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on the protagonist's flower path RAW novel - Chapter (59)
5 이상 사태에 대처하는 방법 (8)
Q. 거짓말을 잘하십니까?
A. …….
“……응.”
부인하기에는 지금까지 저질러 온 짓이 너무 많았다. 지극히 객관적인 평이어서 더 타격이 컸다.
“그래서. 응…… 나현이를 안 믿는 건 아닌데…… 음…… 거짓말을 잘 하는 걸 아니까…… 응……. 조금 진심이 아닐지도 모른다? 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래서…….”
“그래. 대충 알아들었어. 알았어.”
신뢰감이 부족했다 이거구먼. 업보가 뼈를 때린다.
사물과 사람을 냉정하게 볼 줄 아는구나, 재윤아. 어디 가서 사기는 안 당할 것 같아서 이 언니는 안심이다.
“응. 그래서…… 좀 흔들렸는데…….”
“그래, 흔들렸구나…….”
그래도 흔들릴 정도는 됐구나. 고마워……. 우리의 우정에 눈물이 나는구나…….
“바란이는 거짓말을 못 해.”
“그렇지.”
“말할 때 거짓말하면 엄청 티 나.”
“그렇지.”
“부끄러워하는 것도, 숨기는 것도 다 티 나.”
“그렇지…….”
미안하다 바란아. 그렇지만 그런 점이 바란이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난데없이 신바란의 진솔함(?)에 대해 토로하는 민재윤에게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자기 언니랑, 나유리? 라는 친구도 엄청 좋아해.”
“응.”
“좋아하는 것도 엄청 티 나니까 알 수 있어.”
“그렇구나.”
“그래서 바란이한테 둘에 대한 마음이 어떤 건지 자세히 물어봤어.”
왜 그런 스스로를 지옥불에 던지는 짓을?
나는 그제야 내가 방에 왔을 때 왜 민재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신바란의 나유리 찬양 속에서 죽어 가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둘 다 먼저 말을 걸 사교성이 있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민재윤이 먼저 말을 걸었구나. 그리고 나는 호기심에 눈먼 민재윤을 동정했다. 불쌍하다.
“그리고 둘 중 하나만 구할 수 있으면 누구를 구할 수 있는지 물어봤어.”
안 불쌍하다.
내 동정심은 순식간에 날아갔다. 하필이면 신바란한테 그런 민감한 질문을 하다니. 어린이들은 너무 순수해서 상처를 준다더니 이 녀석이 딱 그 짝이었다.
“그랬더니 바란이가 한참 혼란스러워하더니 울었어.”
심지어 울렸구나.
“그래서 둘 다 강하니까 자력으로 탈출할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해 줬어.”
그래, 다행이네……. 아니, 이게 아니라.
“근데 그게 왜?”
“응. 그래서 바란이는 정말 그 둘을 똑같이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아하.
“그런 사람도, 그런 사랑도 있구나 해서…….”
민재윤은 잠시 침묵하더니, 아까보다 조금 더 작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있지. 그럼 나도…… 나도, 바란이처럼 여러 사람을 가져도 될까?”
망설이면서 아주 작은 불씨를 소중히 감싸 안는 것처럼.
“그러면서도 나현이 너의 포기할 수 없는 사람에 끼어들 수 있을까?”
“…….”
“바란이의 포기할 수 없는 사람에 끼어들 수 있을까? 여러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받아서, 그래서…….”
그렇게 민재윤은 처음으로 두 사람만의 세계가 아닌 여러 사람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무어라 답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내가 잠시 침묵하던 순간, 약간은 퉁명스러운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그건 재윤이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어둠 속에서도 아름다운 새싹 같은 녹안이 내 침대 위를 향하고 있었다. 민재윤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나 참, 사람이 잠들어 있는 동안 이러쿵저러쿵 떠들다니…….”
신바란은 투덜대더니, 머리맡에 있던 헤어 롤을 던져 불을 켰다. 눈부신 빛이 어둠을 갈랐다.
신바란은 어느새 자세를 고쳐 잡고 팔짱을 끼고 있었다.
“원래 친해지고 싶다, 그런 말은 본인에게 해야 하는 거야.”
새침한 표정으로 그 말을 내뱉은 그녀는 눈을 새초롬하게 뜨며 대답을 강요했다.
“알았어?”
“아, 응!”
민재윤은 목소리만으로도 바짝 굳은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 신바란은 엣헴! 하고 가슴을 쭉 내밀었다.
“원래는 직접 다시 말하라 하겠지만, 나는 자비로우니까 봐줄게.”
“고, 고마워?”
민재윤이 어찌나 당황하는지 [민재윤은(는) 혼란에 빠졌다!]라고 쓴 상태창이 머리 위에 뜬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아마 본인이 뭔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지 않을까?
나는 그냥 닥치고 있었다. 괜히 끼어들었다가 꼬일 것 같아서. 존재감 죽이기. 존재감 죽이기. 지금은 둘만의 시간이다.
으쓱대던 신바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괜히 크게 소리쳤다.
“대, 대신! 조건이 있어!”
“뭐, 뭐, 뭐, 뭔데?”
