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225)
225화. 각국의 상황 (2)
그렇다고 타국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취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에르네시아 왕국에서도 고아 문제는 신경을 쓰고 있고, 어느 국가든 의식은 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처럼 성녀같이 일국의 권한을 짊어지고 있는 이가 직접 신경 쓰는 곳은 없을 것이다.
“다들 지난번보다 많이 자랐네요.”
성녀는 재잘재잘 떠드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어주며 어루만졌다.
그 모습에 결코 가식 따윈 없다.
“성녀님!”
아이들 중 하나가 작은 화관을 가지고 뛰어오고 있었다.
아마 막 엮은 화관을 성녀에게 주려는 것 같았다.
“넘어지면 위험하니 천천히 오세요.”
성녀가 그렇게 타일렀지만 말이 화근이라고 해야겠지.
딱 말하기가 무섭게 그 아이가 엎어 졌다.
“어머
당황하며 그녀가 다가가자 그 아이는 아무렇지 않은 듯 흙을 털며 일어 났다.
“괜찮나요?”
“네.”
씩씩하게도 잘 참으며 그 아이는 해맑게 웃었다.
그러나 흙투성이가 된 무릎은 살짝 까져 빨갛게 되었다.
“……에휴, 그러니 조심해야죠.”
넬베니아는 한숨을 쉬며 그 아이에게 다가가 직접 흙을 털어 주었다.
새하얀 성복이 더렵혀지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충분히 흙을 털어 낸 뒤 그녀는 이번에는 눈을 감고는 그 아이의 머리 위에 손을 얹은 채 성서의 한 구절을 읊었다.
그러자 새하얀 빛이 그 아이의 몸을 덮으며 상처가 빠른 속도로 아물고 있었다.
이것이 세간에 잘 알려진 그녀의 특기 중 하나인 치유의 구절이다.
정확한 원리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마법이 아닌 힘으로 마법 이상의 치료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자, 다 나았어요.”
“와아! 성녀님, 대단해요!”
상처가 나은 게 신기한지 그 아이는 호들갑을 떨었다.
“그래도 조심해야 해요. 제 힘은 상처를 낫게 하는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뿐이니까요. 무엇보다 자신을 소중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답니다.”
“네!”
그 아이가 기운차게 대답하자 넬베니아는 기특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아…… 하지만 화관은 망가졌어요…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고는 시무룩해한다.
넬베니아는 그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타일렀다.
“괜찮아요. 그 마음만으로 전 기쁘답니다.”
“하지만…… 성녀님이 계셔서 저희들이 이렇게 잘 지내는 거라고 배웠어요.”
“보답은 바라지 않아요. 아니, 오히려 제게 있어서는 여러분들이 훌륭히 성장하는 게 더 큰 보람이랍니다.”
“그런가요?”
“그렇죠? 여러분들이 훌륭한 어른이 되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기쁘답니다. 그리고 성국에도 큰 힘이 되겠죠.”
그렇게 말하며 아이들을 상냥하게 가르치던 성녀를 향해 뒤늦게 고아원 건물 안쪽에서 법의를 입은 중년여성이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어머? 루세리아, 그러다가 넘어지겠어요.”
다행히 이번에는 넘어지지 않았다.
중년 수녀는 급히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넬베니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넬베니아 님, 죄송합니다. 직접 방문해 주셨는데도 불구하고…… 미처 맞이하지 못했습니다.”
“괜찮아요. 연락도 없이 멋대로 온건 저니까요.”
넬베니아는 딱히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어차피 원래 목적은 그저 성국 내 도시를 시찰하고, 그 겸사겸사 고아원의 상태를 엿보고 가려는 것이었다.
딱히 직접 인사를 받네 마네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만 차라도 내오지 못해서야……
“괜찮습니다. 저도 오래 머물 수는 없으니까요. 실은 이 뒤에도 해야 할 일이 있는 바람에 말이죠.”
씁쓸하게 웃으며 그리 말하니 그 중년 여성은 넬베니아를 향해 존경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지난 성황이 서거한 뒤 차기 성황이 정해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그를 정하는 계시가 내려오지 않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좀처럼 나설 만한 인재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누가 나서도 넬베니아와 비교가 될게 뻔했기에 다들 꺼리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루세리아가 제대로 아이들을 돌보는 데 힘을 쏟고 있는 덕에 저야말로 감사드리고 싶네요.”
