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become No. 1 in the rankings without paying RAW novel - Chapter (133)
제133화
시합 중의 사망에는 데스 페널티가 없다.
덕분에 테오는 재접속 시간을 갖지 않고 바로 게임의 침대에서 눈을 뜨게 되었다.
“져버렸네.”
무심결에 말을 내뱉었다.
마지막 격돌에서 리발트와 동시에 검을 휘둘렀는데 졌으니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후회는 남지 않았다.
“이겼다면 더 좋았겠지만… 리발트하고 싸워 무승부에 가까운 패배를 맞이했으니 충분히 만족한다.”
애당초 이 대회에서 우승까지 기대한 것도 아니지 않던가.
물론 8강전의 승자로서 받을 수 있는 상금은 좀 아깝기는 하다. 영지에 투입되는 자금을 거기서 충당하려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문제라면 이젠 염려할 게 없다.
‘여기서 저스티스 길드의 길드장을 만난 덕분에 자금 문제가 해결되었으니깐.’
앞서 본선 진출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지드와 따로 잠시 얘기를 나눴다.
테오가 그를 만나려 했던 목적은 바로 추후 실베릭 영지를 저스티스 길드에 돈을 받고 양도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지드 쪽이 이런 제안을 해 왔다.
‘길드로서 동맹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테오로선 뜻밖의 말이 아닐 수 없었다.
당장 영지 하나를 가질 기회를 저버리고 이런 제안을 한 것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에 지드가 말하길….
‘저희 저스티스 길드의 설립 취지는 어디까지나 게임의 최상위 컨텐츠 공략에 있을 뿐, 사실 영지전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장차 더 치열해진 영지전에 마냥 손을 놓을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해서 지드가 생각한 것은 앞으로 영지를 차지하는 길드들과 협상을 하여 일종의 동맹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동맹 체계가 확고해진다면 그만큼 도전하는 쪽도 부담이 클 테니 영지전의 빈도가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왕국 내에서 플레이어가 영주인 영지는 우리 둘뿐이니 협력 체계를 만드는 게 나쁘진 않지.’
다만 문제는 이쪽은 혈혈단신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자금으로 영지를 정상화하고 병력을 육성한다 한들 혼자서 수백, 수천이 넘는 영지전 도전 길드를 상대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런 고민을 털어놓자 지드가 의외의 말을 해 왔다.
‘제가 지난번에 가 보니 우수한 인재들이 영지에 많이 상주하고 있더군요. 그들을 포섭해 길드를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지드가 말한 ‘그들’은 바로 테오를 동경해 그가 있는 실베릭 영지까지 찾아온 ‘근성단’을 가리켰다.
비록 장비 수준은 동렙에 비해 떨어지나 사냥터 한 곳에서 끈덕지게 레벨링 해 온 끈기나 집념만큼은 인정할 만하다.
그런 인원이 수백 명이나 되니 모두 길드원으로 받아들인다면 확실히 중견 길드 수준은 될 수 있을 터였다.
“길드라….”
한 번도 길드에 들어간 적도 없는 자신이 길드를 만들어 사람들을 이끈다니 솔직히 자신이 없다.
하지만 지드의 말에 흔들린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봐도 영지가 정상화되었을 때의 수익이 내게 큰 도움이 되니깐.’
일단 이쪽 일이 모두 마무리되면 돌아가 길드 창설을 해볼 생각이다.
잘 운영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저스티스 길드의 조력을 받으면 그럭저럭 해 나가지 않을까 싶다.
뭐 여차하면 영지 운영을 피오나나 테레사에게 맡겼듯 적당한 인재를 물색해 일을 떠넘겨도 되니 말이다.
“와아아아!”
이때, 창 밖에서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지금 4강전이 시작되려는 모양이다.
‘누가 4강까지 올라왔나.’
테오는 창 밖으로 몸을 내밀어 시합장을 바라봤다.
시합장에는 랭킹 1위 아슬란과 그리고 골드 문 길드장인 제우스가 있었다.
‘그래도 4강까지는 올라온 모양이네.’
자신의 길드원을 동원해 본선을 유리하게 만들려 했던 제우스가 과연 얼마나 실력을 가졌는지 의심스러웠던 터였다.
