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25)
아직은 아닙니다 -1
“그래, 뭐 아픈 곳은 없지?”
“네, 없어요.”
“집에도 별일 없고?”
“어··· 네. 없습니다.”
“좋구만.”
무언가 서류를 읽으며 내게 묻던 토니 감독님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그 앞에 뻘쭘하게 앉아 있다.
오늘은 월요일.
간단히 회복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토니 감독님이 나를 불렀다.
간단히 개인 면담을 하는 중인데, 오늘은 내 차례라고.
감독님과의 면담이야 뭐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던 거라, 별생각 없이 감독실로 향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뻘쭘하게 앉아 있는 건데.
읽던 서류를 정리해 서랍에 넣은 감독님이 날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내일 저녁에는 뭐 볼일 있나?”
“내일 저녁이요? 음··· 딱히 없습니다.”
내가 대답을 하자 감독님이 고개를 끄덕이신다.
“잘됐네. 내일 5시에 아르테미오 경기장에서 경기가 있거든?”
“음, 네.”
“코파 이탈리아 64강 경기인데, 상대가 팔레르모라는 팀이야. 팔레르모가 B리그 팀이긴 한데, 요즘 잘한다고 하더라고.”
“···네.”
코파 이탈리아면··· 이탈리아의 FA컵 같은 거라고 들었는데.
대답을 하면서도, 지금 그걸 왜 얘기하시나··· 하는 표정으로 있으니 감독님이 말을 이었다.
“내일, 훈련 빼줄 테니까 그 경기 보러 가.”
“···네? 훈련을 빼고요?”
감독님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제 경기가 워낙 치열했잖아. 네 첫 풀타임 시합이기도 했고. 하루는 휴식하도록 해.”
“어··· 훈련을 못 할 정도는 아닌데요.”
“어허. 감독이 쉬라면 쉬는 거다. 혹시 반항할 생각인가?”
“예? 그, 그럴 리가요.”
내가 당황하며 손을 휘젓자 감독님이 껄껄 웃는다.
사실 어제 경기의 여파가 남아있기는 했다.
왔다 갔다 하는 일정 자체도 좀 힘들었고, 뭣보다 시합 자체가 쉽지 않았으니까.
덕분에 어제 너무 피곤해서 지우 얼굴도 못 보고 바로 잤을 정도였다.
그래서 하루쯤 쉬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닌데··· 진짜 쉬어도 되나.
뭐, 감독님 말씀대로 쉬라면 쉬는 거지.
껄껄 웃던 감독님이 말했다.
“대신 숙제를 하나 주겠다. 내일 그 경기 보고, 네 나름대로의 감상을 생각해서 와.”
“감상이라면···”
“뭐, 자유롭게. 우리 팀은 어떤 축구를 하더라, 이런 것도 좋고. 더 좋은 축구를 하려면 어떤 걸 보완해야겠더라, 혹은 내가 저기서 뛴다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것도 좋고.”
“음··· 아, 네.”
경기에 대한 감상이라···
그러고 보니 나, 우리 팀 경기를 제대로 본 적이 없네. 1군 팀 경기 말이다.
최근에야 나도 경기하느라 바쁘니 못 봤는데, 그 전에 한가할 때도 경기장을 찾아가 본 적은 없었다. 우리들한텐 공짜 티켓이 나오는 데도 말이다.
그냥 뭐랄까.
나랑은 상관없는 곳이라는 느낌이어서 그랬나.
뭐 아무튼.
이번 기회에 한 번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감독님이 넌지시 말한다.
“이왕이면, 그 여자친구랑 같이 다녀와.”
“······네?”
“뭘 그리 놀래?”
“여자친구··· 라뇨?”
“아, 이런. 혹시 비밀이었나? 루카한테 들은 건데.”
···루카 코치님이 이런 식으로 배신을?
나는 어이가 없어서 대답했다.
“여자친구가 아니라 친구인데···”
“그래? 주급 받은 걸로 선물도 사줬다더만.”
