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on the protagonist's flower path RAW novel - Chapter (96)
8.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마주하는 방법 (1)
나는 방학이 되기 전 이그드라실에게 상담했던 때의 일을 떠올렸다.
“흠, ‘과각성증에게 엘릭서를 사용할 경우’ 말이냐?”
이그드라실은 내 질문에 별일 아니라는 듯 답했다.
“과각성증은 선천적 각성자의 능력이 매우 뛰어나나 이를 담을 그릇, 즉 육체가 감당을 못해 폭주하는 것이지. 엘릭서는 모든 질병을 고치고 몸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뛰어난 약이고. 그러니 엘릭서가 있다면 과각성증쯤이야 쉽게 치료할 수 있을 거다.”
“그렇군요.”
“뭐, 그것도… 엘릭서가 있어야 말이지만 말이다. 알다시피, 7년 전 용인 게이트 참사 때 마지막 엘릭서까지 모두 사용된 데다가 엘릭서를 만들 재료도 없으니, 엘릭서를 구할 방도도 없는 상태다.”
나는 그 말을 하며 나를 올려다보는 이그드라실을 보며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계획을 세우고 입을 떼었다.
이그드라실을 이용하는 꼴이 되는 것 같아 조금 저어되었지만, 내겐 그래도 내 가족이 가장 중요하니까.
“구할 수 있다면요?”
“뭐?”
“실제로 엘릭서를 구해서 과각성자에게 사용할 수 있으면요? 그렇다면 그 때 이그드라실님은 엘릭서를 보러 와주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내 말에 이그드라실은 살짝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무언가를 알아챈 듯 씨익 웃었다.
“…너, 뭔가 생각이 있는 모양이구나?”
“네. 저는 엘릭서를 구할 수 있고, 구할 생각이에요.”
내가 엘릭서를 어떻게 구할지는 이그드라실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토너먼트 직후 아이들이 날 어떻게 구출할지 논의하면서 내 힘에 대해 말한 적이 있지. 그걸 엿듣고 있던 이그드라실도 내가 무언가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는 인지했을 테니까.
내 단호한 말에 큭큭 웃은 이그드라실이 폴짝 뛰어 책상 위로 올라섰다. 그녀의 강인한 눈동자가 흥미를 가득 담은 채 나를 향했다.
“어떻게 구할 셈이지?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선생으로서 네가 위험한 짓을 하면 막을 의무가 있다.”
“위험한 일은 하지 않아요. 그저 제 스스로의 능력을 사용할 뿐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기꺼이 보러 가마. 그 엘릭서가 진짜인지 확인해줄 자를 동반하고서.”
“감사합니다.”
구하면 연락하겠습니다.
그런 내 말에, 이그드라실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냐!
확언을 받아놨으니 걱정은 없다. 필요한 건 단지….
“누나, 선생님!”
“아, 나현이 왔구나! 잘 돌아왔어! 미안, 화단을 정리하느라 바빠서 마중을 못 갔네.”
“괜찮아요. 그보다 드릴 말씀이 있는데, 잠시 시간 내주실 수 있으신가요? 강유야, 너도.”
“물론이지!”
“응!”
선생님과 강유의 허락뿐이다.
선생님이 자기 방으로 가서 이야기하자고 하기에 나는 두 사람과 함께 그곳으로 향했다.
주로 접대실로 사용되는 이곳은 용도에 알맞게 마치 평범한 학교의 교장실처럼 낮은 테이블과 소파로 꾸며져 있었다. 오래되어 푹 꺼진 소파에 둘을 앉힌 나는 거두절미하고 용건을 바로 꺼냈다.
“강유의 능력을 없애지 않고 과각성증을 해결할 방법을 찾았어요.”
“…뭐? 정말이니?”
“네.”
강유의 얼굴와 선생님의 얼굴이 놀람과 동시에 환해졌다.
“하지만, 과각성증을 고치면 강유는 그냥 각성자로 취급되잖아요?”
“그렇겠지?”
