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아무것도 없는 땅 위에 갑자기 하얀빛이 일렁이더니 거대한 게이트가 나타나 스켈레톤이 무더기로 튀어나온다.
그렇게 튀어나온 스켈레톤들이 자신들에게 입력된 마법진에 따라 질서 정연하게 대열을 맞추고 주변 상황을 파악하던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다른 스켈레톤 무리가 그들을 포위한다.
아군 인식이 되지 않는 정체불명의 스켈레톤들이 자신들을 포위하며 위협적으로 나오자 방어 태세를 갖춘 스켈레톤들.
그사이 포위를 완료한 스켈레톤들이 공격을 시작했고, 그렇게 두 스켈레톤 무리가 격렬한 전투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스켈레톤들의 전투를 하늘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한지혁이었다.
* * *
이곳은 내가 개발을 하고 있는 세론 아일랜드.
세론 상사 업무를 박 사장에게 모두 떠넘기고 섬으로 돌아와 저택 지하 실험실에서 한창 언데드를 만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게이트가 생성될 때 느껴지는 마력이 감지되어 바로 날아왔더니 아니나 다를까 세론 언데드 군단이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금방 정리되겠다.”
다행히 소수의 데스 나이트만 포함된 작은 규모라 바로 언데드를 소환해 포위 섬멸을 시작한 나.
“그나저나 역시 내 주변에 나타나는구나.”
역시 섬 개발 하길 잘했어.
주변 일대 섬이 여기 있는 섬들뿐이다 보니 자동으로 내 주변에 게이트가 생겨나며 빠르게 개입해 모두 처리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주변에 CCTV가 있는 것도 아니니 나만 조용히 입 닫으면 없던 일로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매번 귀찮게 설명하고 어쩌고 할 필요가 없으니 얼마나 좋아.
그렇게 섬에 대해 만족해하고 있던 그때 전투가 마무리되었다.
당연하게도 나의 승리.
“돌아가자.”
그렇게 전투를 마무리한 언데드 군단을 아공간에 회수하고 주거지역 방향으로 날아가는 나.
“돈도 잘 벌리고, 뼈 공급도 순조로운 데다 섬으로 봉쇄까지. 크, 완벽하네.”
러시아에서 나한테 제대로 배운 박 사장은 그 경험을 토대로 다른 나라들을 적극 공략 해 나갔다.
덕분에 다른 여러 나라들도 러시아처럼 줄줄이 함락당했고, 그렇게 여러 나라 게이트 물품 시장을 먹어 치우며 규모를 불려 나가자 이제는 세론 상사에서 나오는 수입도 제법 짭짤하며, 무엇보다 뼈 수급이 완전 자유자재다.
“당분간은 언데드 군단 재건에 몰빵이다.”
그동안 러시아에서 협회와 지지고 볶느라 뼈 공급이 중단되며 언데드 재건이 늦어진 만큼 더 빨리 그리고 많이 만들어야지.
“뼈랑 정수가 더 필요하겠어. 에너지 매입량 늘리라 해야겠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저택에 도착한 그때, 내 저택 앞마당에서 주변을 살피고 있는 비서의 모습이 보인다.
“무슨 일 있습니까?”
마당에 내려가며 말을 걸자 비서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보고드릴 게 있어서 전화를 드렸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 직접 찾아왔습니다.”
“잠깐 비거주지역 순찰 하느라 전화를 못 받았네요. 저쪽에도 통신 설비 좀 깔아야 되겠다. 아무튼 뭐, 급한 일입니까?”
“회장님께서 특이한 게이트나 몬스터가 나오면 즉각 보고하라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지금 영국에 특이한 몬스터가 나타났습니다.”
언데드가 출현한 거면 특이한 몬스터라 부르지 않았겠지.
“뭔데요?”
비서가 사진을 한 장 건네주며 말했다.
“단일종 몬스터입니다.”
* * *
단일종 몬스터.
일반적으로 게이트에는 수많은 몬스터가 존재한다.
그런데 간혹 게이트 내부에 오직 몬스터 한 마리만 등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그 몬스터의 강함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게임 속 보스 몬스터와 비슷한 포지션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보통 이런 단일종 몬스터가 등장하면 여러 각성자가 함께 힘을 합쳐 레이드 하는 식으로 공략한다.
