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78)
78화
군산 공단에 다니는 김혜은의 일상은 늘 똑같았다.
평일엔 회사에서 퇴근하는 길에 에너지 매입 부스에 들러 에너지를 팔고, 주말엔 아파트에 설치된 매입 부스에서 팔고.
이렇게 김혜은이 한 달에 벌어들이는 돈은 21만 원이지만 남편과 아들 둘까지 합치면 84만 원이니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그렇게 평소처럼 퇴근하는 길에 들른 매입 부스.
“어?”
그런데 에너지 매입 부스가 무인화된 이후로 없어졌던 세론의 직원이 부스에서 사람들을 상대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간 세론이 추진한 일을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손해 본 적은 없었기에 별생각 없이 직원에게 다가간 김혜은.
“안녕하세요.”
김혜은의 인사에 직원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 어서 오세요.”
“이번엔 뭔가요?”
“다른 게 아니라, 저희 회사에서 지금 매입 시스템을 변경 중이라서 말입니다. 그것에 대한 설명을 드리기 위해 파견 나왔습니다.”
“변경된다고요? 설마 가격이 낮아지나요?”
“낮아질 수도 있죠.”
“예? 그러면 안 되는데······.”
근처에 사는 부모님들도 에너지 판매 덕분에 한결 여유로워졌는데, 여기서 가격이 낮아진다니.
그때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반대로 오를 수도 있고요.”
“그게 무슨 말인가요?”
“아시다시피 저희 회사에서 정수를 이용해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런데 사업을 하다 보면 사업이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기존의 정액 가격보다는 상황에 따른 변동 가격제를 도입하는 게 어떻겠냐는 주장이 나와서요.”
“변동 가격제?”
“주식처럼 시장이 좋으면 올라가고 나쁘면 내려가는 거죠.”
“아하.”
“게다가 지금까지처럼 무조건 매일 사람들에게 현찰을 뿌리는 것도 업무에 부담이 너무 과중해서 앞으로는 바로 현금으로 드리지 않고 회차를 쌓아 드릴 겁니다.”
“회차를 쌓아 준다고요?”
“예. 그런 다음 원하시는 가격대에 파시면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오늘 시세가 6,900원인데, 이 가격이 마음에 안 드시면 나중에 오르셨을 때 그간 쌓아 온 회차를 한 번에 파시면 된다는 말이죠.”
“그렇구나.”
직원의 설명을 듣고 안도한 김혜은.
당장의 가격이 떨어져도 나중에 가격이 올랐을 때 팔면 그만이니 얼마나 편한가.
“또 어플을 이용해 개인 간의 거래도 활성화할 겁니다.”
“개인 간의 거래요?”
“잠깐 핸드폰 줘 보시겠습니까?”
그렇게 핸드폰을 받아 들고 어플을 설치한 다음 어플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 직원.
“여기 보시면 그간 쌓은 회차를 확인할 수 있고, 이쪽에선 주식처럼 개인 간에 이 회차를 거래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가격대의 금액으로 매수 주문을 넣고, 같은 가격에 매도를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동으로 매칭되는 거죠.”
“진짜 주식 같네요. 아무튼 쌓아 뒀다가 나중에 가격 올랐을 때 팔면 된다는 거죠?”
“정확합니다.”
그렇게 모든 설명을 들은 김혜은은 부스로 들어가며 말했다.
“오늘 6,900원이라고? 그럼 나중에 팔지, 뭐.”
*
김혜은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또 떨어졌어?”
6,900원을 시작으로 점점 매입 가격이 내려가더니, 5,900원까지 떨어졌다.
가격이 오르면 팔 생각으로 30회나 모아 뒀는데, 이러면 예전보다 훨씬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한다는 말.
한숨을 한번 내쉰 김혜은이 이번엔 사람들이 글을 올리는 커뮤니티로 들어갔다.
그러자 계속되는 하락에 판매 시점을 잡지 못한 사람들이 성토하는 글로 가득 차 있는 커뮤니티.
그중엔 귀찮아졌다며 이미 손절 쳤다는 사람도 다수 있었다.
“지금 팔면··· 17만 7천 원.”
고작해야 3만 원 조금 넘는 차이지만 그럼에도 마치 생돈을 잃은 기분이 들어 김혜은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김혜은이 말했다.
“그냥 팔자.”
