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단점을 보완하고 본격적으로 수출되어 나가기 시작한 수면 장치.
바쁜 일상을 보내는 건 한국인만의 일이 아니기에 당연하게도 이 수면 장치는 모든 직장인들의 워너비 아이템이 되었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히트를 하며 엄청난 돈을 벌어 오기 시작했다.
“역시 돈이 최고야.”
언데드 울트라 베어 제작으로 인해 고갈되어 가던 잔고가 차오르니 마음도 든든해진다.
아.
물론 중간에 여러 가지 수면 장치와 관련해서 트러블이 없던 건 아니다.
나는 서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딜 수면 장치랑 엮으려고.”
한창 수면 장치가 불티나게 팔려 나갈 때 수면 장치를 사용하던 부친이 잠에서 깨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가셨다며 한 남자가 언론 플레이를 걸어온 거다.
그러자 언론은 수면 장치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대서특필했지만, 수면 장치에 그런 살상 능력이 있었으면 세론에서 그렇게 외면받았겠어?
전투용으로 썼지.
아무튼 상황이 발생하자 나는 회사 소속 변호사들을 총동원해 대응에 나서는 한편 박인귀에게 조사를 지시했는데, 그 조사 결과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남자의 부친이 수면 장치를 착용한 상태로 사망한 게 맞기는 맞는데, 그 부친은 이미 나이가 85세에 치매는 물론이고 온갖 지병을 앓고 있던, 말 그대로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할 게 없던 사람이었던 거다.
즉, 노환으로 인한 자연사인데 그걸 수면 장치 탓으로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말.
당연하게도 그 목적은 돈이었다.
수면 장치의 위험성을 부각한 뒤 세론에게서 합의금을 뜯어내기 위해서 말이다.
당연히 세론은 비상이 걸렸다.
밀폐 공간에서 선풍기를 사용하다 사람이 죽었다는 기사로 인해 선풍기를 쓰면 질식사한다는 루머가 퍼진 것처럼 수면 장치 역시 비슷한 취급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그간 내가 해 온 노력이 빛을 발했다.
“역시 신뢰가 중요하다니까.”
보통은 기업이 해명하면 책임 회피라며 비난하는 게 대부분인데, 그간 내가 해 온 소통과 공생의 행보에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내가 그런 위험한 걸 그냥 내놨을 리 없다며 나보다 더 적극적으로 수면 장치를 옹호했고, 그걸로도 모자라 남자의 신상을 털어 사망한 부친이 앓고 있던 지병을 찾아내 자연사임을 주장한 거다.
당연히 자신 편을 들 거라 생각한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당황한 남자는 아예 세론을 상대로 소송까지 걸며 발악을 했지만, 이미 대세가 넘어온 상황에서 그 발악은 의미가 없었다.
언론사들은 여론이 세론에 우호적으로 흘러가자 여론에 맞게 자연사 쪽으로 무게를 실었으니까.
그렇게 위험할 뻔했지만, 내가 해 온 노력을 사람들이 인정해 주며 잘 수습되었지.
물론 소송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법정 공방이 남아 있지만, 그거야 뭐 변호사들이 알아서 잘 마무리할 테니까.
아무튼 그렇게 여론의 도움을 받은 나는 사람들이 여전히 나에게 우호적인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으로 수면 장치 관련 사람들의 게시 글을 찾아보았다.
“이미 난 수면 장치 없으면 살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그러니 수면 장치가 사용 금지 안 되려면 사고사여도 자연사로 만들어야 한다.”
오우.
이건 좀 너무 급진적인데.
나는 계속해서 다른 게시 글도 읽어 보았다.
“세론이 위험한 걸 그냥 내놨을 리 없잖아. 그렇지, 그렇지. 보자, 또 뭐가 있나. 없는 머리카락도 만들어 주고 이제는 시간까지 만들어 줬는데, 이 정도면 신 아니냐. 나는 세론이 종교 만들어도 믿고 가입한다. 크!”
그야말로 세론에 대한 찬사 일색.
“이 정도면 여론이 뒤바뀔 일은 없겠지.”
