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terminally ill genius survives RAW novel - Chapter 344
◈ 서열전(5)
* * *
대주 세 사람이 점차 간격을 좁히고 있는, 몹시 넓은 비무대.
승단식이 이뤄지기도 하는 장소다.
한쪽 건너편에 호화로운 관전석이 있다. 비무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자리. 차양막이 기다란 그늘을 드리우는데도 대리석 특유의 희멀건 색깔은 선명하다.
질감 자체가 몹시 귀해서, 그곳에 여유롭게 앉아있는 이들의 위계와 신분마저 실감시켰다.
“어떻게 될까?”
여의천주와 마광익주라.
다리를 꼬고 앉은 악수림이 매끄러운 가죽신의 앞코를 까딱였다.
세 대주의 대치를 내려다보는 눈이 흐뭇함을 띠고 있다. 발치에 창을 널브러뜨린 소녀의 모습으로.
“얼른 끝내라고 셋씩 어울리게 해 뒀는데, 명류는 움직일 생각이 없나 봐. 음흉하긴.”
그녀가 얘기했다.
옆에 앉은 율령대주 운소유가 그 말을 받았다.
“마광익주의 몸놀림을 봐 두고 싶을 겁니다. 명류대주의 보신경은 원평일검장에서도 손에 꼽히지 않습니까. 어떤 난리통에도 먼지 한 점을 허락한 적이 없지요.”
“소연이가 아쉬워하겠어. 잠입보다는 실전 쪽 공부를 익혔으니까.”
멸섬대주와 소연대주는 제각각 다른 환익삼보를 만들던 와중에 임무를 나갔다.
신강과 사천 사이에 있는 청해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무공으로 종교를 만든 강호 문파를 멸문시키는 임무였다.
신강에서 거대하게 흘러나오는 안개. 수년째 거듭된 흉년.
난세를 틈타 혹세무민하는 자가 많았다. 민초들이 스스로 재물을 바치도록.
“난 소연이네 보법이 발에 맞더라. 명족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달까. 멸섬이 만든 건 너무 거칠었고.”
“소연대주가 환익보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긴 했지요. 저 명류대주와 달리…….”
운소유가 말끝을 흐렸다. 그녀는 시종일관 곧은 자세로 비무대 아래에 눈길을 두고 있었는데, 악수림을 다소 성가시게 여기는 눈치였다.
지레 찔끔한 악수림이 시선을 돌렸다.
“대총관은 왜 그러고 있어? 누가 보면 빙궁에 다녀온 줄 알겠네.”
“…여의천주가 마광익주의 검을 뽑아주길 기다리고 있소.”
곰처럼 우두커니 앉아있던 대총관 임진명이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그때 바로 공표해야지, 지금은 도무지 믿기지가 않아서……. 물론, 정 대주가 허언을 할 인물은 아니지만, 이게 보통 사안이 아닌지라… 산서에서 양양까지면, 명류대 무사들이 소식을 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횡설수설에 가까웠다. 악수림의 말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다는 의미.
큼지막한 두 손으로 연신 자기 얼굴을 쓸어내는 모습이 총기로 넘치던 평소와 크게 달라서, 그녀는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반대편을 힐끗했다.
왕부에서 온 군왕의 적장자가 자리해 있었다.
검위공 주철. 꼿꼿이 편 허리가 근엄해 보인다.
입황성 수뇌부를 불러 모은 회합 내내 원평일검장의 결정을 종용하며 목소리를 낮추지 않더니, 정연신이 지붕을 부수고 들어온 이후로는 자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방심하지 않았다. 능구렁이 같은 속내에 어떤 꿍꿍이가 있을지 몰라서.
“내가 생각하기에.”
불현듯 주철이 입을 뗐다.
“이건 그저 사기를 올리기 위한 행사로만 볼 게 아니올시다.”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던 악수림은 재빨리 시선을 거뒀다. 하지만 귀하디귀한 군왕의 핏줄은 상대에게 관심을 갈구하는 법이 없었다.
그는 비무대에서 한 발을 내딛는 정연신의 옆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천천히 턱밑의 수염을 쓸어내렸다.
검위공 주철은 하루간 정연신의 과거 행적을 모조리 다시 훑었다.
실제 연배는 물론 무공 증진 속도, 입문 이후부터 쉼 없이 채워 온 공적까지.
“이 몸이 알기로, 열일곱 흑색이란 입황성의 무사들에게 성벽과 같소. 간혹 어떤 포화에 무너질지언정 몹시 크고 천하에서 가장 두꺼운…….”