분명 에너지 매입이 가계에 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것만 붙들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팔기로 결심한 그때.
“어?”
한 게시 글의 제목이 김혜은의 눈을 사로잡았다.
“지금이 저점이라고?”
그렇게 게시 글을 눌러 내용을 확인한 김혜은.
게시 글은 세론이 현재 정수와 관련해 벌이고 있는 사업의 추이와 그로 인한 정수 소비량을 분석하여 아무리 내려가도 이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을 테니 지금이 저점이라는 내용이었다.
“저점이라고?”
마치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최근 가격 변동을 확인한 김혜은.
“계속 5,900이랑 5,800에서 횡보하고 있어.”
6,900을 시작으로 꾸준히 내려가던 가격이 5,900과 5,800을 오가며 멈춰 선 상황.
“정말 저점이라고? 이거 개인 거래도 가능하다며. 만약 내가 100원씩만 더 주고 잔뜩 매입한 다음 가격이 올랐을 때 팔면 돈 버는 것 아닌가?”
김혜은이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차피 세론이 망할 리도 없고, 에너지가 폭락해 봤자 얼마나 폭락하겠어. 실체 없는 코인도 그렇게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에너지는 소비처도 확실하잖아.”
지금도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 중인 세론.
그렇게 세론의 에너지 파트 사업이 확장하면 확장할수록 더 많은 정수가 필요해질 거고, 당연히 에너지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 김혜은.
“여유 자금이··· 3,000 있었지?”
*
마치 귀신에 홀린 것처럼 여유 자금을 모조리 에너지 매입에 투자해 버린 김혜은.
그녀는 개인 거래 시장에서 현 시세보다 딱 100원 비싸게 정수를 매입했고, 그렇게 김혜은의 어플에 쌓인 회차의 양이 무려 5천 회였다.
그리고 그날부터 김혜은의 초조함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갔다.
“5,700······. 더 내렸네?”
저점이라 생각해 남편 몰래 3천만 원을 투자했는데 오히려 더 떨어진 상황.
“아아. 내가 미쳤지, 미쳤어. 그냥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할걸.”
주식도 재미 삼아 백만 원 해 본 게 전부인데 갑자기 에너지를 매입해서 이렇게 마음고생을 할 줄이야.
“그래도 아직은 괜찮아. 조금만 더 참자.”
그렇게 애써 핸드폰을 외면하고 티브이로 뉴스를 시청한 김혜은.
그런데 그때.
-속보입니다. 미국의 유명 할리우드 배우가 괴한으로부터 5번에 달하는 총격을 받았지만 방탄 기능을 지닌 한국산 명품 옷과 가방 덕에 도주에 성공하여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고 합니다. 이 배우는 아주 경미한 타박상만 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 제품 덕분에 살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그 뉴스를 본 김혜은이 외쳤다.
“프로티지! 호재다!”
다급히 핸드폰을 켜서 개인 거래 항목으로 들어간 김혜은의 입이 헤벌쭉 찢어진다.
“가, 가격이, 올랐어.”
매일 세론에서 공지하는 가격보다 딱 100원 비싸게 거래되던 에너지 가격이 갑자기 800원 넘게 뛰어 있는 게 아닌가.
이 말은 사람들 모두 이 뉴스로 인해 프로티지 판매가 더욱 호조를 보일 것이며 자연스럽게 에너지 판매량 역시 늘어날 거라 예상했다는 말.
김혜은의 동공이 흔들린다.
“팔아? 지금 바로 팔아?”
지금 개인에게 팔면 무려 350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김혜은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세론에서 내일 단가가 공지되기까진 시간이 남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800원 웃돈을 주고 매입한다는 건 그보다 더 오를 거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니까.
결국 김혜은은 핸드폰을 움켜쥐며 가끔 인터넷으로만 들었던 용어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존버. 존버는 승리한다!”
*
테스트 삼아 한국에만 도입한 에너지 거래 시장.
나는 사람들에게 학습 효과를 주기 위해서 일부러 가격을 떨어뜨린 다음, 미국 할리우드 배우가 프로티지 옷 세트를 입고 총격을 당했음에도 멀쩡하게 도망쳐 살아남았다는 뉴스가 나오자 바로 그다음 날 7,200원으로 한 번에 1,500원을 올려 버렸다.
