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70)
70화. 남의 영지가 잘되면 배가 아픈 법이다 (4)
“어떻게 할 생각이오?”
“이런 때야말로 서로가 손을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 손으로 붙잡기 어려운 상대면 여러 손을 빌리면 되는 일이다.
세빌은 공식 회의에서 어떤 한 가지를 제안했다.
“에르네시아 왕국을 무너트릴 동맹을 맺어야 합니다.”
* * *
데마니엘 왕국령 내 마련한 비밀 회담 장소.
엘기젠 공작은 곧 회담이 열릴 이곳에서 먼저 나 홀로 머릿속을 가다듬는 중이었다.
‘이번 회담은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폐하의 대리인으로서 이곳에 찾아올 자들에게 이번 동맹의 취지를 이해시키고 긴밀히 협조받겠다는 확답을 받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데마니엘 왕국에는 암운이 드리우게 될 것이다.
이미 해야 할 말도, 필요한 서류도 전부 정리해 놓았다.
“귀빈들께서 오셨습니다.”
바깥에서 하인이 그들이 찾아왔다는 것을 알렸다.
‘드디어 왔나.’
엘기젠 공작은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자세를 바로 했다.
“들어오라 하게나.”
잠시 후, 각각 호위를 대동한 두명의 귀족이 차례로 이곳에 입장했다.
가장 먼저 들어온 이는 5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성이다.
“후인 경. 먼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엘기젠 경. 오래간만이구려.”
제국의 주요 인사, 후인 대공.
엘기젠은 그를 맞이하고는 악수를 나누며 옅은 미소를 띤 채 말했다.
“불과 반년 만입니다.”
“그런가. 요즘 영 시간 감각이 애매하군.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보오.”
친밀한 듯하면서도, 두 사람의 눈동자에는 깊은 경계심이 어려 있다.
지금까지 여러 외교 자리에서 때론 협력하고 때론 이권을 위해 다툰 사이다.
우정 같은 알량한 단어보다 훨씬 더 골치 아픈 관계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가운데 뒤이어 이번에는 30대 중반쯤되어 보이는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거 이거. 두 분을 뵈니 시작부터 주눅이 드는군요.”
“자네는……
“메린 번스타드라고 합니다.”
“번스타드…… 그렇군. 헤젠 경의?”
“예. 아버님은 은퇴하셨고 대신 제가 왔습니다.”
싹싹한 미소를 지으며 메린이라 이름을 밝힌 남자는 예의 바르게 두 사람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세제펜 공국의 사절, 메린 번스타드 백작, 이라고 자신을 다시 한번 정식으로 소개했다.
세제펜 공국.
비록 3대 강국 정도의 규모는 아니고 일개 국가의 소국이나, 적어도 전쟁에 한해서는 그곳의 대공령의 명성은 익히 유명하다.
비록 대리인은 애송이일지 몰라도 그의 등에 업은 대공령의 이름은 가볍지 않다.
그것만으로도 이 회담에 대리인을 불러올 가치가 있다.
“전부 모였군요.”
이로써 오늘 회담을 가질 세 국가의 사절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 * *
회담이 시작하고 엘기젠 공작은 처음부터 본론을 꺼냈다.
테이블을 탕, 두 손으로 내리치며 일어나 강하게 주장했다.
“에르네시아 왕국을 막아야 합니다!”
오늘 그들을 긴밀히 모은 것은 오로지 이것 하나뿐이다.
이것 외에 무엇을 논하겠는가.
처음부터 대놓고 회담의 목적을 밝히자 다른 두 사절은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에서는 이미 그의 의견에 적지 않게 동의하는 분위기가 존재했다.
“최근 에르네시아 왕국에서 벌어들이는 자금이 결코 무시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 끙. 알고 있소. 안 그래도 최근 그것 때문에 어지간히 머리가 아프구려.”
후인 대공이 진심으로 골치 아픈듯이 미간을 찡그렸다.
안 그래도 그놈의 종이 때문에 제국 내에서 얼마나 소동이 일어났을까.
굳이 묻지 않아도 절로 상상이 갔다.
“그 막내 왕자인지 뭔지 하는 애송이는 대체 어떤 놈인지…… 쓸데없이 새로운 종이 같은 것을 개발해 가지고……
“재현하려 시도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실패했소.”
제국 내 모든 기술자를 총동원해 회유하고 때론 협박까지 서슴지 않으며 필사적으로 연구를 시켜도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었다.
아니, 종이뿐만이 아니지.
다른 상품도 마찬가지다.
제국뿐만이 아니라 어느 국가도 그것을 흉내 내려 했으나 실패했기에 그 고충이 이해가 갔다.
“그건 그렇고. 회담에 응한 이는 우리뿐인가?”
“예. 다만 오해 마셨으면 합니다.
어디까지나 저희가 긴밀히 연락한 국가는 딱 세 곳밖에 되지 않습니다.”
괜히 어설픈 국가와 동맹을 맺었다가는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다.
각 국가가 보유한 군사력과 경제력 모든 걸 고려해서 동맹에 걸맞다고 판단한 것이 바로 지금 이들이다.
“나머지 한 곳은 어디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리 썩 좋은 대답은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성국입니다.”
“그렇군. 그 깨끗한 척하는 놈들이면 거절할 만도 하군.”
작당 모의를 해서 한 국가를 철저하게 밟아 버리자, 요컨대 이런 회담에 응할 가능성은 없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제안은 해 봤습니다. 그쪽도 에르네시아 왕국에 대해서는 썩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으니까 말이죠.”