“그러면 무조건 가디언 아카데미로 입학해야 하고, 헌터나 관련 연구원이 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올겨울에 수술을 받으면 다르죠. 능력을 버리고 일반인이 돼요. 헌터가 될 순 없지만 뭐든 자유롭게 할 수 있어요.”
“으음… 그렇긴 해.”
“그래서 저는 선생님에게 허락을 받고, 강유에게 미래를 고를 기회를 주고 싶어요.”
내 말에 선생님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미래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강유에게 선택권을 넘기고 싶구나.”
“…그렇다는데. 강유야,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내 말에 우리의 대화를 얌전히 듣고 있던 강유가 푸른 눈을 말없이 내게로 향했다. 그리고 이내, 웃었다.
“누나. 내 대답은 정해져 있다는 거 알잖아.”
강유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마치 내가 가진 그의 또 다른 미래를 달라는 것처럼.
“나는 헌터가 될 거야. 헌터가 돼서 모두를 지키고, 누나의 옆에 설 거야.”
그것이 그의 대답이었으므로, 나는 미소지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그드라실에게 연락하는 일만이 남아 있었다.
논의를 마치고, 나는 두 사람을 옆에 앉힌 채 엘릭서를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디바이스를 통해 이그드라실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이그드라실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바쁜 일이라도 있는지, 그녀의 뒤로 연구원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부산스레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음! 강나현인가? 오랜만이구나!
“안녕하세요, 이그드라실 님. 오랜만이에요.”
-그래. 방학 중에 연락이라니, 무슨 일이냐!
“엘릭서를 구했어요. 그래서 과각성증을 앓고 있는 동생에게 먹일 건데, 약속대로 보러 와주세요.”
나는 화면을 향해 엘릭서가 든 병을 흔들었다. 여러 덩쿨이 얽힌 것처럼 화려한 무늬가 새겨져 있는 병이었다.
세이비어 공략대 시절에는 탑에서 엘릭서가 많이 나왔다고 하니, 병만 봐도 이게 대충 뭔지는 알아보겠지.
역시 예상대로 화면을 본 이그드라실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침음을 흘렸다.
-으음… 좋다! 제자가 사기를 당했는지 업적을 세웠는지 확인해주마!
“사기는 안 당했어요.”
메타 시스템은 사기 안 친다. 나는 메타 시스템산 엘릭서를 들고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런 나를 보고 피식 웃은 이그드라실이 금세 가겠다며 호언장담했다.
그리하여 약속은 바로 며칠 뒤로 잡혔다. 바쁜 중에도 나를 위해 시간을 내주는 것이 고마웠다.
* * *
엘릭서에 대한 논의 뒤, 며칠이 빠르게 지나갔다.
강유와 나는 예정된 시간 즈음하여 약속장소인 고아원 근처 대로변에서 이그드라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우리가 고아원 근처에 서 있으면 본인 차로 우리를 픽업해가겠다고 했다.
무슨 차인지는 보면 알 거라는 말만을 남겼다.
을 통해 그녀의 차가 어떤 꼬라지인지 알고 있는 나는 그냥 알겠다 하고 넘겼다. 그건 확실히 누가 봐도 아, 저게 이그드라실 차구나 하고 알아볼 정도였으니까.
“누나, 어쩌지? 나 너무 긴장돼!”
“걱정 마. 잘 될 거야.”
강유는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차로를 두리번두리번 살피며 조금이라도 독특한 차가 보이면 저거 아니냐며 질문을 던졌다.
나는 그럴 때마다 아니라고 정정해주며 약간 시무룩해하는 강유를 토닥였다.
대로변에 있는 시계를 올려다보자, 마침 약속시간인 2시 정각이었다.
슬슬 도착하겠네.
그리 생각하자마자 저쪽에서 엄청나게 화려한 차가 모두의 시선을 끌며 등장했다.
새하얀 스포츠카였는데, 문제는 온갖 몬스터 스티커가 몸체 전체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몬스터를 실제보다 훨씬 귀엽게 그려 놓아서 마치 몬스터 오타쿠처럼 보였다.