물론 그 몬스터를 홀로 상대할 만한 강함을 지닌 각성자가 나서도 되지만, 그 정도 강함을 지닌 각성자 입장에서 몬스터 하나 꼴랑 잡고 끝낼 게이트로 가는 걸 선호할까, 아니면 수준이 맞는 몬스터가 즐비한 게이트로 가는 걸 선호할까?
당연히 후자다.
그렇기에 이렇게 단일로 등장하는 몬스터가 나오면 보통 레이드로 여럿이 같이 싸울 걸 고려하는데, F급들이 모여 잡을 만하면 F급으로 책정하고 E급들이 모여 잡을 만하면 E급으로 책정한다.
그런데 이번 단일종에 매겨진 등급은 무려… SS급이었다.
나는 곰과 비슷한 모습의 몬스터 사진을 보며 말했다.
“그럼 SS급이 여럿 모여야 잡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겁니까?”
그러자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번 몬스터의 경우 최소 SS급 10명은 되어야 상대가 될 거라 예측되고 있습니다.”
SS급 10명이 달려들어야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
강하다.
내가 지구로 돌아온 이후 만나 온 사람과 몬스터를 통틀어 내 언데드 군단을 제외하면 가장 강한 존재.
“최근 나타난 몬스터 중 단일 전투력 기준으로 저번에 회장님께서 상대한 몽골의 거대 단일종 몬스터인 미트 골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무튼 엄청나게 강한 개체입니다.”
“아. 미트 골렘.”
그렇네.
혼자 게이트에 있었으니 게이트 분류식으로 따지면 미트 골렘 역시 단일종 몬스터 중 하나니까.
다만 차이가 있다면 미트 골렘은 SSS급 혹은 SR급으로 불릴 만큼 규격 외의 존재인 반면, 이놈은 내가 아니어도 SS급들이 뭉치면 잡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
하지만 그것만 해도 대단한 거다.
“탐나는데?”
미트 골렘은 온갖 사체를 엮어 강제로 강하게 만든 작품인 반면 이놈의 강함은 자연산이니까.
사기를 강제로 투입해 강화할 수는 있지만, 역시 가장 좋은 건 처음부터 강한 놈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
강한 사체일수록 강하게 만들기 훨씬 수월하고 편하니까.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몬스터는 그야말로 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재료다.
“이 정도로 강한 놈이라면…….”
미트 골렘 같은 결전 병기 수준의 언데드를 만드는 기본 베이스로 딱이다.
“최고의 요리를 만들려면 역시 재료가 좋아야지.”
그동안 좋은 재료가 없어 어거지로 만들어 오던 상황이었는데, 이런 최상급 재료가 등장하다니.
어지간하면 당분간 언데드 제작을 위해 섬에 있으려 했는데, 이걸 어떻게 참아?
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늘 튀어나왔으니 당분간은 안 나오지 않을까? 아니, 설사 안 괜찮아도 어쩔 수 없어.”
이건 돈이 얼마가 들든 무조건 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부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전용기 준비하세요. 영국으로 갑시다.”
* * *
“사체를 통으로 매입하고 싶으시다고요?”
레이드를 준비 중인 영국 각성자 팀을 만나자 처음엔 자신들이 먼저 발견해 우선권을 지녔다며 나를 경계했다.
강한 개체인 만큼 부산물의 가격도 어마어마할 걸로 예상되는 상황이니 나를 경쟁자로 인식한 거지.
미트 골렘처럼 너무 강해 내가 아니면 안 될 수준이라면 몰라도, 지금 발견된 단일종은 자신들끼리도 충분히 잡을 만하니까.
아무튼 그런 상황에서 내가 제안한 것은 바로 전투에 개입하지 않는 대신 몬스터의 사체를 내가 통으로 웃돈 주고 매입하는 것이었다.
즉, 경쟁자가 아닌 물주 포지션으로 나온 거지.
당연히 이렇게 나오자 각성자들의 눈이 반짝인다.
“듣자 하니 이런 개체는 레이드 후 기여도에 따라 각자 부산물을 나눠 가진다던데요.”
내 말에 통역사가 내 말을 영어로 전달해 주고, 그 말을 들은 SS급 각성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굳이 나누지 말고 그냥 저한테 통으로 파신 다음 돈을 분배하시죠? 저는 저 몬스터를 언데드로 만들 생각이라 온전한 사체가 필요합니다.”
