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in the back of the head and hit in the back of the head, life is a big hit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느낌이 좀 이상해서
계약서를 읽고 어이없어하는 동방수 앞에서 장홍청은 자비라도 베푸는 듯 근엄하게 말했다.
“내 손자를 그렇게 만들고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라.”
“고마워하라고요?”
동방수는 눈앞에 있는 날강도가 무슨 말을 하나 들어 보기로 했다.
“그래, 만약 그 알량한 기술이 없었다면 지금쯤 넌 장기를 다 털리고 바다 한가운데에서 시체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쩝, 그 알량한 기술을 구걸하러 온 사람치고는 당당하시네요.”
“당연한 말이지. 우리 중국은 대국이지 않은가.”
“그러니까 당장 미국 채권 20조 원을 돌려주고, 기술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대륙 에너지에 헌납하라. 정리하면 이건가요?”
동방수가 대화를 따라오는 듯하자 장홍청은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동방수가 강하다고 해도, 개인의 무력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지금 이곳에 모인 사내들은 통천방에서도 가려 뽑은 정예들.
혹여라도 이들을 물리친다고 해도 공항과 항구를 모두 틀어막은 상황에서 중국을 빠져나갈 방법 따위는 없었다.
결국 동방수가 기술과 채권을 토해 낸 채 비참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음을 의미했다.
‘가능하면 잡아 두고 기술을 쥐어짜고 싶지만, 거기까진 무리겠지.’
이미 3일 동안이나 잡아 두고 있었고, 지금도 한국 대사관에서 난리를 치는 중이었다.
그나마도 오성의 도움이 없었다면 장홍청의 입장에서도 꽤 곤란했을 상황이었다.
협상에서 우위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장홍청 앞에서, 동방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도 이쯤에서 가지고 있는 카드를 써먹어 보기로 했다.
“좋네요. 좋아. 아주 재미있어. 그런데 이 계약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네요.”
“들어 보도록 하지.”
“방사훈 씨.”
움찔!
방사훈의 이름이 불리자 그가 흠칫 놀랐다.
대화가 진행되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자신을 부르다니.
장홍청의 부탁으로 따라오긴 했으나 방사훈의 정체를 알 만한 사람은 삼합회 내에서도 열을 넘지 못한다.
그런데 어찌 한국인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온단 말인가.
방사훈은 이내 냉정을 되찾고, 차분히 대답했다.
“부르셨소?”
“그래도 부인은 안 하시네.”
자신이 누구인지 순순히 인정하는 당당함만 보더라도 장홍청과는 달라 보였다.
“부인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래서 날 부른 이유는?”
“통천의 문을 열겠습니다.”
순간 차분하던 방사훈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지금 뭐라고 했지?”
“응? 통천방도를 만나면 이렇게 얘기하면 된다고 했는데. 통천방도 아니에요?”
“도… 도대체 그걸 어떻게 아는 거냐?”
“에이. 선수끼리 뭘 그런 걸 묻고 그러세요.”
방사훈은 자신이 살아가는 동안 이 얘기는 절대로 들어 보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로 그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이해할 수가 없군.”
그저 전해지는 얘기로만 들었을 뿐, 단 한 번도 통천의 문에 대한 도전은 없었다.
지난 백여 년간 단 한 번도 도전하지 않은 통곡의 시련.
통천방에는 하나의 전설이 있었다.
통천의 문을 여는 자, 천하를 얻는다는.
허무맹랑한 얘기이긴 하나 이런 이야기들이 더욱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것이 아니겠는가.
언제인지도 모를 옛날부터 통천의 문을 열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도전했지만, 그들 중 단 한 사람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결국 통천방은 통천의 문에 대한 전설을 역사 속에 묻어 버렸고, 지금에 와선 당주 이상의 사람들만 기억하는 이야기가 되었다.
그런 통천의 문이 중국인도 아닌 한국인의 입에서 나왔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난 동방수고. 이걸 아는 건 알 만하니까 아는 거지. 그리고 어차피 거부할 명분도 없을 텐데.”
“…알았다.”
통천의 문은 통천방의 근간이 되는 전설이었다.
어떤 상황이든 통천의 문을 열겠다고 말한 상대를 해치울 수 없으며, 만약 그 문을 통과한다면 조직의 모든 힘을 그 대상에게 전해 주어야 하는 율법.
그랬기에 방사훈도 동방수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황당한 것은 다른 이유로 동방수를 찾아온 장홍청이었다.