“아니 그거야··· 친구한테 선물 사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꼭 여자친구 아니어도···”
“뭐 사줬는데?”
“···옷이랑 신발이요.”
“옷이랑 신발. 그래, 뭐 사줄 수도 있지. 여자인 친구한테 옷이랑 신발 정도야 충분히 선물할 수 있지.”
감독님은 그렇게 얘기하시고선 날 바라보며 씨익 웃으셨다.
뭔가··· 자긴 다 안다는 듯한 미소라서 괜히 발끈하고 싶어진다.
“아니, 그··· 그 친구가 여자라서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친했던 친구라서 그런 거예요. 고마운 것도 있고 해서···”
“아, 맞아. 한국에서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라고 했지?”
“예.”
“근데 그 친구는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대?”
감독님의 물음에 나는 간략하게 지우에 대해 설명했다.
원래 요리를 공부하던 애인데, 어쩌다 좋은 기회를 잡아서 피렌체로 유학을 오게 되었다고.
그런데, 그 설명을 들은 감독님이 한쪽 눈썹을 추켜 올리며 또 미소를 짓는다.
“요리 유학을 하기엔 여기보다 더 나은 도시들이 많은데··· 굳이 네가 있는 피렌체로?”
“그러게요. 신기한 우연이죠.”
“그게 과연 우연일까?”
“···?”
대체 무슨 말씀이 하시고 싶으신 거야.
우연이 아니면 뭔데···
“뭐, 아무튼. 좋은 친구가 가까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지. 그러니까 이왕이면 같이 보고 오라는 거야.”
“네···”
“그래. 가 봐. 푹 쉬고.”
“넵. 고생하셨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감독님이 계속 묘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시길래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왜 자꾸 웃으세요?”
“응? 아냐, 아냐. 근데, 진짜 여자친구 아니야?”
“아, 아니라니까요.”
“아직은 아니라는 거지?”
“감독님···”
“알겠어. 화내진 말고. 돌아가 봐. 수요일 날 보자고.”
“네···”
참나.
지우가 들으면 괜히 나만 이상한 놈 되겠네.
여자친구? 그러다 나 지우한테 맞을 거다. 어디서 이상한 소리하고 다니는 거냐면서.
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감독실을 나왔다.
그나저나.
루카 코치님이나 토니 감독님이나 왜 남의 연애 얘기에 관심들이 많으신 거야.
두 분 다 결혼도 하신 분들이 재밌나, 그게?
“에휴···”
나는 한숨을 내쉬며 집으로 향했다.
ㆍㆍㆍ
“심심행···”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김지우가 한숨을 내쉰다. 그러더니 핸드폰을 머리맡에 두곤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다.
“···.”
···심심하다.
원래 이 시간쯤이면 항상 이지안이랑 메시지를 하든 전화를 하든 했었는데.
오늘은 핸드폰이 조용하다.
그러다 보니 딱히 할 것도 없고, 뭘 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 힘들면 얼마나 힘들다고. 메시지 보낼 힘도 없는 거야?”
천장을 바라보며 미간을 찡그린 김지우가 다시 핸드폰을 손에 든다.
그리고 메신저를 켜는데, 이지안에게 온 메시지는 여전히 어제가 마지막이다.
지아닝: 나 오늘은 그냥 바로 자야 할 듯···
지아닝: 낼 연락할게···
연락한다며! 연락한다며!
어제 얼굴을 못 본 것까지야 뭐, 엄청 힘들다고 하니까 이해하겠는데.
그럼 일어나서 바로 연락을 해야지, 뭐 하는 거야? 잠깐 메시지 보낼 힘도 없어?
“훈련 끝날 시간도 지났잖아?”
뭐, 아침엔 학교 가느라 정신없다고 쳐.
학교에서나 훈련할 땐 핸드폰 못 하니까 그것도 그렇다고 쳐주자구.
근데 끝나면 그때라도 바로 연락해야 하는 거 아니야? 와, 진짜 이지안 많이 컸네.