잔존 사기가 뼈에 가장 오래 남기 때문에 뼈를 주로 사용하지만, 역시 가장 좋은 건 방금 막 죽었을 때의 온전한 사체를 통으로 이용하는 거다.
최고의 재료를 최고의 상태로 보존해야 더 강한 언데드를 만들 것 아니야.
“흠… 저는 제 몫의 부산물로 새 장비를 만들 생각이었는데.”
아이고, 이 사람아!
저 귀한 재료를 난도질하면 안 되지!
“그게 아쉽지 않을 만큼 돈을 쳐드리겠습니다. 예상가의 2배. 어떻습니까?”
“두 배요?”
“강한 몬스터에서 나온 좋은 소재가 탐나는 거,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 모인 사람이 SS급 10명에 S급도 30명 아닙니까. 이놈이 미트 골렘처럼 거대한 놈도 아닌데 이걸 40명이서 나눠 가지면 갑옷 하나도 못 만들지 않을까요? 그럴 거면 차라리 돈이라도 많이 벌어서 그걸로 다른 최상급 장비를 사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현재 레이드 팀은 최초 발견자인 SS급이 초청한 SS급과 S급을 합쳐 도합 40명으로 구성된 상황.
그런 반면 저 곰과 비슷한 형태의 몬스터는 강하지만 덩치가 고작해야 7m 정도란 말이지.
“가죽 갑옷 정도는 충분히 만들 수 있을 텐데요.”
“그렇겠죠. 하지만 가죽의 강도는 뼈보다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뼈는 40명이 나눠 가질 경우 장비 만들기엔 턱없이 부족할 테고. 그럴 바엔 그냥 다른 SS급 몬스터의 단단한 소재로 만든 제대로 된 최상급 장비를 구하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겁니다.”
그렇게 열심히 설득을 하자 한참을 고민하던 각성자가 말했다.
“그 말도 일리는 있군요.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그 말에 내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던 레이드 팀 팀원들이 말했다.
“저는 찬성입니다.”
“저도.”
“조금 아쉽긴 하지만 2배면 나쁘지 않지.”
그때 한 각성자가 말했다.
“그런데 이 정도면 프리미엄이 더 붙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2배는 좀 아쉬운데.”
평소라면 밀당을 하며 딜을 했겠지만, 지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또 저런 최상급 재료를 구할지 알 수 없는 상황.
이럴 땐 돈을 아끼면 안 된다.
최상급 재료는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을 필요가 있으니까.
“온전한 사체를 넘기면 3배. 더 이상은 안 됩니다.”
그 말에 만족해하는 레이드 팀.
“3배나 말입니까?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죠.”
오케이!
최상급 재료 득템이다!
저기에 사기와 정수 그리고 돈을 쏟아부어 결전 병기급 언데드로 만드는 거야!
그렇게 양측이 모두 만족스러운 협상을 했다며 이야기를 마무리하던 그때.
“한 회장님이 영국에 오셨다기에 혹시나 해서 왔는데 역시나군요.”
한 중년 남자가 회의실로 들어오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DH 금융 그룹 부회장 딜런입니다.”
“DH?”
내가 안내를 맡은 영국 현지 법인 직원을 돌아보자 직원이 속삭이며 말했다.
“영국 금융업계에서 손에 꼽히는 회사로, 딜런 부회장은 노쇠한 아버지인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그룹을 이끄는 오너라 보시면 됩니다.”
“돈 많은 금융 재벌이라 이거죠?”
“맞습니다.”
저런 돈 많은 금융 재벌이 여기까지 왜 찾아온 거지?
날 보려고?
만약 그랬으면 여기 난입할 게 아니라 날 기다렸을 텐데?
그때 딜런 부회장이 레이드 팀을 보며 말했다.
“온전한 사체를 3배에 파신다고요.”
“한 회장님이 그렇게 제안하신 겁니다.”
“그럼 저도 3배 드리겠습니다. 저에게 파십시오.”
이게 무슨 소리야.
3배나 되는 돈을 부른 건 온전한 사체를 가져다 강력한 언데드를 만들 거라는 프리미엄 때문이다.