아마 눈치 빠르게 저점에서 매수한 사람은 거의 20퍼센트에 달하는 이익을 남겼겠지.
“이러다 아예 에너지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도 나오는 것 아닙니까?”
김덕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성공적이네요.”
이번 시스템 도입의 효과는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일부 급한 마음에 처분하는 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다렸다 팔거나 아니면 시장에서 회차를 매수하는 사람들에게 팔아 치웠고, 덕분에 원래 세론이 지불했어야 할 금액의 80퍼센트 이상이 시장에 잠겨 버린 거다.
그렇게 자금이 시장에 묶여 있는 사이 세론은 이미 그 에너지를 발전소와 프로티지 제품 생산에 사용해 수익 창출을 완료해서 회사 통장엔 그야말로 엄청난 금액의 돈이 쌓여 있었지.
그때 때마침 할리우드 배우 총격 사건이 터졌길래 7,200원으로 한 번에 가격을 급등시켜 밀린 외상금을 지불한 나.
김덕배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 좋은 방법입니다.”
일반적인 거래라면 일단 원재료를 사서 제품을 만든 다음 팔아서 이익을 남기겠지만, 이 방법이 도입되며 세론은 외상으로 원재료를 구입해 먼저 이익을 창출한 다음 나중에 외상을 갚는 꼴.
“그나저나 회장님, 혹시 사람들이 갑자기 동시다발적으로 에너지를 팔아 치우면 큰일 나는 것 아닙니까?”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뱅크런이요?”
“예.”
“그럼 긴급 공지 올려서 가격을 떨어뜨리면 되죠. 싸게 외상값 처리 할 기회네.”
“···아.”
“애초에 이걸 도입한 이유가 이걸로 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 원래 줘야 할 돈을 내가 주고 싶을 때 유동적으로 주기 위해서니까요.”
은행처럼 예금을 받아 그 자금을 굴려 이자 수익을 얻는 방식은 예금을 많이 받을수록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기에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극한으로 고객을 유치하지만, 난 애초에 이걸로 돈을 벌려는 게 아니란 말이지.
그렇기에 딱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고객만 유치한 다음 그 안에서 자금이 많이 필요한 일이 생겼을 땐 가격을 낮춰 최대한 자금을 시장에 묶어 두고, 자금에 여유가 생기면 외상값 갚는 느낌으로 가격을 올려 주면 끝.
“막말로 지금 당장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돈을 환전해도 감당 못 할 수준은 아니잖아요? 앞으로도 이 정도 수준으로만 관리하면 되지.”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몇몇 임원들 사이에서 선물거래 이야기도 나오던데······.”
김덕배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안 됩니다. 그건 완전히 도박이잖아요, 심지어 가격 책정을 우리가 일방적으로 하는. 만약 선물로 손해 보는 사람이 나오면 우리가 가격을 조종해 피해를 봤다며 난리를 칠 게 뻔합니다.”
김덕배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만약 사람들이 에너지로 선물거래를 하여 상승에 베팅했을 때 우리가 가격을 역으로 내려 버려 강제 청산 시키면 세론은 외상값마저 헐값에 처리할 수 있게 되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가격 변동 권한을 쥐고 있는 세론이 일부러 손해를 입히기 위해 가격을 조종했다는 비난을 들을 것 아닌가.
“굳이 욕먹을 짓은 하지 맙시다. 지금도 잘나가고 있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
내 말에 김덕배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렇군요. 그럼 임원들에겐 입조심시키겠습니다.”
“아니, 아니. 그냥 내버려 두세요. 그렇게 의견 하나씩 말하다가 대박 아이디어가 나오는 법이니까. 아무튼 당분간 지금 가격대 유지하세요. 그런 다음 적당히 오르락내리락하게 하고.”
에너지 거래는 이번이 특별했을 뿐, 앞으로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을 지향한다.
그래야 사람들도 더욱 안심하고 시장의 물량을 잠글 테니까.
“알겠습니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확실히 할리우드 배우가 당하니 홍보 효과가 확실하네요.”
그렇지 않아도 불티나게 팔리던 프로티지 제품이 이번 할리우드 배우 사건으로 그 성능을 입증하며 수요가 더욱더 폭증하고 있었다.
더욱이 미국 현지화 된 프로티지는 세트로 입어야 기능을 발휘할 수 있기에 돈 많은 사람들의 경우 가방 여러 개에 옷도 십수 벌씩 한 번에 구매하는 일이 부지기수.
