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26
32. 절망적인 대륙!
제국이 한발 물러서자 다른 왕국들 역시 별말 없이 마도왕국 위주로 대전략을 짰다.
다들 ‘한 번 지켜보겠다!’라는 듯 마도왕을 바라본 후 영상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북서부 지역에 나타난 멸망으로 인해 참석한 각국의 수장들은 아직 마도왕국에 저력이 남아있음을 확인하고는 놀랐다.
가장 놀란 것은 기사왕국이라 불리는 네이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도왕국과 나름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던 기사왕국이다. 지금에 와서는 마도왕국보다 위상이 낮아진 상태지만 그래도 서부 열강 중 유이하게 마스터를 둘 이상 보유한 국가였다.
그런데 이젠 그마저도 밀리게 생긴 것이다.
“멸망을 사냥하겠다라···. 그들이 가진 비장의 무기가 무엇인 것 같은가?”
기사왕이라 불리는 칼로스가 전략의 귀재이자 ‘강철검’이라는 이명을 가진 아론에게 물었다.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두 가지군요. 하나는 제국 이상의 마도무기일 것입니다.”
“마도무기?”
“예. 순수 마법계열은 제국이 마도왕국보다 우위라는 것이 정설일 것이니 마도무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말에 기사왕 역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또 하나는?”
“신성마법입니다.”
아론의 말에 칼로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도왕국 역시 신성력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마법능력이라면 신성마법으로 개조하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하지요.”
“음···그래도 제국의 황제가 있는데 신성마법으로 자신감을 드러낸다고?”
칼로스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국과 비교하면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 말에 헛웃음을 짓는 칼로스.
맞는 말이긴 했다.
서부 왕국 중 검으로 정점에 이르는 이가 칼로스다.
같은 마스터인 강철검 아론을 비롯해 첫 번째 멸망 당시에 사라진 국가 중 간신히 초입에 이른 마스터 둘, 그리고 용병왕이라 불리는 발자크까지.
이들 전부를 상대로 우위에 있던 것이 칼로스다. 그런 그가 오직 단 한 명 검성이란 존재에게 형편없이 깨졌다.
마도왕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런 그가 또다시 한계를 넘고자 한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승부욕보단 그냥 허탈함만 나왔다.
현재의 제국은 바로 그 검성과 같은 존재였다.
“또 한 가지. 제국이 순순히 욕심을 버렸어.”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겠지요.”
그 말에 칼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시안 황제는 기본적으로 정치력이 있는 사람이다. 지금이야 신성황제다 개혁황제다 말하지만 초기에는 분명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대신들과 재상에게 일을 맡기는 것은 그들이 더 일을 잘하는 것뿐, 기본적으로 정치력이 있었기에 아무런 세력 없이 시작해 지금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순순히 물러났다?
“얼마나 위험할 것 같은가?”
“거기까진 추정하긴 어렵습니다. 다만···주력군이 북서부의 요새에 닿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칼로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마도왕국은 차기 마도왕 후보를 결국 키워냈다.
그에 반해 자신들은 아직이다.
후보자는 많다. 기사왕국 역사상 어느 때보다 많다고 자부할 수 있다.
당장 대륙의 기준이 되는 제국의 군단장급에 이른 자들이 10명에 가까워졌으니까.
그러나 끝내 벽을 넘은 이는 없다.
“마도왕국이 부러우십니까?”
“부럽다라···아니라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우린 불가능해. 다른 왕국처럼 기사라는 부분에 있어서 제국을 목표로 뛰어가는 것이 전부겠지.”
기사왕국 역시 마스터가 될 가능성이 있는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몇 명 있다.
그 중 가잘 발군의 실력을 가진 이가 아론의 밑에서 성장 중이었다.
문제는 제국은 그런 아이들이 최소 넷이라는 점.
거기에 간신히 따라잡았다 생각한 군단장급 실력자들 역시 제국은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었다. 감히 따라잡을 엄두도 못 낼만큼.
“‘그거’는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불가.”
아론의 물음에 칼로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마도왕국이 기회를 달라고 했던 것을 승낙한 제국은 기사왕국에도 원한다면 멸망을 공략할 기회를 준다고 했다.
그 대가로 더 많은 병력을 원정에 보내달라 요청한 것.