그나저나, 이렇게 계속 수면 장치 게시 글을 읽다 보니 문득 내 다른 사업에 대한 반응도 궁금해진다.
직원들의 입을 통해서 듣는 반응이 아닌 사람들의 날것 그대로의 반응.
그렇게 나는 수면 장치가 아닌 내 다른 사업들에 대한 사람들의 게시 글을 찾아보았다.
“이건 의족 사용자네. 세론 의족 덕분에 이제는 어딜 가도 당당합니다. 흐흐.”
의족 만들 때 제법 고생했는데, 그 노력이 아깝지 않은 반응이다.
“부모님 노후가 불안했는데 에너지 판매 덕분에 한시름 덜었다. 알바가 안 구해져 주말이랑 야간 장사 포기해야 할 뻔했는데 스켈레톤 덕분에 살았다.”
사업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세론을 찬사하는 대다수의 사람들.
물론 중간중간 세론을 비난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그야말로 극소수이니, 사실상 사람들 모두가 세론의 사업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 내가 그렇게 공생 공생 노래를 부르며 사업했는데 이 정도 반응은 나와 줘야지.”
나는 그간 어떤 사업을 하든 사람들과의 트러블을 고려해 모든 부작용을 내가 직접 관리하고 감수하며 진행해 왔다.
노조와의 문제를 염려해 사람과 스켈레톤이 같이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줬고, 건설업도 내가 모조리 독식할 수 있음에도 일부러 건설용 스켈레톤 대여 정도로 끝낸 것처럼 말이다.
“계속 이대로만 하자. 그럼 완벽하게 은퇴할 수 있어.”
사람들과의 공생을 그 무엇보다 중요시한 사업가이자 각성자.
이 타이틀을 유지한 채 사람들의 찬사를 받으며 그 어떤 트러블도 없는 완벽한 은퇴를 이룩하는 거다.
그렇게 내 노력의 결과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즐기고 있던 그때, 비서실에서 내선 전화가 걸려 온다.
“예.”
-회장님, 중국 대사님께서 오셨습니다.
“중국 대사?”
갑자기 무슨 일이지?
최근엔 딱히 중국과 관련해서 사업을 벌인 적이 없는데?
물론 세론 공업이 활성화되며 중국의 제조업 기반을 무너트리고는 있지만, 그거야 자본주의사회에서 경쟁에 밀리면 도태되는 게 당연한 거잖아?
아무튼 대사가 직접 찾아왔다는데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지.
“모셔 오세요.”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중국 대사가 회장실로 들어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회장님.”
“그렇네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그렇게 대사가 소파에 앉자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선 이번 시위가 저희 중국 정부와는 상관이 없다는 걸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위?
아!
그러고 보니 최근에 중국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고 했었지?
근데 그걸 왜 나한테 이야기해?
“왜 저한테 시위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
그러자 대사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 한국 뉴스에서 보도되지 않았습니까.”
“아니, 하기는 했는데…….”
관심 없어서 대충 흘려들었지.
“요즘 제가 좀 많이 바빠서 뉴스 챙겨 볼 시간도 없어서 말이죠.”
그러자 멍하니 있던 대사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흠흠. 지금 중국에서 발생한 시위는 일자리 문제 때문입니다. 스켈레톤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다며…….”
“아.”
완벽한 은퇴를 위해 공생과 협업을 중시한 한국은 방금 인터넷의 반응처럼 호평 일색이지만, 다른 나라, 특히 중국의 경우엔 제조업 기반을 빼앗아 온 것은 물론 경제 위기 때 중국 기업과 자산을 무차별로 사들여 눈치 안 보고 스켈레톤을 마구 배치했으니 반응이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스켈레톤 부작용으로 인한 시위였구나.’
그동안은 에너지 판매 때문에라도 어거지로 참아 왔지만, 이제는 일자리 감소가 너무 심각해 결국 폭발하고 만 중국 사람들.
하지만 뭐…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그래서 시위를 했구나. 중국 정부는 관련이 없으시다고요?”
“그렇습니다.”
나는 느긋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문제없네요.”
“예?”
