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뭐 좀 알아 온 게 있네?”
이장의 말에 농민이 조금 걱정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촌 동생한테 물어봤는데, 그 회장이라는 남자,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인 것 같습네다.”
세론 그룹 회장 한지혁의 등장에 경계심이 생겨 공무원 사촌 동생을 둔 농민에게 한지혁에 대해 알아 오라 부탁을 한 이장.
“대단하다고?”
“그 인간, 한국 최고의 각성자고 동시에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자랍네다.”
“음…….”
생각보다 거물이라는 사실에 이장이 잠시 침묵했지만, 이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다. 여기는 남조선이 아니고 북조선이야. 아무리 부자라도 북조선에서 남조선 놈이 마음대로 설칠 수 있간?”
“기래도 공사를 전부 담당하는 걸 보면 혁명정부랑 관계가 제법 돈독한 것 같은데…….”
“그거이 무슨 상관이네? 여기 경작권은 우리 건데. 아무리 혁명정부라도 자기들 마음대로 경작권을 가져갈 수는 없디.”
이장이 다른 사람들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잘 들으라우. 이번 일만 잘 처리하면 우리는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디. 언제까지 이렇게 거렁뱅이처럼 농사만 지으면서 살 거네? 우리도 평양 올라가서 아새끼들 교육도 시키고 해야 되지 않갔어?”
이장의 말에 농민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는 말이디.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오갔어?”
농민들의 말에 이장이 굳게 다짐한 표정으로 말했다.
“혁명 정신으로 버티는 기야, 저놈들이 먼저 제발 나가 달라고 부탁할 때까지. 알았네? 그러니 정신 단단히 차리라우!”
그렇게 결의를 다지던 그때.
한 농민이 다급한 표정으로 들어와 말했다.
“리장 동무! 큰일 났습네다!”
“무슨 일이네?”
“우리 땅에 웬 처음 보는 놈들이 나타났는데…….”
그렇게 이야기를 전해 들은 리장이 대경실색하며 말했다.
“뭐?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 * *
농민들을 이끌고 한걸음에 농지로 달려 나간 이장.
그들이 본 건 바로 어떤 사람들이 자신들의 땅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아주 가관이다.
“이 땅 경작권이 이제 우리 거라 이거디?”
“훌륭하디, 훌륭해.”
그 말에 이장이 외쳤다.
“그 땅이 왜 너네들 거네!?”
이장이 한걸음에 다가가 말했다.
“너네들 누구야. 누군데 남의 땅에 와서 경작권을 운운해!”
그러자 한 중년 남성이 다가와 말했다.
“오랜만입네다?”
“숙운리 리장?”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마을이기에 가끔 교류를 하는 마을 이장의 등장.
“듣자 하니 농사를 계속 짓고 싶어서 반대한다던데, 혁명정부에서 리장 동무랑 농민들을 배려하고자 우리랑 땅을 바꾸라 하였소.”
“뭐?!”
숙운리는 가깝지만 개발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곳인데 거기 땅이랑 바꾸라니.
“알겠지만 우리 숙운리 농지가 더 기름져서 산출량도 많지 않소? 거기에 땅 크기도 1.5배로 바꿔 준다니, 혁명정부가 참 우리 농민 생각을 많이 해 주는 것 같소.”
그 말에 이장은 깨달았다.
농사를 계속 짓게 해 달라고 하니 그걸 역으로 이용해서 다른 땅과 교환해 자신들을 내쫓으려 한다는 것을.
“여, 여긴 할아버지 대부터 대대로 이어져 온…….”
“거, 내가 바보로 보입네까?”
숙운리 이장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농지 돈 주고 사서 들어온 농민이 한둘이 아닌 걸로 아는데.”
근처 동네 주민이고 같은 농사를 짓는 사람이기에 근처 사정에 대해 그 누구보다 빠삭한 숙운리 리장.
“리장 아버지도 원래 경작권 받은 건 여기가 아니라 저쪽 농지 아닙네까? 거기 팔고 여기로 온 걸로 아는데. 근데 그것 아십네까? 농지 거래는 불법인 거.”
그러자 발끈한 이장이 말했다.
“그러는 너도 농지 더 사들인 걸 다 아는데 어디서 조동아리를 나불거려!”
“그렇긴 하지만, 대신 나는 혁명정부가 땅 내놓으라니 흔쾌히 내놓지 않았소. 내 땅 크기의 3분의 2밖에 안 되는 이 땅을 받으라니 마음이 참 쓰리지만, 내래 어쩌갔어? 정부가 시키면 해야디. 그러니 리장 동무.”
숙운리 이장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용히 가서 농사나 지으시라요. 여기는 이제 우리 땅이니까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그 말에 결국 꼭지가 돌아 버린 이장.
