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terminally ill genius survives RAW novel - Chapter 526
◈ 남존 (5)
* * *
온통 어스름뿐인 땅.
집채만 한 불덩이가 새파랗게 푸른빛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이따금 용의 울음마냥 기다란 굉음을 토해내면서. 하지만 그것도 잠시, 청염(靑炎)은 곧 폭발적으로 부풀어 오르더니 불현듯 사라져 버렸다.
곧이어 굵직한 괴성이 그림자마냥 지면으로 내리깔리다가 온데간데없이 흩어졌다.
무언가가 불 속에서 소멸된 것이다. 동시에 거대한 팔 한 짝이 지면을 굴렀다.
쿵!
짙은 녹색의 살갗. 상완에서 팔뚝 아래까지 굴곡진 근육의 결은 밭고랑처럼 깊다. 얼핏 보기에도 초월적인 용력(勇力)을 방증하는 형태였다.
저벅.
분홍 장포의 사내가 그 커다란 손등에 착지했다. 그의 양발 폭보다 넓은 중지의 마디 아래였다.
방금 죽은 괴력난신은 옛이야기 속 거인 반고(盤古)의 자식이 따로 없는 크기.
“필요 이상으로 대노하신 거 아닙니까? 저 굵직한 주먹으로 전대 어른의 품을 운 좋게 건드렸기로서니.”
패협 마연적의 머리 위였다.
또 다른 사내가 빙글 웃으며 그를 내려다본다.
둥실 떠다니는 석재 태사의에 비뚜름히 앉은 모습. 다소 빛바랜 문사 풍의 자색 옷자락이 상대를 약 올리듯 선선히 휘날리고 있었다.
마연적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이 품속에 내 몸뚱이만 있더냐.”
“모시는 모습을 보니 신줏단지가 따로 없어서 그렇지요. 아무리 손주가 지니고 다니던 괴황지라도.”
“네놈도 한 장 나눠 가지지 않았더냐?”
“명백히 효험 좋은 부적을 마다할 사람은 없지요. 후배의 혈기왕성한 운수가 제게도 닿으면, 이 입신검도 자리를 오래 지키지 않겠습니까?”
용희명이 허리춤에 매달린 검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하지만 거무스름한 칼자루에선 툭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온갖 잡스러운 가락을 모조리 집어삼키는 것처럼.
“요검(妖劍)이 따로 없어.”
피식 웃은 용희명이 중얼거렸다.
마연적은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저 짧은 말을 툭 던지기만 했다.
“대비하거라. 또 올 것이다.”
“그야 그렇겠지요. 요 근래에 부쩍 말세가 되었으니. 하여간… 그 친구 말입니다.”
용희명이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전대 어른도 느꼈지요? 지척에서 보니 상단전의 신(神)이 무지막지한 압력을 발하고 있던데… 정기신 합일을 어찌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늘 그렇듯 두 사람의 공통된 화제는 몇 되지 않는다. 그중 하나가 섬예 정연신이었다.
마연적은 곧장 코웃음을 쳤다.
“이미 한번 디딘 감각이니라. 네놈과 달리 연신이는 스쳐 지나가는 깨달음조차 놓치는 법이 없다. 하물며 오래도록 체화된 경지를 그 아이가 잃어버릴 것 같으냐?”
일고의 여지도 없다는 어조였다. 용희명은 그 말을 듣자마자 태사의에서 바리를 바꿔 꼬았다. 그리고 메마른 음성으로 반문했다.
“감각과 자질만으로 삼화취정의 상태를 붙들어 둔다? 그런 일이 언제부터 가능했습니까?”
불현듯 마연적의 입이 다물어졌다.
용희명은 그러지 않았다.
“그것이 재능인가? 아니지. 부처의 영역을 넘보는 신통력(神通力)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
“보리달마의 구 년 면벽.”
용희명이 먼 지평선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어둑한 광야에선 어느새 퉁소마냥 맑은 굉음이 우웅― 하고 밀려오고 있었다. 또 다른 괴력난신들의 기파였다.
“고금을 통틀어 천하에서 가장 유명한 그 면벽수련이, 스스로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면 어떻습니까. 머릿속을 채운 힘으로부터.”
그가 말을 맺는다.
곧이어 천천히 고개를 젓는 마연적.
“근본부터 강한 아이다. 제 자질에 잡아먹힐 리가 없다.”
“듣자 하니 명교의 소천마(小天魔)는 이미 정신을 놓은 듯싶은데. 완전히 실성한 게 아니면 항주에서 그런 짓을 벌일 수는 없지요. 어쩌면 연신이 그 친구도….”
“종자가 다르지 않느냐?”
