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70)
경기가 이어지면서,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있었다.
······진짜인가?
아니, 이게 진짜로 그렇다.
상대의 자책골로 기록된 첫 번째 골도 그랬고, 이후로도 우리에게 행운이 따르는 장면들이 이어졌다는 거다.
선제골 이후로도 경기는 상대가 주도했다.
분명 상대가 우리보다 한발 빨랐고, 위협적이었으며, 결정적인 장면 역시 더 많이 만들어내고 있었는데.
문제는 운이 계속 우리 쪽에 따라 주고 있었다는 것.
예를 들면··· 일단은 골대가 있다.
뻐어어어엉-!
파아아앙-!
“으으으···!”
테오 에르난데스의 중거리 슈팅 한 번, 그리고 즐라탄의 헤더 한 번.
그 두 번의 결정적인 슈팅이 골대에 맞으며 우리를 살렸다.
심지어 골대 맞고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은 궤적이었는데, 모두 이상하게 꺾이며 골 라인을 넘지 못했다.
상대 입장에선 불운이었고, 우리 입장에선 행운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굴절된 패스가 묘하게 계속 우리 쪽으로 오는가 하면, 킥을 처리하던 상대가 뜬금없이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다.
그게 여러번 그랬다.
무엇보다, 가장 결정적인 건 레드 카드였다.
“아아악-!”
전반 30분쯤이었을까.
중원에서 공이 튀었고, 그 공을 향해 두 명이 동시에 달려들었는데··· 여기서 상대 미드필더가 무리한 태클을 하다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솔직히 이건 행운이라 말하기 어려웠다.
어쨌든 스터드를 들고 들어온 상대의 태클은 정당한 퇴장 사유였고, 뭣보다 그 태클에 당한 토레이라 선배가 굉장히 고통스러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 토레이라 선배가 조금 많이 고통스러워했을 뿐 금세 털고 일어난 데다가, 한 명이 빠진 상대가 급격히 기세가 죽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서···
결과적으론 행운이 맞았다고나 할까.
“되는 게임이라고 했지! 마음 편하게 해!”
“우리는 여신의 가호를 받는다!”
···상황이 이러니 나도 좀 어이가 없는 거다.
솔직히 경기력으로만 따졌을 땐 우리가 이기고 있는 경기라 보기 힘들었다.
물론 골을 넣어야 이기는 게 축구라는 게임이긴 하지만··· 그래도 경기를 주도하고 있던 건 상대가 분명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1대0으로 경기를 리드하고 있는 건 우리였으니까··· 진짜 지우에게 뭐가 있기라도 한 걸까?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진짜 있긴 뭐가 있다고···
파아앙-!
···라고 생각하는 순간, 실수였던 패스가 상대의 몸에 맞고 내 앞으로 굴러온다.
이젠 나도 진짜 모르겠다.
*
솔직히 조금 찝찝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한 명이 퇴장을 당하고 난 뒤, 후반전이 시작되고.
상대는 공격수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를 투입시켰다.
전반전 동안 가장 위협적이었던 윙어 레앙이 나갔고, 상대는 어쩔 수 없이 라인을 내리며 수비 태세에 들어갔다는 얘기인데.
덕분에 경기의 주도권이 우리에게 넘어오긴 했으나··· 왠지 이걸 실력으로 가져온 느낌이 아니라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건방진 생각이다.
억울한 퇴장도 아니고 정당한 퇴장이었다. 그 역시 시합의 일부일 뿐이다.
카드를 관리하는 것도 실력인 셈이니, 사실은 찝찝함을 느끼는 게 이상한 일이다.
그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찝찝함이 남았다.
왜일까.
“몰아붙여!”
“올라가, 올라가!”
어쨌거나.
여전히 어린애 티를 벗지 못한 나와 달리, 선배들은 상처 입은 상대를 집요하게 노렸다.
한 명이 없어 두 발을 더 뛰어야 하는 상대를 세 발 더 뛰게 만들기 위해 공을 돌리고, 거친 몸싸움도 일부러 더 걸었다.
더 괴롭히고, 더 물어뜯었다.
알 수 없는 찝찝함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던 나는, 그런 선배들을 보며 가슴 한구석이 찔릴 수밖에 없었다.
무슨 상황이든, 어떠한 조건에서든.
경기에서 이기는 게 프로의 마음가짐인데···
나는 아직도 선배들처럼 진짜 프로가 되기엔 먼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들에게서 배어 나오는 그 마음가짐은 내게도 전해졌고, 나는 생각을 고쳐먹기 위해 노력했다.
한 명이 없는 상대를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까,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한 거다.
치사한 게 아니었다.
승리에 대한 열망일 뿐이었다.
파아앙-!
후반전도 1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중원에서 공을 잡는다.
내 원래 위치에서 살짝 내려와 공을 잡은 건데, 공을 잡자마자 수비가 붙어온다.
타타탓-!
한 명이 없다 해도 상대는 1점을 뒤지고 있다. 따라서 마냥 내려앉기만 할 수는 없는 상태라는 거고, 그 말은 즉.
