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83
25. 밀려있는 숙제 해결!
알렉시안이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으면서 황궁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동안 수많은 제국민들이 그를 위해 꽃을 뿌려주었다.
제국민 입장에서 알렉시안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경의를 표한 것이었다.
행정관들 역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그가 지나가는 곳에 일렬로 서서 예를 표했다.
수도에서 모일 수 있는 모든 이들이 모이기라도 한듯, 그가 걸어갈 수 있는 통로를 제외한 모든 곳이 사람으로 빽빽했다.
그리고 그건 황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이들이 알렉시안을 환영하기 위해 모였고, 그는 곧장 자신의 집무실로 모든 대신들을 불러모았다.
“조금이라도 쉬심이···.”
그의 궁으로 모인 대신들을 대표해서 재무대신 제이론이 말하자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는 알렉시안.
“그럼 빨리 와달라고 재촉이나 하지 말던가.”
그 말에 헛기침하면서 고개를 돌리는 대신들.
“정식 회의는 전쟁에서 활약했던 모든 이들이 모이면 할 것이니 일단 급한 것만 논의하도록.”
알렉시안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섬주섬 보고서를 챙기는 대신들.
하나같이 다급한 사안들이기는 했다.
전쟁이 일어나는 동안에도 제국의 개혁은 멈추지 않고 있었고 작은 문제들이야 자신들이 처리한다지만 귀족들 간의 싸움 같은 경우 알렉시안이 아니라면 섣불리 건들었다가 큰불로 번질 수 있었다.
문제는 분쟁이 작거나 양이 적으면 적당히 뭉개면서 시간을 끌 수 있는데 아무래도 전방위적으로 개혁을 하다 보니 엄청난 양의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미친 건가?”
분쟁만을 중점적으로 다뤄 보고서를 올렸음에도 한가득 쌓인 것을 본 알렉시안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대신들을 바라보았다.
황제는 제국을 살려보겠다고 밖에 나가서 개고생하고 있는데 지들은 편하게 안방에 쉬고 있으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알렉시안 입장에서는 빡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는 경우와 아닌 경우를 분리해뒀습니다. 폐하.”
이럴 줄 알았다는 듯 두 종류로 분류해 온 제이론이 웃으면서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음···.”
제이론이 분류한 것처럼 심각한 사안들 같은 경우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분쟁사건들이다.
세세하게 계획했으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들도 꽤 보였다.
“이 건들은 올라오도록 하라고 해. 짐이 직접 보고 적절히 조율하도록 하지. 그대들도 심각한 사안들은 분류해서 따로 올려.”
“예. 폐하.”
대신들의 대답을 들은 알렉시안이 이번엔 골치 아픈 건으로 눈을 돌렸다.
“하!”
보자마자 어이없다는 듯 웃는 알렉시안.
무슨 배짱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전쟁터로 떠난 후 첫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일을 벌였다.
예를 들어 국가와 지역사람들의 합의 하에 정해진 보상금을 갑자기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일을 벌인다던가?
갑자기 비싼 값에 땅을 사고 더 높게 보상금을 청구하려 한다던가?
이 모든 걸 다 들어줄 필요가 없었지만, 머리 좋게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선을 타면서 관료들의 신경을 건드렸다.
동부와 북부같은 경우 워낙 땅값이 낮았기에 적당히 좋은 값만 쳐줘도 알아서 물러났는데 남부와 서부는 달랐다. 워낙 부유한 동네였고 무엇보다 그들이 오랫동안 축적한 정보와 인맥이 문제였다.
“짐이 이렇게 빨리 전쟁을 끝낼지 모르고 장난질을 친 것이겠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기를 보시면 남부 사령관이 본격적으로 지진이 일어난 지역에 탐사대를 꾸린 시기와 비슷합니다.”
중립국이 빠르게 언데드 군단에 흡수당하고 동맹국의 일부 군대 역시 언데드 군단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퍼져나갈 때였다.
거기에 북서부 군대 역시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흉흉한 소식들.
그런 상황에서 용이 깨어나고 남부 역시 지진이 일어난 지역에 용이 잠들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만약 북부의 상황이 쉬이 끝나지 않고, 북서부 쪽에도 전쟁이 지지부진하게 끌려간다면?
알렉시안이 수도를 비우는 기간을 더 길어질 것이고, 혼란한 상황이니 쉬이 수도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까지 깔려있을 것이다.
거기에 어찌어찌 상황이 정리된다 해도 남부에도 용이 깨어날 것이니 자신들까지 신경쓰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었을 터.
