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4)
간절함의 무서움 -2
기대는 했지만 예상은 못 한 일이었다.
주전조 훈련으로 합류하라니.
내가 그 정도로 잘했나?
뭐 확실히, 못하지는 않았지.
최대한 눈에 띌 수 있도록 활발하게 움직였고, 골도 2골이나 넣었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빨리 불려가게 될 줄은 몰랐다.
주전조에서 훈련을 했던 게 언제적이던가.
벌써 몇 달도 더 된 것 같은데.
가슴이 두근두근 댄다.
“후우.”
울렁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옆 훈련장으로 향한다.
평소였다면 이 상황이 몹시 부담스러웠을 텐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
내게 기회가 오는 것일까?
“저, 감독님.”
“어, 그래. 지안.”
우리 U17 팀의 감독, 토니 감독님께 다가가니 감독님이 어색하게 날 맞이한다.
감독님과는 대화를 길게 나눠본 적이 없어서 좀 어색한 사이다.
사실 팀 내 모두가 다 그렇긴 하지만.
감독님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갑자기 불러서 미안하다.”
“아니에요.”
“조끼 안 입은 팀. 세콘다 푼타 위치에서 뛰는 거다.”
“네.”
“별다른 건 없다. 그냥 네 마음대로 뛰어. 이해했나?”
“이해했습니다.”
“그래. 잠시 대기해.”
내 이탈리아어 수준을 의식한 건지, 감독님이 발음에 신경 쓰는 듯한 어투로 내게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별다를 것 없이 똑같은 역할.
하지만 주전조는 비주전조와 확실히 다르다.
저 아이들 중 몇몇은 1군 훈련에 참가한 적도 있을 정도.
그러니 쉽게 생각할 수는 없다.
“앞으로!”
“사람 잡아! 돌아 들어간다!”
잠시 터치 라인에서 대기하며 주전조의 연습 시합을 관찰한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상상해본다.
조끼를 안 입은 팀의 세콘다 푼타면···
13번. 저 친구 이름이 뭐였지.
아, 그래. 지노.
지노의 자리에 내가 들어간다면.
나라면 어떻게 플레이할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먼저 생각해봐야 할 건, 내가 왜 지노 대신 저 자리에 들어가는가에 관한 것이다.
감독님이 왜 지노를 빼고 날 들여보내는지, 그 의중을 파악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일단 지노와 나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지노는··· 내 기억으론 나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다. 신체적으로 우월한 건 아니지만, 드리블과 패스, 그리고 침투가 좋은 스타일.
물론 스타일만 같다뿐이지, 지노가 나의 상위호환일 거다.
그러니까 지노는 주전조고, 나는 비주전조인 거겠지.
아무튼, 이런 경우라면 딱히 어려울 게 없다.
비슷한 유형의 선수끼리 교체를 한다는 건 하나의 이유밖에 없으니까.
체력 문제 말이다.
나는 그저 지노의 보조 배터리인 셈이다.
그러니 지노의 역할을 그대로 수행하기만 하면 될 뿐.
어려울 게 없다.
다만··· 걸리는 점이 있다.
뭐냐면, 지노가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노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꽤나 거셌다.
공이 없을 때도 마크맨 하나가 붙어 있었고, 지노에게 공이 가면 순간적으로 두 명 이상이 붙었다.
그런 상황에서의 경합이 쉬울 리 없으니, 지노의 턴오버는 늘어나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지노에게 향하는 패스의 빈도 자체가 줄어들고 있었다.
만약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일단은 경기장을 좀 넓게 쓰면서 방법을 찾을 것 같은데.
그니까, 마크맨을 끌고 다녀야 한다는 거다.
전담 마크를 붙인다는 건 결국 수비 입장에서도 한 명을 소모한다는 얘기다.
지노가 제자리에만 있는 게 아니라, 사이드로 빠지거나 중원으로 내려오는 움직임을 가져갈 경우.
마크맨 역시 제자리를 이탈해야 하고, 그 자리에 빈공간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 식으로 수비에 균열을 일으켜야 이 흐름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게 일단 내 생각인데.
지노의 생각은 다른지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개인 능력으로 마크맨을 떨쳐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모양.
설마 나도 아는 걸 지노가 모를 리는 없을 테고.
“지안, 준비됐나?”
“아, 네.”
“지노의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모양이야. 그래서 쉬게 해주려는 거니, 네가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어.”
“아··· 네.”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
“알겠습니다.”
감독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손으로 확성기를 만들어 지노를 불러냈다.
그 부름에 지노가 느릿느릿 걸어 나오고, 나는 지노를 지나쳐 내 자리를 향해 뛰어갔다.
그렇게 뛰어가면서, 문득 내가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이건 주전조 아이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연습 게임일 뿐인데.
난 마치 이게 실전이기라도 한 듯 혼자 심각하게 분석을 하고 있었으니.
왜인지 그런 내가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 이 순간이 내게 중요한 기회인 건 사실이다.
혼자 좀 심각하면 어때.
지우 앞에서 개망신당하는 것보단 낫지.
뻐어어어엉-!
상대의 골킥으로 경기가 재개되고.
나는 간절함의 힘을 믿으며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내 능력 이상의 플레이였다. 지금 내가 밟고 있는 필드는 비주전조의 미니 게임 따위가 아니다. 무려 주전조의 연습 게임.
지노를 제치고 주전 자리를 꿰차겠다는 건 언감생심이지만, 적어도 비상시엔 내가 지노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 정도는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벤치에라도 앉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러려면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에 욕심을 내기보단,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파아앙-
파아앙-!
