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47)
47화. 종이, 훌륭한 돈벌이 수단이 죠 (2) 삐 야야야야야야야야야악 !
어디서 그리폰 새끼 잡는 소리가 들렸다.
대체 뉘 집 그리폰이 이리도 울어 대는 거야?
덕분에 잠이 깨 버렸잖아. 내 낮잠물어내!
잘 들어 보니 우리 집 그리폰이다.
“프라이?”
얘가 이렇게 시끄럽게 우는 그리폰이 아닌데?
갑자기 득음이라도 한 거야?
우리 새끼 그리폰의 장래 희망이 설마 그리폰계의 록 스타라도 되는 건가?
그럼 말려야 하는데.
이웃에 민폐다.
그리고 내가 짜증난다.
아무래도 이거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창문을 열고 확인했다.
그 순간.
나와 새끼 그리폰 프라이의 눈이 마주쳤다.
그럴 수가!
여긴 3층이라고!
그리고 프라이는 애달픈 울음소리를 내며 추락했다.
“지금 그거…… 뭐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추락하는 프라이를 눈으로 쫓으니 낙하하는 프라이를 받아내는 키니아누나가 있었다.
“왜 못 나는 걸까? 자아! 다시 날아 봐!”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프라이를 위로 던진다.
급격한 상승과 자유낙하의 반복.
자이로드롭에 탄 사라마냥 프라이가 비명을 지른다.
“……뭐하는 거야.”
나는 누나의 동물 학대 현장을 목격하고 말았다.
“누나? 지금…… 뭐하는 거야?”
……그 전에 그리폰을 평범한 동물로 쳐도 되는 건가? 하는 시시한 생각을 품으면서.
이대로 두면 진짜 그리폰 한 마리 골로 보낼 거 같아서 나는 급히 겉옷을 챙겨 입고 내려가서 카니아 누나를 말렸다.
“프라이가 혹시 누나한테 무슨 짓저질렀어?”
드레스에 오즘을 쌌다든가, 아니면 몰래 숨겨 놓은 간식을 먹어치웠다던가.
참고로 후자는 실화다.
내가 집무실에 숨겨 놓은 육포를 먹어치운 이후로 이 녀석은 내 방에 출입 금지다.
“그런 거 아닌데?”
누나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냐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프라이를 괴롭히는 거야?”
“괴롭히는 거 아냐!”
아무리 봐도 괴롭히는 걸로 밖에 안 보이는데요?
프라이가 오들오들 떨며 나를 바라본다.
봐봐. 이렇게 두려워하잖아.
마치 그날…… 이 녀석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게 하는 눈동자구나.
벗어나려고 바동거리고 있지만 지금의 누나의 악력에는 이기지 못해 탈출하지도 못하는 게 처량해 보였다.
설마 내가 요즘 안 놀아 줬다고, 나 대신 프라이를 가지고 노는 건 아니지?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나 대신 프라이를 가지고 노는 걸 검토해 드리겠습니다만?
“괴롭히는 게 아니라 날게 해 주려고 그러는 거야! 왜 이 누나가 프라이를 괴롭힌다고 생각하는 거니?”
제 딴에는 억울하다는 듯이 볼을 부풀리며 항의한다.
잠깐?
날게 한다고?
“……설마 그게 비행 연습시킨다고 던진 거였어요?”
제발 아니라고 해 주라.
그러나 누나는 힘차게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 세상에.
내가 입을 떡하니 벌리고, 프라이도 떡하니 벌렸다.
누나는 정말로 당당하게 내게 프라이 학대 사건의 전말을 털어 놓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요즘 기사들이 인수인계 초반이다 보니 여러 가지 행정 업무로 정신이 없는 가운데, 자연스레 낙하산 인사인 카니아 누나는 한가 했던 모양이다.
검술 연습하고, 밥 먹고, 자고의 반복.
아무래도 평소에도 가만히 한 곳에 있지 못하는 성격의 누나가 지겨워하지 않을 리는 없다.
그러나 나도 바쁘고(대외적으로는) 그리고 그나마 대련 상대가 될 법한 두 여기사도 인수인계로 바쁘다.
결국 혼자서 영주 성안 정원 내를 산책하던 누나는 때맞춰 정원에서 뛰어노는 프라이를 발견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프라이에겐 불행으로 다가왔지.
“이대로 두면 계속 날지 못하지 않을까?”
“그래서 연습을 시키려 했다?”
“응! 맞아! 이제 이해했지?”