“이 간나 새끼들이! 죽여 버리갔어!”
* * *
한국은 수십 년간 전 국토를 개발해 오며 그사이에 발생한 각종 불법들과 편법들을 겪고 그걸 보완해 규제와 제도를 정비해 왔다.
하지만 그렇게 했음에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규제의 허점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 하는 등 편법과 불법이 판을 치는데, 이제 막 개혁 개방 된 북한은 말할 것도 없지.
“농민들끼리 싸움이 나서 모두 경찰에 연행됐답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역시 이게 가장 빠르지.”
한국의 개발 사업에 환지라는 제도가 있다.
개발해야 할 땅의 주인에게 비슷한 가치의 새로운 땅을 주고 기존 땅을 가져오는 방식.
나는 이 환지 제도를 이번 개발 사업에 도입하도록 만들었고, 모든 부동산 거래가 몰래 진행되는 북한 특성상 땅의 가치가 정확히 산출되지 않아 그냥 개발계획이 없는 땅과 바꿔 버렸지.
“농사 짓고 싶다며. 1.5배나 줬잖아? 그걸로 열심히 농사나 지으라고.”
이렇게 되면 좋은 게, 만약 혁명정부가 강제로 땅을 빼앗았다면 농민과 정부의 대결이 되지만, 이렇게 환지를 해 버리면 농민과 농민의 대결이 되어 버리니 책임 논란에서 한 걸음 멀어질 수 있어 해결도 용이하다.
“마침 전부 경찰에 연행됐으니 한곳에 몰려 있어서 좋네. 거기 땅 환지 받은 농민들한테 보상금 주고 동의서 받아 오세요.”
상황이 어찌 되었든 새로운 주인에게 보상금을 주고 동의서를 받아 공사를 진행하게 되면 기존 농민들이 반발해도 우리는 동의받았다며 보상금을 받아 간 농민들과 해결하라 떠넘기면 그만.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 생기면 이렇게 해결하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자.
그럼 알 박이들도 치웠으니 다시 재개해 볼까?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계속 달려 봅시다.”
* * *
세론 덕분에 자금이 해결되고 공사 기간이 단축되자 혁명정부가 생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빠르게 완성되어 가는 평산군 개발계획.
평산군 활성화가 그 무엇보다 시급한 혁명정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순조로움 그 자체였다.
차관이 입금되기 전의 그 빈틈을 세론이 메워 준 덕분에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사람이란 원래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생각이 다른 법.
예정되었던 대로 차관이 들어오자 혁명정부의 생각이 복잡해졌다.
혁명을 주도한 인물이자 혁명정부의 수장인 SS급 각성자 박결이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세론에게 빌린 돈이 전부 얼마지?”
그 말에 이철진이 서류를 보며 말했다.
“지금까지 모두 9억 5천만 달러입네다.”
“지금 들어온 차관이 딱 10억이니까 빌린 돈 갚고 나면 겨우 5천만 달러 남는 거네?”
“그렇습네다.”
원래 차관이 들어오면 개발계획에 쓸 생각이었으니 당연히 지출해야 하는 게 맞지만, 막상 돈이 들어오고 나니 너무나 아깝다.
“…돈 쓸 곳이 너무 많은데.”
각성자로 평생을 살아왔는데 갑자기 한 국가를 통치해야 하니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사방에서 속출한다.
거기에 이런 박결의 통치자로서의 부족함을 채워 줄 고위 행정 관료들도 대부분 김씨 일가 숙청 과정에서 같이 쓸려 가 버려 생긴 행정 공백은 박결을 더욱 골치 아프게 만들었다.
“군부에게 약속한 식량 보급도 해 줘야 하고, 노후화된 댐도 수리해야 하고……. 해야 할 일은 태산인데 돈이 너무 부족하단 말이디. 도대체 김씨 놈들은 이런 나라를 어떻게 운영해 온 기야?”
물론 박결이 진짜 몰라서 한 질문은 아니었다.
김씨 일가는 권력 유지를 위해 국가 운영에 써야 할 돈을 모조리 핵과 군에 투자하는 식으로 북한을 굴려 왔으니까.
당연히 그런 김씨 일가를 성토하며 혁명을 일으킨 박결인 만큼 그런 김씨 일가와는 다르다는 걸 보여 줘야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돈이 필요하다.
군의 반발을 우려해 오히려 더 지원해 줘야 되고, 인민들에게 역시 쌀 한 톨이라도 더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줘야 하니까.
잠시 고민하던 박결이 말했다.
“세론에서 빌린 돈 만기가 언제지?”
“첫 대출 만기가 6개월이니 아직 4개월 정도 여유가 있긴 합네다.”
“기래? 바로 갚지 않아도 된다고?”
