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57)
57화
“크릉···”
오늘도 즐겁게 사냥을 마치고 보금자리로 돌아온 몬스터.
몬스터는 이곳이 너무나도 좋았다.
자신이 나고 자란 그곳은 전부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몬스터들만 존재했기에 하루하루가 생존을 위한 치열한 다툼이었지만 이곳은 아니었으니까.
끝없이 드넓은 평원엔 자신보다 약한 몬스터들과 그런 몬스터보다도 못한 괴상한 생물체가 많아 먹이가 부족할 일이 없는 이곳은 그야말로 몬스터에게 있어서 최고의 장소.
그렇게 배부른 상태로 드러누운 몬스터가 갑자기 눈을 뜨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한 방향을 응시했다.
“크르르르르!!”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자신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을 느낀 것이었다.
오랜만에 영역을 침범당한 몬스터는 그야말로 분노했다.
감히 내 영역을 침범하다니.
단숨에 침입자를 향해서 달려간 몬스터.
하지만 몬스터는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크륵?”
사냥해서 먹고 남은 뼈들은 그야말로 죽음 그 자체.
그런데 그 죽음이 걸어 다니고 있는 게 아닌가.
거기에 그 뼈는 혼자가 아니었다.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뼈들이 계속해서 앞으로 전진하고 또 전진하는 상황.
분명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광경이지만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했는데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법.
몬스터는 뼈들을 향해 달려들어 앞발을 휘둘렀다.
빠각!
몬스터의 힘이 실린 앞발에 그대로 허리가 꺾이며 박살 난 뼈.
그러자 몬스터가 자신감이 실린 표정으로 울부짖었다.
“쿠워!!”
수가 많아 보여 잠시 당황했지만, 이 뼈들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보다 한없이 나약한 존재.
이런 나약한 존재 따위는 아무리 수가 많아도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 확신한 거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뼈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자신의 강함에 두려움을 느낀 거라 생각한 몬스터가 달려드려는 순간.
쿵!
큰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하늘로 뛰어오르더니 순식간에 몬스터의 옆에 착지한다.
그리고 그 순간 몬스터는 느꼈다.
방금 처리한 뼈들과 비슷한 외형을 지녔지만 지금 자신의 옆에 떨어진 뼈는 방금 뼈들과 격이 다른 존재라는 걸.
위기를 느낀 몬스터는 바로 달려들어 앞발이 아니라 자신의 주무기인 주둥이로 뼈의 몸통을 물었다.
하지만.
“크릉?”
앞발과는 비교조차 안 되게 강력한 자신의 주둥이 이빨이 뼈의 몸에 박히지도 않는 게 아닌가.
그렇게 몬스터가 당황해하는 사이 갑자기 손을 들어 올린 뼈.
그리곤 뼈가 손을 내리찍었고 그것이 몬스터가 살아생전 본 마지막 광경이었다.
“A급 한 마리 추가.”
방금 전 죽인 놈은 A급 몬스터.
F급 스켈레톤을 한 번에 박살 내길래 바로 S급 스켈레톤을 투입해서 처리했지.
“깔끔하네.”
언데드 군단의 첫 출격.
당연하게도 언데드 군단이 지나간 길에는 몬스터의 사체만이 가득했다.
애초에 전쟁이라 말하긴 했지만, 몬스터들이 수천 단위로 군집해서 달려드는 게 아닌 이상 내 지휘를 받는 언데드 군단의 상대가 될 리 없으니까.
그렇게 진군하고 또 진군하며 주변 몬스터들을 싸그리 청소해나가는 언데드 군단.
하지만 솔직히 성에 차지는 않는다.
그간 틈틈이 언데드들을 만들어 왔지만, 그 수는 고작해야 3천 정도.
이 정도 숫자로 한국 국토를 넘는 크기의 땅을 전부 청소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까.
“예전 같으면 이 정도 면적이야 순식간에 훅 훑고 지나갔을 텐데.”
