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190)
190화. 일하기 싫은 날의 일상 (4)
“이런 식으로 균일하게 글자를 찍어 내는 기계를 현재 시험 삼아서 사용해 보고 있거든. 이 책은 그 테스트로 만든 것.”
“흐음…… 활판은 그래도 흔들린다고 들었는데?”
“그렇지.”
그래서 아직도 대세는 필사다.
무엇보다 활판은 만들기도 쉽지 않으니까.
책 내용에 따라서 매번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성전이나 같은 내용으로 찍어도 상관없는 것 외에는 필사가 훨씬 나은 게 현실이다.
“이걸 얼마나 찍은 건데?”
“대충 왕도에 있는 서적상에 넘기고 각 도시의 책방에도 전부 넣을 정도? 대충 이만큼?”
내가 적당히 손가락을 펴서 대충 숫자를 짐작하게끔 했다.
페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걸 얼마 만에?”
“찍어 내는 데 이틀.”
인쇄기의 성능이 아직 내가 바라는 정도까진 아니라서 그쯤 걸리고 말았다.
페나가 왜 이리 놀라는지는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활판도 필사로도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정확도와 속도로 책을 찍어 낼 수 있다는 뜻이니까.
“본격적으로 가동만 되면 보다 손쉽게 책을 찍어 낼 수 있게 돼.”
“헤에, 그런 거구나.”
“뭐, 어디까지나 이건 장사의 일환이니까. 굳이 그 이상은 이해하지 않아도 돼.”
페나가 그렇게 신경 쓸 일은 아니다.
그리고 어차피 나도 이 책을 제대로 공급할 수는 있는지, 그리고 인쇄기의 상태도 문제가 없는지만 확인하려는 게 목적이었고.
다행이 그 점은 별 무리 없이 굴러가는 모양이다.
“그래서? 또 다른 목적은 뭔데?”
“……그게 끝이야.”
나는 슬쩍 시선을 피하며 이것만은 얼버무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녀에게 이것까지 가르쳐 줄 수는 없지.
제아무리 스스럼없이 대하고 있지만 그녀는 일단은 타국의 황녀다.
이 이상은 내가 무엇을 꾸미는지는 말해 줄 수 없다.
설명해 주는 건 여기까지.
페나도 내가 입을 다물자 그 점은 눈치챘는지 더는 캐묻지 않았다.
“그보다는 원래는 놀러 나온 거잖아? 이런 이야기는 집어치우자고.”
나는 일부러 화제를 돌리기 위해 그렇게 말했다.
잠시 신경 쓰이는 것도 확인이 끝났으니 이젠 보다 제대로 된 곳을 안내해 주는 게 좋겠다 싶었다.
책방을 나와서 우리들은 그 밖의 다른 곳도 적당히 구경하며 산책을 했다.
난생 처음 보는 색다른 거리의 풍경은 그곳을 처음 온 사람에겐 걷는 것만으로도 적당한 볼거리가 되는 법이지.
광장을 중심으로 적당히 돌고 난 뒤에는 적당한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근데 또 그게 고민이네.
‘얘를 아무 데나 데려가긴 좀 그런가?’
이래 봬도 일단은 귀하신 몸이시니까 말이지.
적당한 식당을 찾아볼까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노점의 음식이었다.
바쁜 행인들이 적당히 들고 먹으면서도 다닐 수 있는 것들 말이지.
특히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뭔가 먹는다는 개념은 그녀에게 있어서 상당히 의외였던 모양이다.
아마 뭔가 문화적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그렇기에 관심을 가지는 걸까?
“먹어 볼래?”
“하지만 품위가……
“지금의 넌, 그냥 일개 포로일 뿐이니까 괜찮아.”
왠지 사실을 지적해 주니 약간 시무룩해한다.
왜? 사실이잖아.
“여긴 그냥 평범한 도시니까 남들처럼 먹으면서 다니는 게 오히려 정상이잖아?”
일단은 이런 식으로 권하자 페나는 잠시 망설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대놓고 먹을 걸 밝히자니 그건 또 나름 부끄러운 건가?
어쩌면 내가 일부러 개소리로라도 설득하길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다.
참, 괜히 쓸데없는 것만 신경 쓴단 말이지.
파힐리아의 특산 몬스터 눈 토끼구이를 사 와 넘겨주자 그녀는 잠시 ‘이거 어떻게 먹는 거지?’ 하고 망설이더니 다른 이들이 먹는 모습을 보고 크게 베어 물었다.
“어때?”