운전석에는 썬글라스를 쓴 이그드라실이 그 긴 은발을 흩날리며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우와!”
심각한 꼴의 차에 탄 이그드라실을 보고 대번에 낯이 환해진 강유가 폴짝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보이려 애쓰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역시 저 차는 좀 많이 부끄럽다.
대로변 앞 큰 시계에 서 있던 우리 앞에 매그럽게 정차한 이그드라실이 조수석 쪽 창문을 내렸다. 그녀가 자신의 썬글라스를 손끝으로 살짝 들어올려 보였다.
“뭐하냐, 꼬맹이들! 어서 타라!”
“네!”
“네.”
신난 강유가 빠른 발걸음으로 차에 다가갔다. 나는 조수석에, 강유는 뒷좌석에 탔다.
차 안에는 몬스터 대신 온갖 무기들을 귀엽게 그린 그림들이 도배되어있었는데, 강유는 그것조차 신기한지 눈을 빛내며 구경하고 있었다.
그래, 네가 좋다면 됐다….
이그드라실은 차를 출발시키자마자 거친 락 음악을 틀며 풍선껌을 불기 시작했다.
“…힙하시네요.”
“그래? 고맙다.”
이그드라실이 브레이크를 밟으며 씩 웃었다.
거칠게 운전을 할 것 같은 외견상 분위기와는 반대로 그녀의 운전은 의외로 안정적이었다.
그녀가 핸들에 손을 얹은 채 말했다.
“내가 연구원 파견을 요청해놨다. 네가 가진 엘릭서가 진품인지 아닌지 그가 판별해 줄 게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뭐. 그 안에 든 게 진짜든 가짜든, 간만에 그 병을 봤으니 이 정도 수고쯤이야. 그리고 넌 내 학생이잖냐. 학생이 선생에게 도와달라 했으니, 선생은 마땅히 학생을 도와야지.”
“…….”
어쩐지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나는 이그드라실이 운전하느라 내내 앞을 보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그녀와 같이 나란히 전경을 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셋을 실은 차가 웬 크고 빛나는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 안으로 들어선 그녀의 안내를 따라 어느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방문을 열자, 그 안에는…
“후후, 후후후… 하피의 피에 슬라임의 점액을 더하면-”
뭔가, 좀.
“그냥 찐득한 하피의 피가 완성되지!!! 흐큭, 흐크큭…! 쓸모없어! 하지만 이 쓸모없음이 매력적이야…!”
대단히 이상한 사람이 있었다.
근데 어째서 익숙하게 느껴지는 거지.
나는 낯선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진한 박율아의 향기에 무심코 한 발짝 뒷걸음질쳤다.
방 안에 있던 연구원의 꼬라지를 보고 묘한 표정을 짓던 이그드라실이 중얼거렸다.
“…이상한 놈이 파견을 와버렸군. 이봐, 정신 차려라!”
몸을 웅크리고 혼자 중얼거리며 몬스터의 소재를 조합하고 있는 연구원의 뒤로 간 이그드라실이 그를 힘차게 걷어차 버렸다.
우당탕탕!
작은 발에 밀려 앞으로 넘어진 연구원이 신음성을 내며 일어섰다.
“으으… 뭡니까? 한창 바쁜데.”
그의 흰옷 위로 찐득한 하피의 피가 주욱 흘러내렸다.
…썩 보기 좋은 비주얼은 아니었다.
이그드라실이 일어선 연구원의 종아리를 가볍게 걷어차며 엄지로 문 쪽에 가만히 서 있던 우리를 가리켰다.
“일이다, 애송아. 엘릭서 진위 판별을 하려 온 거 아니더냐?”
“아? 아, 아. 맞다! 어서 오십쇼! 환영합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자신이 할 일을 떠올린 듯한 그가 자신의 옷에 묻은 찐득한 것을 툭툭 떼어내며 우리를 향해 양팔을 활짝 벌렸다.
그리고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