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on the protagonist's flower path RAW novel - Chapter (104)
9. 새학기를 맞이하는 방법 (11)
민재윤에게 트라우마를 만든 그 자식… 최보림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타입이다.
사람을 완전히 수단으로만 보는 애라 원작 소설을 볼 때도 썩 좋아하지 않는 캐릭터였다. 뭐, 내가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아무튼 소설에서 나온 대략적인 사연은 이렇다.
최보림은 정부 지원 각성자 출신이다. 불리한 위치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휘두를 수 있을 만한 각성자 사회 출신 학생을 찾다가 자존감 낮은 민재윤을 발견한 것이다.
그녀는 곧장 민재윤에게 달라붙었고 민재윤의 의존감과 죄책감을 이용해 거리낌 없이 휘둘러댔다.
그러나 최보림은 이후 제가 꿀을 빨 만한 다른 각성자 사회 출신 학생을 찾자마자 민재윤을 버렸다.
그런 행위가 민재윤의 불안정한 정신을 자극한 것은 당연했고.
이후 최보림은 제가 추종하는 아이를 위해 그 라이벌에게 뒷수작을 걸었다가 발각되었다.
최보림은 다 민재윤이 시킨 일이라며 거짓으로 덮어씌웠다.
‘재윤이가 시켜서…! 저주 아이템을 주면서 안 하면 죽여버릴 거랬어요!’
‘보림아…?’
‘무, 무서워! 말 걸지 마!’
안 그래도 힘들어하던 차에 누명까지 쓰게 된 민재윤은 암 속성 마력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잃게 되었고, 큰 문제를 일으켜 집중 감시 감찰반에 오게 되었다… 대충 이런 이야기다.
이후 최보림은 제가 달라붙은 그룹의 힘으로 B반에 올라왔고, 이제 가장 눈에 띄는 A반 그룹인 나유한 파티에 소속되기를 노릴 예정이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선 차근차근 대화해보자. 피해를 줄여야 하잖아.”
지금이면 최보림도 B반에 있으려나. 나는 그녀가 이 건에 엮여있지 않길 바라며 B반으로 들어섰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즈음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실 안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떠들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은 갑작스레 등장한 낯선 학생들, 우리들의 모습에 시선을 우리들에게 집중했다.
“뭐지?”
“쟤들 이번에 게이트 클리어한 걔들 아냐?”
“이그드라실 님 수제자라며? 부럽다.”
우리는 머쓱하게 선 채 강유를 봤다.
교실 안을 쭉 둘러본 강유가 곧 누군가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쪽을 보고 눈을 과하게 빛내고 있는 한 소녀였다.
그녀에게 쪼르르 달려간 강유가 방긋방긋 웃으며 말을 붙였다.
“안녕, 누나! 혹시 나 기억해? 예전에 내가 누나한테 행운의 편지 줬었잖아! 산책로에서.”
“물론이지! 무슨 일이야?!”
환하게 웃으며 강유의 말을 받던 그녀는 우리 쪽을 향해 인사했다.
“안녕, 최보림이라고 해!”
“…예?”
“최보림이라고 해..?”
“아, 응. 그렇구나.”
이런 XX….
이렇게 빨리 당사자가 등장하다니.
어쩐지 우리를 뚫어져라 보더라.
지금 상황에서 햇살캐라는 컨셉을 깨는 건 하수다. 난 일단 환하게 웃으며 그녀와 악수를 나눴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최보림이라고 했지? 그게….”
나유한이 행운의 편지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그녀는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나유한을 열렬히 쳐다보고 있었다.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그녀를 보며 나는 불길함을 느꼈다.
아무래도 최보림의 성격상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 우리 파티에 들어오려 할 것 같은데….
설명이 마무리되고 협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거린 최보림이 말했다.
“좋아.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
“별거 아냐! 그냥 좀 친하게 지내자는 거지! 소문의 1학년 최강자들이잖아…! 멋진걸! 꼭 친해지고 싶어!”