하나뿐인 친구한테 너무 소홀한 거 아니냐고.
“···음?”
잠깐만.
하나뿐인 친구···?
설마··· 이젠 아니게 된 건가?
“···.”
김지우가 지난주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이지안을 보러 왔던 그 사람들.
특히, 이지안이 뭐만 하면 꺅꺅거리면서 소음공해를 일으키던 여자애들.
자기 친구들한테 인기 많다 그러길래 웃고 넘겼었는데 진짜였었지.
혹시··· 그 여자애들이 학교에서도 가만 안 놔두는 건가? 아니 그렇잖아. 시합까지 보러올 정도면 학교에서도 막 친한 척하겠지. 괜히 막 밥 한번 같이 먹자 그러고, 저녁에 같이 놀자 그러고···
“어이가 없네?”
기가 찬 김지우가 헛웃음을 터뜨린다.
지안이는 귀찮은 거 싫어하는데. 그것도 모르는 애들이 귀찮게 굴어댈 걸 상상하니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난다.
얘는 또 거절도 잘 못 해서 싫다고 말도 못 하고 어버버 대기나 했겠지.
이것들이 진짜···
퍽! 퍽!
김지우가 주먹으로 베개를 내리친다.
그러다가, 문득 베개를 끌어안은 김지우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
그러고 보면 이 상황 자체도 어이가 없다.
왜 혼자 짜증을 내고 있지?
짜증이 난다는 게 더 짜증 난다.
진짜 어이없어···
“뭐 하냐고, 진짜···”
축 늘어진 김지우가 애꿎은 베개를 괴롭히고 있을 때였다.
우우우웅-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순간 빛과 같은 반응 속도로 핸드폰을 확인한 김지우의 얼굴이 이내 밝아진다.
드디어 이지안에게 메시지가 온 것이다.
지아닝: 그··· 혹시 내일 저녁에 뭐해?
지아닝: 할 거 없으면 경기 보러 갈래?
지아닝: 감독님이 훈련 하루 쉬고 그거 보고 오라고 해가지고···
지아닝: 혼자 가긴 좀 그래서
내일 저녁!? 딱히 약속 없다.
같이 경기 보러 가자고?
당연히 좋······
“···치.”
곧장 답장을 보내기 위해 채팅창을 누르려던 김지우가 손가락을 뗀다.
그러더니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으으으- 하는 소리를 냈다.
바로 답장을 하기엔 이지안이 괘씸했다.
아니, 사실 뭐 걔가 잘못한 건 없지만··· 그냥 괘씸하잖아. 이유는 설명할 수 없지만 그냥 괘씸하다고, 그냥.
또, 자긴 한참 기다렸는데 메시지 왔다고 바로 답장하면 괜히 지는 것 같은 기분도 들어서···
“···.”
김지우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기다렸다. 그렇게 베개를 꼬집으면서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다가,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들었다.
이쯤이면 됐겠지.
“···4분밖에 안 지났다고?”
뭐야. 10분은 지난 줄 알았는데.
에이 씨, 몰라. 기다리는 건 성격에 안 맞아.
김지우는 신경질적으로 화면을 두드리며 답장을 보냈다.
나: 시른뎅???
일단은 튕겨야지.
기강을 한 번 잡아줄 때가 됐다.
요즘 이지안, 너무 컸단 말이지.
“···풋.”
메시지를 받고 머리를 긁적일 이지안을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얘는 지가 거절을 잘 못 하는 애라, 남한테도 두 번 세 번 묻는 성격이 아니다.
아마 ‘알겠어···’ 라고 답장이 오겠지.
그럼 잔소리를 한 바가지 해줄 거다.
그렇다고 바로 포기하냐고.
원래 여자한텐 두 번 세 번 물어봐야 하는 거라고···
우우우웅-
“···엥?”
그러나 답장을 확인한 김지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상한 답장이 아니었다.
지아닝: 왜? 같이 가자···
지아닝: 혼자 가긴 싫은데
지아닝: 같이 갈 사람이 너밖에 없어···
···얘 좀 봐라?