“이… 이봐. 방사훈이! 통천의 문이라니 그게 무슨 소린가?”
방사훈의 눈빛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이제부터 동방수는 통천방의 최고 귀빈이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동방수를 건드리는 것은 통천방과 전쟁을 하겠다는 것. 이 사실은 곧 주석에게도 전달될 것이오. 장홍청 당주는 자중하고, 대기하고 있으시오. 결과가 나오면 통보하겠소.”
“이게 무슨…….”
반박하려던 장홍청이 입을 다물었다.
최고 귀빈이란 소리가 나온 순간부터 다른 방에서 끼어들 명분을 상실했다.
만약 통천방의 최고 귀빈을 적대하는 순간 통천방과의 전쟁이 기다릴 터.
“동방수 씨. 우선 자리를 옮기도록 하죠. 1차 시험이 생겼습니다.”
“응? 그래요? 뭔진 모르겠지만, 갑시다.”
동방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사훈을 따랐다.
방사훈의 눈짓에 따라 두 사람이 남아 장홍청을 감시했다.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중국의 한 권력자는 한숨을 내쉴 따름이었다.
* * *
통천의 문.
삼합회의 전신인 천지회.
그리고 그 천지회가 생기기 이전부터 있었던 것이 통천방이었다.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하게 파악할 순 없었지만, 진시황 때에도 존재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 통천방이 시작된 지역으로 알려진 곳엔 하나의 거대한 동굴이 있었다.
위치는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은 연변 북부의 한 작은 산.
워낙 철저하게 숨겨져 있었기에 일반인은 찾기도 힘든 곳이었다.
동방수가 통천의 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황태자 클럽의 경매에서 얻었던 동방견문록 외전을 통해서였다.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샀던 그 책자에는 원래 내용과 전혀 관계없는 내용들이 암호 형식으로 숨겨져 있었고, 춘래를 통해 그것을 해석한 상태였다.
언제고 오려고 마음먹고 있긴 했는데, 때마침 통천방도인 방사훈을 보게 되어 일이 이렇게 풀린 것이었다.
밖으로 나온 방사훈은 동방수를 차에 태웠다.
어디로 갈지 예상은 됐지만, 확실히 하자는 의미에서 질문을 던졌다.
“어디까지 가는 거예요?”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흐음. 그렇구먼.”
그동안 나눈 대화는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방사훈은 머리가 복잡한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동방수는 황예원과 전음으로 대화를 나눴기에 겉으로는 조용했다.
– 예원아, 여기가 거기 맞지?
– 맞아요. 아무래도 기록이 정확한 것 같아요.
– 히야, 인연은 인연인가? 어떻게 일이 이렇게 풀리지?
– 아무리 오빠라도 조심해야 할지도 몰라요. 워낙 알려진 것이 없는 곳이잖아요.
– 별걱정을 다 한다. 어차피 이 세상에 신비는 없잖아?
– 알려지기는 그렇지만 혹시 또 모르잖아요?
동방수는 춘래를 만든 후 지구의 신비를 계속해서 알아보도록 지시했다.
유럽에 존재한다는 마녀와 마법사.
동양에 있다는 무공과 술법.
그것에 대한 진위를 가리기 위해 정보의 바다에서 수없이 많은 정보를 분석해 봤다.
하지만 그 결과, 신비라고 할 만한 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있다면 오직 신화나 종교에서 나오는 이야기들.
그리고 유일한 예외가 동방수 자신이었다.
– 됐어, 어차피 별다를 것도 없을 거야. 그나저나 1차 관문은 어느 정도로 해야 하나?
– 기왕 하는 거 시원하게 해야 하지 않겠어요?
– 아무래도 그러는 게 낫겠네.
처음 통천의 문이 생겼을 때만 해도 1차 관문 따위는 없었다.
원하는 누구든 통천의 문에 도전할 수 있었고, 도전자에게는 어떠한 조건도 필요치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통천의 문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많았다.
일세를 빛낼 영웅. 효웅. 악인. 등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들이 더 큰 욕망을 위해 통천의 문에 도전했다 행방불명된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잠시 잠깐 자신의 안위를 위해 그곳을 이용하는 부작용 또한 발생했다.
그런 이들은 모두 사망 혹은 행방불명으로 처리가 되었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남에도 그들의 도전은 끊이지 않았고, 결국 통천방으로서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생긴 것이 1 대 100의 대결이었다.
