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303)
303화. 탐험가가 되어 줘 (5)
“좀 더 기뻐하라고. 이래 봬도 당신의 실적을 높게 평가해 주는 거니까.”
정말로 나는 그를 높게 평가해 주고 있다.
그의 가설은 분명 사실일 테니까.
그가 주장하는 건 결국 대륙 이동설.
즉, 대륙이 지질이 이동함에 따라 움직이는 가설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걸 아직 제대로 된 관측과 이론도 없을 이 시대에서, 일개 학자가 주장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근거는 있겠지? 흐음, 대충 저걸 보면 근거로 삼는 건 생물의 분포와 지도인가?”
“예, 그렇습니다.”
완전히 강사 모드로 빠졌는지 첼티스텐은 연구실에 놓인 칠판에 분필로 바쁘게 무언가 추가로 그렸다.
일부 대륙끼리의 형태를 그려 놓은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륙에서 서쪽과 남쪽을 가리키는 곳에는 다른 형태의 대륙의 일부가 그려져 있다.
“이것은 항구 도시의 지리 일대와 그리고 남쪽 대륙…… 현재까지 밝혀진 그 일부 지리 형태입니다. 거의 흡사하죠.”
“음, 그래. 그것뿐이야?”
“무엇보다 제가 이 발상을 떠올린 이유는 고대 국가의 기록 때문입니다.”
기록이라.
“고대의 기록을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고대에는 지금과 같은 큰 규모의 왕국까진 아니나 여러 작은 나라들이 존재했던 모양이다.
문명이라기보단 원시 부족에 가깝지.
그리고 일부 발굴된 기록 중에는 ‘우리는 저 먼 대륙을 건너왔다.’라고 주장한 기록과 지금과는 약간 더 지도가 다른 벽화 등이 발굴된 적이 있다.
“분명 고대에는 대륙 간의 간격이 지금보다 더 가까웠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그리 주장했다.
“그 증거로 대륙 간 교역으로 확인된 일부 생물들의 분포로도 충분히 먼 과거 대륙은 하나거나, 혹은 건널 수 있을 만큼 인접한 거리에서 떨어져나갔다는 설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 확실히 일리가 있군.”
나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주장은 실로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첼티스텐의 주장은 정설로 받아들여지진 못하고 있다.
이유는 다른 학자들은 어떻게 그 큰 땅덩어리가 떨어져 나가 움직이 는가?
그것에 의문을 가졌고, 첼티스텐역시 그것을 해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론을 증명하기에는 시대가 너무 이른 셈이지.
처음 첼티스텐이 이 가설을 주장했을 때 많은 학자들이 ‘그렇다면 대륙을 드래곤들이 끌기라도 했다는 것이오? 터무니없군!’ 하면서 비난을 했다고 한다.
그래도 마냥 틀린 소리는 아니란걸 일부는 조용히 인정했고, 그 외에도 지리학이나 탐험가로서도 그의 능력은 출중했기에 그는 왕가의 인정을 받아 지금의 강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마냥 푸대접을 받고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나 그가 인정을 받은 부분은 오래전 사라진 이곳 대륙의 지도 일부를 직접 몸소 탐사하여 복원한 것이다.
탐험가로서 세운 공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다른 학자들보다, 특히나 몸으로 움직여 증명하려는 성향이 강해서 제자나 하인들이 어지간히 고생했다지?
물론 그만큼이나 세운 업적도 많기에 불만은 그렇게 심하지 않다.
그렇다 해도 대부분의 동료 강사나 학생들의 그에 대한 취급은 그저 괴짜 이론을 주장하는 남자로 보이는 모양이지만.
참으로 씁쓸한 일이지.
언제나 선구자는 쓸쓸한 법이다.
“한데…… 아렐 님? 제 이론을 지지하신다는 말씀은…… 그리고 직접 오셨다는 뜻은 혹시?”
첼티스텐이 무언가 기대하는 듯한 눈빛을 했다.
그렇겠지.
단순히 맞장구를 쳐주기 위해서 내가 직접 왔을 리는 없으니까.
내가 그렇게 할 일 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첼티스텐 자네가 과거에 몇 번이고 왕가에 탐험을 신청한 건 알고 있어.”
그는 강사 이전에 나름 유능한 탐험가로도 알려져 있다.
“무려 바다를 건너 대륙의 위치와 항로를 밝히기 위한 탐험을 제안했다지?”
“……25년도 전의 일입니다. 제가 스무 살일 때 일이었습니다.”
그는 씁쓸한 듯 말했다.