마연적이 되묻는다. 스스로 자신의 핏줄을 입에 담은 것이었다.
잠시 할 말을 잃었던 용희명이 문득 손가락을 폈다.
“한번 꼽아봅시다. 그 맹랑한 후배. 없느니만 못한 집안부터, 실제로 없었던 외가까지.”
마연적의 입가에 경직된 골이 패인다. 분명히 미소와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진정한 집이랍시고 들어왔을 마광익… 그 태반은 사천 명공도에서 죽음을 맞이해 버렸고.”
“…….”
“환강과 선룡이화결의 연원이야 본성의 인물 중 알 만한 사람은 모두 알고.”
“그래 봐야 팔가 나부랭이들이었다. 그 아해들의 죽음이 연신이에게 타격이 되었을 성싶으냐?”
“또 봅시다. 원평일검장에 소속감을 느끼던 차, 전 순천익주 하도운을 명부로 보낸 공월무를 샅샅이 파헤쳤으니… 제 선배의 몸이 어떤 힘, 어느 묘리로 산산조각 났을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지요.”
“그만해라.”
용희명은 전 상관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오히려 하! 하고 헛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책임을 지는 위치에 올라 본성 무사들의 무수한 죽음을 보고받던 중, 누이 같던 수하를 면전에서 명교의 미치광이에게 빼앗겼다고 합디다. 언젠가 술잔으로 교분을 갈음한 고검께서도 귀천. 심지어 임무 중 패배를 맛봤다지요.”
“…….”
“그러고 돌아왔더니 정명이와 형월(螢月)이의 머리가 웬 산적 놈의 허리에 매달려 있고, 자색이며 막내랍시고 제 놈을 따르던 본성 사람들이 눈앞에서 죽어 나가는 형국이었다…….”
신검단주가 소연대주 유정명과 명류대주 형월을 입에 담는다.
하지만 용희명의 표정은 담담했다. 내정된 후임자의 신원을 당대 입신검주로서 헤아리는 것이다.
당연히 사사로운 마음을 담지 않았다. 말을 끝맺을 때까지도.
“그런 중에 머리를 채우는 상단전의 힘. 어처구니가 없을 만큼 짙고 강대한 신(神).”
용희명의 가죽신 뒤꿈치가 태사의를 툭 쳤다. 고동빛의 거죽 겉면이 다소 해어져 있었지만, 그건 마연적도 마찬가지였다.
이 자리에 없는 신천화와 정연신의 가죽신도 그랬다.
“시간이 많지 않았던 탓에 보냈지만, 실은 조금 더 오래 함께였어야 했지요. 하필이면 보리달마의 면벽수련이 지금 생각나서는.”
용희명이 중얼거린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얼굴. 허공을 부유하는 태사의의 뒤꿈치 뒤편을 툭툭 치는 소리만 울렸다.
“…….”
침묵하는 마연적을 힐끗 본 용희명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어차피 현공 노인네를 만나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머리가 어지러울 땐 도교 무맥의 기공만 한 게 없지요. 그 말코 노인이 이미 도가 삼청력을 깨치고 있는 게 제일이겠지만, 그 아랫줄의 도원력(桃源力)이나 남화천도력(南華天度力)만 해도 제법…….”
“광인(狂人)과 제대로 대화를 나누려거든 미친놈이 되어야 한다. 그 늙은이는 아무런 도움도….”
마연적은 말하다 말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짧지 않게 덧붙였다.
“연배로 그 아이를 헤아리지 마라. 이미 노부보다 심지가 굳다. 당연히 이지 역시 굳건할 것이다.”
“뭐, 기우겠지요. 일전에 보니 정신머리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던데. 우리 후배가 명교 애송이와 같지도 않고….”
“당연한 말을.”
“우리 일이나 합시다.”
화악―!
동시에 사방팔방이 흰빛으로 물든다.
갑작스레 온갖 굉음이 아우성치고, 흐릿한 칼바람이 태풍마냥 전방위를 휩쓸기까지 찰나였다.
또 다른 괴력난신의 현현은 그처럼 갑작스러웠다. 메마른 흙먼지가 뭉클 일어나 사방을 에워싸는 광경까지도.
“이무기가 셋이군. 제가 둘을….”
“한 놈 죽었다.”
쿵!
어느새 두 사람의 신형은 자욱한 먼지에 섞여 사라져 있었다.
* * *
신야현은 하남성 남부에 있다.
일그러진 땅이 호광성 북부와 접한다. 당연히 무당의 신선들에 대한 풍문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침내.
어릴 적 동경한 무당산에 발을 디뎠다.
개울부터 맑았다.