자랑스레 자신의 행동의 정당함(?)을 입증하고 가슴을 활짝 펴는 우리 누나.
나는 얼굴을 두 손으로 덮었다.
역시 검술이 아니라 상식 공부를 시켰어야 했어.
“왜 그러니?”
정작 본인은 내 심정을 전혀 자각조차 하지 못하나 보다.
나는 그저 말없이 누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응?”
대충 이해한 누나가 내게 프라이를 내밀었다.
그새 또 성장해서 그런지 이젠 무겁다.
신체 능력을 제한한 상태라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
이걸 들고 3층 높이까지 던졌다고?
나는 즉시 프라이를 방생했다.
자! 빨리 도망가!
내 손을 떠난 프라이는 재빨리 도망쳤다.
“앗!”
누나가 깜짝 놀라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아마 지금쯤 저택에 마련해 놓은 개집…… 아니 그리폰집으로 도망쳤을 거다.
근데 쟤 끝까지 네 다리로 달려서 도망치는구나.
“뭐하는 거야!”
누나가 항의한다.
“불쌍한 그리폰 한 마리를 구했을 뿐이에요.”
애초에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훈련시키다가는 장래에 우리 애완 그리폰은 비뚤어진 청소년(?)기를 거쳐 가출해 버리고 말걸?
막 어느 날 털을 검은색으로 염색하고 올지도 모른다고?
그나저나 아무래도 카니아 누나가 심심한 모양이다.
하긴 여기 와서 지금 유일하게 일을 맡지 않은 건 누나뿐이지?
거…… 겁나게 부럽네요.
나였으면 최고의 상황이나 누나에겐 그야말로 지겨운 일상이겠지.
결국 그 와중에 괜히 그리폰 새끼 한 마리가 걸려서 고생했다는 의미다.
음…… 이번 기회에 좀 누나랑 놀아 줘야 하나?
그리고 마침 시간이 비니 아무래도 오늘은 누나와 놀아 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보통 평범한 남매는 뭘 하면서 노는 거지?
첫 인생에서 나는 외동아들이었다…… 아마도.
표현이 다소 애매한 것은 내가 계속 전생을 반복하는 동안 긴 세월의 여파로 그 정도 오래된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다음 지금까지 전생 중에서는 물론 남매라고 할 만한 관계의 혈육은 있었지만 대부분이 썩 사이가 좋진 못했었다.
그나마 무난했던 게 죽을 때까지 서로 말도 붙이지 않았던 정도?
지금까지 전생이 죄다 이 모양이라서 제아무리 내가 전생의 프로라도 이것만큼은 어찌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군.
이런 고민을 하는 나도 참 어지간히 답이 없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다르다.
이번 인생만큼은 나는 제대로 된 동생의 모범이 되어 주마.
“그러니까 오늘은 저랑 놀아요!”
그렇게 결심하며 나는 당당히 외쳤다.
* * *
무엇을 하며 놀까.
우선 생각나는 대로 다 해 보기로 했다.
가급적이면 실내에서 놀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해 봤다.
왜냐고?
이렇게 추운 날 밖에서 어떻게 노냐?
물론 나에겐 방한용 마법 도구가 넘치긴 하나 그래도 차디찬 눈바람을 맞으며 바깥에 뛰어다니는 건 썩유쾌하진 않다.
그런고로 내가 먼저 제안한 건 체스 같은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놀이였다.
“……못해 먹겠어!!”
게임을 시작하고 1국도 못 지나서 누나가 체스판을 엎어 버렸다.
설마 살면서 정말로 판을 뒤집어엎는 사람을 눈앞에서 직접 볼 줄이야.
“이런 건 좀이 쑤셔서 못해 먹겠어.”
“아무리 그래도 공주님 입에서 못해 먹겠다는 말이 나오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
“그치만 아렐이 전혀 안 봐주잖니!”
무슨 소리예요? 엄청 봐줬거든요?
물론 내가 미친 듯이 강한 건 사실이다.
단순한 체스 경험만 해도 일반인의 100배가 넘으니까.
당연히 반칙급으로 강하지.
그러나 내가 얼마나 봐줬냐면, 애초에 용병 출신이라 체스를 처음 배웠던 세이나조차도 지금 정도면 나를 충분히 이길 수 있을 정도다.
거기에 이전부터 누나에겐 머리 쓰는 일이 치명적으로 소양에 안 맞긴했지.
“좋아요. 그럼 핸디캡을 하나 더 드리죠.”
