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on the protagonist's flower path RAW novel - Chapter (21)
2. 인맥을 관리하는 방법 (11)
* * *
오전 수업은 실기 위주의 수업이였다.
첫 수업은 수련장을 이용해서 각자 가상의 몬스터 한 마리씩을 혼자 힘으로 처리해 보는 것이었다.
이번 수업 시간에는 힐러와 서포터도 전투에 참여하게 된다고 했다. 그 둘도 기초적인 전투력은 꼭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또, 이전의 무기 적성 파악 시간과는 달리 F반끼리만 진행하게 되었다.
초보자를 배려하여 몬스터의 특징과 스펙을 상세하게 적은 종이가 배포되었다.
“자, 그럼! 먼저 우리 쌍성들이 시범을 보여 볼까?”
“선생님, 저는 지휘관인데요. 싸우는 건 잘……”
“지휘관도 여차할 때는 싸울 줄 알아야 하지. 서포터의 싸움법을 보여 주렴!”
“아니…….”
사기꾼은 어이를 상실한 듯 잠시 할 말을 잃었으나, 곧 입을 다물고 무기 상점에서 구입한 듯한 장비를 꼈다.
그리고 순식간에 장비 스킬을 써서 몬스터의 코어를 부쉈다.
장비빨이 허용되는 시간이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몇 번이고 죽음 판정을 받았을 게 틀림없다.
담임은 자랑스럽다는 듯 박수를 짝짝 쳤지만 F반 아이들은 말없이 이게 뭐냐는 듯한 시선을 보내왔다.
“어쩔 수 없잖아. 내 속성은 지휘관이니까!”
얼굴이 잔뜩 붉어진 사기꾼이 애써 변명했으나 아이들의 뜨뜻미지근한 시선은 영 변하질 않았다.
“다음, 강나현!”
“네!”
나는 아카데미에서 배부한 보급형 총을 고쳐 잡았다. 다들 실력을 보여 주기를 기대할 때는 이편이 더 낫겠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숨을 들이쉬고 슬라임과 대치한다. 슬라임은 통통 제자리 뛰기를 하더니 재빠르게 이쪽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예상 범위 안의 행동이었다.
탕-!
슬라임이 가장 높은 고도에 올라갔을 때, 내가 발사한 총탄이 슬라임의 핵에 도달했다.
단 한 발에 슬라임의 액체 속 코어는 부스러졌다.
짝짝짝!
“역시!”
선생은 방금 전보다 더 만족스럽게 박수를 쳤다. 아카데미 보급형 무기를 사용한 데에 더 점수를 높이 쳐준 것 같다.
아이들의 눈빛도 다시 초롱초롱해졌다. 부담스러웠다. 난 저런 눈빛에 약하다고. 살려 줘.
우리 둘의 시범이 끝난 후, 다른 아이들도 차례대로 한 사람씩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하지만 처음이라 그런가 실수를 연발하는 아이들이 많았고, 죽음 판정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이 직접 피드백을 주며 계속 다시 시도시켰다.
아무래도 시험 통과 형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듯,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데 성공한 사람들은 남은 시간을 자유롭게 쓰게 해 주었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서 우리 둘만 덩그러니 같이 앉아 있게 되었다.
사기꾼은 지금이 기회다 싶었는지 내게 말을 걸었다.
“아까 말한 정산 말인데,”
“아, 응!”
“몬스터 부산물이랑 던전에서 얻은 보물 이것저것을 다 처리해서 돈이 꽤 많이 나왔어. 총 30억.”
“응. 그런데 그건 유한이 거 아냐?”
그런 계약이잖아? 난 아무것도 모르는 척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사기꾼이 적어도 제 품 안에 넣은 동료에게만은 쪼잔하게 굴지 않는다는 건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쿵쿵 뛰는 가슴을 진정하려 노력했다.
“그건 부산물들을 내가 처리한다는 뜻이고. 정산은 제대로 해야지.”
어깨를 으쓱한 사기꾼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각자 10억씩 나누려고 하는데. 계좌 좀 알려 줄 수 있어?”
10억. 10억이라.
나는 절로 입이 벙그러지려는 것을 꾹 참았다.
10억이면, 고아원 막내인 강나의 계속 부러워만 하던 모든 것을 해 줄 수 있다.
10억이면, 계속 병을 앓고 있던 강유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다.
10억이면,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강윤이에게 피아노도 사 줄 수 있고, 학원도 보내 줄 수 있다.