그는 특별히 호응해 주는 이가 없는데도 스스로 말을 이어나갔다.
“마광익주 섬예가 대주의 위계에 막 올랐을 때, 마광익을 제외한 다수 무력대에서는 제법 말이 많았다고 들었소. 천하제일방파의 정예 전력을 이끌면서, 경우에 따라 고관대작마저 참할 수 있는 이의 연배가 고작 지학을 조금 넘기고 있었으니까. 그나마 사천성 명공도의 일과 대종사의 자질 덕에 큰 잡음이 없었던 것일 뿐.”
주철의 이야기가 점차 빨라졌다.
여의천주와 마광익주의 간격이 오 보 안쪽으로 줄어들면서, 그의 말소리도 대주들이나 인식할 법한 구순술의 속도로 진입했다.
“그렇다면, 저 청년이 흑포를 벗을 때는 어떻겠소? 거기에 더해 모든 무력대를 아우르는 신검단주의 위치를 넘볼 때는?”
원평일검장의 석좌 주인들에게 가장 민감한 화제가 나왔다.
자색의 위계. 상석에 있던 이들의 시선을 대번에 끌어올 수밖에 없었다.
“보아하니 약관도 되기 전에 절세고수로 이름을 날릴 듯한데, 입문 기간이 오 년도 채 되지 않은 이가 유서 깊은 방파의 최고위 인사가 된다? 천하의 어디에도 그런 경우는 없소. 입황성처럼 전통 있는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긍지 높은 황실의 보검들이 정말로 저 청년의 무력을 권위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심산유곡의 구파 노인들 못지않게 꼬장꼬장한 원로원은 또 어떻고? 사람 좋던 원로원주도 자리에서 물러난 마당에.”
“…검위공, 말씀의 저의가 궁금합니다.”
“아, 대총관. 그러니까 이건 정치적인 눈으로도 볼 수 있는 자리란 말이오. 얼마나 드물지? 대주 간의 비무가 성사되고, 그 광경을 직접 목도할 수 있는 경우가.”
“…….”
“대총관도 내심 의도했을 거요. 이건 입황성 고수들에게 열일곱 대주의 서열을 매길 기회를 주는 자리야. 보신경만 겨루는 모습이 실제 무위와 얼마나 차이가 나든, 밑에서 보는 이들에겐 거기서 거기일 테지.”
여러 대주들이 중인환시에 무(武)를 견주는 자리.
흑색만 여섯이었다.
난세에 다시 있기 힘들다. 이만한 숫자가 언제 또 모일까. 어쩌면 근 십 년 내로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신검단 십칠대. 건국 이후 단 한 번 있었다는 전원 소집령이 오늘날 떨어지는 게 아니고서야.
“훗날 흑색 위계에서 어떤 인사가 이루어지든 이 일이 함께 회자될 거요. 원평일검장의 막내가 언젠가 생길지 모를 입황성 무사들의 저항감을 박살 내 버릴지도 모를 노릇이고. 마침 이 성에 두루 유행한 보법의 원류가 저 다리 아니오?”
주철이 무심한 얼굴로 아래를 향해 턱짓했다.
“차대 신검단주로부터 떨어질 꿀물을 기대해서 흑색삼강 쪽에 줄을 댄 고관대작이나 상단주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구려.”
어느새 소맷자락을 스친 두 대주가 그의 눈동자에 담겨 있었다. 상석에 자리한 입황성 고위 인사들 중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 * *
정연신과 북궁아.
우지끈― 하는 파열음과 함께 거대한 비무대가 흔들렸다. 제각기 디딘 일보에 돌바닥이 부서진 것이다.
정연신은 자신의 옷깃을 풀어 헤치고자 다가온 북궁아의 손을 팔뚝으로 비껴내며 휘돌았다.
칠흑의 소맷자락들이 서로 마찰하는 순간 대기가 찢어지는 듯한 충격파가 번졌다.
‘열 합으로 끝낸다. 두 번 이상의 연환 출수는 금하고, 보신경과 금나수로만 상대의 행색을 흐트러뜨린다.’
정연신은 임무를 건 내기의 규칙을 되새겼다. 손발로만 겨루고, 결과는 위에서 관전 중인 흑색 세 명의 표결에 맡긴다 했다.
시야 한쪽을 스치는 명류대주처럼 일부러 출수를 늦게 한다 해도 선배들이 참작 후 결정을 내린다는 의미였다.
양보하고 싶지 않다. 그가 뭇 선배들을 존경한다 해도.