그런데 금융 그룹이 왜 갑자기 끼어들어서 똑같이 프리미엄을 붙이는 거야?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금융회사가 그걸 가져다 뭐 하시려는 겁니까?”
“아. 설명이 너무 부족했군요. 들어오시죠!”
딜런의 말에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온다.
그런데 그 남자 뒤로 몬스터.
아니, 정확히 말해 움직이는 몬스터 사체가 따라 들어오는 게 아닌가.
그런 남자의 등장에 딜런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가 후원 중인 소환 능력 각성자 엘리엇 씨입니다. 회장님과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죠, 바로 몬스터의 사체를 움직일 수 있는 능력. 이분에게 몬스터 사체를 제공해 전력으로 쓸 생각입니다.”
* * *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되던 협상이 딜런 부회장과 사체를 다루는 소환 능력 각성자 엘리엇의 등장으로 인해 아무런 성과 없이 유야무야 끝나 버린다.
그리고 당연히 내 분노가 폭발했다.
“감히 내 재료를 노려!?”
처음엔 설마 네크로맨서 관련 능력자가 있나 생각했는데, 엘리엇은 정확히 말해서 네크로맨서보단 일종의 인형술사에 가까웠다.
능력을 투여해 자신의 의지대로 사체를 조종하여 전투하는 인형술사.
당연히 다루는 인형이 강하면 강할수록 강해지는 셈이니 나와 비슷한 이유로 저 곰 형태의 몬스터… 이제는 울트라 베어라 이름 붙여진 몬스터 사체를 노리는 게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다.
“뭐? 나랑 같은 능력? 어디 저런 짝퉁을 나한테 비벼!”
듣자 하니 엘리엇이 조종하는 사체는 보통 살아생전 강함의 3분의 1 정도만 구현이 가능한데, 울트라 베어가 워낙 강해 그 3분의 1도 제대로 구현이 가능할지 미지수란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능력에만 의존하는 각성자 그 자체.
문제는 다른 사람들 눈엔 저런 엘리엇이나 나나 강함의 정도만 다를 뿐 비슷한 능력자로 보인다는 건데, 그게 내 자존심을 건드린다는 거다.
“저놈이 그냥 줄로 인형을 조종하는 거라면 내 언데드는 오토매틱 로봇이라고! 아예 장르가 다르단 말이야!”
저놈은 운 좋게 신기한 능력 각성해서 후원자까지 얻은 행운아지만, 내 능력은 정말 열심히 수십 년간 갈고닦아 이룩한 건데 이걸 같은 능력으로 치부하다니.
세론에서 마법사들이 마법은 고귀한 거라며 허세를 부릴 때 꼴값 떤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당해 보니 억울해서 미칠 것 같다.
“후우. 후우. 좋아. 억울한 건 억울한 거고, 일단 중요한 건 사체 확보다. 돈을 더 질러야겠어. 저런 놈한테 울트라 베어 사체 같은 최고급 재료가 넘어가는 건 범죄야! 범죄!”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자존심이 상하지만, 어찌 되었든 나나 엘리엇이나 저 사체를 전투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리는 거다.
당연히 레이드 팀이나 영국 정부 입장에선 같은 돈이면 무조건 자국 전력 강화를 위해 엘리엇의 손을 들어 줄 거다.
무려 SS급 10명에 준한다 평가받는 울트라 베어인 만큼 예상과 달리 3분의 1에 한참 못 미치게 구현되었다 해도 분명 강하긴 할 테니까.
이걸 극복하려면 압도적인 돈을 제시하는 것뿐.
문제는 후원자로 붙은 DH 그룹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거다.
“금융 그룹이면 돈이 썩어 날 것 아니야. 어지간히 질러서는 전부 따라올 텐데.”
같은 조건이면 무조건 내가 진다.
그런데 상대 역시 돈이라면 썩어 날 만큼 많은 놈들.
“얼마나 써야 되지?”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그때.
-똑똑.
노크 소리가 나며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한 회장님?”
그 목소리의 주인은 내가 방금 전까지 죽어라 씹고 있던 엘리엇.
“뭐지?”
건방진 짝퉁 놈의 면상은 쳐다도 보기 싫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저놈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한 것도 사실.
나는 표정을 관리한 뒤 문을 열어 주었다.
“엘리엇 씨?”
그러자 엘리엇이 환하게 웃더니 어설픈 한국말로 말한다.
