감독, 코치님에게나 동료들에게나 칭찬을 많이 받았기도 했으니 컨디션 관리가 맞다고 믿는 중이다.
다만 경기를 뛰고 싶은 마음은 점점 커지고 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일단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불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으니까.
지금은 프리 시즌이니 괜찮다지만 시즌이 시작된 후로도 뛰지 못한다면 나도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요약하자면 ‘슬슬’인 것이다.
슬슬 나도 뛸 때가 된 것 같은데.
일주일 뒤에 경기가 있다.
상대는 아스날이라는 팀이고, 커뮤니티 실드라는 대회라고 한다.
지난 시즌 리그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이 맞붙는, 리그 개막 이전에 치러지는 마지막 경기라고.
그 경기는 뛰고 싶다.
컨디션 관리엔 쉬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경기를 뛰는 게 관리일 때도 있다.
축구 선수라는 건··· 결국 뛸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들이기도 하니까.
뭐, 나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자 어쨌든 결정은 감독님이 하시는 거지만.
나로서는 그저 바람일 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복도를 지나 훈련장으로 향할 때쯤이었다.
“···.”
갑자기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시합에 나서고 싶다라.
그러고 보니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느라 다른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예를 들면 뭐, 시합에 나섰을 때 이적료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들.
내 성격이라면 그런 것부터 걱정하는 게 먼저일 텐데, 되려 경기에 나서지 못하니 어느새 뛰고 싶다는 생각에만 가득 찬 게 아닐까.
문득 기질 검사를 받을 때 검사관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감독님도 나와 똑같은 기질을 가지고 있어, 날 잘 이해하고 다뤄줄 거라던 말.
혹시 그런 건가.
나도 모르는 사이 감독님한테 조련을 당하고 있던 건가.
흐음.
잘 모르겠다.
괜히 나 혼자 앞서가는 걸 수도 있고.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그거다.
경기에 나서고 싶다.
분명 그 이유엔 불안감들도 있다.
훈련장에서 다른 동료들의 플레이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저 선수들보다 비싼 돈을 받고 이 팀에 온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매번 들기도 하고.
저런 선수들과 경쟁해 주전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도 들고.
이적료만큼 쌓여버린 주변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도 있고.
그러나 순수한 욕심도 있다.
어쩌면 이게 더 큰 것 같기도 하다.
경기에 나서는 게 무섭기보단 빨리 경기에 나서고 싶었다.
ㆍㆍㆍ
─오는 8월 7일(내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커뮤니티 실드 개막··· 맨시티와 아스날의 미리 보는 우승 경쟁
─맨시티의 트로피 수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커뮤니티 실드까지 거머쥐면 ‘6관왕’
─커뮤니티 실드, 양 팀 선발 라인업 발표
─아스날, 마틴 외데고르, 카이 하베르츠 및 데클란 라이스 선발 출격
─맨시티, 데 브라이너 교체 대기. 이지안 선발 명단 포함. 스트라이커에 홀란드, 이지안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
─이적 후 첫 출격 이지안, 과연 어떤 모습 보여줄까··· 2천억짜리 데뷔전에 팬들의 기대 모여
─[사진] 웸블리 도착한 맨시티 선수단, 이지안 선발 출격 준비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