“고기는 너무 익혔고. 소스도 맛이 잡다해. 육즙도 상당히 빠져나간 게 아직 어설프네.”
“흠, 흠, 나도 동의. 이래서야 눈토끼도 편히 잠들지 못하겠네.”
고기는 결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들의 신념일지어다.
우리들의 솔직한 평가에 졸지에 냉정한 평가 연타를 맞은 노점 주인이 울상을 짓고 있다.
아니, 일단은 이래 보여도 나는 왕자에, 쟤는 황녀거든.
미각에는 그야말로 깐깐한 프로랍니다.
그렇게 낙담할 건 없는데.
본의 아니게 노점 주인의 마음에 있는 대로 상처를 냈지만 나와 달리 자각 없는 이 황녀님은 어쨌든 묘하게 즐거운 모양이다.
“길에서 걸으며 무언가를 먹는 건 신선하네. 황궁에서 이렇게 먹었으면 유모한테 혼났을 거야.”
“……아, 대충 무슨 광경인지는 알거 같다.”
나도 어렸을 때 체나에게 허구한 날 잔소리를 들었으니까 말이지.
누워서 드시면 안 됩니다. 굴러다니면서 드시면 안 됩니다…….
나 때문에 어지간히 속이 썩었지 떠올려 보면 그리운 그 시절이다.
그때의 나는 귀여웠어.
‘일단은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으니 다행인가?’
그래도 오늘 산책은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으니 다행이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좋은 곳이야.”
페나는 슬쩍 주변을 보며 그런 감상을 말했다.
“그런가?”
“응. 다들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지내는 거 같잖아. 이런 광경 처음 보거든.”
단순히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았다.
“말은 이렇게 해도 나도 별로 바깥을 돌아다녀 본 경험은 없지만.”
“제국에서 살던 시절에는 별로 나와 본 적 없어?”
페나는 내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별로 없는 모양이다.
“제국에서는 황궁 밖으로 나온다는 건 별로 상상할 수 없으니까. 기껏해 봐야 공식적으로 시찰할 때 정도‘?”
“다들 엎드려 있는 꼴밖에 보지 못했겠군.”
“어렸을 땐 평민들은 다들 엎드려서 생활하는 게 아닐까, 오해했을 정도였지 뭐야.”
페나는 이리 농담하며 웃어 넘겼다.
하긴, 별로 바깥에 돌아다녀 본 적이 없다는 말은 사실일 것이다.
굳이 제국이 아니라 해도 어느 정도 고귀한 신분의 인간은 쉽게 나돌아 다닐 수는 없다.
위험하기 때문이지.
그녀나 나 같은 혈통의 인간에겐 밖은 너무나도 위험하지.
집 밖은 너무나도 위험해.
‘거기에 제국은 지금 더 혼란스러운가?’
그러나 제국 쪽은 지금 정세가 상당히 애매하다.
전쟁에서 패한 이후로 제국민들의 불만은 새 황제가 즉위한 이후에도 그다지 변하지 않았으니까.
비록 통제가 엄해서 불상사가 일어나진 않고 있으나.
그렇다고 다른 마음을 먹는 놈이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최근에는 성국에서 맞이한 황후를 통해 제법 많은 지원을 받아 가며 어떻게든 민심을 추스르려는 모양이지만, 그것만으로 해결될 리는 없다.
지금도 불만을 느끼고 들고 일어나는 녀석들이 있다고 들었다.
‘문제는 그거뿐은 아닌 것 같지만.’
듣기로는 새 황후를 맞이한 이후 오히려 내부가 더 혼란스러워졌다는 소문을 들은 거 같은데.
그건 그렇다 치고.
페나가 왜 이리 들떴나 했더니 정말로 생소한 경험이라 그런 거였군.
그녀로서는 우리가 이렇게 대놓고 돌아다녀도 어찌 위험하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전혀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왕족이라고 딱히 밖으로 놀러 다니지 말라는 법은 없는데 말이야.”
“보통은 왕족이 밖에 마음대로 나돌아다니는 건 동화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거든?”
틀린 말은 아닌가?
내가 아는 왕족들도 이렇게 나돌아다니는 이는 나밖에는 없다.
그나저나 동화라…….
왠지 어렴풋이 들어 본 거 같기도한데.
아, 대충 기억났다.
“그건가? 어느 세상 물정 모르는 왕족이 바깥의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도와 가며 점차 세상을 알아 가며 훌륭한 왕이 되었습니다, 하는 거였던가?”
어렴풋이 기억에 있군.
어디서 들어 봤나 했더니 내가 어릴 때 체나가 들여왔던 동화 중에 그런 게 있었던 거 같기도 했다.