“핸디캡?”
“아티팩트 쓰세요.”
뇌를 활성화해 주는 그거 말이야.
물론 내가 선물해 준 게 아니라 개량한 강화판을 쓰도록 허락해 줬다.
원래 이런 게임에선 아티팩트 쓰면서 뇌 내 회전수를 올리는 건 반칙이지만.
그 정도 핸디캡은 줘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한 국이 지나고, 과부하가 걸린 아티팩트가 결국은 빛을 잃었다.
와…… 마나 회로가 완전히 죽었어.
“도저히 못해 먹겠어!!”
갑자기 체스판을 뚫어져라 노려보다니 그대로 집어던지고는 그 자리에서 검을 휘둘러 네 조각을 냈다.
순간 던지고 베기까지 흐름이 자연스러워서 말리지도 못했다.
그 전에 애꿎은 체스판에 뭐하는 짓인가요?
그거 나름 명품이었거든요?
그러나 누나는 참으로 당당하게 어깨를 활짝 펴며 속 시원하듯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자! 아렐! 이젠 더는 체스는 못하겠지?”
“그야 판을 물리적으로 아작 냈으니 못하겠죠.”
세상에 이렇게 판 뒤엎고도 당당한 인간은 처음 봤다.
그나저나 아티팩트로 뇌 보정을 이 뤄도 이 모양인가.
할 수 없지, 다른 할 것을 궁리해 봐야 할 것 같다.
보통의 귀족 남매들이 할 만한 여가를 적용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일반적인 공주님이면 뭐 음악을 듣든가 수를 놓든가 하면서 시간을 보내겠지만, 이미 음악은 과거 누나가 듣다가 그대로 숙면을 취한 전적이 있고 자수는……. 누나의 명예를 위해 그 이상은 언급하지 않겠다.
차라리 여기선 누나에게 맡기자.
“누나는 평소에 뭘 하고 지냈던 거예요?”
“훈련하고 훈련하고 또 훈련을 했는데?”
내가 꿀 빨고 꿀 빨았고 그리고 계속 꿀 빨았다는 것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
확실히 누나는 극단적으로 아웃도 어파고.
나는 극단적으로 인도어파다.
이렇게 취향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남매의 절충안이 뭐가 있을까.
으으으으음…
길게 고민하던 중 갑자기 누나와 내 배에서 동시에 꼬르륵 울렸다.
그러구나 밥 때구나.
누가 남매 아니랄까 봐 식사 타이 밍은 둘 다 놓치지 않는군.
“우선은 점심부터……”
하인에게 식사를 준비하라 시키려던 나는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잠깐 동작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마침 좋은 기회인가.
“누나. 한가하면 저랑 같이 요리나해 볼래요?”
내가 뭔가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며 제안하자 카니아 누나는 반사적으로 목을 움츠렸다.
“요, 요리 말이니?”
“마침 시간도 났겠다. 좋은 기회잖아요.”
조금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 보자면, 카니아 누나는 요리에 그야말로 치명적일 정도로 센스가 없다.
“굳이 해야 하니?”
“기사가 되겠다면서요. 그럼 간단한 정도는 할 줄 알아야죠.”
기사가 왜 요리냐고 묻겠지만, 내주장이 완전 틀린 말은 아니다.
기사로서 일을 하다 보면 단순히 주군을 호위하거나 영지를 경비하는일뿐만 아니라 몬스터를 퇴치하러 원정을 떠나는 일도 많다.
몇 날 며칠을 원정 가는 주제에 간단한 요리도 못한다면 개고생이지.
자칫하면 단체로 식중독 걸릴지도 모르고.
원래는 이전에도 가르쳐 보려고 했는데 그때는 누나도 워낙 철부지여서 그런지 말을 안 들어서 결과가 참담했다.
뭘 먹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그때 일을 뇌 내에서 강제 삭제해 버렸기 때문이다.
마침 지금 둘 다 한가하니 다시 가르쳐야지.
……두 번 다시 그딴 건 먹기 싫어.
뭘 먹었는지는 몰라도 말이야.
내 본능이 경고하고 있어.
“ 으으으으으…..”
내가 기사의 소양이라 반쯤 억지로운운하자 차마 반론하진 못하겠는지 끙끙거리다가 결국 어깨를 축 늘어트린다.
“괜찮아요. 저도 거들 테니까요.”
나도 내 혀는 소중하거든.
휴일에 누나에게 요리를 가르쳐 준다.
그것도 나름 동생다운 일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