민재윤은 숫제 울상이었다. 하지만 신바란은 민재윤의 감정 상태를 신경 쓸 여력이 안 되는지, 살짝 붉어진 얼굴로 소리쳤다.
“같이 파자마 파티 해!”
“……응?”
……응?
신바란은 이젠 새빨개진 얼굴로 소리쳤다.
“대답해!”
“네!”
민재윤이 냉큼 대답하자 신바란은 환해진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일단 모이자! 나현이도 이리 와!”
그러곤 인벤토리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쏟아 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언제 챙긴 거야? 대단하다!”
“으흠,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는 게 바로 헌터의 덕목 아니겠어?”
……설마, 처음부터 숙소에서 파자마 파티를 하고 싶어서 챙겨 온 건가?
그런데 차마 말을 못 꺼냈고?
혹시 몰라 두근두근하면서 잠 못 들고 있다가 우리가 얘기하는 소릴 듣고 이때다 싶어서 끼어든 거니?
“대단해……!”
칭찬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신바란의 어깨를 바라보며, 나는 입 밖으로 내면 큰일 날 질문들을 조용히 저편에 묻었다. 세상에는 모르는 편이 좋은 것들도 있는 거다.
“그래도 수면 시간은 챙겨야 하니까. 짧게 하고 끝내자!”
“권장 수면 시간이 6시간이니까…… 2시간 정도구나…….”
“잠은 충분히 자야 하니까 말이야. 마지막 날은 자유니까, 그때 다시 한번 하자!”
“……! 그럴까!”
엄청 신난 와중에도 수면 시간을 지키려 하는 태도가 용했다. 나는 허허 웃으며 과자 봉투를 뜯었다.
그래 뭐…… 하루 정도는.
나는 과자를 우물거리다가, 잔뜩 신이 난 둘을 보고 멍하니 생각했다.
……어쩌면 안전한 일탈은 이게 처음일지도 모르겠네. 내일부터 바빠질 테니, 오늘만은 충분히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나현이는 뭔가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거야?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
“맞아.”
나는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이대로라면 나중에 내 연기에 위화감을 느끼겠다 싶어서 차라리 신바란에게 진실을 말하고 협력을 구하기로 했다.
“내가 좀 순진한 사람인 척 연기를 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느꼈을 거야.”
“그래? 그럼 나현이는 왜 그동안 순진한 사람인 척 연기를 했던 거야?”
“내가 유한이를 좋아…… 좋아…… 젠장 못 해 먹겠네.”
“나현아?”
“사정상 나유한이랑 계속 함께해야 해서, 좀 친해지려고. 그런 게 있어.”
밤의 마력은 털어놓기 힘든 것도 쉽게 털어놓게 만들었다.
결국 나는 내 본 성격을 드러내며 신바란에게 내 본 성격을 숨기는 것을 도와 달라 말했다.
신바란은 의외로 좋아했다.
“셋만의 비밀이구나!”
“응!”
“뭐, 그렇지…….”
다들 비밀을 좋아하네.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마무리되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괜히 젤리나 우물우물 씹었다.
아무튼, 태어나 처음으로 친구들과 하는 파자마 파티는 제법 나쁘지 않았다.
* * *
다음 날 아침.
“너네 어째 좀 시들시들하다?”
“글쎄요…….”
이제 걸릴 것 없다는 듯 내게 말을 툭 던진 최가람은 피식 웃더니 우리에게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밤에 떠는 수다는 즐겁던?”
그러자 신바란과 민재윤이 바짝 굳었다. 이 쉬운 녀석들…….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입을 비죽 내밀었다.
“……비밀로 해 주세요.”
“오냐. 이번엔 봐주마.”
찡긋 윙크해 보인 최가람은 손을 휘적휘적 흔들며 멀어졌다.
“나현아, 드, 드, 들키는 건……?”
“괜찮아. 말하는 건 지킬걸. ……아마도.”
“너도 확신 못 하잖아……!”
나는 긴장해 말을 더듬는 민재윤과 영 불안함을 숨기지 못하는 신바란을 진정시켰다.
우리가 뭉쳐 속닥이는 걸 저편에서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저쪽에서 남자 무리와 함께 있던 박시우가 우리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어어, 그런 게 있어.
“확인 완료! 문제없습니다!”
이것저것 확인하는 모습을 견학하고 나서, 박시우와 우리는 다시 한 무리가 됐다.
본격적인 견학의 시작이었다.
물론 어젯밤 이야기는 박시우에게도 비밀로 하기로 했다.
“나현아!”
“응! 왜 그래, 바란아?”
“……아, 아니야!”
내가 상냥하게 웃을 때마다 굳는 걸 보면, 걱정이 좀, 아니 좀 많이 되긴 하는데…….
……이미 늦은 거 어쩔 수 없지. 열심히 커버하는 수밖에.
그보다 급한 일은 따로 있다.
‘이틀 후부터 위험 지대 안에 이상 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할 겁니다.’
나는 오라클이 한 말을 떠올렸다.
‘사태의 시작은 조금 강해진 몬스터의 등장부터겠죠.’
짜증 나는 녀석이지만, 그 말만큼은 믿을 만하다.
난 인벤토리에 들어 있는 무기, 도깨비불 그리고 게이트 클로즈 아이템을 살펴보았다.
오라클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