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37)
그거 나 아님 -1
“아니, 이 정도 가지고···”
“주의하도록.”
“하···”
상대 팀 12번이 옐로 카드를 받는다.
나와 부딪힌 그 선수다.
우리 팀 선배들에게 욕도 얻어먹고 경고까지 받으니 굉장히 억울해 보인다.
문득 토레이라 선배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심판도 사람이라, 우리 같은 약자들의 편을 더 들어주게 되어있다고.
물론 내가 일방적으로 파울을 당한 건 사실인데, 그래도 바로 카드가 나올 줄은 몰랐다.
내가 그렇게 볼썽사납게 넘어졌나?
분명 지우가 보고 있을 테니, 그건 좀 그런데.
뭐, 어쩌면 우리 팀 선배들의 액션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난 진짜 무슨 큰일 난 줄 알았다.
거의 교통사고를 당한 것 같은 리액션들이었으니까.
심지어 좀 섬뜩하기까지 한 선배도 있었다.
“흐흐흐···”
센터백인 밀렌코비치 선배다.
키 195의 거대한 덩치. 출신은 세르비아.
말만 들어도 무서운 선배가 혀로 입술을 핥으며 서늘하게 웃는데,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상대도 그걸 느꼈는지 뒷걸음질을 치더라.
“야, 인마! 정신 차려! 이거 또 눈깔 돌아갔네. 넌 오늘 안 돼! 이미 카드 많다고!”
“흐흐흐···”
비라기 주장이 말하길, 평소엔 과묵하고 점잖다가도 한 번 눈이 돌아가면 못 말리는 녀석이라더니.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선배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내 편이라 든든하지, 상대였으면··· 상상도 하기 싫다.
“조심해라, 너!”
뭐, 아무튼.
선배들이 씩씩대며 자리로 돌아가고, 나는 허리를 살짝 만져보며 몸 상태를 점검했다.
선배들 앞에선 아픈 척을 좀 했지만, 문제는 전혀 없다.
“삐익-!”
파아앙-
짧은 프리킥으로 경기를 재개시킨다.
그 공을 받은 토레이라가 다시 뒤로 공을 보내고, 나와 먼 곳에서 공이 돌기 시작하면서 내겐 조금의 여유가 주어진다.
그러나 경기는 확실히 불이 붙은 느낌이 든다.
상대가 압박을 시작하기도 했고, 방금의 파울 때문에 우리 팀 선배들도 열을 받았고.
덕분에 잔잔하던 전반전 때의 흐름과는 필드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특히 우리 팀 선배들은 눈이 반쯤 뒤집혔다.
상대 선수들과 인정사정없이 부딪치는 선배들을 보니, 훈련 때 나를 많이 배려해준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퍼어억-!
으으, 저거 봐.
세컨 볼 경합을 하는데, 공은 뒷전이고 사람부터 담그는 거. 저 정도면 진짜 아프겠는데.
근데 또 상대도 쉽게 기가 죽지 않는다.
저렇게 부딪히고도 벌떡 일어나 다시 덤벼드는 거 보면··· 난 확실히 배려를 받고있는 게 맞는 것 같다.
어쨌거나.
전쟁터가 되어버린 이 살벌한 필드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후우-”
마음 같아선 나도 선배들을 돕고 싶다.
선배들이 나를 위해 저렇게 싸워주는데, 나라고 가만히 있을 순 없으니까.
나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 선배들과 함께 싸우고 싶다.
하지만··· 그래 봤자 도움은 안 될 것이다.
내가 부딪쳐봤자 상대는 꼼짝도 하지 않을 테니까. 나만 볼품없이 나가떨어지겠지.
상대는 내가 그저 왈왈! 시끄럽게 짖어대는 치와와 정도로밖엔 안 보일 거다.
그러니 함께 싸우는 걸론 도움이 되지 못할 거다.
절대 무서워서 자기합리화를 하는 게 아니다.
진짜로.
이건 자기합리화가 아니라 객관적인 것뿐이다.
그렇담 난 어떤 식으로 선배들을 도와야 할까.
역시, 나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꼭 힘으로 버텨내고, 상대를 제압하는 것만이 방법은 아니라고 했으니까.
“삐이익-!”
토레이라 선배가 넘어지며 파울을 얻어낸다.
상대가 억울해하며 항의를 해보는데, 심판은 단호하다.
체구가 작은 토레이라 선배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영리한 플레이다.
그래.
나도 토레이라 선배처럼 영리하게 움직여야만 한다.
나에겐 모든 걸 무시할 수 있는 우월한 피지컬도 없고, 본능대로만 움직여도 다 제쳐낼 수 있는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항상 부지런히 생각하고 영리하게 움직여야만 한다.
난 천재가 아니기에 더 똑똑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타타탓-!
주변의 상황을 살피며 천천히 움직인다.
상대 미드필더 하나가 나를 바짝 따라오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내가 공을 잡으면 위험에 처할 게 뻔하기 때문인지.