메르만 제국 이상으로 에르네시아왕국을 껄끄럽게 여기는 곳이 바로 성국이 다.
“흐음. 그렇겠지.”
후인 대공도 인정했다.
그 원인은 에르네시아 왕국만이 엘프나 드워프 등 이종족들에게 완전한 시민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비롯된 갈등이었다.
유일하게 인간만이 제대로 번영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성국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기에 껄끄럽게 여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어디까지나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
돌아온 대답 역시 새하얗게 비어 있는 편지지였다.
요컨대 관여하지 않겠다는 은유.
아무것도 보지 않고, 듣지도 않을테니 좋을 대로 하란 뜻이다.
방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엘기젠 공작은 그렇게 여겼다.
“에르네시아 왕국을 친다라…… 가능할까요?”
메린 백작은 조금 난감한 듯이 웃으며 묻는다.
이번 기회를 잘 살려서 에르네시아왕국을 흔들 수 있다면 공국 입장에선 적지 않은 이득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실패한다면?
수십 년 동안 회복하기 어려울 뼈아픈 실책으로 남게 될 것이다.
비록 전쟁을 일으키고 싶어 하는 심정에는 동의하나 섣불리 일으킬수는 없다.
엘기젠 공작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 염려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회담을 성사시켜 어떻게든 전쟁론으로 결론을 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가 그들이 움직이게끔 설득할 기회다.
“그렇기에 긴밀한 동맹이 필요합니다. 제아무리 에르네시아 왕국이라 하더라도 동맹으로 치고 나가면 대응하기 어려울 테니까 말이죠.”
“그렇네만, 꼭 전쟁이 필요한가?”
아직 외교적 수단으로 어떻게든 제 제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쟁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승전이든 패전이든, 전후에 머리가 핑핑 돌아 버릴 만큼 막대한 절차가 따르게 된다.
무엇보다 막대한 희생이 일어나게 되지.
어찌되었든 신중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전쟁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엘기젠 공작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 앞에는 전쟁밖에 없다.
“흠?”
“과연 에르네시아 왕국의 독주가 이번만으로 끝날 것 같습니까? 소문에 의하면 그 막내 왕자는 범상치 않은 것 같더군요.”
불과 여덟 살에 나이에 국정을 논하고, 상품을 개발하고 그리고 열네 살에 가망이 없는 영지를 내려가 그곳을 되살렸다 한다.
물론 그것이 전부 사실이라 그들은 믿지 않는다.
“물론 저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엘기젠 공작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전부 사실은 아니겠죠.”
어느 정도 과장이 섞여 있겠지.
무슨 건국 신화도 아니고.
그렇지만 그걸 감안해도 아렐 에르네시아가 그들의 입장에서 성가신 인물임은 명백했다.
“이런 자는 방치하면 계속해서 업적을 만들어 내겠죠.”
이번엔 종이, 다음에는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다.
대체 어떻게 돼먹은 괴물이냐.
최근 세 국가의 기술자들은 위에서 쪼아 대는 성화에 울상을 짓는 게 하루 일과다.
“그걸 방치할 수 있겠습니까?”
에르네시아 왕국 입장에서야 절로 흐뭇해질 만한 일이겠지만.
타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발에 저절로 땀이 나올 만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더는 기다려선 안 됩니다. 하다못해 이번 전쟁으로 타격을 입히든 아니면……
“그 왕자의 목을 쳐야 한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망설이지 않고 인정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더는 쓸데없는 상품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손을 쓰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전쟁으로 크나 큰 상처를 입히면 적어도 수십 년간은 다시 회복하진 못하겠지.
치졸할지 모르나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국가의 앞날과 국민의 평화로운 삶을 위해서다.
그들은 더할 나위 없이 진심이었다.
“그렇군. 동의하오.”
후인 경은 낮은 목소리로 동의를 표했다.
“에르네시아 왕국을 치는 것은 오래전부터 황제 폐하의 바람이었소.”
그는 낮은 목소리로 전쟁에 대한 강한 의욕의 뜻을 밝혔다.
“저희 쪽도 처음부터 각하는 전쟁을 할 의욕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메린 백작도 이미 준비된 대답을 꺼냈다.
이미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에르네시아 왕국을 친다.
지금이라도 싹을 밟아 두지 않으면 이후에는 더는 손을 쓸 수 없게 될 것임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다.
“알아주신다니 정말로 기쁠 따름입니다.”
셋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으로의 계획과 이후에 관한 미래의 편린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나눠야 할 의견도 산더미같다.
그러나 오늘의 동맹은 장차 자신들의 국익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셋은 그렇게 굳게 믿고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이 동맹 가운데 누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득을 챙길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것만은 방금 전 서론보다 더 긴 회의가 될 것 같았다.
에르네시아 왕국의 국왕, 테오넬은 집무실 내에서 어떤 보고를 받자마자 깊은 탄식을 홀렸다.
“…… 세 국가가 비밀리에 접선을 가졌단 말인가?”
보고의 신뢰도는 높은 편이다.
최근 세 국가의 움직임이 수상쩍다는 보고도 몇 건이나 올라왔으니 이것은 사실이라고 판단해도 될 것이다.
공식적인 외교라면 굳이 숨어서까지 모의를 할 필요는 없겠지.
무엇보다 자신들의 눈과 귀를 피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간과할 수 없겠군.”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