100명을 이긴 자에게만 통천의 문에 도전할 기본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당연히 1차 관문에 도전한 사람들은 패배의 쓴맛을 봐야만 했고, 통천의 문은 조금씩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져 갔다.
그렇게 잊혔던 통천의 문이 백여 년 만에 처음으로 도전자를 찾은 것이다.
한참을 더 이동한 끝에 현시대에서 백 년 이상은 뒤처진 듯한 시골 마을에 도착했다.
“내리시오.”
방사훈의 묵직한 지시에 동방수는 아무런 말 없이 차에서 내렸다.
그와 함께 따르던 두 대의 버스 안에 있던 자들도 무더기로 내렸다.
“잠깐 기다리시오.”
그는 동방수를 그대로 둔 채 마을에서 가장 큰 집으로 들어섰다.
100여 명의 정예는 영문도 모른 채 바른 자세로 방사훈을 기다리고 있었다.
10분이나 지났을까, 방사훈은 지팡이를 짚은 한 노인과 함께 나왔다.
“인사드리시오. 우리 통천방의 동천 방주님이시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허허허. 반갑네. 내가 동천이라 하네.”
숨겨진 힘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통천방의 방주였지만,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인처럼 보였다.
다만 그 눈빛은 여느 청년 못지않은 열정을 품고 있었다.
“통천의 문 좀 열어 볼까 해서요.”
“허허허. 내 대에 통천의 문 도전자가 생길 거라곤 꿈에도 몰랐구나. 좋네. 오는 동안 설명을 들었겠지만, 1차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네. 괜찮겠는가?”
“100명 정도야 뭐.”
동방수의 자신 있는 태도에 동천이 허허 웃음을 터뜨렸다.
“젊음이 좋긴 하군. 바로 시작하겠나?”
“배가 좀 고프긴 한데, 빨리 끝내고 먹도록 하죠, 뭐.”
“이런, 그럼 곤란하군. 식사를 하고 내일 아침에 하도록 하세. 손님 대접을 하겠다. 식사를 준비하라!”
편안하게 말하던 동천이 버럭 소리를 치자, 사방에서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나타난 사람들은 빈손이 아니었다.
각자 주방 도구들을 들고 있었고, 그것들은 순식간에 세팅이 되어 조리가 시작되었다.
“이야. 대단하네요.”
“아마 음식은 더 대단할걸세.”
노인은 흐뭇하게 웃으며 음식이 만들어지는 것을 구경했다.
음식은 빠르게 준비가 되었고, 동방수는 시합이 끝난 후 가장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 * *
식사를 마친 동방수는 통천방에서 준비한 방으로 이동했다.
밥을 먹고 노인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은 밤 열한 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이곳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방사훈이 두 사람을 안내했다.
“방 안에 어지간한 것들은 다 준비되어 있소. 편히 쉬시고, 후회 없는 일전이 되길 바라오.”
동방수는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방사훈이란 사람은 그리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동방수는 방으로 들어왔지만, 쉽게 잠이 들지 못했다.
“예원아. 이곳에 대한 기록은 많이 있어?”
“아니요. 이상할 정도로 기록이 없어요.”
황예원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었다.
지금까지 정보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곳들은 과학 문명의 혜택을 많이 받지 못한 아프리카 일대나 아직도 정보를 대부분 문서로 보관하는 곳들 정도였다.
지금 이 방을 보니 문명의 혜택을 못 받은 것 같지는 않고, 예전의 방식으로 문서를 보관하는 듯싶었다.
“CCTV도 없지?”
“네. 인터넷이 되긴 하는데, 막상 활용할 만한 것들은 거의 없네요.”
“흠…….”
“왜 그러세요?”
동방수가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고민은 별로 하지 않는 편이었다.
무간계에서 벗어난 이후 가진 능력 덕분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뭔가 알 수 없는 예감이 들었다.
“느낌이 좀 이상해서.”
“긍정적이에요?”
황예원의 질문에 동방수가 미간을 모으며 대답했다.
“일단은 그런 것 같은데……. 정확하진 않네.”
육감이란 걸 얻게 된 이후로 한 번도 이런 불확실한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다.
“아니지. 할아버지에게도 비슷한 걸 느꼈던 것 같기도 하고. 좀 혼란스럽네.”
“긍정적이면 된 거죠, 뭐.”
“그러게. 네 말을 들으니 좀 안심이 되네.”
편안해진 분위기 속에서 밤새 수다를 떤 두 사람(?)이었다.
다음 날의 해가 뜨길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