그러나 칼로스는 자신들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게.”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린 기사왕국.
이들만이 아니었다. 해상왕국, 용병왕국, 산악왕국 등 마스터를 보유하며 나름 강국이라 불릴만한 국가들에게 전부 제안을 했다.
“전부 거절했나?”
“예. 아무래도 폐하께서 순순히 물러서신 것에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눈치 빠르군.”
델리아의 말에 피식 웃은 알렉시안.
“그리고 한 가지 더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뭐지?”
“몇몇 국가들이 먼저 북서부를 공략하면 안 되냐고 물어왔습니다.”
그 말에 알렉시안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유는?”
“그것이···특정 개체를 잡을 경우 정령력을 각성하거나 ‘정령석’이라는 것을 떨어뜨리는 모양입니다. 아마 그것을 노리고···.”
“하아···.”
슬슬 나올 때가 되긴 했다.
욕심나겠지.
현시점에서 정령석이란 놈의 가치는 값비싼 보석 한 수레에 비견될 테니까.
“하라고 해.”
“괜찮겠습니까?”
“차라리 지금 호되게 당하는 게 나을 거야.”
그 말에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델리아.
북서부에 다수의 골렘 군단과 몬스터들이 나와 두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힘을 모아 대항하다 보니 나름 할만했던 것.
그러다 보니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진 진격해도 괜찮지 않을까?’
‘멸망이나 핵심 이익은 강국들이 다 가져가는데 이 정도는 가져가야지.’
이런 생각들을 할 것이다.
“대가리 깨져 보면 알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자신 역시 이 전쟁에 참전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건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상으로 만든 거신의 형태, 그리고 현재 가장 위험하다 알려진 골렘보다 10배 이상 강한 녀석을 예상하며 전투를 준비 중인 기사들.
그들이 막바지 훈련을 끝내고 마침내 북서부로 떠날 준비를 했다.
알렉시안과 함께 비공정으로 이동할 예정인 기사들과 수도원의 정예병력들.
그러나 다수의 제국군은 이미 북서부에 도착해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방어선을 만들며 그 이상으로 넘어오는 골렘군단을 격퇴 중인 제국군.
오랫동안 몬스터를 처리해 왔던 북부군은 오염된 몬스터가 몰린 것을 중심으로,
오래전에 파견된 엘로니안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수도원 세력과 함께한 서부군은 폭주한 정령 군단을 상대하며 철통같이 방어선을 지키고 있었다.
“마침내 움직이시는 건가?”
엘로니안의 말에 회의장에 있는 이들 전부가 그를 바라보았다.
“따로 내려진 명령이 있습니까?”
“···더 단단히 대비하라고 명하셨소.”
새로이 북부군을 이끄는 사령관의 물음에 엘로니안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회의장에 침묵이 감돌았다.
“폐하께서 그리 말씀하셨다면 지금보다 더 몰려오겠군요.”
프랑코의 뒤를 이어 서부 사령관에 오른 노장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제국에서 알렉시안이란 존재는 절대적인 존재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그가 말한 것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봐야 했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린 우리의 자리를 지킵시다.”
엘로니안의 말에 다들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이라고 정령석이나 정령력이 왜 탐나지 않겠는가? 그러나 알렉시안이 직접 명령을 내렸다.
‘자리를 지켜라.’라고.
그렇다면 따라야 했다. 이러한 그들의 믿음에 대한 대가는 불과 며칠 뒤 받을 수 있었다.
“이것이었나?”
엘로니안이 심각한 표정으로 영상구를 바라보았다.
방어선의 회의장 정중앙에 보이는 영상.
그곳에는 작은 산만 한 덩치의 거신들이 등장했다. 문제는 그들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아이만 한 크기의 작은 골렘 같은 경우 고위급 마법에 필적하는 대지마법을 사용합니다.”
“오염된 몬스터에 정령이 깃들기 시작했습니다. 웬만한 오러로는 피부를 뚫는 것조차 힘듭니다.”
마치 이제 시작이라는 듯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들.
그러나 제국은 치고 올라가는 대신 방어선을 두텁게 만들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흙벽을 쌓고 곳곳에 신성결계를 만들면서 마도무기를 배치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적의 병력 증가로 위태로운 상황.
바로 그때 또 하나의 현상이 발생했다.