우리 팀이 후방에서 공을 돌리고 있는 상황.
상대 수비가 촘촘한 간격으로 서 있어 쉽사리 전진 패스의 각이 열리진 않는다.
덕분에 횡 패스와 백 패스만이 이어지는데.
밖에서 볼 땐 이 광경이 지루하게만 느껴지겠으나, 안에서의 입장은 다르다.
가장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지는 때가 바로 이때니까.
특히 나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후방에서 좀처럼 전진이 안 되는 게 꼭 후방 자원들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진 패스를 받아야 하는 2선 자원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더 높다.
패스를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전진 패스를 주든 말든 할 테니까.
따라서 내가 활로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이 상황이 고착될 수밖에 없다는 건데.
심지어 나는 깍두기다.
2선 자원들의 움직임에 문제가 있다 친다면, 그게 기존 주전들의 문제일 확률이 높을까 아니면 깍두기로 들어온 나의 문제일 확률이 높을까.
당연히 두 번째겠지.
설령 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 그렇게 ‘여겨지기가’ 쉬울 테고.
한마디로, 횡 패스나 백 패스가 한 번씩 늘어날 때마다 제일 초조해지는 건 나라는 얘기다.
1초라도 빨리 정답인 위치를 찾아, 그곳에 서 있어야 한다.
정답에 가까운 위치여서도 안 된다.
비주전인 나로서는 꼭 정답만을 골라야 한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미리 문제 풀이를 어느 정도 해놨다는 점일 거다.
일단은 내게 붙은 이 마크맨을 끌고 다니며 공간을 여는 것부터가 풀이의 시작이다.
타타탓-!
포워드의 영역을 과감히 버리고 중원으로 내려간다. 그러면서 뒤를 슬쩍 살피니, 마크맨 역시 따라붙는 게 보인다.
지노도 아니고 고작 나를 맨마킹 해야 하나 싶었는지 살짝 멈칫하는 게 보이긴 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내려가, 우리 팀 미드필더들 사이에 자리를 잡는다.
자, 일단 내가 수비 하나를 이끌고 내려왔으니 상대 진영 쪽에 공간 하나를 만들었다.
이젠 누군가가 그 공간을 먹어줘야 하는데···
“공간! 들어가!”
역시 주전조 아이들이다.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옆에 있던 미드필더 하나가 전방을 향해 뛰는 게 보였다.
이렇게 되면 여기서부턴 퍼즐 맞추기 게임이다.
빈공간을 향해 뛰는 녀석을 놔둘 순 없으니, 누군가는 움직일 터.
이럼 그 ‘누군가’가 지키고 있던 원래 자리가 다시 비게 되고, 그 자리를 다시 아군의 누군가가 먹어버릴 것이다.
이 물고 물리는 연쇄 이동이 이어지다 보면, 결국엔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빈틈이 생길 거라는 걸 예측하는 게 아니라, 그 빈틈이 어느 곳에 생길지를 예측하는 것.
타타탓-!
나 역시 계속해서 움직이며 주변을 끊임없이 살핀다. 동시에 머릿속으론 장기 말들을 움직여가며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그렇게 시뮬레이션을 돌리다가··· 마침내 계산을 마치는 순간.
타타탓-!
왼쪽 하프 스페이스를 향해 뛴다.
내 계산이 맞았다면 결국 프리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건 왼쪽 공간.
그리고 그 공간으로 볼이 투입되기 위해선 왼쪽 중원을 거쳐 가야 한다.
그게 내가 왼쪽을 향해 달리는 이유.
만약 내 계산이 틀리지 않았다면, 공은 이리로 올 것이다.
과연 나는 정답을 골랐을까?
파아아앙-!
온다.
공이 온다.
드디어 전진 패스가 나왔고, 그 패스가 내게로 향하고 있었다.
일단은 정답을 맞췄다.
하지만 기뻐하기엔 이르다.
난 어디까지나 징검다리일 뿐.
최종 목표를 향해 빠르고 정확하게 공을 넘겨줄 의무가 남아있다.
패스가 내게 오는 방향, 즉 우리 쪽 골대를 바라보고 있던 나는,
뻐어어어엉-!
논스톱으로 공을 꺾어 찼다.
왼쪽 사이드를 향해 찌르는 패스.
어차피 계산도 끝났고, 내 뒤엔 여전히 마크맨이 따라오고 있으니.
잡아두고 찰 시간은 없었다.
슈우우우웅-
내 패스가 왼쪽으로 뻗어져 나가고.
나는 그 패스를 감상할 틈도 없이 다시 달린다.
패스를 연결 시켰다고 내 임무가 끝난 건 또 아니다.
난 어디까지나 공격수. 끝까지 박스를 향해 침투해야 한다.
다만 내가 헤더에 강점이 있는 건 아니니까, 컷백을 받을 수 있는 위치를 향해 뛰어야 한다.
“후우, 후우!”
호흡을 강하게 뱉어내며 이를 악물고 달린다.
사실 발이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놈의 저질 체력도 문제인데, 잠깐 사이에 뇌를 너무 썼는지 어질어질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달릴 수 있었다.
일단,
파아앙-!
내가 보낸 패스가 정확히 도달해, 와이드 오픈 찬스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내게 힘을 주었고.
무엇보다··· 여기서 멈추면 지우에게 했던 거짓말들이 모두 들통날지도 모른다는 무서움이 내 다리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나 참.
거짓말이라는 게 이렇게나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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