냇물에 삼봉진인의 내공이라도 섞여 있는 건지, 풀 내음이 산기슭을 타고 내려오며 내 코를 내내 간질였다.
화아아아악!
한겨울임에도 무당의 초목은 시들지 않았다. 경공 탓에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있지만, 모든 정경이 갈색과 푸른빛의 궤적으로 시야를 긁어댔다.
천하제일 도문(道門)의 본산.
언젠가 수명이 허락한다면 헌원 형과 풍류를 논하고 싶을 만큼 아름답다.
굳이 멈춰서지 않아도 절경임을 알 만한 경치. 게다가 내 안법은 경공으로 달리면서도 시야를 온전히 머릿속에 담도록 만들어져 있다. 신검단주는 늘 움직여야 하니까.
[정연신.]나를 부른다.
본성 대선배님의 목소리가 산자락 아래에서 울린 것이다. 즉답은 당연했다.
“예.”
[무리하지 마라.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모든 임무가 똑같지.]“조언 감사합니다.”
따질 것도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배분에 엎드려야 출셋길이 만사형통으로 열린다. 늘 자랑스러운 친우의 말이었다.
유현.
녀석의 조언을 따라야 한다.
유감스러운 간합을 지녔음에도 율하낭랑께 직전제자로 간택되어, 끝내 유명한 매화검수로 유들거리고 있으니까. 다행히 지금은 팔다리가 꽤 길어졌다.
‘자하신공을 수련하고 있겠지?’
불현듯 그 맹한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화산, 화산파. 율하낭랑께선 정말로 자소단의 약재를 목욕물에 풀어 주실까. 그곳에 몸을 담그고 화산을 내려다보는 기분은 어떨까.
낭랑도 보고 싶다.
[육 보 앞에서 왼쪽으로.]대선배님이었다. 시천법과 달리 모든 전장을 조망하는 안법으로 내 앞길을 보고 계셨다.
콰악!
그분의 말을 따라 순식간에 발을 여섯 번 옮겨 좌측으로 방향을 튼다. 후욱 하고 본래 없던 오솔길이 활짝 열렸다.
나도 지척에 이르러서야 눈치챘는데, 도관들을 속세에서 숨겨 주는 진법일 것이다. 풍문에 무당의 거대한 산자락 전체가 선계(仙界)나 다름없다더니.
그런데.
대선배님의 자(字)는 누가 지었을까.
내 이름이 조금 누추하지만, 천화(濺禍)란 말도 이상하다. 누가 재앙을 뿌린다고. 성이 마씨와 용씨만 아니면 신검단주는 복된 존재… 믿을 건 신씨와 정씨뿐이다.
문득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나만큼 괴상한 이름이라니.
여하간 대선배님의 원영신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
나와 십칠 리 이상 떨어지지만 않으면 된다고 하셨으니까. 병법 삼십육계(三十六計) 중 하나를 구명절초로 삼은 소천망종과는 격이 달랐다.
그때.
―찾. 지. 마. 라.
뚝뚝 끊어지는 노인의 음성.
“……!”
콰아아아아아!
측면의 개울물이 높게 솟구친다. 파도와 같은 모습. 하얀 포말에서 짙은 습기가 끼쳤다. 한편 나는 순간적으로 뇌리에 파고든 목소리를 감당해야 했다.
천둥 같은 울림이었다.
강한 전율이 등줄기를 질주하고 있었다. 엄청나게 오싹했다.
언젠가 비슷한 것을 겪어봤다.
범허대사님의 혜광심어(慧光心語)가 이랬다.
다만 대사님의 목소리는 이처럼 주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오직 머리에만 직접적으로 꽂혔다. 절제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따스했다.
지금과는 기질이 정반대였다.
‘어디지?’
기감을 팔방으로 뻗어낸다.
하지만 당장 감각에 걸려드는 인기척이라곤 일백팔십칠 명뿐. 어린 도동(道童)들을 포함해 모두 무당산의 신선인 만큼, 하나같이 현묘한 기파를 두르고 계신다.
하지만 산봉우리를 송두리째 수직으로 베어버릴 만한 검선(劍仙)의 기척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반박귀진이 진 선배님의 경지에 가까운 게 분명했다. 조금 두려워진다. 그런 분과 검을 맞댈 일은 없어야 하는데.
‘여하간.’
이러면 찾기 힘들다. 굉장히 넓은 산자락이니까.
그때 대선배님의 목소리가 울렸다.
[내 기감도 벗어났다. 잠시 얘기나 하지.]곧장 멈춰 섰다.
그제야 무당산의 풍경이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푸르게 깎아지른 협곡 사이로 고즈넉한 도관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그 아래엔 새하얀 구름의 바다가 솜이불처럼 깔려 있다.