선배들은 굳이 내게 공을 주기보단 멀리서 패스를 주고받고 있다.
이럴 때 중요한 건 뭘까.
아마도 포지셔닝, 즉 위치 선정일 거다.
꼭 공을 가지고 있을 때에만 필드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어느 곳에 위치해 있느냐, 그것만으로도 내 역할을 충분히 다 할 때가 있다.
지금 같은 경우가 특히 그렇다.
상대 한 명이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상황.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나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 말이다.
물론 내가 경계 된다기보단, 내가 제일 만만하니까 그런 것일 텐데··· 어쨌든 나는 본의 아니게 상대의 주의를 끌고 있는 상태.
이걸 잘 활용만 한다면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주변과 전방, 그리고 상대의 수비 진영을 살피며···
타타탓-!
왼쪽 하프 스페이스를 따라 전방으로 움직인다.
내 근처를 서성이던 상대 미드필더 역시 나를 따라온다.
뿐만 아니라, 내가 박스 근처에 자리를 잡자 주변 공간이 상당히 좁아짐을 느낀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게 이거였다.
왼쪽 공간을 좁게 만드는 것.
왼쪽이 좁아지면, 자연히 반대쪽인 오른쪽은 넓게 열릴 수밖에 없다.
그 공간을 블라호비치가 담당해줄 것이다.
박스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선호하던 블라호비치다.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접고 들어오며 왼발 슈팅. 그게 본인이 선호하는 패턴이라고 했던 그다.
그 상황을 만들어주기 위해 내가 왼쪽으로 온 거다. 블라호비치가 역시 오른쪽으로 슬금슬금 움직이는 게 보인다.
다만 아직은 부족하다.
좀 더 상황을 확실하게 만들려면 내가 좀 더 상대의 이목을 끌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결국 내가 공을 잡아야 한다는 계산이 선다.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크게 삼켰다.
날 노리는 괴물들이 우글대는 이 좁은 공간에서 공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덜컥 두려움이 앞선다.
보나 마나 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가 공을 잡으면 사방에서 나를 향해 덮쳐들겠지. 그 사이에서 내가 버틸 수 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그럼, 해야 한다.
“후우-”
나는 1군에 남고 싶다.
다시 U17 팀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지우나 아빠나··· 내가 1군에서 뛰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좋아했다.
날 자랑스럽게 바라봤고, 내 시합을 보며 즐거워했다. 그 둘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나는 더 즐거웠다.
그래서 난 1군에 남고 싶다.
여기서 버티고 싶다. 지금은 나를 지키겠다고 싸워주는 선배들을 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니, 두려워도 용기를 내야 한다.
타탓-!
“헤이-!”
빠르게 움직여 순간적으로 포위망을 빠져나오며 손을 든다. 공을 가지고 있던 토레이라 선배가 날 보고 살짝 멈칫하는데, 공을 달라고 손짓했다.
그러자 패스가 온다.
파아앙-!
아니나 다를까.
아직 공이 내게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뒤에서 달려드는 수비의 인기척이 느껴진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천재가 아니더라도 같은 걸 두 번 당하는 바보까지는 아니다.
“···”
굴러오는 패스를 바라보는 동시에, 곁눈질로 내게 달려드는 수비와의 거리를 가늠하다가···
공과 수비 모두 내 근처까지 도달하는 순간.
스르륵-
공은 그대로 두고 몸을 뒤틀며 빙글 돌아선다.
그러자 나에게 달려들던 수비가 허공에 어깨를 들이미는 게 보인다.
애초에 공보다 내가 우선 타겟이었던 상대다.
덕분에 난 수비와 몸싸움을 하지 않고, 또한 공을 건드리지 않고도 돌아설 수 있었다.
타탓-!
결대로 공을 잡은 뒤, 천천히 몰고 올라가며 수비가 붙어오길 기다린다.
총 세 명이다.
방금 날 놓친 수비가 뒤에서.
그리고 정면과 오른쪽에서 각각 하나씩.
그 셋이 삼방향에서 나를 향해 좁혀드는데···
타타탓-!
그 포위망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본다. 발바닥으로 공을 굴리며 공을 향해 뻗어오는 발을 피해내고, 빙글빙글 돌며 술래잡기도 해본다.
어차피 반칙을 당해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이 정도 위치면 직접 때릴 수 있는 위치인 만큼, 상대를 약 올리듯이 공을 지켜냈다.
상대도 그걸 의식한 건지, 또한 아까 받은 경고가 발목을 잡는 건지.
어떻게든 공만 빼내려 달려드는데··· 덕분에 공을 지키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기다리는 상대를 돌파하는 드리블보단 역시 달려드는 수비를 피해내는 드리블이 더 쉽다.
타아앗-!
그렇게 공을 소유하다가··· 한쪽으로 크게 빈틈이 열린 순간 공을 길게 차며 달린다.
