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in the back of the head and hit in the back of the head, life is a big hit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커피 드시면 될 것 같네요
라강철은 타협이 없는 성격이었기에 누군가의 말에 좌지우지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 보니 아무래도 녹록지 않은 문제가 생긴 듯 보였다.
“각하.”
“각하라고 부르지 마시라니까요.”
라강철을 불렀던 비서실장이 움찔 놀라며 입을 다물었다.
평소 권위적인 것을 싫어했던 라강철은 호칭에 있어서도 각하 대신 대통령을 사용하도록 했던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됐어요. 그래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대통령님께서 고민이 많으신 것 같아서요.”
“고민이 많지. 많아요. 원래 이 자리가 그런 자리잖아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분명 평소와는 다른 무거움이 느껴지고 있었다.
“혹시 동방수 씨와 관련된 일입니까?”
“흠……. 그게 가장 크긴 하죠.”
“그냥 동방수 씨에게 직접 물어보시지요.”
“허허. 대통령이나 된 사람이 이런 일을 일반 국민에게 맡긴단 말이오?”
“대통령님. 솔직히 동방수 씨가 보통 국민은 아니지 않습니까? 재산만 해도 조 단위이고, 세계적인 셀럽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방수 씨 본인과 관련된 일입니다.”
“흐음.”
비서실장의 말을 들은 대통령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냥 듣기에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그 일이 외부적인 압력에 의해 일어나고 있단 사실에 마음이 상했다.
“도대체 이 나라를 어떻게 생각하기에 이렇게 나오는지 모르겠군요.”
처음 시작은 야당의 한 의원에게서였다.
평소 안면이 있기도 했고, 나름대로 생각이 제대로 박힌 의원이라고 생각했기에 면담을 수락했다.
그의 목적은 동방수를 중국으로 보내 달라는 청.
중국과의 거래를 통해 동방수가 만든 제품으로 더 큰 이익을 얻자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중국이란 나라를 믿을 수 없었던 라강철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한국의 고유 기술이 그런 수작으로 중국에 넘어갔단 말인가.
매스컴에서 보여 준 동방수의 성격상 그런 일이 일어나진 않으리라 생각했다.
야당의 의원은 그의 단호함에 입을 다물고는 끄덕이며 돌아갔다.
문제는 그 후였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의원이 하루가 멀다 하고 면담을 요청해 왔고, 그 일들은 동방수의 중국 방문에 관한 얘기였다.
대륙 에너지와의 거래를 통해 중국을 향한 수출의 교두보로 삼으라는 명분.
대통령을 하며 많은 청탁을 받아 왔고, 거절해 왔지만, 이번 일에 대한 그들의 명분은 참으로 그럴듯했다.
다만 경제통인 대통령의 판단으로 이 일은 어떤 식으로든 부작용이 나오리라 판단했다.
그래서 결국 끝까지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정계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요청이 들어왔다.
그 요청조차 거절하자 그들은 동방수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다.
동방수가 워낙 어린 나이였기에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국익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 되는 우려.
그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어느 정도 고삐를 채울 필요가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자유 경제 체계인 대한민국에서 동방수에게 제재를 가할 어떤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사방에서 오는 압력을 견디고 있을 때, 그들 모두를 합친 것만큼 강한 요청이 들어왔다.
다름 아닌 중국의 주석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
대한민국과 중국의 화의를 위해 동방수와 장천휘의 이벤트 경기를 벌이자는 제안이었다.
격투 대회를 열면 화의가 되긴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꾸 거절하기만 하시면 대통령님께도 큰 정치적 부담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국민, 그것도 최근 가장 한국을 빛낸 동방수 씨를 무시할 순 없습니다.”
“그래도 연락을 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비서실장님은 제가 먼저 연락해야 한다고 하시는 겁니까?”
“설마요. 대통령님이 나서시는 건 여러모로 그림이 안 좋습니다. 저 정도만 나서도 감지덕지하며 받아들일 겁니다.”
라강철은 고개를 저었다.
누가 전화를 하는지는 상대에 대한 예의 문제였다.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은 대통령과 동방수였다.
그렇다면 대통령인 자신이 직접 전화하는 게 맞았다.
“됐어요. 연락처나 주고 나가 보세요. 제가 직접 연락해서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비서실장 입장에선 내팽개쳐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의 말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비서실장이 물러나자 라강철은 동방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동방수 씨.”
– 네, 제가 동방수인데 누구시죠?
“대통령 라강철입니다.”
– …참신한 보이스 피싱이네요.
뚝!
“어?”
산전수전을 겪고 대통령에 오른 라강철이었지만, 이런 식의 대우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었어도 야인 시절에 미국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면 보이스 피싱 취급했을 것이었다.
“할 수 없군.”
라강철은 비서실장을 통해 일정을 잡아 달라고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곧 그 전화마저도 무시당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흠. 곤란하군요.”
“대통령님, 동방수 씨는 GK의 고성표 회장님과 친하다고 들었습니다. 그쪽을 통해 연락해 보면 어떨까요?”
“그건 좀 예의가 아닌 것 같군요. 차라리 직접 찾아가야겠습니다.”
“네? 대… 대통령님. 그건 좀.”
“괜찮아요. 다른 일정을 좀 미루도록 하죠. 어떤 일정이 있죠?”
비서실장은 잠시 수첩을 확인한 후 다음 일정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대부분은 미뤄도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오늘 있을 여야 대표와의 면담은 꼭 진행하셔야 할 것 같군요.”
“그것도 미룹시다. 어차피 여야 대표들도 그 난리를 치는 중이니 뭐라고 하진 않겠죠.”