“아, 아닙니다. 오히려 저야말로 성녀님께 몇 번이고 감사드려도 모자라죠.”
그녀는 진심으로 고개 숙여 그녀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성국에서 본격적으로 고아원과 난 민에 관한 지원 정책이 펼쳐진 것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넬베니아가 성황 대리로서 정치에 손을 댄 뒤에서야 결정된 일이다.
그전에는…
“……이전에는 저희는 내일 아이들에게 먹일 끼니를 걱정하느라 잠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시절에 비하면 넬베니아 님께서 계신 것이 얼마나 축복받을 일인지……
“아하하하하하하??????
그녀의 거듭된 칭찬에 넬베니아는 쑥스러운 듯이 고개를 돌렸다.
“당연한 일이에요. 그러니 고개를 드세요.”
그녀는 한결같이 겸손한 몸가짐을 유지하며 거듭 감사를 올리는 중년수녀를 격려했다.
고아원 시찰을 끝낸 뒤 넬베니아는 성궁으로 복귀하기 위해 마차에 올랐다.
적당히 흔들리는 마차 내에서 그녀는 의자에 기댄 채 그제야 어깨에서 힘을 풀었다.
“고아원에 관한 지원은 올해는 문제는 없을 거 같네.”
“예, 다행히 어떻게든 예산을 끌어올 수는 있었습니다.”
그녀의 앞에서 호위하는 여사제가 담담히 대답했다.
넬베니아의 업무를 보조하고, 그리고 때로는 무력으로부터 호위하는 임무를 맡은 사제 루아.
그러나 대답하던 중 그녀의 안색이 약간이지만 흐려졌다.
“하지만 넬베니아 님, 계속 이런 식으로 예산을 쏟아붓기에는……
“알고 있어. 그것도 어떻게든 해야지.”
아낌없는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성국이 성녀 덕에 제법 부를 쌓았다 해도 결코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그러나 돈이란 게 벌어들이기도 쉽지 않지만, 유지하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란 말이지.
그것이 최근 넬베니아의 근심거리였다.
“작년보다 고아들의 수가 늘어났으니까…… 힘든 건 필연적이네.”
이런 말은 다른 곳에서는 할 수는 없다.
곤란한 사정이 있어도 결코 그것을 남 앞에서는 드러낼 수 없는 법이다.
그게 타인의 위에 군림하는 자의 모습이니까.
“역시 피해가 컸던 게…… 큰일이었던 모양이구나.”
넬베니아는 곤란해하며 신음했다.
재작년에는 극심한 가뭄.
올해에는 성국과 인접인 이종족 부족의 대규모 약탈로 인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다른 때와 달리 갈 곳 없는 아이들이 늘어난 것도 그것 때문이다.
기근과 침략에 의해 늘어난 고아들인 것이다.
“이래서 야만스런 이종족 따위와 느..”
그녀는 처음으로 노골적인 분노를 드러내며 입술을 깨물었다.
타국에서는 잘도 이종족과의 융화정책을 펼치는 모양이지만.
성국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개소리나 다름이 없다.
교리 때문이 아니다.
영토의 지리상 그들은 늘 제대로 문화조차 성립되지 않은 이종족 부족들의 침략에 시달려야 했다.
드워프나 엘프들의 왕국처럼 어느 정도 이야기가 통하는 이종족이 있는 반면.
대부분의 이종족들은 인간과는 언어조차도 통하지 않는 이들이 대부 분이다.
매년 그들로 인한 피해를 보고받다보면 딱히 독실한 신도가 아니라도 이종족이란 말만 들으면 치를 떨게 되는 건 당연하다.
“……그 문제는 됐어. 그보다 문제는 이후 예산이라는 건데.”
“예, 아시다시피……
“알고 있단다.”
넬베니아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을 한 채 인정했다.
이런 복지가 언제까지나 보증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원을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 지.”
그랬다가는 많은 성국 내 국민들이 절망에 허덕이며 죽어 가겠지.
“차후 몇 년까지의 예산이라면 어떻게든 끌어모으죠. 다행히 몇몇 눈여겨본 멍청이들은 있으니까.”
이런 성국 내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뱃속만을 채우는 사제들.
그들을 압박하여 또는 축출하여 가진 것들을 환수한다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하지만 그래 봐야 의미는 없다.