“그렇지 않아도 미국 유통사에서 공급량만 늘려 주면 미국 전역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겠다고 연락해 왔습니다.”
“공급량 늘리죠, 뭐. 생산 라인 증설하세요.”
그때 김덕배가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그러면 회장님 업무가 너무 과중해지는 건 아닌지······.”
지금 프로티지의 제품은 원단이나 가죽이 입고되면 내가 그 위에 마법진을 새기고 그 마법진을 중심으로 재단하여 옷과 가방을 만드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선 내가 마법진을 새기는 원단의 양도 늘어난다는 말.
나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솔직히 못 할 건 없는데··· 여기서 더 늘어나면 곤란하긴 하겠네요.”
명품을 지향하지만 결국 같은 모양의 기성품이기에 마법진을 단순 복사만 하면 끝이라 크게 힘들지는 않지만, 나중에 하루 수만 장씩 만들어야 한다면··· 아무리 나라도 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벌인 사업이 프로티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하루 종일 그것에만 매달려 있을 수는 없잖아.
나는 잠시 고민하며 말했다.
“어쩔 수 없지. 공장 하나 만드세요.”
“공장 말입니까?”
“그 어떤 사람도 침입할 수 없는 보안 시설을 갖춘 공장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생각만 해 왔던 정수와 연결해서 마력을 새길 수 있는 도구를 만들 시간이다.
그렇게 도구를 만든 다음 보안이 확실하게 갖춰진 공장에서 스켈레톤들이 도구를 이용해 똑같은 마법진을 원단에 무한정 그려 넣는 게 유일한 방법.
그리고 이 공장은 당연하게도 철통 보안을 필요로 했다.
마법진이나 마법진을 그릴 수 있는 도구가 유출되면 큰일이니까.
“공장 내부는 제가 전부 알아서 할 테니까, 부회장님은 외부 보안만 신경 쓰세요.”
오직 나만이 오갈 수 있는 철통 보안 공장에 스켈레톤 군단을 대거 배치하여 그 누구도 침입할 수 없는 요새로 만든다.
“알겠습니다.”
*
김덕배가 주도하여 새로운 철통 보안 공장을 건설하는 사이 나는 미국 내 수요에 맞춰 프로티지 제품의 생산량을 적극적으로 늘려 갔다.
덕분에 하루하루 매출이 폭등하는 프로티지.
그런데 갑자기 국내에서 안 되길 바라 왔던 제동이 하나 걸려 왔다.
“후우.”
나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올 게 왔구나.”
그것은 바로 부가가치세.
모든 영리적 목적을 지닌 거래에는 10퍼센트의 부가세가 붙는 것이 한국의 법이었다.
예를 들어 A가 원자재를 만들어서 B에게 100원을 받고 팔면 A는 100원의 10퍼센트인 10원을 부가세로 내야 한다.
그리고 만약 B가 그 100원짜리 원자재를 가공해 250원에 팔면 그 차익인 150원에 또 10퍼센트 부가세가 붙어 15원을 납부하는 방식.
그런데 마력은 형체도 없고, 무엇보다 얼마 전까지 이걸로 수익을 거둔 게 없었기에 이 부가세에서 면제되었었는데, 최근 발전소가 가동되고 프로티지가 성장하며 영리적 목적이라는 전제 조건이 달성되며 부가가치세 납부 대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거다.
“이건 어쩔 수 없네.”
스켈레톤과 다르게 이건 말 그대로 석유 같은 원자재와 비슷한 상황이었으니까.
문제는 이 비용을 내야 하는 사람이 바로 세론에 마력을 팔고 있는 일반 사람들이라는 거였다.
“일단 최대한 미룰 수 있으면 미뤄 보고, 그러다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어차피 원망은 나라가 듣는 거니까.”
나는 나라에서 정한 법대로 하는 것뿐이라고.
“그럼 앞으로 7,000원에 사면 700원씩 세금이 나가겠네? 그럼 변동 폭을 조금 더 크게 해야 사람들 거래가 더 활발히··· 잠깐만. 근데 이러면 사람들끼리 거래할 때는 어떻게 되는 거야?”