“북서부에 거대한 게이트가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비공정을 개조한 정찰선으로 촬영한 영상을 보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는 수뇌부.
그런 그들에게 마침내 중앙에서 명령이 내려왔다.
“중앙에서 내려온 명령입니다. 돌파 작전. 준비하라 하십니다.”
장교의 말에 엘로니안이 두 사령관을 보면서 물었다.
“가능하시겠소?”
척 보기에도 만만치 않은 적의 군세.
막는 것도 버거운데 저들을 뚫고 간다? 솔직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기사단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서부의 특무부대 역시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북부의 특무부대는 더 강해졌습니다.”
서로 호승심을 드러내며 말하는 사령관들을 보면서 엘로니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뚫어만 주시오. 수도원이 전력으로 서포트하겠소.”
마침내 내려온 명령에 제국군이 움직일 준비를 한다.
가장 위태로운 순간에 방어에서 공세로 전환하기 위한 움직임을 가져갈 무렵, 정령석을 노리던 중부 연합군은 어떻게 되었을까?
“마도포를 쏴!”
“통하지 않습니다. 코어를 찾아야 합니다!”
“저 새끼 안 막고 뭐 해! 저지해!”
“웬만한 포격은 몸으로 버티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기사급 전력이 필요합니다!”
여기저기서 난리가 난 방어선.
이미 정령석을 노리고 나갔던 이들은···.
“전멸입니다! 후퇴해야 합니다!”
“후퇴해봤자 따라잡힐 거다! 여기서 어떻게든 버티면서 지원군을 기다려야 해!”
그 말에 한 장교가 멍하니 한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걸 상대로 버티라는 말씀이십니까?”
산 하나가 움직이는 것 같은 거대한 몸.
문제는 그들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움직일 때마다 지축이 흔들리는 그 거대한 몸이 자신들을 향해 움직인다.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사 온 제국의 마도무기도, 게이트를 파괴시킬 정도의 강력한 요새포조차 일격에 적을 죽이지 못한다.
어떻게든 하나를 처리해도 뒤에서 또 다른 산이 움직인다.
“빛의 영역에 들어오면 약해질 것이다. 그때를 노려라!”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말하는 지휘관.
하지만 개미 떼처럼 몰려오는 골렘군단이 조금 약해진다 한들 정령석 사냥으로 약해진 방어선 따위가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중부전선이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는 상황 속에서 서부 역시 움직일 준비를 했다.
“게이트가 열렸소. 움직여야 하오.”
기사왕의 말에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는 마도왕.
“시선은 지상군이 끌겠소. 그사이 멸망에 도달해 그를 공략하시오.”
현시점에서 서부왕국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중부 연합국처럼 눈이 먼 용병왕국과 해상왕국의 병력들 다수가 위기에 처했다. 그들에게 돌파를 기대할 수는 없을 터.
다른 서부왕국들 역시 정령석에 눈이 멀어 방어선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여기서 믿을 건 기사왕국밖에 없었다.
“가자.”
비록 제국에 비해 약하다고 평가받지만, 기사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힘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한데 뭉쳐 돌파하기 위해 대형을 갖췄다.
바로 그때, 중부전선으로부터 소식이 전해졌다.
-치직! 중부전선 1차 방어선 돌파당함. 궤멸적 피해를 입었기에 복구 불가.-
“2차 방어선은?”
-그곳 역시 위험함. 정예병력 다수를 투입해 겨우 버티는 실정.-
그 말에 혀를 찬 칼로스.
능력도 안 되면서 욕심부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그러나 서부라고 다를 것 없었다. 자신들이야 기사왕국답게 충성심으로 참아냈다지만 자유분방한 용병왕국이나 상인들의 나라인 해상왕국조차 눈이 멀었으니까.
“제국은?”
-특무부대가 움직이기 시작했음.-
그 말에 눈을 빛낸 칼로스.
“기사단은 아끼려는 것인가?”
그렇게 중얼거린 칼로스가 저 멀리 보이는 골렘군단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먼저 돌파할 수도 있겠어.”
그 말과 함께 검을 뽑아 들었다.
“검을 뽑아라! 제국에게, 그리고 대륙에게 보여주자! 기사들의 왕국이라 불리는 네이튼의 저력을!”
그의 외침에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고 오러를 발현하며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