그녀가 수줍게 웃으며 제 손가락을 비비꼬았다.
설렌다는 듯 우리를 보며 웃는 모습은 정말 그저 우리를 동경하는 것처럼 보였다.
최보림은 순진무구하게 웃으며 붙임성있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느새 일행들은 그녀의 말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말을 나누고 있었다.
“역시! 마이스터 무기라니 대단해! 각성자 가문이라 그런가? 나도 각성자 가문에서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뭐… 정부 지원 각성자가 불리한 점이 많긴 하죠….”
“아냐. 그런 뜻은 아니구, 각성자 가문에서 태어났으면 너희와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을 거잖아! 아, 나현이 사례를 보면 그것도 아닌가? 정부 지원 각성자라도… 친구로 괜찮아? 이런 나라도 괜찮을까?”
“네가 어디 출신인지 그런 건 상관없어."
특히 나유리와 신바란에게 찰싹 달라붙어 수다를 떠는 모습은 정말 순식간에 둘과 단짝이라도 된 것처럼 보였다.
“둘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아. 그러니까-”
“응. 그러니까 나현이랑 친구가 된 거라 생각해! 멋지다!”
묘하게 내 말은 자르면서 두 명문가 자제를 한껏 띄워주는 모습은, 정말 뭐라고 해야 할까…
다 아는 내 눈에는 정말 능숙한 간신배처럼 보였다.
여태까지 해왔던 대로 행동하는 거겠지. 이제까진 잘 먹혔을 거다.
명문가 각성자 앞에서, 기존에 데리고 있던 정부 지원 각성자를 후려치는 동시에 제가 더 사근사근하게 굴면서 어필하는 거니까. 편하게 부릴 추종자를 원하는 녀석들에
게는 효과가 있었겠지.
하지만 나유리와 신바란은 다르다. 그녀들은 나의 진짜 친구다. 시녀처럼 부려먹기 위해 나와 친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 둘 또한 눈치가 없지 않으니 지금 최보림이 하는 짓이 뭔가 불편하다 정도는 느끼고 있을 터다.
“냐하핫~ 귀찮은 타입이네!”
최수정도 대충 상황을 눈치챘는지, 내 곁으로 다가와 다정하게 팔짱을 꼈다.
그녀의 보드라운 꼬리가 내 팔을 스르륵 감쌌다.
최수정이 속삭였다.
“저런 타입은 적이 많아서 싫은데~ 재윤이도 좋아하지 않는 것 같고!”
“…….”
“재윤아, 괜찮아?”
“아, 서, 선배. 괜찮아요…”
나는 민재윤을 힐끔 바라봤다.
그녀의 순한 얼굴은 어느새 창백해져 있었다.
이하나가 손수건을 꺼내어 식은땀을 흘리는 민재윤의 이마를 닦아 주었다.
최보림은 그런 민재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나유리와 신바란에게만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이 촌극을 보고 있자니 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귀찮아졌다. 진짜로.
그 와중에 강유도 뭔가 눈치를 챘는지, 박시우와 나유한을 커버하며 그 둘이 최보림과 대화를 하지 않도록 가리고 있었다.
우리 애 똑똑해.
그러나 최보림은 정말 강했다.
눈치 빠른 그녀가 보기에도 우리가 자리를 뜨고 싶어 하는 것이 보일 텐데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이 나유한에게 말을 걸었다.
어떻게든 이 파티에 합류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유한아! 나 너희 수련에도 참여해도 돼?!”
“그건 이그드라실 님의 허락이 필요할 것 같은데.”
“에이. 너희 일도 도와주는데! 이 정도는 같이 해주라, 응? 나 오늘 같은 동아리 선배한테 행운의 편지를 넘겨줬거든. 허락해주면 그 선배 소개해줄게!”
“…연락은 해볼게.”
물론 이드그라실은 이럴 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드그라실
음? 직접 이 이그드라실의 수업을 듣고자 하다니! 열정적이군!
새 제자는 언제든 환영이다!