……동화라지만 결국은 글자밖에 없어서 이걸 애들이 읽으라고 만든 건지 상당히 의문이 가는 책이었지만.
“그 전에 그 동화가 제국에도 있나?”
“오히려 나는 아렐도 그걸 안다는 게 놀라운데……?”
하긴, 책이란 건 은근히 국경을 따지지 않고 흘러드는 경향이 있으니 그렇게 의아할 건 아닌가?
“응? 근데 그 동화, 금서 아니었어?”
문득 그 사실이 떠올랐다.
혹시 내가 잘못 기억하나 싶어서 페나를 바라보자 그녀는 슬쩍 시선을 피하고 있다.
“……금서, 맞지?”
분명히 제국 쪽에서는 황가의 품위를 떨어트리는 오해가 있는 책이라면서 금서 지정을 해 버렸지.
걔네들은 그런 면에 민감하니까.
“맞는 거지?”
황녀님은 열심히 시선을 피하고 있다.
이 자리가 황녀 추궁하는 자리도 아니고 상관없나?
“애초에 그 동화는 읽다 보면 혹시 이 자식, 자작극 벌이는 거 아냐?
하는 느낌이 들었지. 혹은 그 왕족을 위해 신하들이 벌인 자작극이라 든가.”
“……세상 어딜 돌아다녀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렐 너밖에 없을 거야.”
아니, 내 감상이 보통이다.
가장 일반적이고 평범한 감수성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거든?
“교훈은 그거였던가? 세상을 모르고, 민심을 모른다면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이겠지. 하긴 그 탓에 제국에서는 금……
나는 중얼거리다가 말을 흐렸다.
근처에서 느껴지는 묘한 느낌에 슬쩍 시선을 뒤로 흘리고는 한숨을 쉬었다.
“……잠깐 실례.”
내가 묘한 반응을 보이자 아직 눈치채지 못한 페나는 반사적으로 나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페나, 잠깐 옆으로.”
아직 눈치채지 못한 그녀를 위해 나는 페나의 어깨를 잡고 살짝 내쪽으로 당겼다.
“응? 대체 왜……꺅?!”
그녀가 살짝 작은 비명을 질렀다.
내가 그녀를 당기는 것과 동시에 뒤에서 누군가가 전력으로 달려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으면 부딪혔겠지.
“방금 뭐니?”
“지금 보시는 건 이 도시의 명물……은 아니고 그냥 소매치기군.”
제아무리 이곳의 치안이 다른 도시에 비하면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다 하나, 저런 찌끄레기 한둘은 어디서나 생겨나는 법이다.
특히나 아직 개방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도시라 만만하게 보고 기어들어 오는 놈도 있는 법이지.
뒤늦게 물건을 도둑맞은 것으로 보이는 상인이 튀어나오지만 저래서야 잡기는 글렀다.
‘신고하면 도시 경비 쪽에서 알아서 하겠지만.’
이 정도 소동이 일어났으면 분명 머지않아 잡힐 것이다.
최소한 그 정도 대응은 수월하게 하도록 지시해 놨으니까.
그리고 이후 본보기로 철저하게 법대로 조져 놓으면 된다.
“잡지 않는 거니?”
“으음, 우리 호위 쪽은 아무래도 저런 녀석까지 신경 쓰진 못하겠지.
그럴 이유도 없고.”
이 소동에도 근처에 숨어 있는 우리 호위들은 경계만 할 뿐 딱히 나서지 않는다.
그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다.
내가 정말로 위험한 게 아니면 어지간한 사소한 트러블 정도는 그냥 놔두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아마 정말로 위해가 될 거라 판단 됐다면 그 자리에서 손을 썼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 판단해서 끼어들지 않은 거지.
조금 전도 내가 그녀를 끌어당겼기에 손을 쓰지 않은 것이다.
정말로 부딪힐 거 같았다면 즉시 신속하게 개입했겠지.
그들은 지금쯤 혹시라도 있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잔뜩 경계하고 있겠지.
일부러 주의를 끌고 급습하는 방식도 흔하니까.
그러나 이번에는 딱히 그런 사건은 아닌 거 같았다.
“일단은 경비대에도 이야기는 했을 거야. 아마 그쪽이 잡겠지.”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병사 세 명이 튀어나와 그 소매치기를 쫓기 시작했다.
봐라. 내 도시의 치안은 완벽하다.
언제 어디서나 3분 이내에 경비대가 출동할 수 있지.
그리고 따돌린다 해도 절대 도시바깥으로 나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