와. 많이 컸다, 많이 컸다 했더니 진짜 많이 컸네? 그럼 이건 어떨까?
나: 왜 갈 사람이 나밖에 없어
나: 학교 친구들 있잖아
나: 걔네랑 가면 되지
대답 잘 해라.
지아닝: 걔들은 좀 귀찮아···
지아닝: 그렇게 막 친한 것도 아니고
지아닝: 아무튼 너밖에 없어서 그래 ㅜㅜ
“···.”
너밖에 없어?
그 말에 김지우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휴.
이렇게까지 나오면 뭐 어쩔 수 없지.
나: 어휴
나: 어쩔 수 없네 그럼
나: 누나가 불쌍한 지안이 구제해주는 수밖에
나: 가줄게. 가줄게. 됐지?
나: 몇 시에 만나면 되는데
바로 답장이 온다.
지아닝: 5시 경기니까
지아닝: 4시쯤 만나면 될 듯?
지아닝: 친구가 없다는 건 아니야!!
됐거든요.
뭐 아무튼, 5시면 경기 보고 저녁 먹으면 딱 괜찮겠네.
“흠흠흠.”
피식 웃으며 침대에서 일어난 김지우가 옷장으로 향했다. 그리곤 내일 입을 옷을 신중히 고르기 시작했다.
ㆍㆍㆍ
“헐, 사람 엄청 많은데···?”
“그러게.”
“이거 들어가려면 30분은 줄 서야 될 것 같은데.”
지우가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인다.
경기장 앞을 가득 메운 사람들 때문이다.
저 멀리서부터 입구까지,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으음.
나도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네.
어쩐지 주말만 되면 동네가 한산하다 했더니, 경기 있는 날엔 사람들 다 여기 있었구나.
“흐음.”
30분 전쯤 지우와 만난 나는 카페에 잠깐 들렸다가 경기장에 도착한 참이었다.
지우가 케이크를 먹고 싶다길래 그것도 먹고, 잠깐 얘기도 좀 하다 보니 시작까지 30분도 안 남은 시간에 도착했다.
“시작하고 나서 들어가겠네. 괜찮나?”
지우가 걱정스러운 듯 묻는데,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상관없다.
사실 일부러 천천히 만나자고 한 거기도 하다.
왜냐면, 난 이 줄을 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와.”
“응?”
나는 줄을 피해 앞장서 걸었다.
걷다 보니 왜 이렇게 줄이 긴가 알 수 있었는데, 입구가 몇 개 없었다.
누가 피렌체의 경기장 아니랄까 봐. 여긴 경기장도 오래된 모양이다. 그래서 입구가 몇 개 없는 모양이었다.
다만 그중 한 곳은 유독 줄이 짧았다.
거기만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나는 지우를 데리고 그쪽으로 향했다.
“여기도 줄 서는 곳이야?”
“아니. 줄 안 서도 되는 곳이지.”
“줄 안 서도 되는 곳?”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주머니를 뒤져 티켓을 꺼냈다. 팀에서 따로 준 티켓이다.
그 티켓을 입구의 가드분께 보여드리자, 가드분은 곧바로 자리를 비키며 길을 열어주셨다.
“와, 뭐야? 바로 들어가면 되는 거야?”
“응.”
“왜? 뭔데?”
뭐긴 뭐야.
“나도 좀 있으면 여기서 뛸 사람이니까 그렇지. 선수가 줄 서서 들어가는 거 봤냐.”
“헐··· 맞는 말이긴 한데 왜 이렇게 재수가 없지?”
그러게.
내가 말 하고도 좀 재수가 없네.
근데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유스 티켓으로 하이패스한 다음 이 대사 치는 거 해보고 싶어서 어제부터 생각해뒀던 거라.
“사람들한테 좀 미안한데.”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굳이 줄 설 필요는 없잖아.”
“그건 그렇지···?”
“가자.”
나는 지우와 함께 우리 좌석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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