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224)
224화 존재 자체가 반칙 -2
맨체스터 시티 FC.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으로, 영국 맨체스터에 연고지를 두고 있는 팀.
소위 명문 클럽이라 불리는 다른 팀들에 비하면 그 역사가 짧을지도 모르지만, 최근 기록만 놓고 보면 그 누구보다 찬란한 역사를 써가고 있는 클럽이 맨체스터 시티다.
맨체스터 시티는 최근 10년 동안 6번의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어디 변방 리그도 아니고, 무려 프리미어리그에서 그런 기록을 썼다.
10년 동안 6번 우승.
거기에 최근 3시즌으로 기간을 좁히면 3년 연속 우승이라는 업적까지 추가되기도 한다.
게다가 지난 시즌엔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잉글랜드 최고의 클럽을 넘어 유럽 최고의 클럽으로 우뚝 섰다는 얘기다.
이제 맨시티는 그냥 강팀이 아니라 최강팀이 된 것이다.
강팀과 최강팀.
이 둘의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강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건 대단한 일이지만, 최강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건 당연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매주 이기는 게 당연한 팀.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 아니라, 당연히 우승해야 하는 팀.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하면 실패라는 평가를 받는 팀.
그것이 최강팀이 가져야 하는 숙명.
그런 팀에 내가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당연히 우승해야 하는 시즌의 첫발을 내딛으려 하고 있다.
“지난 시즌, 상당히 만족스러운 한 해가 되었을 텐데요. 그렇게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나서의 새로운 목표가 궁금합니다. 동기부여가 떨어진다거나 하는 건 없나요?”
개막전을 하루 앞둔 오후.
Pre-Match Press Conference, 즉 경기 사전 인터뷰 자리에 앉아 있는 나와 감독님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날아든다.
어깨를 으쓱인 감독님이 대답한다.
“우리는 언제나 갈망합니다. 승리와 트로피를요. 가능한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게 매 시즌 목표죠. 이번 시즌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시즌에 우승했다고 해서 올해 못하는 것이 정당화될 순 없죠. 만족은 없습니다. 원하는 건 많은 우승, 그리고 더 많은 우승입니다.”
며칠 전이었었나.
평소와 같이 훈련을 하던 도중, 감독님이 머리끝까지 화가 나 폭발한 적이 있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나조차 숨소리도 못 낼 만큼 무서운 분위기였다만, 더 깜짝 놀란 건 그렇게까지 화를 낼 상황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는 거다.
그저 누군가 백 패스를 했을 뿐이었다.
정말 그게 다다.
그냥 훈련 도중 한번 백 패스를 했는데, 그 순간 모든 훈련이 중단되더니 그 선수는 폭발한 감독님을 1대1로 마주해야 했다.
앞으로 패스를 보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대체 왜 집중을 하지 않느냐며, 시합에서도 그랬다간 그거 하나 때문에 팀이 실점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거의 5분 동안 뭐라고 하시더라.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라커룸에 가는데,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 감독님은 승리에 미친 인간이라고.
저 사람 만큼 이기는 것에 중독되어있는 사람은 본 적이 없으니 너도 이런 분위기에 적응해야 할 거라고 말이다.
그러니까 방금, 그렇게 우승을 해놓고도 더 많은 우승을 원한다는 감독님의 대답은 형식적인 대답이 아닐 게 분명하다.
저 말은 진심인 거다.
···괜히 침이 꿀꺽 삼켜진다.
“리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그런 와중 기자들의 시선은 이제 내게로 쏟아진다.
애써 담담한 척을 하며 마이크 각도를 조절해 입 앞에 가져다 댄다.
“지난 시즌 피오렌티나에선 무관에 그쳤는데요. 이번 시즌은 성공적인 시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음.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말씀을 그렇게 하시면 지난 시즌이 실패였다는 얘기가 되는 것 같은데.
문득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 대답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가 차분히 대답한다.
“이번 시즌이 성공적인 시즌이 된다면 아마 지난 시즌 덕분일 거예요. 소중한 동료들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건 잊지 못할 만큼 아쉬운 일이었으니까요. 그 아쉬움을 풀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그저 선배들이 원망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진작했으면 좋았을 걸 왜 팀을 옮기자마자 우승하냐고.
물론 농담이고, 그럴 선배들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꼭 가서 잘하고 우승하라고, 그게 피오렌티나의 체면을 살리는 거라고 말해준 게 선배들이니까.
피오렌티나를 위해서라도 나는 잘 해야 한다.
“그렇다면 목표도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시즌, 개인적인 목표랄까요. 리그 득점왕이라든가, 도움왕이라든가 말이에요.”
“음···”
개인적인 목표라.
사실 생각해보면 달라진 건 없지 않나 싶다.
재작년이든 작년이든, 그리고 올해든.
목표는 그대로다.
“매 경기 이기는 것이 목표예요.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아요.”
그럴 여유가 없다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지만, 인터뷰는 이왕이면 더 멋있게 들리도록 하는 편이 좋다.