“문제없잖아요. 시위야 뭐, 불만 있는 사람들이 폭발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그러자 대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이 시위가 무엇 때문에 일어난 건지 모르십니까?”
“왜 모릅니까, 방금 스켈레톤 때문이라고 직접 말씀하셨는데.”
“그럼 세론도 이 시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책임? 제가요?”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중국 내 회사와 건물, 전부 제 겁니다. 거기서 뭘 할지는 제 자유고요. 게다가 제 덕분에 경제 위기에서 비교적 선방한 걸 벌써 잊으셨나?”
“압니다. 잘 알지요. 그래서 그간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거고. 하지만 이제는 시위가 일어나며 민심이 폭발했으니 이 불만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이 사태는 해결이 안 될 겁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라. 그 방법은?”
“세론의 중국 회사들에서 중국 인력을 조금이라도 늘려 주십시오. 그럼 그걸 이용해 저희 정부가 시위대를 진정시키겠습니다. 전부 다 대체해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차근차근 고용을 늘리겠다는 공수표라도 좋으니 일단 시위대를 진정시킬 카드를 달라는 겁니다.”
그래도 제법 합리적인 해결책을 들고 온 대사.
만약 한국이었다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내가 먼저 비슷한 조치를 했겠지.
하지만 너네는 한국이 아니잖아?
“제가 왜요. 일 잘하고 밥도 안 먹는 스켈레톤을 두고 사람을 고용하라?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에서 할 만한 일은 아니잖습니까?”
“이러다간 시위대가 세론 회사를 습격할지도 모릅니다!”
“습격하라 해요, 경비 스켈레톤 잔뜩 배치되어 있으니까.”
중국은 내 관심 밖이다.
나는 그냥 열심히 돈이나 벌 테니 너네 일은 너네가 알아서 하라고.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카드가 필요하시다고요? 그럼 중국에서 만드세요. 신사업 투자를 발표하든 아니면 고용 증대 공약을 걸든 알아서 하시라고요, 나한테 양보 부탁 하지 말고. 저는 양보할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으니까.”
* * *
헛걸음을 하고 돌아간 대사.
그렇게 일자리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요청에 대처할 그 어떤 카드도 확보하지 못하자 중국의 시위는 점점 더 격렬해졌다.
실제로 대사의 말처럼 세론의 회사를 습격하는 시위대도 나타났고.
하지만 난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애초에 그런 걸 신경 쓸 거였으면 중국에 스켈레톤을 무차별로 배치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알아서 하라고, 알아서.”
그야말로 스켈레톤의 부작용을 제대로 얻어맞은 상황.
하지만 그거야 본인들이 선택한 거잖아?
내가 멱살 잡고 회사랑 자산들 팔아라 협박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제발 좀 사 달라고 애원하던 걸 내가 사 준 건데.
“나는 한국에서만 칭찬 들으면 된다고. 애초에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얻는 건 불가능하잖아? 그러니 선택과 집중을 해야지.”
그렇게 중국 시위의 일을 머릿속에서 지운 나.
“보자. 울트라 베어 알고리즘 작업도 순조롭고……. 완벽하네.”
이대로만 가자.
이대로만.
그렇게 업무를 처리하던 그때 소환 계열 전문 길드인 세론 길드의 부길드장 엘리엇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예, 접니다.”
-길드장님!
매일 회장님 소리만 듣다 엘리엇과 통화하면 길드장 소리를 들으니 상당히 어색하지만, 뭐… 소환 계열들은 차후 언데드 군단과의 전투 시 동원될 중요한 전력이니 이런 어색함 정도는 감내해야지.
-잘 지내셨습니까? 하하!
부길드장이 된 후 전력을 다해 한국어를 공부하더니 이제는 제법 그럴싸하게 한국말을 하는 엘리엇.
“저야 잘 지내죠.”
-그럼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전화를 주신 겁니까?”
-아. 몰이 사냥을 하고 있었는데, 함께하던 각성자 팀이 회장님에게 팔 게 있다고 합니다!
“팔 게 있다고요?”
-원래는 거절하려고 했는데, 회장님이 좋아할 물건이라 연락했습니다. 바꿔 드릴까요?