“안뇽하십니까!”
뭐냐, 이 새끼.
지금 나 놀리는 거야?
그렇게 엘리엇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엘리엇이 붉게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전 한 회장님 퐨입니다! 꼭! 꼭 만놔고 싶었습니다!”
* * *
급하게 외워 온 한국어로 자신을 내 팬이라 소개한 엘리엇.
잠시 후 내가 통역사를 불러오자 그때부터 입을 쉴 새 없이 놀리기 시작한다.
“팬이시라고요?”
“완전 팬입니다! 저 같은 소환 계열 능력자들에게 있어서 한지혁 회장님은 영웅이니까요!”
“영웅까지야…….”
“아닙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엔 늘 다른 각성자들에게 무시받아 왔습니다. 시체를 끌고 다니는 시체팔이라는 소리까지 들었고요.”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야긴데.
짝퉁에게 동질감을 느낄 줄이야.
“더군다나 제 능력은 살아생전 몬스터의 능력을 3분의 1밖에 구현을 못 하다 보니 늘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더 위로 올라가고 싶으면 더 강한 몬스터 사체가 필요한데, 그 몬스터를 잡으려면 그보다 더 강한 몬스터 사체가 필요하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됐으니까요. 그때 등장한 게 한 회장님이셨습니다.”
엘리엇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사체를 이용해 압도적인 강함과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 준 소환 능력계 최강의 아웃풋. 덕분에 제 능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급속도로 좋아졌으며, 강한 몬스터 사체를 제공 받으면 강해질 거라며 이렇게 후원자도 등장했습니다.”
그러니까 나 덕분에 여기까지 온 거다?
그때 엘리엇이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물론… 그러다 보니 이렇게 사체 하나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 됐지만, 한 회장님에 대한 제 마음은 진짜입니다. 세상 그 어떤 연예인이나 유명인보다 한 회장님을 가장 뵙고 싶었으니까요. 지금도 심장이 떨릴 지경입니다.”
짝퉁이라 부르며 떠올리기만 해도 짜증이 날 정도였는데, 막상 내 눈앞에서 직접 본인이 팬이라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니 짜증이 쭉 내려앉는다.
특히 세론에서 늘 혐오의 대상이던 내 마법이 팬이 된 이유이며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니, 이젠 오히려 사람이 좋아 보일 지경.
하지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그럼 팬으로서 저에게 사체를 양보하는 건 어떻습니까? 울트라 베어 사체가 꼭 필요해서 말이죠.”
그러자 엘리엇이 너무나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습니다. 진심으로요. 하지만 그렇게 제가 포기하면 제 후원자인 DH가 제 후원을 중단할 겁니다. 그럼 저는 제가 강해질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놓치는 거고요.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대신 저 사체를 발판 삼아 한 회장님처럼 되는 걸 목표로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별 기대 없이 말하기는 했지만, 분명 거절을 당한 건데 기분이 나쁘지 않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네.
“흐음.”
살다 살다 처음으로 내 능력 자체를 동경하는 팬을 만났는데 사체 하나를 두고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
그런데 그때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친다.
“어?”
생각해 보니 엘리엇은 강력한 사체, 그러니까 인형이 필요한 것뿐이잖아.
그 인형, 그냥 내가 만들어 주면 되는 것 아니야?
살아생전 강함은 3분의 1밖에 구현 못 하지만, 내가 이미 강하게 만들어 둔 스켈레톤을 인형으로 제공하면 그대로 활용이 가능할 테니까.
“오호?”
엘리엇 입장에서 울트라 베어의 능력을 3분의 1이라도 구현이 가능할지 아닐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내가 그에 준하는 스켈레톤을 주면 오히려 좋은 것 아니야?
반면 나는 결전 병기의 기본 토대를 얻는 거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
마침 내 팬이라며 죄송하다고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걸 보니 이 정도면 거래 조건으로 딱이다.
‘그런데 기껏 만든 스켈레톤을 그냥 넘기는 건 좀 아깝단 말이지.’
3분의 1 수준이라 해도 분명 고위급 스켈레톤이니까.
그럼 아예 엘리엇을 내 옆에 둘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엘리엇 씨.”
“예, 회장님.”
“동질감도 느껴지고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데, 혹시 내 사람 될 생각 없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