“제 제안이 어찌 되었는지는 혹시 알고 계십니까?”
“기각됐다는 건 알고 있어.”
그 정도는 미리 조사했기에 그의 행적은 나름 꿰고 있다.
그의 제안은 왕가에서 단칼에 거절당했지.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이유였다.
거기에 배도 값싼 게 아니었고, 바다가 없는 에르네시아 왕국으로서는 그의 요청에 쉽게 투자하기도 어려웠겠지.
그리고…….
“가장 반대한 건 당시 저희 가문의 당주이셨던 아버님 이었습니다.”
그는 무겁게 한숨을 쉬었다.
“하긴, 자기 자식이 사지로 나가는 걸 바라는 부모는 없을 테니.”
“그것도 그거지만…… 당시에는 어떤 사정 때문에 제게 가문을 잇게 하길 바랐습니다. 제가 죽을지도 모르는 곳에 가는 게 못마땅했을 겁니다.”
“가문? 자네는 차남이 아닌가?”
내가 알기로 지금 당주로서 가문을 잇고 있는 건 장남으로 아는데?
“당시 제 형님은 큰 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만일을 대비해 제가 필요했고…… 그런 제가 멀리 가는 걸 아버님은 반대하신 거 죠.”
“흐음?…”
그래서 젊은 시절의 꿈이 좌절된 것인가?
“결과적으로는 형님의 병은 우연찮게 나아 버렸고 가문도 문제는 없었습니다. 괜한 걱정인 셈이었죠.”
그리 말하는 첼티스텐의 분위기는 상당히 아쉬워하면서도 씁쓸해 보였다.
“……그때 탐험만 허가되었고, 성공했다면 보다 확실한 근거를 찾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
으음, 과연 성공적으로 가능했을지는 나도 약간은 의문이 드는데 말이지.
에르네시아 왕국에는 항해 기술자는 없다.
거기에 배를 제조하는 기술도 당시에는 없었고.
따라서 그의 요청대로 탐험을 하려면 배를 보유한 국가와 협력을 맺어야 한다.
과연 그 시대 당시에 그게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일까?
아마 당시 아버님도 그 점을 염려 하여 기각한 것이리라.
애초에 일개 귀족이 반대한다고 흔들릴 사람도 아니고.
그 사실을 그도 이해하고 있기에 아쉬워만 할 뿐 큰 불만은 없는 것 이겠지만.
“한데…… 아렐 님? 이제 와서 제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번에 우리 측에서 배를 만든 건 알고 있어?”
“배 말입니까?”
모르는 눈치다.
아무래도 자기 연구 분야 외에는 쓸데없는 관심이 없는 타입 같군.
바람직해!
“그래, 배야. 아주 크고 아름다운 배지. 동체 자체가 철로 되어 있기에 몬스터도 쉽게 부술 수 없고. 어떤 먼 바다라도 나아갈 수 있다.”
“먼 바다!! 정말입니까?!”
내가 배를 만든 것과 그리고 최근내 상회가 주도하기 시작한 대륙 간무역을 말하자, 그는 조금은 관심이 드는지 슬쩍 귀를 기울이며 내 이야기를 들었다.
“……시대가 그리 바뀐 것이군요?
부럽습니다. 25년 전에 그 기술이 있었다면 제 꿈도 이루어졌을 텐데 말이죠, ……허허허허. 정말로 부럽습니다.”
이번에는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티가 났다.
그리고는 한편 기대하고 있는 게 보였다.
그렇겠지.
내가 일부러 그를 찾아왔다는 건조금 전 설명으로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단순히 배를 자랑하고 염장을 지르러 온 것만이 목적이 아니란 건 짐작하고 있겠지.
“실은 말이지?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고자 해. 그런데 보낼 사람이
“그럼 제가 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저 말고는 없을 것입니다.”
U 하
??????
……이 아저씨야, 대답이 너무 빨라.
“하다못해 내 말은 끝까지 듣고 답변하지?”
“이럴 수가, 죄송합니다. 그만 들떠서. 실수를 했습니다.”
“뭐, 나로서도 대답이 매우 긍정적인 건 좋지만 말이야. 그래도 분위기 정도는 읽어 줬으면 좋겠는데.”
바람직해도 분위기라는 게 있는 법이다.
기왕 찾아왔는데 끝까지 설명 정도는 해 주게 해 달라고.
“아무튼! 난 새로운 항로를 개척했으면 해. 다만 문제는……
“그걸 가고 싶어 할 만한 자가 없는 것이군요.”