슬슬 좁은 공간에서 빠져나와야겠다는 생각.
그 방향이 중앙 쪽이었고, 탈출에 성공한 난 블라호비치부터 찾았다.
파아아아앙-!
곧바로 패스를 뿌린다.
오른쪽 넓은 공간에서 손을 들고 있던 블라호비치 선배다.
파아앙-
다행히 패스는 정확히 연결된다.
곧 수비 하나가 그에게 붙는데, 한 명으론 블라호비치 선배를 막을 수 없다고 난 확신한다.
타탓-
뻐어어어어어엉-!
호쾌한 소리가 필드에 울려퍼진다.
블라호비치의 왼발 슈팅이 빨랫줄처럼 골대를 향해 쏘아져 간다.
이건··· 됐다.
철썩-!!
“예에에에에-!”
내가 블라호비치 선배에게 달려가자, 선배는 나를 힘차게 끌어안아 들어 올려 주었다.
곧 다른 선배들도 우릴 향해 덮쳐들었다.
*
상대는 아마 내가 되게 얄미웠을 거다.
별것도 아닌 꼬맹이가 자꾸 눈에 거슬리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심지어 툭 건드리기만 해도 넘어지는데, 심판은 계속 나의 편을 들어준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니 상대는 날 조심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선배들 역시 나를 호위하며 내 발을 가볍게 만들어주었고.
덕분에 나는 좀 더 과감하게 내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이런 상대를 만나도 기죽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더 활발하게 움직이기도 했다.
감독님이든, 아빠나 지우든.
걱정하면서 날 지켜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말했잖아.
다치는 건 내가 아니라 상대의 큰 코가 될 거라고.
“와아아아!”
결국 후반 막판, 우리는 한 골을 더 넣었다.
내가 직접적으로 관여한 골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골을 만드는 과정에 나도 포함이 된 골이었다.
내가 왼쪽을 파고들면서 중앙에 공간이 생겼고, 그 덕분에 토레이라 선배가 프리하게 슈팅을 때릴 수 있었거든.
그게 골망을 찢어버렸고.
결국 그 골은 오늘 경기의 쐐기 골이 되었다.
“삑, 삐익, 삐이이익-!”
휘슬이 울리는 순간, 나는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리가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일단 이긴 것도 이긴 건데,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떻게··· 잘 살아남았네. 이 전쟁터에서.
덕분에 지우에게 혼날 일은 없겠다.
그건 다행인데···
“고생했다, 막내야!”
“이거 이거, 생각보다 용감하네?”
“막내야, 봤지? 우리가 이런 형들이다. 너 건드리는 놈들은 가만 안 둔다고.”
“그러니까 앞으로 좀 더 장난쳐도 되지?”
아이 참, 왜들 이러시는 거야.
경기가 끝나자마자 내 주변으로 몰려든 선배들의 손길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
내 머리를 통통 두드리기도 하고, 얼굴을 쓰다듬기도 하고, 날 들었다 놨다 하는 통에 정신이 없다.
시합 때까지만 해도 든든하기 짝이 없던 선배들인데. 시합이 끝나니 귀신처럼 귀찮은 형들이 됐다.
으으으···
“야 이것들아, 애 그만 괴롭히고 나와. 막내야.”
“아··· 네!”
한창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 비라기 주장이 나를 불러 얼른 대답했다.
역시 날 생각해주는 건 주장뿐이다.
간신히 선배들에게 벗어나 달려가니, 주장은 내게 어깨동무를 하고 어디론가 날 데려갔다.
“막내, 마음의 준비 좀 해야겠다.”
“네? 무슨 준비요···?”
“너, 수업시간에 발표 같은 건 잘 하는 편이었냐?”
“발표··· 요?”
주장의 뜬금없는 질문에 나는 고개를 갸웃였다.
갑자기 웬 발표?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주장이 경기장 한쪽을 손으로 가리킨다.
그곳엔··· 여러 대의 카메라와 손에 마이크를 들고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별건 아니고, 인터뷰하는 건데. 카메라 앞이라고 너무 얼지 말고. 그냥 묻는 것에만 간단히 대답하면 돼.”
“이··· 인터뷰요?”
“어. 네가 오늘 좋은 활약을 했다는 소리다. 그러니 기쁘게 받아들여.”
“아···”
아니··· 잠깐만.
이건 생각도 못 한 건데.
나보고 지금 저 카메라들 앞에 서라고?
“다녀와라.”
주장에게 떠밀리듯 인터뷰 장소로 향한다.
그러자 방송 관계자로 보이는 아저씨가 내게 뭐라뭐라 설명하는데, 솔직히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손에 땀이 나기 시작하고 입이 바싹 마르기 시작한다.
와 씨, 미치겠다.
“자, 여기 서주시면 됩니다. 올 스탠바이!”
기어코 카메라 앞에 서자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시합 땐 잘만 돌아가던 머리가 멈춰버렸다.
사,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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