이 참에 그의 실력을 직접 눈으로 봐 두자.
테오는 방금까지 하던 고민을 잠시 잊고 창가에 엉덩이를 걸치고 곧 벌어질 4강전을 지켜보기로 했다.
* * *
앞선 두 경기 모두 압도적인 실력으로 이기고 올라온 아슬란.
이번에도 그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이 더 많았다.
하지만 시합이 시작되고 사람들의 예상은 너무나 크게 빗나갔다.
파칭!
마치 레이저처럼 쏟아지는 빛줄기 세례!
아슬란은 널찍한 도신으로 그것을 막으면서 제우스를 향해 접근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지면을 타고 밀려든 무형의 충격파가 아슬란의 발을 멈추게 했다.
“레벨만 높다고 해서 다 강한 것은 아니지.”
격렬한 시합과 어울리지 않는 나근한 목소리로 말하며 제우스가 자신의 애검, 뇌신검을 좌에서 우로 휘둘렀다.
유니크답게 그 성능도 엄청나 검을 휘둘렀을 뿐인데도 전격이 휘둘러진 방향을 따라 뻗어 나갔다.
이뿐만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도배한 각종 유니크 아이템의 능력이 제우스를 거들었다.
어디 그뿐일까.
제우스가 터득한 스킬들은 하나같이 희귀하고 강력한 것뿐이었다.
“광룡섬!”
검에서 빛으로 된 용 머리가 나타나 아슬란을 덮쳤다.
“데몬 이터!”
그러더니 갑자기 바닥에서 거대한 입이 나타나더니 아슬란이 있던 공간을 그대로 입 속으로 집어삼켰다.
그렇게 먹힌 아슬란이 십자 형태의 검격을 펼치며 바깥으로 곧 탈출했다.
하지만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제우스의 공격이 그의 머리 위로 쇄도했다.
‘설마 랭킹 1위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줄이야.’
분명 아슬란의 레벨이 더 높다.
하지만 솔로잉을 주로 하였기에 본인 레벨에 맞는 최고 사양의 장비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고 스킬 또한 의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더욱이 저쪽은 어떤 직업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영웅 직업이고 말이야.’
제우스의 직업을 특정하기엔 스킬 북을 통해 습득한 스킬들이 대다수라 알아내기가 힘들었다.
단지 중갑에 검을 주 무기로 삼고 마법 종류는 주로 아이템의 옵션으로 쓰는 것을 봐선 내지는 계통의 직업이 아닐지 의심만 해 볼 따름이었다.
‘이런!’
테오는 아슬란이 방금 제우스로부터 치명적인 일격을 허용하는 것을 보곤 탄식했다.
장비한 아이템 중에 단거리 공간 도약 스킬인 스킬이 달린 게 있었던 모양인지 제우스가 눈 깜빡할 사이에 아슬란의 배후로 이동해 일격을 날린 것이다.
점차 패색이 짙어지는 아슬란.
제우스도 랭킹 3위이고 레벨 차이가 고작 8레벨 차이밖에 안 났으니 패했어도 그리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데.’
겉으로 봐선 랭킹 1위로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왜 자꾸 아슬란이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
‘설마 사전에 승부를 조작하기로 한 건가?’
아니 그건 무리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참가자들은 대회 경기를 볼 수 없고 귓속말도 일체 차단되는 개인실에서 대기하지 않던가.
게다가 8강 대진표는 랜덤으로 정해지니 사전에 승패를 조작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지금 이 상황은….’
한 번 의심하니 그때부터 미심쩍은 부분이 계속 눈에 보였다.
테오가 만약 아슬란의 입장이었다면 충분히 반격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기회도 아주 미세한 타이밍으로 놓치고 있던 것이다.
‘단순무식하게 레벨링에만 치중해서 개인 기량이 떨어진다고 하면 앞서 두 경기에서 압도적인 실력 차로 이기지 못했겠지.’
갑자기 기량이 확 떨어질 일도 없을 테고 역시 배후에서 뭔가 있는 게 분명했다.