‘전력을 다해야 해.’
명교의 소교주를 향해 떠난 이후 돌아오지 않는 이들에 대한 예우였다.
험한 강호 위,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동문 사형제들이니까. 백미려에게 혈육의 무덤을 볼 기회도 주고 싶었다.
“과연 원류는 다르군.”
그와 몸을 교차시킨 북궁아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방위에 제한이 없어. 그 오만한 구결을 정말 곧이곧대로 쓰는 것 같네.”
“오만한 구결……?”
정연신은 반박하지 못했다. 속으로는 전혀 동의하지 않았지만, 여의천주 북궁 선배는 스스로 지저까지 눈을 담근 군자였다.
공맹마냥 만인에게 친절한 이와 어떻게 성품을 논할 수 있을까. 그저 자신에 대한 분함을 속으로 삼킬 수밖에.
조카 정혜의 쓴소리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내심 큰 충격을 받은 그는 고개를 작게 까딱이며 심장의 광륜을 돌렸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곧바로 다시 가겠습니다.”
“소문이랑 다르네. 한 번은 대거리를 할 것 같았는데.”
왜 그리 순하지? 다음 출수를 준비하던 북궁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북궁 선배께 감사드립니다. 성품에 개안했습니다.
그녀는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비꼬는 게 아니었다고?
북궁아와 사이가 원만한 동료 흑색은 없다시피 했다.
연배로 따지면 범접하기 힘든 하후위진에게도 폭언을 일삼는 여의천주. 동문으로서 최소한의 정을 느낄지언정 아무도 살갑게 대하지 못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누군가의 온기를 갈구하지 않았다. 북방의 투신이 살아있는 한 심신을 편히 누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무슨 상관이야. 북궁아는 이내 생각을 접었다.
“저 송장한테는 관심없어. 또 한 수 섞어보자.”
성품을 종잡기 힘든 마광익주에게 말을 걸면서 한쪽을 눈짓했다.
정연신의 시선이 그녀의 눈길을 따라갔다. 완전히 낯선 기파가 또 하나 있었다.
명류대주(冥流隊主). 잿빛 붕대로 둘둘 감긴 몸에 흑색 장포를 걸친 괴인이다. 탄탄해 보이면서도 날렵한 선을 그리는 몸태가 사내란 사실만 짐작게 했다.
그는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명류대주에게 묵례한 정연신은 다시 시선을 돌렸다. 북궁아가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정연신이 환익보로 펼쳐 놓은 무형의 기파를 기묘하게 헤집으며 걸음을 옮기는데, 첫수의 교환으로 많은 것을 파악한 듯했다.
그녀의 발치에서 희끄무레한 공력 파동이 둥근 파형을 커다랗게 그리고 있었다.
웅― 우웅―
내공의 공명음이 거세다. 결정적인 한 걸음을 위한 보보가 이어지고 있다.
정연신의 면전에서 크게 일보를 틀 것이다. 그의 허를 찌르는 방위로, 그가 일으킨 발경력을 환익보로 풀어 헤치면서.
그리고 금나수로 옷깃을 풀거나 검을 뽑아 버릴 터였다.
그렇다 하여 권장법과 검법을 두루 쓰기로 유명한 정연신이 체면을 돌보지 않고 검을 두고 나올 수는 없었다.
권각의 달인인 북궁아가 별다른 병장기를 패용하지 않았다 해도.
‘방위가 여섯으로 정해진 보법이지만… 미리 기파를 퍼뜨려서 추진 경파를 강화시키고 있어.’
정연신은 생각했다.
저것과 유사한 무리(武理)를 본 적이 있다. 근래에 자신이 화두로 삼은 수법. 모용가주의 검권과 놀랍도록 닮았다.
‘북궁 선배님도 공간을 쓰는구나. 다음 대 자색을 넘보신다더니.’
북궁아의 긴 다리에서 뻗어 나온 바람줄기들이 여섯 방위를 점거하며 넘실거렸다.
무시무시한 압박감. 작고 반투명한 용들이 활개를 치는 듯했다. 구태여 모든 공간을 쓸 필요가 없다는 오만한 의념이 묻어나왔다.
정연신에게는 몹시 상냥하게 다가왔다. 정말로 방위가 여섯뿐이라니.
“……?”
상단전을 통해 후배의 눈길에서 한량없는 존중을 느낀 북궁아가 흠칫하는 사이, 정연신은 발바닥 용천혈에 광륜기를 집중시켰다.