10억이면, 그림이 좋다며 재생지로 된 노트에 짧은 몽당 색연필로 예쁜 그림을 그리던 강율이에게 많은 것들을 사 줄 수 있다.
10억이면, 힘든 환경에서도 높은 성적을 자랑하며 국제고에 가고 싶어 하던, 그러나 일찍 철이 들어서 그런 말을 입에 올리지도 못하던 강훈이에게, 얼마든지 네 꿈을 위해 준비하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선생님이 더 이상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후원금을 얻으려 굽실거릴 필요도 없어.
나는 덜덜 떨리려 하는 몸을 억제하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응. 고마워, 유한아.”
나는 사기꾼이 실제로 입금하는 순간까지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그때 사기꾼이 디바이스 화면을 터치하며 물었다.
“혹시 큰돈이 생기면 어디에 쓸지 생각해 본 적 있어?”
그리고 힐끔 나를 보더니, 운을 뗀다.
“내 생각에는 네가 쓸 무기를 사거나-”
그럴 순 없다. 우리 고아원에는 더 이상 시간이 없어.
“기부.”
나는 단호하게 사기꾼의 말을 끊었다.
“기부를 할 거야.”
“……기부?”
내 말에 사기꾼이 못 들을 걸 들었다는 듯 약간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우리 주인공님께서는 내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 모양이다.
“그것도 좋지만 지금은 지금은 자기 계발에 힘쓸 때 아니야?”
그래. 아마 이 녀석은 이 돈으로 내가 나 스스로를 강화하길 바라겠지. 그래서 그렇게 운을 뗀 거고.
내가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는 식으로 애매하게 말하면서 이 자리를 넘긴다 해도, 이 녀석이라면 돈을 어디다 썼냐고 언젠가 또 물어볼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에서 정면 돌파하는 게 낫다.
“내가 신세를 많이 진 곳이거든. 그래서 큰돈을 벌면 맨 처음에 그곳에 기부하기로 했어.”
내 표정은 어떻지? 괜찮나? 문제없나?
덤덤히 있으려고 하는데 자꾸만 마음이 일렁였다.
아, 역시 고아원 선생님과 아이들이야말로 내 가장 큰 약점이구나. 그 사실을 너무나 뼈저리게 느껴 버린다.
내 말에 사기꾼은 침묵했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여기서 거절당하면 어쩌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았다.
그래도, 이것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아.
나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물풍선처럼 계속 참고 눌러 온 욕망과 감정이 출렁대는 걸 느꼈다.
억겁처럼 느껴지는 찰나가 지나고, 사기꾼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래. 네 돈을 쓰는 건 네 자유니까.”
이걸로 됐다.
순간 안도감이 나를 감쌌다.
나는 누르고, 누르고, 눌렀던 감정이 끝내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어쩌지. 애써 웃고 있었는데. 이러면 울면서 웃는 흉한 꼴이 되어 버리잖아.
“왜, 왜 울어?”
당황한 사기꾼이 쩔쩔매는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껏 연기해 왔던 것처럼 밝디밝은 햇살캐를 보여 주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유한아,”
큰돈. 큰 기회.
내가 의도적으로 접근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 녀석이 선뜻 나에게 돈과 기회를 나눠 주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고마워.”
그래서 이번만큼은, 진심으로 나유한에게 감사했다.
나를 내내 괴롭히던 가장 큰 고민이 해결됐다는 기꺼움 때문인지 눈물샘이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도무지 울음을 멈추지 않는 나로 인해 당혹한 듯 사기꾼은 내 옆에 주저앉아 쩔쩔매며 어쩔 줄 몰랐다.
“뭐야? 쌍성들 싸웠냐?”
“얘들아! 나유한이 강나현 울렸다!”
이런, 지금 우리 둘의 모습이 자유 시간을 얻은 아이들에게 좀 거시기하게 보인 모양이었다.
“유한아, 네가 이런 놈일 줄은 몰랐어!”
“난 아무것도 안 했어!”
“원래 변태들은 다들 그렇게 말하지!”
F반 친구들이 사기꾼을 놀리자 그가 얼굴을 붉히면서 화를 냈다.
쾌활한 웃음과 서로를 놀리는 만담 같은 대화들을 듣다 보니, 어느새 눈물이 멎고 나 또한 조심스레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제법 유쾌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다음 쉬는 시간.
사기꾼은 눈물 자국이 남은 내 얼굴을 목도한 나유리에게 다시 한번 두드려 맞았다.
어, 이건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