이후로 시합 제한 지간 막바지까지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고 결국에 제우스가 이기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승리를 쟁취하다니. 부끄럽지도 않나?”
테오는 관중들 앞에서 자신을 과시하는 제우스를 굳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확증만 없을 뿐, 배후에서 승부 조작이 들어간 게 확실하다.
단순히 우승 상품인 에픽 아이템만을 노리고 이런 일을 했을까.
‘아니 그렇지는 않겠지.’
무려 드래곤 레이드도 성공시킨 최강 길드의 수장이다.
하물며 소문대로 엄청난 재력가라면 굳이 우승 상품으로 얻지 않더라도 과금을 통해 에픽 아이템을 얻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닐 터였다.
그런데도 굳이 위험한 승부 조작까지 해 이 시합을 이긴 목적은 아마 명성 때문일 것이다.
‘이번 시합 결과로 사실상 랭킹 순위가 바뀔 테니깐.’
랭킹 1위라는 자리.
수백만 플레이어들의 정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 감투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이미 돈과 권력을 갖춘 자에게 있어 특히 그런 명예는 더욱 가치를 갖지 않겠는가.
‘내가 안 사실을 떠든다 해도 물증이 없는 이상, 아무도 믿지 않겠지.’
설마 결승전에도 이러한 승부 조작이 개입될까.
테오는 제우스의 얼굴을 노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더는 그의 낯짝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리발트가 우승까지 올라가 멋지게 그를 쓰러뜨리길 바랄 뿐이다.
‘에린도 관중석에서 시합을 지켜보고 있겠지?’
기왕이면 리발트의 다음 경기를 그녀와 같이 보고자 방을 나섰다.
이제 본선 진출자 신분이 아니어서 메시지 기능이 사용 가능했고 에린과 연락이 닿아 금방 만날 수 있었다.
“음, 참 아깝게 되었어요.”
“내 눈치 볼 것 없어. 후회 없이 싸웠고 결과에 이미 깨끗이 승복했으니깐.”
자신의 오빠인 리발트에게 패배한 테오의 기분을 배려하고자 하는 에린의 마음을 알고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한 것이다.
그제야 에린은 표정을 풀고 평소처럼 테오를 대했다.
“그럼 같이 오빠의 경기를 봐요.”
“그래.”
개인적으로 동생인 유니스 공주하고도 같이 관람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귀빈석에는 정해진 사람만 들어갈 수 있어 그것은 무리였다.
“앗! 지금 오빠가 들어오네요.”
불과 네 시간 전, 테오와 격렬한 공방을 펼치고 끝내 같이 죽음을 맞이했던 리발트지만 어쨌든 그가 승자임은 분명했다.
휴식으로 완전히 회복한 그가 시합장 중앙에 도착하고 곧 리발트의 상대가 될 남자가 반대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나머지 한 명은 저 남자였나.”
테오는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본선 진출 당시에 제우스와 같이 있었던 하데스가 바로 리발트의 상대였기 때문이다.
‘저 자 또한 제우스의 승부 조작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크다.’
서로 상관없을 것 같던 랭킹 1위 아슬란마저 모종의 이유로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
하물며 그 전부터 서로 알고 있던 사이로 보이는 저 하데스가 가담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한편, 에린은 하데스가 등장한 뒤부터 말이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에린은 저자의 시합을 봤겠군.’
테오는 내내 대기실에 있느라 다른 사람의 시합은 보지 못해 하데스의 실력에 대해 지금 아는 게 적었다.
그에 반해 에린은 줄곧 관중석에서 모든 시합을 지켜봤다.
“저자의 시합은 어땠어?”
“전부 일방적인 시합이었어요. 그리고… 저 사람의 싸우는 방법은 너무 무자비했어요.”
말하는데 에린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대체 이전의 시합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에린이 이런 반응인 것일까.
‘대체 어떤 싸움을 했던 것이지?’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8강에서 ‘신검의 주인’이라는 영웅 직업을 가진 진아를 쉽게 쓰러뜨렸다는 사실이었다.
지금부터 리발트와의 시합을 통해 하데스란 자의 싸움을 알 수 있겠지.
테오는 진지하게 시합장 중앙을 보며 시합 시작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