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in the back of the head and hit in the back of the head, life is a big hit RAW novel - Chapter 12
12화 당신이 강지훈이야?
‘아니, 이놈이 어떻게?’
미친년을 통해 자신이 찌른 놈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이미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멀쩡하고 강한 상태로 자신의 앞에 설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표정을 보니 알아봤구나. 흐흐.”
“…….”
“뭐 이리 멍해? 정신 안 차릴래?”
“아… 아닙니다!”
“뭐가 아니야? 안 차린다는 거야?”
“차… 차리겠습니다.”
“그래야지. 이제 좀 대화할 분위기가 됐네. 일단 자리에 앉아 봐.”
동방수는 마치 자신의 방처럼 태연하게 소파에 앉았다.
쓰러져 있던 김주곤은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핑!
‘아오. 어지러워. 이 개 같은 놈이.’
속으로 구시렁댔지만, 가만히 쳐다보는 동방수의 눈빛에 움찔하며 자리에 앉았다.
“내가 뭐 좀 물어보려고.”
“마… 말씀하십시오.”
“왜 찔렀냐?”
“그… 그게…….”
처음부터 이렇게 훅 들어올지 몰랐던 김주곤은 말을 더듬었다.
“왜 대답 못 하겠어?”
“…….”
김주곤은 별다른 말도 없이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젠장. 어떻게 하지?’
감히 박현지와의 일에 대해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동방수가 한마디 던졌다.
“박현지.”
움찔!
“그년 알지?”
김주곤이 계속 대답하지 않자 동방수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이야. 아직 생각할 게 있나 보네.”
동방수는 손에 쥐고 있던 당구공을 공중으로 던졌다 받았다 하더니, 갑자기 멈추고는 김주곤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러고는 김주곤으로부터 몇 보 떨어진 곳으로 걸어갔다.
빡!
“아악!”
“에이. 당구공이 빨간색이라. 피 나도 티가 안 나네. 재미없게. 그렇지?”
“구… 구렇숩니돠.”
이가 몇 개 빠졌는지 김주곤이 우물대며 대답했다.
“어차피 티도 안 나는데 피 좀 더 묻어도 되겠다. 그걸 원하면 지금처럼 대답 안 해도 되고.”
“아… 아뉩니돠!”
김주곤은 이제야 사람이 주는 공포심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손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이제 대답 좀 하겠지.’
사실 이런 무식한 방법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대답을 받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동방수는 김주곤이 있는 그대로 고통을 느끼기를 바랐다.
“아, 이걸 잊었네.”
툭툭툭!
‘이……. 미친놈이 또 무슨 짓이지?’
갑자기 본인의 몸 몇 군데를 건드리자 의심부터 들었다.
“별거 아니야. 이제부터 맞으면 한 열 배쯤 더 아플 테니까 생각 잘하고 대답해. 구라 치다 걸리면 진짜 지옥을 맛볼 거야.”
“…….”
“좋아. 이제 다시 묻지. 박현지는 어떻게 알았지?”
“그… 그냥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동방수는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탁!
“끄아아아아악!”
치명적인 곳을 맞지도 않았다.
그저 멀쩡한 왼팔 삼두근 쪽을 살짝 가격당했다.
그럼에도 부러진 오른손의 통증보다 몇 배는 더한 통증이 밀려왔다.
“구라 치지 말라니까.”
“아… 알겠습니다! 박현지가 접근해 왔습니다.”
김주곤도 박현지의 정체를 정확히 알 순 없었지만, 사는 세계가 다른 쪽이란 짐작은 했다.
그런 족속들은 겉으로는 교양 있고 품위 있는 척하지만, 있는 놈들이 더하다는 것을 김주곤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훗날에 있을지도 모를 변고를 대비해 말을 아끼려 했지만, 지금 당장은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었다.
“이제 제대로 말하네.”
김주곤은 괴물을 보는 눈빛으로 동방수를 쳐다봤다.
어떻게 구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귀신도 곡할 능력이었다.
게다가 이상한 수로 고통을 배가시키니 김주곤의 두려움은 점점 커져만 갔다.
‘이… 이건 완전 괴물이야.’
동방수는 공포에 질린 김주곤의 눈빛이 마음에 드는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제 눈빛이 좀 마음에 드는구먼. 걔가 그때 너한테 어떻게 하라디?”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다고 찌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거였어?”
살기가 묻어나는 음침한 목소리에 김주곤의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움찔!
“아… 아닙니다. 처음에는 거절했습니다.”
“그래? 왜?”
“저… 저희가 비록 조직이지만 자존심이 있습니다. 고작 어린 여자애 말만 듣고 그런 짓을 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래? 반만 진짜네. 이번 한 번은 봐주지.”
움찔!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어… 어떻게 다 아는 거지?’
마치 마음을 읽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숨겨도, 거짓말을 해도 기똥차게 알아차리는 동방수 앞에서 김주곤은 사실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사… 사실 동생들 몇과 덤볐다가 경호원에게 처맞았습니다.”
“아, 그 덩어리. 좀 치긴 하더구먼. 또 뭐 있지?”