수비를 끌어내려면 얼마든지 끌어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수비가 붙어오길 일부러 기다렸다가,
파아앙-!
가까운 동료에게 패스를 내주며 공간에서 빠져나온다.
파아앙-!
다시 리턴 패스가 온다.
공을 쫓던 수비는 다시 내게 붙어온다.
반복한다.
파아앙-
파아앙-!
다른 건 몰라도 도망치는 것엔 꽤 재능이 있는 나다. 마치 훈련을 하듯,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이리저리 움직이던 나는,
“─!”
상대의 수비 진영이 충분히 끌려 나왔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뻐어어어어엉-!
지체없이 패스를 앞으로 보냈다.
슈우우우우웅-
한 명이 없어 마음이 급한 상황에서, 공을 빼앗기 위해 올라왔으니 빈공간을 노출하는 건 당연했고.
그 공간을 보고 패스를 때려 넣기란 아주 쉬운 일이었다.
파아앙-!
패스가 왼쪽으로 전달되는 걸 확인하며 전방을 향해 달린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 명이 없으니 어딘가는 반드시 비게 되어 있다. 그 공간을 향해 찾아 들어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타타탓-!
그 빈공간을 향해 달려가면서··· 문득 내가 왜 찝찝함을 느꼈었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장 전까지, 우리는 매우 고전하고 있었다.
상대는 우리를 강하게 압박했고 우리는 그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나는 그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이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가 이렇게 된 이후로, 그런 고민은 할 필요가 없어졌다.
덕분에··· 재미가 없어진 것이다.
파아앙-!
사포나라 선배의 컷백이 박스 뒤쪽을 향해 흐른다. 내가 달려드는 방향이다.
그 컷백을 다이렉트로 슈팅해야겠다 마음먹고 보폭을 조절한다.
웃긴 생각이긴 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상대에게 약점이 생겼으면 기뻐하기도 모자랄 판에 재미가 없어졌다는 애 같은 생각이나 하다니.
나도 이게 웃기다는 건 아는데, 그냥 솔직한 내 감정일 뿐이다.
그냥 그런 마음이 드는 걸 어떡해···
뻐어어어어엉-!
흘러오는 공에 보폭을 맞춰 때려낸다.
왼쪽 골대를 노리고, 파워보다는 정확함에 초점을 맞춰 인사이드로 감아 때렸다.
그런 내 슈팅은···
슈우우우우웅-
철썩-!!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시건방졌다.
다른 때처럼, 그렇게 기쁘지가 않았던 것이다.
*
재미를 찾아야 했다.
남은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낼 수는 없었다.
새로운 재미··· 그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나는 유치한 복수를 떠올렸다.
파아앙-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뒤 돌아선다.
상대 풀백, 테오 에르난데스가 내 앞을 막아선다.
전반까지 우리 오른쪽 라인을 지독하게 괴롭혔던 게 이 선수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선배들의 복수를 할 차례.
내가 괴롭혀 줄 테다.
툭, 툭-
천천히 공을 치고 들어가며 상대의 반응을 살핀다.
온전히 1대1.
한 명이 부족한 상대는 협력 수비를 할 여유도 없다. 온 신경을 발끝과 상대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천천히 들어간다.
툭, 툭-
내 터치 한 번 한 번에 상대가 움찔움찔한다. 모든 움직임에 반응한다는 뜻인데··· 반사신경이 뛰어난 선수들이 보통 이렇다.
그렇담, 그걸 역이용해보자.
툭-!
일정하게 공을 건드리던 나의 리듬이 순간 어그러진다. 공을 좀 세게 건드린 탓인데, 그 탓에 공이 애매하게 튄다.
길었다.
공이 상대 정면을 향해 길게 튀었고, 반응이 빠른 상대는 그걸 놓칠 리 없었다.
타아앗-!
상대의 발이 공을 향해 뻗어져 나온다.
수비의 기본은 기다림이지만, 공이 눈앞까지 오는데 그것까지 참을 수 있는 수비수는 그리 많지 않을 거다.
지금의 상대 역시 그랬고, 나는 던진 미끼를 잡아챘다.
툭, 툭-!
상대보다 한 타이밍 먼저 왼발로 공을 건드린 뒤, 곧장 오른발로 공을 앞으로 밀어놓으며 치고 나간다.
상대가 빠른 선수이긴 하나, 이렇게 박자를 빼앗기고도 날 따라올 수는 없을 것이다.
타타탓-!
그렇게 수비를 벗겨낸 뒤 치고 달린다.
여기서부터는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단순히 코너 플래그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봤자 금세 따라잡힐 게 분명하니까···
안쪽으로 가야 한다.
수비가 기다리고 있다 하더라도.
타타탓-!
왼쪽으로 몸을 집어넣으며 공을 끌고 달린다.
어찌나 빠른지, 제쳐냈던 상대 풀백이 벌써 달려들고 있어 몸을 먼저 넣어야 했다.