지금 에너지 거래 시장이 열리며 사람들 간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이 시장에서 세론 단가보다 백 원에서 이백 원 비싸게 매입을 하고 있고, 급전이 필요한 사람은 세론이 아닌 이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회차를 파는 상황.
만약 이 거래에도 부가가치세가 붙으면 이 시장은 완전히 박살 나는 것 아닌가.
나는 급히 내선 전화를 들어 비서에게 말했다.
“회계사한테 빨리 내 방으로 오라고 해요.”
*
내 호출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세론 그룹의 회계 업무 전담 회계사.
회계사가 내 말을 듣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식의 거래에는 부가세가 붙지 않습니다.”
“안 붙는다고요?”
“예. 이건 실물이 오가는 게 아닌 일종의 권리를 사고파는 행위기에 세론에 회차를 정산 받아 현금을 쥐는 최종 단계에서만 세금이 붙습니다. 만약 권리를 사고파는 것에도 세금이 붙는다면 증권시장이 유지될 리 없잖습니까. 하하.”
하긴.
매번 거래할 때마다 10퍼센트씩 날아가는데 어느 누가 주식을 하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거 다행이네요.”
그때 회계사가 아차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 증권시장보다는 금 거래소를 비유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군요.”
금 거래소?
“원래는 금 거래를 할 때 10퍼센트 부가세가 붙어 금 투자자들이 현금 거래만 선호했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게 금 거래소죠. 직접 금을 거래하는 게 아니라 거래소가 지닌 금의 권리만 사람들끼리 사고파는 식이라 부가가치세가 없어 금 투자가 아주 용이해졌습니다. 그러다 만약 진짜 실물 금이 필요하면 부가가치세를 내고 금을 수령하고요.”
에너지 매입 거래랑 완전히 똑같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그럼 사람들이 실물 금으로 수령하는 경우가 많나요?”
30만 원 주고 샀는데 실물로 수령하는 순간 3만 원 부가가치세가 나간다?
그럼 나 같아도 실물로 수령 안 하고 그냥 다른 사람에게 다시 되판 다음 돈만 챙길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회계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당연히 실물로 수령하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합니다. 애초에 금 투자를 목적으로 들어갔으니 적당히 금값이 오르면 다른 사람에게 되팔고 돈만 수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솔직히 만약 사람들이 너도나도 전부 실물을 수령했으면 금 거래소는 진작에 파산했을 겁니다. 은행이 예금을 전액 현금으로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금 거래소 역시 금 보유량엔 한계가 있으니까요.”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
“그럼 금은 그대로 있고 시장에서 사람들끼리 자금만 계속 굴린다는 말이네요?”
“정확합니다.”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그거 대박이네!”
부가가치세로 현금화에 장벽을 치고 시장에서 사람들끼리 알아서 거래하도록 만든다고?
원래 내 계획은 대략 한두 달을 주기로 외상값을 한 번씩 털어 주는 거였는데,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나.
“잘하면 한두 달이 아니라 더 오래 묶이게 만들 수도 있겠는데?”
어차피 바로 환전해 봐야 10퍼센트 세금을 내야 하니 그럴 바에는 계속 시장에서 굴리는 거지.
“어? 잠깐만. 근데 그러려면 금처럼 가격이 우상향 될 거라는 기대감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지금 에너지 거래소는 어디까지나 가격 변동에 의한 단기 투자를 유도하여 자금을 묶어 두는 방식.
즉, 오르락내리락하기는 하지만 결국 평균을 내면 그전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단기 투자로는 괜찮지만 장기 투자에 대한 메리트가 없단 말이지.
당연히 그런만큼 사람들이 자금을 오래 묶어 두지 않을 거고.
“금 거래소라······.”
금 거래소와 비슷한 구조의 에너지 시장.
이 에너지 시장이 금 거래소에 비해 부족한 건 단 하나다.
바로 우상향이 될거라는 기대감 그 자체.
실제로도 이미 그들이 권리를 가진 마력은 정수가 되어 이미 팔리고 없으니까 사실상 지금 이대로라면 늘 언제나 같은 가격을 횡보할 뿐 우상향이 될래야 될 수가 없단 말이지.
하지만 어찌되었든 인위적이든 뭐든 이 기대감만 채워 줄 수 있다면 금 거래소처럼 굴릴 수 있다는 말 아닌가?
나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금 거래소 말입니다. 어떤 구조인지 또 어떤식으로 운영되는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