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in the back of the head and hit in the back of the head, life is a big hit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마무리는 깔끔한게 좋으니까
동방수의 부탁을 들어주는 과정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지 제니퍼의 표정이 편해 보이지 않았다.
“그게 좀 곤란하게 됐어요.”
“그래요? 조금 아쉽네요.”
제니퍼는 지난번 동방수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돈 냄새가 물씬 풍기는 부탁.
다름 아닌 존과 만나고 싶다는 부탁이었다.
존과 만나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으로 큰돈을 벌게 될 것 같은 느낌이었기에 제니퍼도 아쉬웠다.
“그… 그래도 완전히 거절한 건 아니에요.”
“그건 또 다행이네요. 뭐라고 하시는데요?”
“혹시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어요.”
“말씀을 드리면 어떻게 해 주시려고 그러실까요?”
사실 제니퍼가 존과 통화로 한 얘기였기에 동방수는 이미 다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부담감을 공개적으로 줄 필요가 있었다.
‘어찌 됐든 갑을 유지하는 게 좋지 않겠어?’
제니퍼의 귀로도 듣게 하고, 입으로도 내뱉게 하여 슬쩍 부채감을 실어 주려는 의도였다.
“무리하지 않는 선까진 도와주신다고 하셨어요.”
“그리고요?”
“그리고? 또… 또……. 아! 미국으로 온다면 최대한 빨리 만날 수 있다고도 했고요.”
“그건 참 다행이네요. 혹시 존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니죠?”
“물론이에요. 세계 대전이라도 벌어지지 않는다면 아빠가 위험에 처할 리는 없죠. 그저 언제나처럼 다른 유수 가문들과 경쟁하는 중이에요.”
동방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 감춰져 있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한다고 해도 그 모든 것이 공개되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거대 가문들 간의 동맹과 전쟁은 마치 고대의 그것처럼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결과에 따라 물가가 출렁이고, 금리가 움직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잘 알았어요. 그럼 미국에 가게 되면 만나 보도록 하죠. 언제 갈진 모르겠지만.”
딱히 급한 일은 아니었다.
단지 존의 뜻이 어떤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
일에 관한 대화를 마친 두 사람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 * *
WFC 대표인 블랙 데빌의 사무실.
동방수가 장천휘란 괴물을 물리친 일로 WFC의 위대함이 전 세계적으로 홍보되었다.
덕분에 WFC의 이후 경기들의 티켓은 불티나게 팔렸고, 재정도 한층 더 건전해진 상태였다.
외부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이 잘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블랙은 없던 머리가 새로 자라 다시 빠질 정도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탁!
블랙은 짐이 건네준 서류를 넘겨 보다 거칠게 덮었다.
“지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말도 안 되죠. 그런데 워낙 이 바닥이 말도 안 되는 일이 많잖아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블랙은 동방수와 칼의 챔피언전을 최대한 빠르게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꾸라지 같은 칼은 동방수와의 경기를 부상을 핑계로 피하고 있었다.
대체할 만한 선수들도 동방수와의 대전을 꺼리는지라 마땅한 상대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동방수에 관한 통제력(?)을 잃어만 갈 따름이었다.
조나단과의 대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선수가 동방수와의 대결을 기다렸다.
한 경기의 승리만으로도 인생 역전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장천휘가 동방수와의 결전을 벌인 후 선수 생활 불가 판정을 받은 후엔 어떤 도전도 없었다.
“그런데 감히 GCF에서 도전한단 말이지?”
“엄밀하게 따지면 수는 챔피언이 아니기 때문에 수 쪽이 도전자죠.”
블랙이 쓸데없이 파고드는 짐을 째려봤다.
이런 일에 워낙 익숙한 짐이었기에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쯧. 하여간 자넨 쓸데없이 진지하다니까.”
“그래서 제안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블랙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음 같아서는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제안은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WFC 쪽에서는 동방수와 붙일 상대가 없었다.
“큰일은 큰일이네.”
만약 동방수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망설임 없이 달려들 것이 뻔했다.
“뭘 걱정하시는 거예요?”
“수가 이 경기를 받아들일까 봐.”
짐은 별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는 눈빛을 보냈다.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진 않아요. 이참에 GCF와 우리가 얼마나 격이 다른지 알려 주는 것도 괜찮고요.”