“…성공 보수로 5억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럼 그렇지. 크크. 너 같은 놈들이 그냥 그런 일을 해 줄 리가 없지.”
“죄송합니다.”
“날 왜 공격했는지 이유는 모르고?”
“저… 정말 모릅니다. 그 부분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고통스러운 몸을 흔들며 대답하는 꼴이 육감을 쓰지 않고도 진실임을 알 수 있었다.
‘쩝……. 일단 그냥 둬야 하나?’
분명 사주해야만 했던 이유가 있는 듯한데, 김주곤의 말만으로는 알아낼 수가 없었다.
김주곤을 털어서 알아내려던 계획이 틀어지자 동방수는 이제야 그에게서 한발 물러섰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반인을 해치라는 사주가 이렇게 간단한 일인 것을 보니, 그 이유 또한 참 별거 아닐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박현지에 관련한 일은 이쯤에서 정리하고, 이제 눈앞에 있는 깍두기를 바라봤다.
‘그나저나 이놈은 어떻게 한다?’
알아야 할 사실은 다 알았으니, 어느 수준으로 마무리할지 고민했다.
‘이놈들을 다 때려잡을 수도 없고 말이야.’
고민하는 동방수의 모습에 김주곤은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꼈다.
털썩!
“아, 앞으로 착하고 성실하게 살겠습니다. 제… 제발 살려 주십시오.”
“이것도 반만 진실이네. 착하고 성실하게 살겠다는 건 구라겠고. 살려 달라는 게 진실인가?”
“헉…….”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듯한 동방수의 모습에 김주곤은 더 이상 놀랄 힘도 없었다.
그때.
쿵! 쿵! 쿵! 쿵!
김주곤 뒤쪽에 있던 커다란 장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 * *
강지훈은 서둘러 HEPPY MONEY를 찾았다.
“이 미친 사채 새끼들이, 감히 운영이를 잡아가?”
법정 최고 이자 따위는 무시하는 쓰레기 같은 놈들이었다.
HAPPY의 스펠링도 모르는 바보 같은 놈들.
그런 놈들과 경쟁업체인 스마일 머니는 최대한 양심적으로 영업 활동을 해 왔다.
불법을 자행하는 김주곤파와 합법을 지향하는 강지훈파는 수시로 붙었다.
그러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두 조직이었는데, 이번에 강지훈파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서운영이 김주곤파에 잡혀갔다.
참지 못한 강지훈이 동생들을 이끌고, HEPPY MONEY에 쳐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이곳에 도착하고 보니 상황이 묘했다.
자신들을 막는 이가 아무도 없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멍청한 사채 새끼들이 하나같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혀… 형님. 아무래도 여기 난리 난 것 같은데요?”
“흐음. 일단 올라가 보자.”
이곳의 상황이 어떻든 우선 서운영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계단과 복도에 쓰러져 있는 김주곤파 주먹들을 피해 5층 사무실을 찾았다.
문짝은 떨어져 나가 있었고, 안에는 쓰러진 두 사람과 정신을 차리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혀… 형님!”
동방수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있던 서운영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우… 운영아!”
서로 알게 된 지 그리 오랜 시간이 되진 않았지만, 친형제처럼 지내는 사이였다.
“어떻게 된 거냐?”
강지훈이 질문하는 사이, 동방수가 그 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럼 안녕!”
“멈춰!”
저놈이 서운영한테 해코지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강지훈은 순순히 길을 열어 주지 않았다.
“설명 좀 해 줘야겠는데.”
“내가 왜?”
검은색 옷을 입고,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다.
누가 봐도 수상한 동방수의 모습.
“꿀릴 게 없으면 말 못 할 이유도 없을 텐데.”
“그러니까 내가 왜?”
무간계에서 지내는 긴긴 세월 동안 하라는 것만 하며 살았다.
할아버지는 생명의 은인이며 압도적인 강자이기에 순종하며 지냈다.
하지만 너무나 긴 세월 동안 힘든 훈련을 받았던 터라 이런 상황이 거슬렸다.
같잖은 것들이 설치고 다니며 이래라저래라하는 것.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명령질 하는 것.
이따위 대우나 받자고 무간계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이봐! 형님이 말씀하시는데 왜 똑바로 대답을 안 해!”
강지훈의 뒤쪽에 서 있던 거구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그러니까 내가 왜?”
“이분이 누군지 알아?”
“내가 알아야 하나?”
살벌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답했다.
이들이 들어오기 전에 이미 김주곤을 불구로 만들어 놓은 상황이었다.
평생 휠체어를 타고, 고기는 먹지도 못할 상태로.
그 덕에 기분이 좋아진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미 이 건방진 놈들도 탈탈 털어 버렸을 것이다.
“무려 아마추어 레슬링 국가 대표 상비군까지 지내신 분이야. 부상만 아니었으면 금메달도 땄을 분이시지.”
자랑스럽게 떠드는 강지훈의 부하의 모습에 동방수는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요즘은 개나 소나 다 레슬링 하나 보지. 그 고 회장 손자도 했다고 하더니.’
어리광을 받아 주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듣고 있는 거지? 집에서 씻고 좀 쉬어야 하는데.’