이런 타입이니까…!
돌겠네.
나는 흥겨운 점심시간의 끝을 알리는 멜로디를 들으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런 나를 강유가 걱정스러운 듯 보고 있었다.
“누나, 머리 아파?”
“아냐. 괜찮아.”
갈 길이 멀었다.
* * *
그 후 방과 후 전까지 우리는 행운의 편지를 가졌거나 가진 1학년들을 전부 파악했다.
다행히 편지는 대부분 1학년 내부에서만 돈 듯했다.
“그래도 1학년 중심으로 돌아서 다행이라 해야 할지….”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행운의 편지와 연관된 아이들 리스트를 디바이스로 정리하는 나유한에게, 최보림이 활짝 웃으며 커피를 건넸다. 나는 그 광경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내가 사온 음료수들을 본인이 대신 들겠다며 쏠랑 가져가더니 본인이 사온 것마냥 나눠주고 있는 거다.
“미안. 나 캔커피 못 마셔.”
“…그래? 그럼 주스 마실래?”
“아, 마침 목말랐는데. 고마워.”
이것 봐라. 나는 그냥 하하 웃었다.
하여간 섞이려고 무진 애쓰네….
와중에 찔리긴 하는지 민재윤에겐 직접 말을 걸지 않고, 나에게 음료수를 두 개 건네주었다.
“하나는 재윤이한테 줘!”
“그래!”
나는 어두운 안색의 민재윤한테 밀크티 맛 음료수를 건넸다. 그녀가 좋아하는 맛이었다.
오늘 최보림이 함께하는 내내 어두운 안색이던 그녀는 활달해진 최근과는 다르게 이전처럼 움츠러들어 있었다.
“….”
“괜찮아?”
“응, 미안해… 조금 싫은 상황이 되었지만… 꾹 참을게. 다른 친구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뭐가 싫은지 말해줘. 네가 싫다면 우리는 얼마든 불편을 감수할 거야.”
나는 그리 말하며 민재윤을 토닥였지만 민재윤은 캔이 찌그러져 음료가 터져나올 정도로 쥘지언정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민재윤은 최보림에게 매달리다시피 했지만 결국 버려졌다.
버려진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았겠지.
지금 이러는 것도 우리가 최보림을 더 좋아해서 자신을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일 거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그런 짓을 하지 않을 텐데. 이 마음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안타까울 뿐이었다.
말없이 축축해진 민재윤의 손을 닦아주고 있는 사이 행운의 편지를 받은 나머지 2학년생에 대한 정보가 들어온 모양이었다.
한 명은 물론 시온이었고, 한 명은…
“같은 동아리 선배한테 줬었거든! 연구한다고 하셨으니 아직도 가지고 있으실 거야!”
최보림에게 편지를 넘겨받은 사람이었다.
우리는 방과 후 수련을 진행하기 전, 이그드라실에게 양해를 구하고 최보림이 이끄는 대로 문제의 동아리실로 향했다.
‘아이템 연구부’라고 적힌 그곳은 제법 큰 곳으로 보였다.
역시 최보림. 힘없는 작은 동아리를 택할 리가 없다.
그녀가 당당히 문을 열자 여러 사람들이 오가며 연구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너무나 익숙한 주황빛 여우 귀와 여우 꼬리가 보였다.
“…여우?”
뒷모습을 보고 그리 중얼거리자마자, 최보림이 그에게로 뛰어갔다.
“선배!”
“무슨 일입니까? 연구 중에 함부로 터치하지 말라지 않았습니까, 짜증 나게.”
최보림이 그의 어깨에 손을 대자마자 그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답하며 뒤돌았다.
안경 너머로 에메랄드를 닮은 눈동자가 나와 마주쳤다.
그의 눈이 크게 뜨여지더니 이내 나를 보고 휘었다.
“…아니. 이번만큼은 용서하겠습니다.”
여우였다.
내게로 성큼성큼 다가온 그가 웃었다.
"안녕, 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