미풍에 고요히 몸을 부대끼는 잎새들. 무당의 기풍일까. 작은 새들의 울음소리도 어딘가 정겨웠다.
그렇게 경치를 구경하길 반 각여.
저벅.
뒷짐을 진 대선배님이 등 뒤로 긴 소맷자락을 휘날리며 다가오셨다.
무당산까지 동행해 온 세 사람, 즉 주세화는 물론 옥검(玉瞼)과 옥엽(玉曄)이란 두 분 진인께서도 오솔길에 올라섰다.
“이 길은 어찌 아셨습니까? 본파의 진법으로 감추어져 있었는데.”
옥엽진인께서 눈을 크게 뜨고 물어보신다.
입매에 웃음기가 늘 맺혀 있는 분. 중년의 연배로 소연대주 유 선배처럼 다리가 긴데, 발을 검처럼 쓰는 무당파 오행궁각(五行窮脚)의 달인이라 했다.
‘유 선배님.’
단주 대리의 기량이 부족해서 돌아가신 분이다. 나는 말 타는 산적을 만나본 적이 있다. 미리 그놈의 머리를 취했다면…….
‘아니, 들어본 적만 있나?’
어쨌거나 내 탓이 맞다. 내 사람이셨다.
“정 공…?”
옥엽진인께서 부르신다. 나는 굳이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발길이 닿는 대로 왔습니다.”
―옳은 판단이다. 제아무리 무당이라도 어찌 됐든 강호인. 굳이 본성의 안법을 알려줄 필요는 없지.
대선배님의 뜻 모를 전음을 뒤로하고 일행과 이야기를 나눴다.
기이한 경우였다. 무당파 도관들의 턱밑까지 도달했지만 손님을 맞이해 주는 이가 없다. 주세화는 그 상황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장문진인의 입마가 깊어졌나 봅니다.”
“아.”
어쩐지 산자락을 채운 인기척들이 혼란스럽게 움직인다 했다.
게다가 그중 일부는 이곳저곳을 헤매면서 우리 쪽으로 내려오고 있다. 신선처럼 현묘한 발걸음으로.
항주에 머물 때 신개 어르신께 들었다.
저 제운종에 칠성둔형(七星遁形)이란 몸놀림이 섞이면, 개방의 경공 고수들조차 무당 제자의 옷자락을 잡기 힘들어진다고.
―그럼 무당 장문인께서 만취하신 방주 어른과 보신경을 겨루면 어찌 됩니까? 대야신개(大野神丐)의 변초는 천하제일이라 들었습니다.
―보신경을 겨룰 일이 없지. 대뜸 다가온 십단금에 술이 깰 테니.
―혹시 저랑은….
―환강이라고 다르겠나.
지금 오솔길로 내려오는 기척은 둘. 주세화 못지않은 기파가 느껴진다.
[운현(雲炫)! 그분만 받아 올 일이지, 네가 기어이 외인들을 본산에 들였구나!]한 사람의 목소리가 육합전성으로 번졌다.
쿠구궁―
순간적으로 땅이 흔들렸다. 무당의 태화칠존성일 것이다. 제운종과 칠성둔형을 동시에 펼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 공.”
문득 입술을 뗀 주세화의 눈길이 이쪽으로 향했다. 살짝 당황한 기색이 엿보였다. 운현은 그녀의 도호다.
나는 측면을 힐끗했다.
[문파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군. 명색이 천하제일검파란 곳이… 장문인이란 자는 숫제 미쳐 있고.]길게 내려온 흑발이 좌우로 미미하게 흔들린다.
길을 나서기 앞서 까마득한 후배에게 무력행사를 맡긴 자색의 여인. 슬쩍 올라간 입꼬리에서 흥미가 묻어났다.
[그래도 한번 불러 보지. 일단 광인과 말이 통하는 건 광인일 터인데…….]“……?”
전전대 어르신의 시선을 받으며 남쪽으로 눈을 돌린다.
본성이 있는 방향. 깊은 심마(心魔)를 극복하면 큰 성취가 뒤따른다고 했다. 백기린 남궁 형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여기서 삼청력을 깨치면 그의 정신을 되돌리고도 남는다. 동료들을 보살펴야 하는 신검단주의 의무가 거기에 있다.
스윽.
여뢰의 칼자루를 쥐었다.
항주에선 제법 효험이 컸던 수법. 결과가 몹시 좋으면 무례가 안 된다.
천하제일검파의 한복판이니만큼 즐기는 이가 나올 수도 있다. 지음(知音)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우우우웅―!
검가의 가락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