과거 내가 부리던 50만 언데드 군단을 생각하면 3천 정도는 한 줌에 불과하니까.
“뭐.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지.”
일단 언데드 군단을 이용해 이 일대를 전부 청소한 다음 청소가 완료된 지역 외곽에 순찰팀을 배치해 안전을 확보하고 다시 개간 부대를 가동시킨다.
어차피 몬스터들은 자신의 영역을 잘 안 벗어난다니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근데 좀 이상하단 말이야.”
분명 규모는 성에 안 차도 아직까진 아주 순조롭다.
문제는 순조로워도 너무 순조롭다는 거.
지금까지 청소하면서 A급 스켈레톤 2개가 포함된 개간 부대를 작살낼 만한 그 어떤 몬스터들도 없었단 말이지.
방금 죽인 놈처럼 지금까지 처리한 대부분의 A급 몬스터는 단독 활동을 하고 있기에 개간 부대의 상대가 될 리 없고 S급 몬스터 역시 단 한 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아직 못 발견 한 건가?”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딱 5일만 더 해보자.”
열흘에 걸친 몬스터 청소 작전.
그 결과 대평원 전체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상당한 크기의 땅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찾아내지 못한 S급 몬스터.
“어떡하지?”
여기서 더 넓게 청소를 해봐야 현재 내가 보유한 언데드 군단만으론 안전을 유지하기 힘들 텐데.
나는 고민하다 언데드 군단의 진군을 멈추며 말했다.
“일단 여기까지만 하자.”
S급 몬스터를 처리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 구역은 이제 깨끗해졌다.
그렇다면 안전 구역 외곽에 순찰대를 무더기로 배치해 몬스터의 침입만 막으면 끝.
설사 S급이 침입을 시도한다고 해도 S급 스켈레톤들을 대기시켜두었다가 순찰대가 당할 거 같을 때 보내면 자동으로 처리될 거 아니야.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지.
이래 봬도 그룹의 회장인데 언제까지 여기에만 매달려있을 수는 없잖아.
“좋아. 개간 부대 재가동이다.”
알고리즘을 보강한 개간 부대에 이번엔 A급 하나를 포함해 10개의 호위용 스켈레톤을 붙인 나.
어차피 청소가 완료되어 안전 구역 내엔 고작해야 운 좋게 살아남은 소수의 몬스터가 전부일 테니 호위 규모를 절반으로 줄인 건데 내 예상대로 개간 부대는 더이상 몬스터의 습격을 받지 않았다.
그렇게 개간 부대가 순조롭게 운용되자 개간 부대를 10개로 늘려 마지막 테스트를 하고 있었는데···
“또!?”
또다시 내가 자고 있던 새벽 시간에 박살 난 개간 부대.
그것도 심지어 3개 부대나 박살 났다.
나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카메라는 어딨습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번 개간 부대들에 블랙박스용 카메라를 달아둔 나.
“도대체 어떤 놈인지 면상이나 한번 봅시다.”
잡아 죽여버릴라니까.
그런데 함께 온 직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카메라가 완전히 박살 났습니다.”
“뭐라고요? SD 카드는?”
“일단 찾고는 있는데 SD 카드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아나. 미치겠네!!”
청소도 다 끝냈고 외곽에 스켈레톤도 순찰 돌리고 있잖아!!
어떻게 딱 개간 부대만 골라서 공격하는 거냐고!
“설마 하늘?”
비행형 몬스터인가?
땅을 헤집으며 다니는 개간 부대니까 하늘에서도 눈에 잘 띌 거 아니야.
“아니면 땅속인가?”
땅을 헤집는 진동에 반응하는 몬스터?
일단 떠오르는 건 이거 2개뿐인데.
“와.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구나.”
이러면 계획이 완전히 어긋나는데.
원래 내 계획은 1달 안에 내가 없어도 개간이 자동으로 굴러가게 세팅을 해둔 다음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다음 개간이 어느 정도 되면 다시 와서 현재 세론 교육 센터에서 연구 중인 농사 알고리즘을 추가한 스켈레톤을 뿌려 자동으로 농사를 하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이런 식이면 내가 한국으로 돌아갈 수가 없잖아!