내가 좋아할 만한 물건?
“바꿔 주세요.”
그렇게 엘리엇이 핸드폰을 넘기자 들려오는 한 남자의 목소리.
-반갑습니다, 회장님.
“예, 반갑습니다. 그나저나 팔 게 있으시다고요.”
각성자가 나한테 직접 연락을 하면서까지 팔려는 물건이라… 도통 뭔지 상상이 안 되는데.
만약 별것 아니었으면 엘리엇이 알아서 거절했을 테니 더욱 흥미가 동한다.
-그렇습니다. 회장님께서 게이트 언어 연구를 위해 게이트에서 나온 서적을 모조리 매입하시지 않았습니까? 뭐랄까, 이것도 그거랑 비슷한 것 같아서 말이죠.
오!
내 아공간 보물이 또 나온 건가?
“책인가요?”
-아닙니다. 가죽인데, 그 위에 글자 같은 게 적혀 있습니다. 한 달 전 게이트에 들어갔을 때 발견했죠. 원래는 특별한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희끼리 연구해 봤는데,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말입니다.
가죽 위에 글자?
내 아공간에 그런 것도 있었나?
“그것 하나뿐입니까?”
-그렇습니다.
“혹시 사진 찍어서 보내 주실 수 있나요?”
-잠시만, 찍어 둔 사진 있으니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내 핸드폰으로 날아든 사진 한 장.
그리고 그 사진 속 글자를 읽은 나는 그야말로 머리가 새햐얘지는 기분이었다.
-보셨나요? 하하. 저희는 이게 뭔지 알 수 없어서 허탕만 쳤지만, 회장님이라면 진짜 용처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가격만 잘 쳐주시면…….
나는 남자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매입하겠습니다. 물건은 엘리엇에게 넘겨주세요. 돈은 만족하실 만큼 계좌로 보내 드리죠.”
-역시 호탕하시군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통화를 마친 나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이런 미친…….”
저 가죽에 세론 언어가 적혀 있긴 하지만, 단언컨대 저건 내 아공간에 있던 물건이 아니다.
물론 내가 아공간에 있던 무수히 많은 물건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지는 않지만, 확실하다.
그 이유는 바로 이것이 편지이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나에게 보내는.
“팔름에서의 원한을 갚겠다. 기대해라, 네크로맨서.”
팔름은 바로 세론에서 내가 마왕군과 최후의 일전을 치르며 마왕을 처치한 마지막 전투가 있었던 대평원의 이름.
“내가 네크로맨서인 걸 알고 있고 팔름에서의 원한을 언급한다고?”
혹시나 세론의 사람이 같이 왔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차원 이동은 그리 간단한 게 아니라고. 게다가 이건 게이트에서 발견됐다며.”
지구 귀환 과정에서 게이트와 동화된 내 아공간.
그 결과 아공간에 있던 모든 게 사라졌고, 그렇게 잃어버린 아공간의 물건 중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며 팔름 대전투의 원한을 언급할 만한 존재는 단 하나뿐이다.
나는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설마 마왕?”
* * *
마왕은 분명히 내 손… 정확히는 내 언데드에게 죽었다.
그리고 내 아공간에 넣어 놨지.
마왕의 사체는 네크로맨서로서 포기할 수 없는, 세상에 하나뿐인 극상의 재료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이해가 안 간다.
“분명히 죽었는데? 애초에 살아 있는 생명체는 아공간에 못 들어간다고!”
그럼 마왕이 아닌 건가?
하지만 팔름 대전투 이후 내 아공간에 집어넣은 건 인류 연합군에게 약속받은 퇴직금과 마왕 사체뿐인데?
“설마 내가 모르는 부활 마법이라도 있었나?”
그렇게 고민하던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지. 지금 중요한 건 정체가 아니야.”
지금 중요한 건 편지를 쓸 정도로 지성이 있는 누군가가 나한테 원한을 가진 채 게이트 너머에 존재하고, 어쩌면 그 누군가가 고의로 내 주변에 생겨나는 게이트에 언데드를 뿌려 왔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나는 엘리엇을 통해 전달 받은 가죽을 노려보며 말했다.