몸으로 막아버리면 반칙 말고는 날 멈춰 세울 방법이 없다.
역시나 그는 날 건드리지 못했다.
“후우, 후우-”
차오르는 호흡을 강하게 뱉어내며 드리블을 멈추지 않고 박스를 향해 다가선다.
동시에 시선은 박스 안쪽에 둬 동료들의 움직임과 상대 수비의 반응을 살핀다.
음··· 딱히 줄 곳이 없다.
이상한 일이다. 한 명이 없는 상대라 어느 한 곳은 분명히 비게 되어있는데, 그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동료가 없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이 그냥 내가 끝까지 해봐야겠다는 판단을 내린다.
타타탓-!
박스 모서리를 통과하며 수비와 맞닥뜨린다.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혼동을 주기 위해 상체를 흔들어 본다.
그 움직임에 상대가 모두 반응을 하긴 하는데, 왼쪽에 더 크게 반응을 하는 게 보인다.
아무래도 중앙 쪽으로 접고 들어가는 게 더 위협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쪽이 더 슈팅 각도가 크게 열리는 방향이니까.
파아앙-
타타탓-!
그래서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간다.
골라인과 가까워져 슈팅 각도가 좁아진 것은 사실이나, 어차피 유효 슈팅까지만 가져가면 괜찮다는 생각이다.
한 골이 절실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기고 있는 입장에선 경기 운영을 하기가 이렇게 편하다.
뻐어어어어엉-!
오른발등을 공에 얹었다.
슈팅 역시 마찬가지다. 최대한 노려서 때리기보단,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때렸다.
재밌는 건, 이렇게 때릴 때 가끔 나도 상상하지 못한 슈팅이 나갈 때가 있다는 거다.
노리고 때리는 것보다 훨씬 더 쩌는.
일종의 랜덤박스 같은 거랄까.
촤아아아아아-
철썩-!!
당첨.
절대로 노린 것은 아니었으나, 마치 노린 것처럼. 슈팅은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해 골망을 흔들었다.
누가 보면 노리고 때린 건 줄 알겠다.
“으아아아-!!”
“이 자식, 거기서 어떻게 거길 노린 거냐!”
오해를 사긴 했지만, 나는 멋쩍은 웃음으로 내 비밀을 지켰다.
*
“삑, 삐익, 삐이이익-!”
세 번의 휘슬이 경기 종료를 알린다.
경기장은 이미 조용해진지 오래였고, 그 속에서 시끄러운 건 우리들 뿐이었다.
“이겼다!!”
“승리의 여신께 경배하라!”
“여신의 가호가 우리를 보살피셨다!”
“여신님께서 보우하시니, 승리하였다 일러라!”
선배들이 우리 팀 관중석 쪽을 향해 두 팔을 들고 연신 허리를 굽힌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쯧쯧 차고 있다가··· 코치님께 곧장 끌려갔다.
오늘도 어김없이, 카메라 앞에 서서 로봇이 되어야 하는 시간이 온 것이다.
“승리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어째 갈수록 카메라가 더 많아지는 느낌이다.
눈을 감고 인터뷰하고 싶은데, 그럼 이상한 애 취급을 받겠지?
“아주 어려운 경기가 될 거라고 예상했는데, 예상외의 완승을 거뒀네요. 3대0, 이런 스코어가 될 거라고 예상했어요?”
“음··· 스코어까지는 몰랐는데요.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은 있었어요.”
내 대답에 기자가 과장된 리액션을 한다.
이 사람들은 별거 아닌 말도 엄청난 것처럼 부풀리는 게 특기라, 조심해야 한다.
“어떤 부분에서 확신을 가졌을까요? 훈련 때 컨디션이 좋았나요? 팀 분위기도 그렇고요?”
기자의 질문에 잠시 목을 긁적이며 한 번 더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떠오르는 대답은 하나뿐이다.
컨디션이 괜찮았던 것도, 팀 분위기가 좋았던 것도 사실이긴 한데.
승리에 대한 확신을 주었던 건···
“···승리의 여신이 우리 손을 들어줄 거라 믿었던 게 컸던 것 같아요.”
“···승리의 여신?”
내 대답에 기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린다.
“하하! 한 방 먹었는데요. 저는 AC 밀란의 파훼법에 대해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뭐, 넘어가 드리겠습니다.”
···음.
용기를 내서 솔직하게 대답한 건데.
뭐, 한 사람은 알아들었을 테니 그거면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도 좋아요. 부탁할게요.”
기자의 마지막 질문에, 나는 고심을 하는 대신 생각나는 대로 대답을 뱉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지만, 어서 이 자리를 벗어나려면 뭐라도 말해야 될 것 같았다.
“음··· 다음엔 제대로 붙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이겨도 이긴 것 같지가 않아서요.”
그렇게 대답하고 숨 막히는 카메라들 앞에서 도망치듯 벗어나는데, 카메라 뒤쪽에 서 있던 아저씨가 내게 박수를 치는 게 보였다.
왜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