“그래, 맞는 말이긴 해.”
짐의 말에 동감하면서도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설마 지진 않겠지?”
“블랙이 수를 못 믿다니 희한하네요. 장천휘가 비록 중국인이지만, 보통 동양인은 아니었잖아요?”
“그렇긴 했지. 여러모로 불리한 경기였어.”
아무리 기술이 어설펐다곤 해도, 그의 맷집과 피지컬만은 진짜였다.
그런 장천휘와 역사상 최강의 복서라는 조나단을 가지고 놀다 은퇴시킨 동방수가 진다는 것은 전혀 상상도 가지 않았다.
“휴우. 진짜 골칫거리구먼.”
블랙이 말없이 테이블만 톡톡 치고 있었다.
“그래서 결론은요?”
“일단 일주일만 더 고민해 본다고 해.”
블랙은 일단 시간을 벌기로 했다.
* * *
GCF의 단체장인 코너 브레이브는 경기 제안에 대한 WFC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벌써 세 번이나 답변을 미루고 있었다.
시간을 끈다고 달라질 것도 없을 터인데.
“쯧쯧. 이 대머리 놈이 또 잔머리를 굴리는구먼.”
“뭐가 문제일까요?”
“알 수 없지. 블랙은 언제나 머리를 굴리는 인간이거든.”
이전에도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끌며 전력을 깎아 나갔던 일이 있었다.
“그래서 언제 싸울 수 있어요? 전 아직도 돈이 많이 많이 필요해요.”
“루카스. 좀 더 기다려 봐. 이 바닥에도 절차라는 게 있지 않겠어?”
“전 그런 거 잘 모르겠어요. 언제 싸울 수 있을지만 얘기해 주세요. 제 동생들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요.”
코너는 자신의 눈앞에 앉아 떼를 쓰는 남자를 쳐다봤다.
키 197센티미터에 몸무게 134킬로그램.
승모근이 불룩 튀어나와 있었고, 목둘레는 마치 허벅지를 연상케 했다.
‘어디서 이런 놈이 제 발로 찾아왔는지.’
단순 무식해 보이지만 격투 실력만은 진짜 중의 진짜였다.
말도 안 되는 몸과 사뭇 다른 순한 눈동자.
루카스가 싸우는 이유는 고아원의 동생들 때문이었다.
이제 23세밖에 되지 않은 루카스는 고아원에서 자라났다.
그럼에도 구김살이 없었고, 서른 명이 넘는 친동생 같은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었다.
워낙 힘이 좋아 노동자로도 남들의 두 배 이상의 돈을 벌었지만, 그것만으로는 그 아이들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격투기가 큰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무작정 코너를 찾아왔다.
한눈에 루카스의 괴물 같은 몸에 반한 코너는 모든 것을 지원하며 루카스를 훈련시켰다.
훈련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루카스의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었고, 선수의 풀이 좁은 GCF의 헤비급에서 1년도 되지 않아 챔피언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미 방어전도 한 번 치른 상태였다.
“루카스. 어떻게든 싸우고 싶단 말이지?”
“맞아요. 동방수와 싸우면 큰돈을 준다고 들었어요.”
루카스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고 간절해 보였다.
“큰돈을 벌 수도 있지. 대신 지면 아무것도 없고 말이야.”
“그럼 이기면 되겠네요.”
코너는 잠시 루카스와 동방수의 경기를 그려 보았다.
나름대로 자신이 있어서 대결을 추진하긴 했지만, 워낙 압도적인 두 사람이었기에 누가 이길 것이란 장담은 할 수 없었다.
‘그 인간도 진짜 괴물이긴 했거든.’
여러모로 보나 부족하지 않은 동방수.
격투 실력을 제외한 모든 것이 부족한 루카스.
생각해 보니 이런 경기는 보통 결핍이 더 큰 인간이 이기지 않던가.
코너는 대략 답을 냈다.
“루카스. 정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써 보자.”
“어떤 방법이요?”
“이럴 때일수록 정공법이 좋겠지.”
코너는 재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 * *
[WFC는 겁쟁이들의 모임이다. 진짜 자신이 있다면 최강자끼리 한번 붙자!]GCF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 줄의 도발적인 멘트.
이 멘트는 코너의 바람대로 블랙과 WFC 관계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뿐만 아니라 격투 팬들의 마음속에도 불을 질렀다.