“얍삽한 새끼들이군.”
알렉시안의 말에 몇몇 대신들이 헛기침을 하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러나 그들의 입가에선 미소가 맺혀져 있었다.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을 짓는 대신들.
바로 그 때 제이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들에겐 단호한 철퇴가 필요해 보이옵니다.”
제이론의 말에 다른 대신들도 이것으로 골치를 썩였는지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지역으로 떠날 관료들을 배려해 최대한 합의하려는 것을 이용해 자꾸 값을 올렸습니다.”
“연구소 부지를 마탑 근처에 지어야 한다는 것을 이용해 자꾸만 협상을 지연시켰습니다.”
“이미 합의가 끝난 사안에도 자꾸만···.”
“악질적인 자들입니다. 폐하의 결단이 필요할 것 같사옵니다.”
선생님한테 이르는 것처럼 큼지막한 것들 위주로 설명하는 대신들.
혼내달라는 것처럼 간절히 바라보는 대신들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쉰 알렉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들이 말한 사안처럼 장난질이 심한 놈들만 추려서 보내. 이놈들은 짐이 직접 얼굴을 봐야겠다.”
“예! 폐하.”
“장난질이 심하지 않은 이들은 그대들 선에서 처리해. 짐의 이름을 파는 것도 허락하겠다.”
그렇게 말한 알렉시안이 추가로 정말 중요한 사안들만 직접 보고를 받으며 사인을 해주고 대신들을 돌려보냈다.
“후···.”
“폐하. 밤이 늦었사옵니다. 그만 쉬시지요.”
“음···.”
고작 회의 한 번 했다고 저녁이 된 하늘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쉰 알렉시안.
“그보다 그대는? 왜 아직 휴가서 안 올려?”
“천천히 올리겠습니다.”
“안돼.”
그렇게 말한 알렉시안이 책상을 두드려 다른 시종을 불렀다.
“이거 내무부로 보내.”
“예. 폐하.”
알렉시안이 즉석에서 휘갈겨 쓴 시종장의 휴가장에 도장을 쾅! 찍어서 보내버렸다.
“쉬고 와.”
“폐하께서 쉬셔야 할 것 같사옵니다.”
시종장의 말에 알렉시안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부터 쉴거야. 씻을 수 있도록 준비 좀 해주고···.”
배가 고팠는지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을 들으며 머쓱한 표정을 지은 알렉시안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출출하니 저녁도 좀 준비해주고.”
“예. 폐하.”
웃음을 참으며 물러나는 시종장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쉰 알렉시안.
시종장에게 휴가를 주긴 했지만 사실 본마음은 지금이라도 은퇴를 시켜주고 싶었다.
그게 안되니 휴가로 대체하는 것이다.
현재 그를 가장 잘 보좌하는 이가 시종장이었다. 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일처리 속도가 30% 이상은 차이 날 정도이니 말 다 한 것이다.
“은퇴시켜주긴 해야하는데···.”
그렇게 중얼거리긴 했으나 쉽지 않았다.
딱 맞는 온도로 씻고 나오니 그의 취향에 맞는 피로를 녹이는 차가 준비되어 있었으며 나쁘지 않은 향이 방 안을 감돌았다.
어느새 잠에 스며든 그.
전 날엔 정말 피곤했음에도 나름 개운한 표정으로 일어날 수 있게 만드는 힘.
그 힘이 시종장에게 있었다.
다른 경험많은 시종들이 있었으나 누구도 시종장을 대체할 수 없었다.
그 뿐인가?
정보부의 내밀한 일까지 관리했고, 대신들 역시 시종장을 존중하기에 거림낌없이 그에게 대신 보고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알렉시안이 일에 치여 살면서도 최소한의 컨디션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
그렇기에 포기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후···.”
자신의 욕심임을 알기에 언젠가는 포기해야 했지만···.
“조금만 더 미루자.”
결국 오늘도 결정을 미루게 되는 알렉시안.
그래도 어젯밤을 마지막으로 시종장이 휴가를 가게 되었다.
그로 인해 불편함이 있었지만 감수하고 일에 매진했다. 언젠가는 익숙해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종만이 아니었다.
대신들을 시작으로 하나 둘 짧은 휴가라도 보내주려 했다.
이들 역시 알렉시안이 없는 동안 개처럼 구른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기 때문이다.
윗사람이 휴가를 가야 밑에 사람도 하나 둘 휴가를 갈 수 있었기에 대신들부터 보낸 알렉시안.