육체적으로 별다른 피로감을 느끼진 않았으나 많이 움직이고 나니 귀찮았다.
한바탕 난리를 피울 수 있었지만, 자신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 것은 아니니, 흥분을 가라앉히고 빠른 귀가를 하기로 했다.
“우.와.아. 대.단.하.네. 이제 됐지? 나 간다!”
“이 자식이!”
실컷 떠들어 대던 강지훈의 부하는 동방수가 본인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듯 보이자 그의 어깨를 잡아챘다.
‘이 새끼, 피하지도 않네.’
동방수는 고개를 돌려 본인의 어깨 위에 올라온 그 두툼한 손을 바라보았다.
“하여간 깡패 새끼들은 안 된다니까.”
나직하게 읊조린 동방수가 움직였다.
빠악!
빡!
빡!
빡!
“컥. 억. 큭. 헉!”
해머링으로 머리를 내리찍었다.
그것도 같은 곳만 네 번을.
희한한 비명을 지른 강지훈의 부하는 스르르 자리에 드러누웠다.
흥미롭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지훈의 눈이 커졌다.
“어… 어떻게…….”
지금 동방수가 상대한 최라온은 가벼운 입과 달리 김지훈의 조직에서 세 번째로 강했다.
그럼에도 동방수가 너무나도 쉽게 쓰러뜨린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냥 넘어갈 순 없었다.
“이봐. 당신.”
강지훈이 성큼성큼 동방수에게 다가가고 있을 때였다.
“혀… 형님!!”
서운영이 버럭 소리 지르지 않았다면 둘 사이에 싸움이 일어날 순간이었다.
“왜?”
강지훈이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그… 그분이 제 은인이십니다.”
“뭐? 그게 무슨?”
서운영이 입을 열었다.
* * *
김주곤파에게 입을 털다 린치를 당한 서운영은 꽁꽁 묶인 채 장롱에 갇혔다.
‘으윽……. 여기가 어디지?’
주변은 온통 깜깜했고, 기억은 흐릿했다.
‘아! 맞다. 나 잡혔었지.’
말도 안 되는 이자로 자신들의 고객을 괴롭히던 놈들에게 대신 따지러 온 참이었다.
과하게 용감했던 것이 실수랄까?
혼자 찾아올 곳이 아닌 곳을 혼자 찾아온 대가로 미친 듯이 두들겨 맞고, 묶인 채 장롱에 갇히게 된 것이었다.
‘그래도 가만히만 있을 순 없지. 괜히 나 때문에 형님이 여기에 오셨다가 다치시면 안 되니까.’
자신이 가장 힘들어할 때 도와준 사람인 강지훈이었다.
그런 강지훈을 위해서라면 죽지는 못해도 죽는시늉 정도까지는 해 줄 맘이 있었다.
서운영은 억지로 몸을 움직여, 탈출을 시도했다.
쾅쾅쾅쾅!
덜컥!
“읍읍!”
“어이. 김주곤이, 이건 또 뭐냐? 너희들 납치도 하냐?”
“그… 그게 아니라.”
“하긴 너한테 들어 봐야 제대로 된 말이 나올 리가 없지. 이분한테 들어 봐야겠다.”
찍!
“헉헉헉…….”
입에 붙인 테이프를 떼니 서운영이 헐떡였다.
“이제 대답 좀 해 볼래요? 내가 궁금한 걸 못 참거든.”
“저… 저놈들이 저를 패고 감금했습니다.”
길게 얘기할 것도 없었다.
“이유는?”
“자신들의 일을 방해한다면서요!”
“그래? 알았어요.”
동방수는 더 이상 들을 것도 없었다.
김주곤의 변명 따위는 듣고 싶지도 않다는 듯 가까이 다가간 동방수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탁탁탁탁탁!
단순히 몇 군데를 두드린 게 다였다.
김주곤은 제대로 반항도 하지 못한 채 몸을 내줬고, 그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김주곤의 눈빛이 흐려지며, 입에서는 침이 질질 흘렀다.
“이제 넌 걷지도 못하고, 제대로 고기도 못 씹을 거야. 그런데 그걸 모를 거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파괴하는 무식한 행위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할 말을 다 한 동방수는 서운영에게 다가갔다.
“아저씨, 운 좋네.”
툭툭툭툭!
꽁꽁 묶여 있던 밧줄을 가볍게 끊어 냈다.
“어? 어?”
제대로 대답도 못 하는 서운영이었다.
* * *
“이렇게 된 겁니다.”
서운영의 말을 다 들은 강지훈의 표정이 묘했다.
“운영아.”
“네. 형님!”
“지금 소설 써?”
도무지 믿기지 않는 얘기였다.
탁탁 했더니 장애인이 됐다니.
“아무튼 이분이 널 도와주신 건 맞네.”
“그렇습니다.”
강지훈은 정중하게 동방수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실수가 많았네요. 전 강지훈이라고 합니다.”
‘강지훈? 어디서 많이 들어 봤는……. 아?!’
동방수는 급 반가워졌다.
“아! 당신이 강지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