“그런 셈이야. 애초에 거리가 거리고, 배가 발달되었다 해도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 단순히 기술뿐만이 아니라 지식이 있는 자가 이끌어 줘야 할 필요도 있고. 그런데 상회에선 구할 수 없고. 하물며 타국의 인재를 들일 수도 없어. 알지?”
“이해합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도도 없는 곳을 다니는 것은 큰 두려움이 따를 법한 일이죠. 분명 아무나 갈 수 없는 일입니다.”
단순한 항해 기술만 필요하다면 그냥 선원들끼리 보내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지.
단순히 항해술 말고도 배를 이끌여러 가지 지식과 견문이 있는 리더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건 일개 상회의 선에서는 해결되기가 어렵다.
“그러니 말인데.”
“예, 제가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좀 끝까지 말하게 해 달라니까!
왜 아까부터 결론을 빼앗긴 거 같은 기분이 들지? 이 찝찝한 박탈감은 뭐냐고!!
본래라면 그거 아닌가?
막 망설이는 그를 내가 천상의 말빨로 설득을 시켜서 그의 사그라든 마음속 장작에 불을 지펴 주는 장면이 돼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런데 예상 밖으로 그의 장작은 아직도 잘 타오르고 있었던 모양이
“젊은 시절 좌절된 기회가 이렇게 굴러왔는데 누가 망설이겠습니까?”
“음…… 나로서는 받아 준다면야 좋긴 한데, 정말로 괜찮겠어?”
“괜찮습니다. 오히려 제가 그 철선의 존재를 알았다면 먼저 아렐 님을 찾아뵙고 부탁드렸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무역로를 개척하고 새로운 지역과의 무역을 위해(그리고 콜라나무를 위해).
그리고 첼티스텐은 자신의 가설이 맞다는 걸 증명할 자료를 손에 넣기 위해.
서로 목적은 달라도 그걸 이루기 위한 과정은 일치하니까.
“제게 맡길 생각이시라면 부디 맡겨 주십시오. 기대에 저버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강의는? 이곳의 강사 일은?”
“제 제자가 있습니다. 애송이들에게 가르칠 수업 정도야 이제 그 녀석 정도면 충분히 하겠죠.”
즉, 때려 친다는 거네.
“어차피 제 강의는 인기가 없습니다. 아쉬워하는 학생은 없을 것입니다.”
그걸 자랑이라고.
“실은 이렇게 강의나 하면서 지내는 걸 썩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마침 관둘 좋은 기회로군요.”
보다 강한 불이 붙은 건지 그는 조금 전보다 더 호기로운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아니, 그보다 내 꿈을 너의 사직서 낼 핑계로 삼지 마라, 이 뻔뻔한 아저씨야!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휴업이다, 휴업! 돌아오면 다시 강사 일 해야지!
뭐, 의욕이 없는 것보단 나은가?
실은 그가 내켜 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당신이 탐험을 해야 하는 101가지 이유!’를 적당히 생각해 오긴 했는데, 전부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되었군.
최근 들어서는 다들 순순히 내 뜻에 따르는 느낌이야.
하여간 요즘 것들은 튕기는 맛이 없다니까.
나 때는 말이지! 막! 누가 귀찮은 일 가져오면 막! 벽을 때려 부수고 천장을 뚫어 버리면서 반대하고 그랬다고!
그리고 세 번쯤 찾아가야 ‘그, 그렇게 부탁하면 어쩔 수 없지. 딱히 가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거든?’ 하면서 들어주는 게 보통이었거늘.
대체 언제부터 다들 이렇게 나약해진 거냐?
전생의 꼰대는 슬프도다.
“아렐 님! 저는 언제 출발하면 되는 것입니까! 어서 대륙 너머의 땅을 확인하고 싶습니다만.”
“……부담스러우니 얼굴 치워. 아니, 탐험이 뉘 집 그리폰 이름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출발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배도 준비해야 하고, 인원도 준비해야 해. 그리고 보통 일이 아니니까 왕성에 허가도 받아야 하고.”
단순히 관광 가는 게 아니다.
당연 절차며 이해를 구하고 계획을 짜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하잖아?
내가 고속으로 추진해도 꽤 걸린다고.
“허가? 설마 페하께 지금까지 아무런 말씀도 드리지 않았던 것입니까?”
첼티스텐이 의외라는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영락없이 모든 준비를 끝내고 저를 찾아오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성질이 급하다고 했지?”
정말로 이 아저씨에게 탐험을 개척을 맡겨도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