부서진 스켈레톤을 복구할 수 있는 건 나뿐이니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사람?”
이쯤 되니 몬스터가 아니라 사람의 소행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다.
깨끗하게 청소한 구역에서 개간 부대만 골라 공격하는 게 말이나 되냐 이거야.
심지어 스켈레톤은 그렇다 치고 카메라 SD 카드까지 없어졌다니 더욱 의심된다.
“중국 놈들이 열받아서 나 방해하려고 그러는 거라는 게 오히려 신빙성 있는데. 젠장.”
만약 정말 중국 놈들이 작정하고 방해하는 거라면 이 개간 사업은 지금이라도 접는 게 맞다.
내가 중앙아프리카에 상주하거나 혹은 모든 개간 부대에 S급 스켈레톤을 무더기로 배치하지 않는 이상 계속되는 중국 놈들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고 그 피해를 복구한다는 건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잡는다. 이 개자식들.”
나야 스켈레톤 만들며 들어간 돈만 피해를 보는 거지만 놈들은 사람 각성자를 투입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렇다면 이 방해꾼 놈들을 잡아서 모조리 처리해주는 거다.
아무리 중국이라 한들 공산당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이런 파괴 공작까지 기꺼이 해줄 S급 이상의 고위 각성자가 무한하지는 않을 거 아니야.
최소한 내가 피해입은 것보다는 그 이상으로 복수해줘야지.
나는 비릿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겸사겸사 사체도 보충하고.”
어차피 비밀공작을 위해 투입된 각성자인 만큼 정상적인 루트로 이곳에 오지는 않았을 거 아닌가.
그럼 갑자기 사라져도 실종 처리 말고 중국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어.
물론 그렇게 사람으로 스켈레톤을 만들면 인권이니 뭐니 해서 지랄발광할 게 뻔하니 만들어둔 다음 아공간에 처박아 뒀다 필요할 때만 몰래 꺼내서 사용하면 그만.
아무튼 아직 사람의 소행이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비행 몬스터가 개간 부대만 골라 공격한다는 가설보다야 이쪽이 훨씬 신빙성 있으니 일단 사람의 소행으로 간주하고 움직인다.
“그나저나 이놈들을 어떻게 잡지?”
놈들은 내가 잠든 새벽 시간을 골라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그 말은 도청이 되었든 사람을 매수했든 내가 확실히 잠들었다는 걸 확인할 수단이 있다는 뜻.
여기서 어설프게 그 방법이 뭔지 들쑤시고 다니는 건 하책이다.
자신들을 찾는다는 걸 놈들이 눈치채면 완전히 숨어버린 다음 내가 한국으로 돌아간 다음을 노릴지도 모르니까.
“놈들의 목적은 내 개간 사업을 방해하는 거잖아. 그렇다면 놈들이 가장 탐낼만한 뭔가를 미끼로 던져야지.”
나는 잠시 고민하다 피식 웃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물량으로 간다.”
야심한 새벽.
두 남자가 복면을 쓰고 대평원을 가로지르며 말했다.
“이제는 좀 위험하지 않을까.”
“이번까지는 괜찮을 거야. 아직은 몬스터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내놨겠지.”
개간 부대가 또다시 박살 나자 한지혁이 들고 온 방법은 말 그대로 물량 공세였다.
호위 부대와 돌을 고르는 스켈레톤도 없이 오직 땅을 헤집는 대형 스켈레톤만 수백 개를 투입한 거다.
몬스터에게 박살이 나든 말든 대형 스켈레톤을 무차별로 투입해 개간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이었다.
“이번에 확실하게 알려줘야 해. 수백 개를 뿌려도 감당이 안 된다는 걸.”
“호위 부대 없는 거 확실해?”