성국 내 사정은 마냥 밝은 게 아니었다.
외부로는 늘 이종족과의 갈등에 시달리고.
지리적으로도 농사를 짓기에 풍족한 땅도 아니다.
그렇다고 특정 자원이 나는 편도 아니지.
어쩌면 성국이란 이름도 이런 험난한 현실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신앙이라는 최후의 보루를 잡기 위해 세운 걸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넬베니아가 이 자리에 앉은 이후는 그녀의 능력을 이용해서 부를 끌어모으긴 했다.
성수와 약을 타국에 비싼 값에 팔아 치우고.
신앙심이 높은 부호들을 꼬드겨 기부를 받거나 축복을 걸어 주거나.
혹은 소국들을 성국의 이름 아래에 흡수하거나 하는 식으로 점차 힘을 키워 나갔다.
그러나 그게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
‘어떤 의미로는 저 없으면 망하는 거네요.’
넬베니아는 속으로 푸념했다.
“역시…… 빠른 시일 내로 결판을 내야겠구나.”
“……에르네시아 왕국과…… 메르만 제국입니까?”
“그래.”
넬베니아가 평생을 바쳐서라도 이루어야 한다 열망하는 비원.
그것은 다름 아닌 에르네시아 왕국과 메르만 제국의 멸망 혹은 속국화다.
에르네시아 왕국이 보유한 광산이 있다면 이종족의 침략에 대비한 무기를 만들 수 있다.
메르만 제국의 광활한 농경지가 있다면 굶지 않을 수 있다.
성녀로서 따진다면 해선 안 되고 부끄러운 생각일지도 모르나, 넬베니아는 그것을 탐냈다.
타인의 것을 탐내는 것이 추악한 것이라 알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탐내지 않을 수가 없다.
‘……반대로 손에 넣지 못하면 성국에는 미래가 없으니까요.’
갈수록 땅은 척박해지고 이종족들과의 갈등도 거세져 간다.
성국민도 언제까지나 신앙만 붙들 기에는 지쳐 갈 것은 분명했다.
그녀의 예상이라면 앞으로 10년 정도 뒤면 그녀로서도 감당하기 힘들어질 만큼 성국의 사정이 악화될 것이다.
거기에 에르네시아 왕국의 경제 성장도 위협적이다.
미래는 한없이 어둡다.
신은 결코 인간을 돕지 않는다.
구원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행동으로 옮겨 살 길을 찾아내는 것뿐.
과거에는 그나마 타국에 종교를 전파하여 교회를 세워 기부금을 얻어가며 버텨 왔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가 온다.
점차 신을 믿지 않게 되어 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넬베니아는 두 국가의 침략에 눈길을 돌린 것이다.
광산과 농경지.
그것만 있으면 성국의 미래는 영원하다.
결코 써서는 안 되는 방법에까지 손을 대면서까지 그것을 갈망했다.
“……어쩌면 언젠가는 많은 이들이 진실을 깨닫고 나를 비난할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상관은 없다고 생각했다.
비난받을지라도 비원을 이루고 난 뒤라면 상관없다.
진심으로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에르네시아 왕국에 손을 쓰는 건 실패했지만……
전염병으로 왕국 내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방식은 실패했다.
‘메르만 제국을 꼬드기는 건 문제없이 잘 풀려가고 있어요.’
자신의 뜻을 이해하는 고위 사제집안의 처녀를 메르만 제국 황제의 황후로 보낸 뒤 넬베니아는 그녀를 통해 계속해서 제국에 간섭해 왔다.
그리고는 어리석은 황제를 꼬드겨막대한 지원을 핑계로 대량의 노예를 전쟁에 이용할 병력으로 제공받기로 했다.
그리고 유입한 병력으로 반드시 에르네시아 왕국을 친다.
멸망까진 어렵더라도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이뤄 낼 것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성국의 미래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
‘반드시 이뤄 내겠어요.’
그것을 위해서는 어떤 수라도 쓴다.
누구를 파멸시키는 것도 개의치 않으며.
어떤 더러운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각오를 했기에 이 길을 택했다.
그렇기에 기도 끝에 ‘그분’에게 선택받아 지금의 힘과 지위를 받은 것이다.
그 힘을 이뤄내 반드시 이 바람을 이뤄내 보이겠다.
그것이 성국의 성녀로서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진심으로 그녀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