그렇다면 이번 차관이 아니라 다음번 차관에 갚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
“그럼 한 회장 만나서 미안하다고 다음번 차관 때 돈을 갚겠다 해.”
“…계약상 가능은 한데, 그러다 만약 못 갚으면 평양의 부동산이 넘어갈지도 모릅네다.”
평산군 대신 평양을 제안한 이유는 혁명정부가 김씨 일가 체제에서 우대받던 평양 시민들보다 소외받던 지방 인민들을 더욱 신경 쓰기 때문이었다.
지방 땅을 담보로 잡으려면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엄청난 넓이의 땅이 필요한데, 만약 이 넓은 땅이 세론에 통째로 넘어가면 그 땅 일대의 인민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며, 동시에 북조선의 땅을 남조선 사기업에 넘겼다며 엄청나게 반발할 게 뻔하지 않나.
반면 평양은 부동산 가치가 높아 건물 몇 채만으로도 담보가 가능하고, 설사 이게 세론에 넘어간다 해도, 그 건물과 관련 있는 평양시민은 반발하겠지만, 넓은 땅이 넘어가는 것에 비해 소수일 것이며, 지방 인민들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부자와 권력자의 땅인 평양의 건물은 자신들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기에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을 테니까.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정말 돈을 갚지 못한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그런 거고, 혁명정부는 진심으로 한지혁에게 빌린 돈을 갚을 계획이었다.
아무리 평양 인민의 반발보다 지방 인민의 반발을 더 걱정한다지만, 기반이 약한 혁명정부 입장에서 가장 좋은 건 확실하게 돈을 갚아 그 평양과 지방 모두 반발하지 않는 게 가장 유리하니까.
“기간 내에만 갚으면 되는 것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잔말 말고 그렇게 진행하라우. 돈 쓸 곳이 천지에 널려 있으니 기간에 여유가 있다면 최대한 활용해야디.”
기간까지만 돈을 갚으면 된다.
돈이 부족한 혁명정부에게 있어서 아주 합리적인 선택인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박결은 몰랐다.
이것이 대출로 인해 신용 불량자가 되는 전형적인 루트의 시작이라는 것을.
* * *
차관이 들어왔음에도 돈을 갚지 못한 혁명정부.
비록 계약은 6개월이지만 차관이 들어오는 즉시 바로바로 세론에게 돈부터 주겠다던 약속을 어긴 셈인데, 나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애초에 이렇게 될 확률이 높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혁명정부와 좋게 좋게 넘어갔고, 실제로 다음 차관을 받자 보란 듯 첫 대출을 갚아 주고는, 그 후로 아예 당연하다는 듯 만기인 6개월까지 풀로 채워 가며 돈을 상환하는 혁명정부.
당연하게도 이건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였다.
진행한 공사 수가 한두 개가 아니고 앞으로도 사업은 계속 진행되는 만큼 줄줄이 돈을 갚아 나가야 할 텐데, 그때마다 전부 이런 식으로 만기 직전까지 버티다 갚는다면 중간에 뭐라도 하나 틀어질 경우 그대로 줄줄이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리니까.
추가로 그 기간 동안 누적되는 이자 역시 무시할 수 없고.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상환을 조금만 유예해 달라고요?”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줄다리기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철진이 면목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네다.”
그간 만기까지 아슬아슬하게 버티다 차관이 들어오면 막는 방식으로 타이트하게 자금을 운용하던 혁명정부.
그런데 비핵화 과정에서 혁명정부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핵 시설이 추가로 발견돼 미국이 차관 제공에 제동을 걸었고, 그렇게 차관 제공이 딜레이되자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돈을 갚지 못한 거다.
“흠. 이번 거 대출 담보가 평양시내에 있는 주민 아파트 단지였죠?”
북한에서 평양시민들을 위해 제공하는 일종의 임대 아파트였다.
오래되어 낙후되기는 했지만 평양 중심지 근처에 있어 입지가 아주 좋아 내가 담보로 선택했지.
“입주민 수도 많은 대규모 단지네요.”
나는 느긋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이제 재산권 행사 하면 되는 겁니까?”
담보 아파트 단지에 대한 자료를 보며 말했다.
“보자. 어차피 지금 여기 사는 사람들은 모두 임대해서 살고 있는 거니 이제 내가 월세를 받으면 되겠네. 설마 월세를 북한 돈으로 주려나? 그건 좀 곤란한데. 그럼 달러로 내도록 주민들에게 통보하고…….”
내 말에 이철진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 잠시만. 지금 미국이 오해를 해서 차관 제공이 미뤄진 것뿐입네다! 지금 미국 측에 사정을 설명하고 곧바로 시설 폐기 절차에 들어가서 조만간 차관이 나올 테니 그때까지만 말미를 주시라요!”