[그런데 루카스가 누구냐?]└GCF의 초신성이다. 동방수 따위는 상대도 안 되는.
└동방수가 상대가 안 된다고? 너 동방수가 누군지 모르냐?
└진짜다. 엄청 강해. 여태까지 1분을 넘게 싸운 적이 없다.
└상대가 X신이었나 보지.
└그게 아니라니까. 완전 실력이 미쳤다고. 피지컬도 미쳤고.
└동방수도 그 미친 피지컬 때려 부수고 왔거든.
└하아. 그냥 덩치만 큰 놈들과는 격이 다르다고.
└어찌 됐든 WFC 쪽이 피한 건 맞지.
└그건 맞네.
└뭘?
└심지어, 조건도 WFC가 훨씬 유리한데도 거절당한 거다.
└그래?
└모든 조건을 수용한다는 걸 거절한 거야.
└WFC도 다 됐네. ㅋㅋㅋ
사람들이 관심이 커질수록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블랙 측이었다.
“짐!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블랙의 다급한 목소리가 짐을 찾았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설마 그쪽에서 이렇게까지 나올 줄이야.”
코너와 블랙은 경쟁 관계에 있으면서도 서로 선을 넘지 않았다.
서로 합의하에 도발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혼자 발작하다니.
지금 상황에서 블랙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었다.
“휴, 할 수 없지. 코너에게 연락해 봐야겠군.”
블랙의 항복 선언이었다.
* * *
– 수, 루카스와의 경기가 확정됐네. 일정은 자네가 원하는 대로 잡는 걸로.
갑작스러운 블랙의 전화를 받은 동방수는 황당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예요? 루카스가 누군데요?”
– GCF의 헤비급 챔피언이야. 고작 다섯 경기 만에 챔피언이 됐지. 1년도 채 걸리지 않았고 말이야.
“흐음. 싸우는 건 문제가 아닌데, 갑자기 왜 붙는 건진 궁금하네요.”
황예원을 통해서도 이미 들은 얘기였지만, 좀 더 자세한 사정을 알기 위해선 직접 듣는 편이 더 나았다.
– 자네도 알다시피 칼이 차일피일 미루고 있지 않은가? 아마 칼은 챔피언 자격을 박탈당하게 될 거야. 루카스란 놈은 갑자기 등장한 신인이야. 그런데 피지컬이 장난이 아니지. 사이즈는 장천휘보다 작지만, 흑인과 마오리족 사이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대단한 친구야.
그 후로도 설명이 이어졌다.
정리하면 더 이상 싸울 상대가 없어 WFC에 시비를 걸었다.
하지만 WFC 헤비급 챔피언인 줄리안 캠벨이 네임 밸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경기를 거절했다.
포기할 법도 하지만 여러 차례 제안했고, 시간을 끌다 보니 GCF 쪽에서 SNS로 도발했다.
이제 루카스의 상대로 남은 것은 동방수뿐이었고, 일단은 이렇게 진행했다.
“흠. 그래요?”
– 어떻게 하면 좋겠나? 확정됐다곤 했지만, 자네가 마음에 안 든다면 정리할 수도 있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걸 바라지는 않는 것이 분명했다.
WFC의 부흥을 평생의 숙원으로 생각하며 살아온 블랙이 아니던가.
“그럼 최대한 빨리 싸우죠, 뭐.”
– 하하하, 고맙네. 수. 자네가 이런 경기를 피할 리가 없지.
“대신! 아마 이번 경기가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긴 합니다.”
– 그… 그게 무슨 소리인가? 마지막 경기라니!
“저한테 덤비는 놈은 개인적으로 처리하려고요. 제가 그렇게 할 일 없는 사람도 아니고, 언제까지 이런 저속한 도발에 일일이 반응해야겠어요.”
– 이… 일단 만나서 얘기하세.
“아, 그리고 경기는 한국에서 하는 걸로요. 그럼 상대에게 행운을 빈다고 전해 주세요.”
뚝!
동방수는 더 이상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전화를 끊었다.
“오빠. 이제 격투기는 안 해도 될 것 같은데요.”
“그렇지. 그렇긴 한데, 아직 공식적인 마무리는 못 했잖아? 마무리는 깔끔한 게 좋으니까.”
동방수가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