대퇴근을 타고 내려가는 공력 줄기가 뜨겁게 느껴졌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모든 흑색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어차피 선배들의 빛나는 공부는 어떤 결과에도 퇴색되지 않을 테니까.
그는 다시 한번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쿵―!
진각.
사방으로 균열이 번지면서 크고 작은 돌조각들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굉장히 짧은 순간 발꿈치에서 종아리까지 공급되는 추진력이 이전보다 강했다.
팔다리와 함께 경맥마저 신검처럼 길어져서다. 경혈에 축적된 힘 자체가 예전에 비할 바 없이 강대하게 소용돌이쳤다.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뻗는 손에 육중한 반탄력이 끼친다. 대기가 비명을 지르는 것마냥 쏟아내는 광풍. 한 걸음으로 면전까지 와서 시야를 가득 채운 북궁아가 입꼬리를 올린다.
이 정도는 될 줄 알았다는 표정이다. 동시에 그녀의 발치에서 희끄무레하게 솟구친 경파의 기류가 정연신의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화악!
북궁아의 새까만 앞섶이 삽시간에 멀어졌다. 한 줄기로 묶어 내린 흑발만 그녀의 하얀 턱끝을 스치고 뻗어 나왔다.
지척까지 오자마자 몸을 뒤로 기울인 것이다. 그녀의 반대쪽 발이 벽력탄 같은 파공성을 내며 올라왔다.
엄청나게 강맹한 각법의 투로가 정연신이 뻗은 손을 향해 이어졌다.
쾅!
화려한 공중제비와 함께 충격파가 번졌다. 순간적으로 온 사방이 흐릿하게 물들 만큼 강대한 공력 파동.
흑색삼강끼리 격돌했다 해도 충분히 믿길 만한 여파였다. 하지만 육방을 점한 북궁아의 바람줄기는 전혀 사그라들지 않았다.
하지만 육방을 점한 북궁아의 바람줄기는 전혀 사그라들지 않았다. 발걸음을 북돋는 기류가 숫제 공간에 새겨진 듯했다. 의지와 감각의 영역이었다.
정연신의 손과 부딪친 다리를 접으며 내려선 북궁아가 곧장 다시 도약해 왔다.
그녀 주변의 바람줄기가 거칠게 물결쳤다.
몸놀림이 뜻하는 바가 명확했다.
여섯 방위에 깃든 공력 파장이 그 동선을 충실히 따르는 북궁아의 몸에 추진력을 중첩시키고, 그로써 쾌속해진 속도로 상대의 움직임을 옭아맨다.
화아악―!
그녀는 정연신의 눈앞에서 흐릿해졌다가, 축지법을 쓴 것마냥 측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환익삼보와 환익사보의 연환식. 모든 동작을 미세하게 분절시켜 전사경, 진각, 권기(拳氣), 촌경(寸勁)의 묘리를 팔다리와 등허리 명문혈(命門穴)로 구현한 것이다.
그 모든 묘리를 꿰뚫어본 정연신을 중심으로 그녀가 일으킨 반월형의 경파가 쾅― 하고 폭발했다.
극상승의 무리였다.
정연신의 발뒤꿈치와 지면 사이에 깃들어 있던 공력 파장마저 산산이 부서졌다. 종이 한 뭉치를 통째로 찢는 듯한 소음과 함께였다.
보법을 제대로 밟을 기회마저 박탈시킨 셈. 북궁아는 극한에 이른 삼화취정 상태로 찰나의 뇌옥을 만들었다.
눈에 띄는 반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삽시간에 후배의 검을 쥐어잡고 뽑아올릴 때까지.
스릉―
햇볕이 칼날을 타고 별빛처럼 내려왔다.
유난히 찬연한 백광. 밤하늘에 점점이 박힌 성운을 그대로 가져와 새긴 듯한 검신이 북궁아의 눈동자에 비쳤다. 그녀가 모를 수 없는 물건이었다.
모용가주 성휘대검군의 유성검.
눈을 크게 뜬 북궁아는 승리에 취하지 못했다. 비무대 위쪽의 상석에 자리한 이들도, 아래에 선 청색과 백색 무사들도 마땅한 소리를 내지 않았다.
사락.
끈이 풀린 북궁아의 머리칼이 흑단처럼 떨어져 내린다.
그녀의 상체를 감싸고 있던 흑빛 장포의 끝자락도 마광익주의 발치에 늘어져 있다. 북방의 전장에서 분쇄된 갑옷처럼, 그의 손에 들린 채.
환익오보.
정연신은 시간을 열어젖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