“가죽으로 협박을 해 왔다는 건 대규모 침공이 조만간 있을 거라는 소리겠지? 심지어 이걸 발견한 게 1달 전이라며.”
이걸 쓴 게 누군지.
그리고 어떻게 내 언데드들을 부리고 있는지 아직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심지어 굳이 나에게 편지를 써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이유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단 하나다.
나는 그간 이날만을 위해 쉴 새 없이 준비해 왔고, 그걸 이용해 내 은퇴를 방해하는 저 잡것들을 모조리 처죽일 거라는 것.
“만약 놈이 남은 결전 병기 4개와 언데드 군단을 모조리 동원하면… 진다.”
그만큼 세론 언데드 군단은 강하니까.
하지만 희망은 있다.
“애초에 전부 보낼 수 있었다면 처음부터 한 번에 전부 보냈겠지.”
뭔가 놈에게도 제약이 있다.
모든 전력을 한 번에 투사할 수 없는 큰 제약이.
또한 게이트와 게이트 너머 세상을 내가 모르는 것처럼 이놈 역시 지구의 현재 상황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놈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욱 완벽히 준비를 해야지.
그리고 당연히 그걸 위해서 필요한 건 돈이다.
단기간에 막대한 전력을 확충할 수 있을 만한 어마어마한 돈이 말이다.
“통장 잔고만으로는 안 돼. 일단 은행 대출부터 풀로 당기자. 세론 신발 지분도 팔고.”
애초에 언데드 군단을 막기 위해 키워 왔던 세론 아닌가.
어쩌면 진정한 배후가 등장할지도 모르니 아낄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돈, 돈, 돈. 어디 돈 나올 구석 없나?”
그렇게 방을 서성이던 그때 티브이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중국 내 시위가 더욱 격화되며 중국 정부도 강경책을…….
나는 그 뉴스를 듣고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중국!”
경제 위기 때 반의반도 안 되는 헐값으로 매입했던 중국 내 자산들.
“원래는 팔 생각이 없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까.”
마침 중국 정부가 시위대로 인해 진퇴양난인 상황이니 이걸 이용해 최대한 돈을 당기는 거다.
나는 곧바로 중국 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회장님.
“제가 지금 뉴스를 보니 시위가 점점 과격해지고 있네요.”
-그렇습니다.
“원래는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그걸 보니 마음이 좀 아파서 말이죠.”
-…예?
“제가 해결책 하나 제시할 테니 중국 정부에 전달 좀 해 주시겠어요?”
-해결책이요?
“지금 문제가 세론이 중국 기업 인수해 가지고는 전부 스켈레톤만 부려서 그런 거잖아요. 그럼 중국이 다시 그 회사들 사 가서 중국인 직원 채용해 주면 되겠네.”
-회, 회사들을요?
“예.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중국 내 모든 자산 일괄 판매.”
난 밀당 할 시간이 없다고.
그러니 중국에게 제대로 된 당근을 제시한다.
“그렇게 되면 세론이 중국에서 에너지 판매만 남기고 싹 철수하는 꼴이네요.”
눈엣가시던 세론을 일거에 전부 몰아내 영향력을 걷어 내고 시위대도 진정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물론 그 대가로 내가 헐값에 매입한 자산들을 비싸게 주고 사야 되지만, 중국 정부 입장에선 한번 해 볼 만한 딜이잖아?
“인수자가 누구든지는 상관없습니다. 기업들끼리 협상해서 찢어 먹어도 되고 아니면 중국 정부가 직접 다 산 다음 쪼개서 팔아도 되고, 판매 과정은 전부 다 맡길 테니 한 번에만 다 사 가세요. 그럼 깔끔히 중국에서 물러나 드리죠. 원하신다면 세론이 중국 재진출 안 하겠다는 약속도 해 드릴 수 있고요.”
사 달라 애원하던 걸 사 와서 다시 팔아 달라 애원하도록 만드는 거다.
“다시는 없을 일괄 구매 기회입니다. 중국이 팔았던 걸 다시 중국이 사 가는 거죠. 어떻습니까, 제 제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