“확실해. 이미 전부 확인했어. 한지혁이 잠든 것도 확인했고. 설사 놈이 몰래 신호 장치를 설치해놨다 해도 수도 호텔에서 여기까지 날아오는데 최소 30분 이상은 걸리는 데다 어차피 놈이 방을 나서는 순간 바로 연락이 올 거야. 그러니 우리는 안심하고 최대한 많은 대형 스켈레톤을 처리하는 데 집중하면 돼.”
“좋아. 대신 이번 일만 마무리되면 당분간은 조용히 있는 거야. 그러다 놈이 한국으로 돌아간 다음 다시 본격적으로 움직이자고.”
“알겠어.”
그렇게 한참을 달려 드디어 개간지에 도착한 두 남자.
“나는 이쪽 방향으로 가면서 보이는 대로 다 박살 낼게. 너는 이쪽으로 가. 카메라 있으면 무조건 떼서 저장장치 제거하고.”
“걱정 마. 벌써 3번째인데 설마 실수할라고.”
“시작하자.”
그렇게 방향을 나누어 달리기 시작한 남자.
그때 남자의 눈에 한 대형 스켈레톤이 역방향 갈퀴를 들고 땅을 파헤치는 모습이 보였다.
바로 대형 스켈레톤에 다가가 주먹을 휘두른 남자.
그 남자의 주먹에 박살이 난 대형 스켈레톤이 그대로 무너져 내린다.
“카메라는 어디 있지?”
잠시 대형 스켈레톤의 잔해를 뒤지며 카메라를 찾은 남자.
남자가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번엔 아예 카메라도 없군.”
정말로 부서지든 말든 물량으로 밀어붙이겠다는 한지혁의 의지가 확실하게 느껴진다.
“안심하고 박살 내도 되겠어.”
그렇게 박살 난 스켈레톤을 시작으로 대형 스켈레톤을 발견하는 족족 모조리 처리해나가는 남자.
남자가 또 다른 대형 스켈레톤을 처리하며 말했다.
“30개. 좋아. 앞으로 70개만 더 박살 낸다.”
그럼 두 명이 합쳐서 200개니 아무리 한지혁이라 한들 바로 이 피해를 복구하지는 못할 거라 생각한 남자.
그때 또 다른 대형 스켈레톤을 향해 달려가는데 갑자기 그 대형 스켈레톤이 그 자리에 멈추어 선다.
“음?”
공격을 받든 말든 묵묵히 역갈퀴만 미는 대형 스켈레톤이 처음으로 보인 이상 반응.
남자가 당황해하던 그때 대형 스켈레톤이 남자를 향해 몸을 돌린다.
그러더니 갑자기 스켈레톤에서 흘러나오는 한지혁의 목소리.
-역시 복면을 쓰고 있네. 뭐. 그 정돈 예상했지.
한국말이기에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남자는 한지혁이 자신들을 이미 파악했다는 걸 바로 눈치챘다.
“젠장. 바로 도망을···”
-아. 맞다. 한국말 못 알아듣지? 헤이. 유 알 인 더 트랩.
어색하기 그지없는 한지혁의 영어 발음.
하지만 남자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도는 바로 알아차렸다.
“트랩? 함정?”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대형 스켈레톤이 사방팔방에 파헤쳐놓은 땅속에서 스켈레톤들이 무더기로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 이게 도대체.”
그렇게 단 1초 만에 남자와 대형 스켈레톤을 중심으로 포위진을 형성한 스켈레톤 부대.
-원 다우전드 스켈레톤 윌 테이크 유. 유 켄트 런.
“1천?!”
그러는 사이 점점 더 포위망을 좁혀오는 1천 개의 전투형 스켈레톤들.
그때 대형 스켈레톤에서 흥겨운 한지혁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에···그러니까. 에이씨. 영어 졸라 어렵네. 다 까먹은 지가 언젠데. 야. 거기서 우리 애들이랑 안면 트고 사이좋게 놀고 있어. 이제 걔네랑 너네랑 한집 식구 될 거니까. 아공간에 너네 자리 비워뒀다고.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지금 바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