밑에 사람들은 하나 둘 휴가를 보내주었지만 정작 그는 쉬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도 마침내 쉴 수 있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공식회의 때문이다.
북부의 전쟁에 큰 공을 세운 이들이 한데 모이는 자리.
그곳엔 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사절단까지 전부 모이는 공식행사였다. 그런 행사에 피골이 상접한 꼴로 나설 수는 없기에 최소한의 관리를 위해 며칠간 휴식을 취하려는 것이었다.
물론 그냥 쉬지는 않았다.
“들여보내.”
알렉시안의 명령에 시종이 집무실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곳에 대신들을 괴롭혔던 귀족들이 서 있었다.
“폐···폐하.”
“그대들이었군.”
덜덜 떠는 귀족들을 싸늘하게 바라보는 알렉시안.
“불만이 많다길래 얼굴을 보고 얘기하고 싶어서 불렀네.”
알렉시안의 말에 황급히 무릎을 꿇은 귀족들.
현 황제는 예전에 눈치보며 숙청하는 그런 황제가 아니다.
자신들 정도는 마음에 안든다고 죽여버릴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이였다. 그렇기에 납작 엎드렸다.
“짐이 전쟁을 금방 못 끝낼 것이라 확신이라도 한 것처럼 움직이던데···짐이 그대들에게 신뢰를 못 준 것 같아 마음이 아파.”
“아니옵니다. 소신은 폐하께서 압도적인 힘으로 적들을 써버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사옵니다.”
“그래? 그럼 왜 대신들을 괴롭힌 거지?”
“그것이··· 몇 가지 문제가 있었사옵니다.”
“아! 말해보게. 안 그래도 짐은 큰 문제를 발견하지 못해서 궁금했거든.”
그렇게 말하면서 턱을 괴고는 귀족을 바라보았다.
떨리는 음성으로 변명을 해보았지만 그딴 것이 먹힐 리가 없었다.
개같이 털린 귀족들이 근위대에 끌려나가자 알렉시안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다음’을 외쳤다.
그러자 또 한무리가 들어왔다. 그렇게 몇십명의 귀족들이 알렉시안에게 탈탈 털리고는 재무부로 터벅터벅 걸어가기를 반복했다.
신기한 것은 피곤해야 할 알렉시안의 얼굴이 점점 밝아진다는 점이었다.
“후···.”
묵혀있던 체증이 내려간 것처럼 상쾌한 표정을 지은 알렉시안.
그동안 업무로 스트레스 받았던 것들을 풀기라도 하듯 귀족들의 멘탈을 몇시간동안 박살내 준 알렉시안이 활짝 웃으면서 찻잔을 들어올릴 때였다.
[서브퀘스트: 서부의 무역로를 완성하세요!가 주어집니다!] [서브퀘스트: 남부의 바닷길을 완성하세요!가 주어집니다!]미뤄두었던 서부와 남부 역시 본격적으로 철로가 깔리는 것을 증명하듯 새로운 퀘스트가 나타났다.
동시에···
[서브 퀘스트(아주 어려움) 제국을 연결시킬 새로운 길을 완성하세요] [진행률: 51%]마침내 50%를 넘기는 아주 어려움 퀘스트.
그에 반해···
[서브 퀘스트(아주 어려움) 대륙의 무역중심지가 되어라!] [진행률:49%]서부의 열강들한테 인정받았음에도,
남부의 섬나라들에게 인정받았음에도,
동부의 국가들에게 인정받았음에도,
아직까지 49%에 멈춰져 있는 퀘스트.
그러나 이 역시 얼마 후 있을 대회의가 지난다면 올라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걸로 길을 터는 건 어느 정도 완성된 것인가?”
그렇게 중얼거린 알렉시안이 다음 행보를 생각했다.
아직은 먼 새로운 동력원 개발.
식량의 대량생산 체제의 완성.
마도구의 대량생산 기반 완성.
이것들이 완성되어야 비로소 대규모 전쟁을 유지할 보급체계가 완성될 것이다.
이 역시 더디지만 진행은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을 준비해야 했다.
「새로운 무기 개발」
늦었지만 이제는 시작해야 했다.
마침 북부의 몬스터 웨이브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중이다.
남부의 재앙 역시 예정되어 있다.
명분은 충분한 셈.
“본격적인 전쟁 준비를 시작해볼까?”
그렇게 중얼거린 알렉시안이 ‘무기개발’이라 적어넣은 노트에 깃펜을 콱!하고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