대답을 하고 나니 옆에 앉은 감독님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데, 어떤 의미의 웃음인지는 잘 모르겠다.
“펩, 이제 개막전에 대해 질문 하겠습니다. 번리는 저번 시즌······”
어쨌거나, 이어서는 내일 경기에 대한 질문이 감독님에게 쏟아진다.
선수단에 대한 이야기, 전술에 대한 이야기, 몇 대 몇으로 이기는 게 목표인지 등등.
여러 질문들이 연이어 이어지는 통에 잠시 멍을 때리고 있던 도중.
내 이름이 귀에 들어온 까닭에 귀를 쫑긋인다.
“들리기론 감독님께서 리의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사실인가요?”
“음··· 모든 감독들이 구단에게 졸랐을 텐데요. 저도 그중 하나였을 뿐이죠.”
“그렇다면 축하드리고, 결국 맨시티는 1억 5천만 유로가 넘는 이적료를 지불하고 영입에 성공했습니다. 맨시티 입장에서도 어마어마한 투자일 텐데요. 감독님께선 어떤 수준의 활약을 바라고 계십니까? 데 브라이너와 같은 수준에 올라서길 기대하시나요?”
···슬쩍 곁눈질을 하게 된다.
그러나 감독님은 앞만 본 채 대답에 나설 뿐이다.
“이적료는 구단과 구단 간의 문제일 뿐이지, 선수나 감독이 신경 쓸 문제는 아닙니다. 연봉이 적은 선수든 많은 선수든, 감독은 똑같이 대해야 합니다.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죠. 리에게 어떤 기대를 하냐고 묻는다면···”
어깨를 한번 으쓱인 감독님이 말을 잇는다.
“최연소 발롱도르 정도는 탔으면 좋겠네요. 내년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요.”
···예?
무슨 도르요?
당황한 나머지 감독님을 바라보는데, 감독님의 얼굴엔 장난기가 하나도 없다.
···유머 감각도 참 남다르시다.
“그렇다면 리에게 질문하겠습니다.”
채 당황이 가시기도 전에 질문이 날아든다.
“압박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트레블을 한 팀에 들어왔고, 그것도 많은 이적료를 기록하며 들어왔죠. 그에 걸맞은 활약을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고요. 반드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마음가짐이라든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합니다.”
압박에 대한 마음가짐이라.
잠시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을 정리한다.
심히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2, 3명에게 둘러싸여도 부담스러운데 수만, 수백만 명에게 둘러싸여 압박을 받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런 압박 덕분에 난 외톨이 신세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제 발로 걸어서 여기까지 왔고.
그런 걸 보면, 어쩌면 난 그걸 즐기는 변태일지도 모른다.
“잘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잘 하자는 생각만 할 뿐이에요. 잘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잘 하는 것밖엔 방법이 없으니까요.”
결국 기대에 부응하면 되는 문제다.
“그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감독님과 코치님, 그리고 동료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어요. 그럼 이겨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겉으로 보기엔 질문을 한 기자에게 답변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은 나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승하는 게 당연한 팀에 와서, 잘하는 게 당연한 이적료를 받고 왔다는 게 문제라면.
당연하다는 듯 우승을 하고 당연하다는 듯 잘하면 된다.
생각보다 쉬운 문제다.
물론, 말만 쉽다는 게 진짜 문제기는 하지만 말이다.
ㆍㆍㆍ
2023년 8월 11일.
맨체스터 북서쪽에 위치한 작은 시골 도시 어딘가··· 라고 하면 실례일 테고.
번리(Burnley)라는 곳의 터프 무어(Turf Moor) 경기장에 왔다.
이곳이 우리가 여정을 시작할 곳인데, 음.
실은 아까 이미 시작됐다.
촤아아아-!
잔디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흙이 튄다.
상대의 거친 슬라이딩 태클이 지나간 자리엔 마치 레이싱 장에 있는 그것처럼 자국이 남는데, 그 자국들이 사방에 나 있다.
“Hey-!”
파아앙-!
패스가 내게로 온다.
빠르게 주변을 둘러본 뒤, 곧바로 리턴 패스를 넘긴다.
가까이 있는 상대가 들이받을 기세로 달려드는 까닭이다.
파아앙-!
그러나 공을 넘겼다고 해서 마음을 놓았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퍼억-!
이미 공은 내게 없건만, 여기까지 달려든 게 아쉬운지 상대가 어깨를 부딪치곤 제자리로 돌아간다.
어찌나 힘이 센지 살짝 부딪힌 것만으로 어깨가 아파오는데, 당연하게도 주심은 1그램의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개막전이 시작된 지 20분여.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도시, 새로운 경기장에서 받고 있는 내 첫인상은 녹록지 않다는 것이었다.
시합 자체는 우리가 주도하고 있었다.
공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있었고, 우리 팀 골키퍼인 에데르송이 잠깐 자도 문제없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시합은 상대 진영에서만 치러지고 있었다.
다만 문제는 상대가 너무하다 싶을 만큼 수비 지역에만 몰려 있었다는 것이다.