대통령이 무슨 짓을 하든 시비를 거는 족속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일을 위해 움직인다면 불만이 있어도 내비치진 못할 터였다.
그리고 대통령은 추진력이 좋았다.
* * *
“하아. 이것들이 귀찮게 하네.”
“마스터가 이해해야죠. 그쪽도 똥줄이 탔을 텐데.”
“어떻게 할까?”
“집으로 오게 하긴 좀 그렇잖아요? 차라리 사무실로 가시죠.”
“그럴까?”
사실 사무실이나 집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긴 했지만, 반기는 손님이 아닌지라 굳이 사적인 공간인 집을 보여 주고 싶진 않았다.
게다가 대통령이 움직이면 같이 움직이는 사람이 좀 많은가.
그걸 감안하면 작은 집보단 차라리 큰 건물이 나았다.
동방수는 춘래와 함께 따로 사 두었던 사무실 건물로 이동했다.
말이 좋아 사무실이지, 그냥 책상 몇 개 가져다 놓은 넓은 공간에 불과했다.
어차피 월세를 받아 봐야 의미가 없었기에 대지 300평 규모에 7층짜리 건물을 사 통째로 비워 두었었다.
그렇게 자리를 옮기고 나니 때마침 문자가 하나 들어왔다.
– 동방수 씨께서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맞습니다. 지금 계신 곳으로 한 시간 내에 가도록 하겠습니다. 꼭 좀 만나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아저씨가 급하긴 급했나 보네.”
“객관적으로 괜찮은 정치인인 것 같긴 하네요.”
“이제 2년 반쯤 남았나?”
“맞아요. 임기는 잘 채울 것 같네요.”
동방수가 현생을 그리 오래 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겪은 정치인들은 대부분 선거 때만 활동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본인의 손으로 직접 뽑은 라강철의 경우는 언행이 일치되는 드문 정치인이었다.
자신이 한 말은 언제나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고, 잘못한 일이 있다면 깔끔하게 사과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기에 기꺼이 표를 주었고, 그 덕분(?)에 그가 당선되었다.
투표한 68퍼센트의 사람 중 무려 74퍼센트의 득표율.
지금까지의 선거와는 차원이 다른 높은 지지율이었다.
물론 지난 야당이 지나치게 똥을 많이 싸서 나온 결과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지지를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네 생각은 어떤데?”
“힘을 실어 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래야 마스터가 하는 일이 편해지기도 할 거고요.”
“흐음. 그렇긴 하겠네.”
동방수가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문제없이 잘나갈 수 있었던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춘래였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민생을 위해 힘쓰는 라강철의 도움이 있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트렌센드나 더스트프리와 같이 대단한 제품을 발매했을 때, 그것으로 피해 볼 기업들의 공작이 만만치 않았었다.
그래서 판매까지의 절차가 무척 복잡하고 어려웠다.
게다가 국내뿐 아니라 국외를 뒤집고도 남을 제품력이라 아무리 힘이 센 GK라 해도 판로를 뚫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강대국에서의 압박이 연일 이어지며 코너에 몰렸을 때, 예상치도 못한 라강철의 도움이 있었다.
깡패 같은 강대국들의 꼬장들을 온몸으로 몸빵하며, GK와 동방수가 동반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동방수와 춘래는 라강철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었다.
대통령이 만날 시간이 다 되어 가는 때에, 다시 한번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 동방수 씨. 라강철입니다. 지금 건물에 도착했는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다시 한번 보이스 피싱 드립을 치기엔 라강철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간절했다.
“우선 707호로 올라오시면 됩니다.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나누도록 하시죠.”
곧 라강철이 경호원들을 대동한 채 동방수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동방수는 슬쩍 그들을 훑어봤다.
라강철은 생각했던 그대로의 이미지였고, 경호원은 하나같이 강해 보였다.
다만 왜 그런지 경호원들의 표정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과 불만이 가득했다.
‘아오. 저 인간 때문에 이게 무슨 짓이야.’
‘하여간 대통령님도 너무 급발진하신다니까.’
‘빨리 끝나면 좋겠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긴 했지만, 공통적으로 오늘 출동한 원인이 동방수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방수의 옆에 있던 춘래를 본 순간 그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불만이 가득했던 그들 조차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이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춘래는 가만히 동방수 뒤를 지킬 따름이었다.
“안녕하세요. 대통령님. 동방수입니다.”
“허허허. 국민 영웅을 만나게 되니 반갑습니다.”
“아까는 전화를 끊어서 죄송하네요. 요즘 워낙 이상한 전화가 많아서요.”
“물론 이해합니다. 저라도 그런 전화를 받았으면 바로 끊었을 것 같군요.”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일단 자리에 앉으실까요?”
“그럽시다.”
라강철이 자리에 앉자 묘한 침묵이 감돌았다.
네 명의 경호원은 대통령 뒤를 지켰고, 춘래는 붉은색 계열의 정장을 입은 채 아무런 표정 없이 동방수의 뒤편에 서 있었다.
“일단 차라도 한 잔 드릴까요? 원하시는 거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실례가 안 된다면 국화차가 좋겠군요.”
“그건 좀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준비가 안 됐거든요. 커피 드시면 될 것 같네요.”
“…….”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이런 농담을 안 좋아하시나 보네요. 장난이 지나쳤다면 사과드립니다.”
“하하하. 별말씀을요. 대통령이 된 이후 저에게 농담하는 사람이 없어서 순간 당황했습니다. 그냥 커피를 마시도록 하죠.”
“이해해 주시니 다행이네요. 예원아, 커피 좀 타다 줄래?”
“네, 오빠.”
황예원이란 이름을 받은 춘래가 탕비실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