처음엔 나와 평양 주민의 갈등을 부추기려는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지금 반응을 보니 더욱 확실히 알았다.
혁명정부는 진심으로 나와 평양 주민의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는 걸.
그렇다면 더욱 좋지.
내가 이 우월한 위치를 이용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이니까.
어? 돈 안 갚아?
주민들 내쫓는다? 이 한마디면 혁명정부가 기겁을 할 테니까.
물론 진짜 내쫓을 수는 없지.
그랬다간 한국에서도 욕을 바가지로 먹을 텐데.
“6개월로 계약을 하긴 했지만 차관이 들어오는 즉시 갚아 주는 게 약속이었잖습니까. 이미 많이 봐드린 건데요.”
“그건 알고 있습네다. 하지만 북조선의 정상화를 위해 너무 많은 돈이 필요합네다.”
“사정은 아는데, 애초에 차관이 들어오면 진행하려 했던 사업들 아닙니까. 그걸 내 돈으로 더 빨리 진행한 것뿐이고. 그런데 펑크가 났다는 건 차관으로 들어온 돈을 엉뚱한 곳에 썼다는 말인데, 돈을 빌려준 제가 이런 것까지 고려해 드려야 합니까?”
그렇게 이철진을 몰아붙인 나는 갑자기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뭐… 동포 좋다는 게 뭡니까.”
처음부터 진짜 빚쟁이처럼 계약에 딱 맞춰 담보를 전부 가져가면 다른 사람들 보기에 썩 좋은 광경은 아니잖아?
그러니 내가 많이 봐주는 것처럼 상황을 연출한다.
“유예해 드리겠습니다. 두 달 정도?”
내 말에 이철진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 정말이십네까?”
“예. 두 달 유예해 드리죠. 그 정도면 충분하겠죠?”
“물론입네다. 감사합니다, 한 회장 동무!”
얼마나 반가웠는지 나를 동무라 부르는 이철진.
“대신 다음번 대출은 기간 안에 확실히 갚으셔야 합니다.”
“그건 걱정 마시라요! 다시는 이런 일 없을 테니!”
그렇게 유예 약속을 받고 돌아간 이철진.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두 달 기간 줘 봤자 6달에서 8달로 늘어난 것뿐이야.”
장담컨대 이 상황이 반복되면 혁명정부는 지속적으로 나에게 양해를 구하며 대출 기간을 2달씩 유예받을 거고, 결국 지금처럼 2달 유예를 포함하여 만기 8개월을 꽉 채워 가며 자금을 운용할 거다.
유일한 해결책이라면 지금이라도 내 돈을 빌리는 걸 멈추고 공사도 늦추는 건데, 혁명정부가 핵심 과업인 평산군 개발을 포기할 리가 없으니 장담컨대 머지않아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반드시 나올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때는 나도 안 봐준다고.”
그때부터는 이제 진짜 재산권을 행사할 시간이다.
원래 가치의 반토막 수준으로 가치가 설정된 담보들에 대한 재산권을 행사하여 모두 내 것으로 만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담보로 가져온 곳에 사는 주민들을 내쫓거나 그럴 생각은 없다.
그런 욕먹을 수단을 굳이 쓰지 않아도 고도로 발달된 한국의 복잡한 자본주의 체제를 아직 미숙한 북한에 도입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니까.
“입지가 좋으니 재건축도 나쁘지 않겠어.”
방금 언급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 고작 4층 높이지만 입지가 워낙 우월하단 말이지.
이걸 전부 철거한 다음 20층 이상의 최고급 아파트 단지로 만들 것을 천명하고 한국의 분양 시스템을 들여오면 돈 회수는 물론이고 오히려 몇 배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거다.
한국식 최고급 아파트 단지라면 눈 돌아갈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까.
북한이 비록 가난한 나라지만 평양은 그래도 부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수요도 충분할 거고.
거기에 기존 입주민들의 반발이야 최고급 아파트 입주권을 한 장씩 주면서 부족한 돈은 내가 대출해 줄게 이렇게 하면 반발이 아니라 오히려 환영할 거다.
문제는 이런 분양이나 부동산 거래 제도가 북한에 없다는 건데, 그거야 혁명정부에게 준 빚과 주민과의 갈등을 인질 삼아 바꾸도록 압박하면 그만.
너네 때문에 돈을 회수 못 해서 이러는 거니 그냥 이번만 예외로 해 달라 우기고, 만약 이게 안 되면 돈 회수를 위해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뉘앙스를 풍기면 지들이 뭘 어쩌겠어.
여기에 만약 허가해 주면 추가 대출도 해 주고 다음 대출 상환도 조금 더 유예해 준다는 식으로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휘두르면 혁명정부는 넘어올 수밖에 없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딱 기다려. 자본주의의 맛을 보여 주지, 그것도 아주 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