번리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수비에만 치중하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둘, 넷, 여섯, 여덟, 열.
지금도 열 명이 박스 근처를 둘러싼 채 우릴 노려보고 있다.
골키퍼 포함 열 명이 아니라, 골키퍼 제외 열 명이다.
그러니까 모든 선수가 수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솔직히 말하면 당황스러웠다.
이게··· 내가 알던 축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피오렌티나에선 이런 상황을 경험해 볼 일이 없었다.
우릴 상대로 이렇게 수비만 하는, 공격 의지 자체가 아예 없어 보이는 팀은 만나 본 적이 없었으니까.
반대로 우리가 그랬으면 그랬지 말이다.
덕분에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 내겐 데이터가 없었다.
일단 어떻게든 공간을 만드는 수밖에 없긴 할 텐데.
경기장 반도 안 되는 크기에 11명이 전부 다 들어가 지키고 있으니 공간을 만든다고 나긴 할까 싶을 정도로 막막한 느낌.
그렇다고 억지로라도 밀고 들어가자니, 상대가 거칠었다.
방금 당한 어깨싸움 정도는 애교.
조금이라도 선을 넘고 들어가면 두세 명이 잡아먹을 듯 달려드는데, 그걸 뚫어낸다는 게 쉽지는 않더라.
덕분에 아직 20분밖에 안 지났지만 내 유니폼은 흙 자국으로 더러워진 상태였다.
그런데 웃긴 건, 그런 내 유니폼조차 데 브라이너에 비하면 새 옷이라는 것이었다.
파아악-!
함께 미드필더로 나선 데 브라이너가 공을 잡고 돌아서는데, 사방으로 흙이 거칠게 튄다.
그에게 달라붙은 수비가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는 탓.
저 정도면 휘슬이 불리지 않는 게 이상해 보이는데도 주심은 구경꾼 모드다.
시작 직후부터 내내 저랬다.
데 브라이너에게 공만 가면 둘, 셋이 달려들어 못살게 굴었다.
밀고, 잡아당기고, 넘어뜨리고.
너만큼은 공을 못 잡게 하겠다는 상대의 의지가 느껴졌달까.
사실 이해는 된다.
어느 위치에서든 공을 잡으면 상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게 데 브라이너니까.
지난 시즌에 만났을 때도 느꼈지만, 함께 훈련하는 동안 보면 볼수록 데 브라이너는 감탄이 나오는 선수였다.
왜, 게임에서 치트 키라는 게 있는데 그런 느낌이랄까.
존재 자체가 반칙인 느낌 말이다.
말도 안 되는 걸 계속 해내니 그런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저런 패스를? 저기서 저 각을 본다고? 저 크로스의 궤적은 뭐지?
계속 그랬다.
그는 남들과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았고, 그 대단한 맨시티 선수들 사이에서도 남다른 선수였다.
그러니까, 그래서 못살게 구는 상대도 이해는 한다는 얘기다만.
그래도 좀 너무한 게 아닌가 싶다.
벌써 유니폼이 걸레짝이 됐는데.
이대로는 안 된다.
그에게 집중되는 견제를 분산시키려면 내가 좀 더 활발하게 움직여줘야 한다.
그래야 데 브라이너도 편하게 시합을 할 수 있을 거다.
파아앙-!
몇몇 선수들의 발을 거친 공이 다시 내게로 온다.
이어 공을 가지고 들어갈 생각으로 돌아서는데, 옆에서 찌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Hey-!”
데 브라이너다.
어느새 왼쪽 사이드로 빠진 데 브라이너가 패스를 요구하고 있다.
순간 고민이 든다.
그냥 주면 또 그에게 사나운 벌떼들이 달려가 괴롭힐 것 같다.
그래서 내 몸에 꿀을 묻히고 싶은데, 그러기엔 그가 너무나 강력히 패스를 달라 하고 있다.
줘도 괜찮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 동시에 누가 누굴 걱정하나 싶을 생각 역시도 든다.
파아앙-!
왼쪽으로 패스를 찔러 넣는다.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상대 수비가 그쪽으로 향한다.
쏠리는 협력 수비로부터 도움을 주기 위해 나 역시 그쪽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그 순간이다.
데 브라이너의 왼발에서 엄청난 게 발사된다.
뻐어어어엉-!
···저거다.
반칙.
슈우우우우웅-
그 궤적이나 구질이나, 그 자체가 반칙인 크로스 말이다.
파아아앙-!
이내 박스 안에서 훌쩍 뛰어오른 홀란드의 이마가 불을 뿜는다.
그리고, 방금까지 내가 했던 고민들이 허무하게 느껴질 만큼.
철썩-!
골망은 쉽게 흔들리고 만다.
와아아아아-!
이에 경기장이 조용해지고, 덕분에 소수에 불과한 원정팬들의 환호 소리가 잘 들리는 가운데.
“···”
나는 선수들에게 뛰어가는 것도 잊은 채 잠시 제자리에 섰다.
많이 배우겠다고 했는데··· 진도가 너무 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