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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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아직 기억하지?
이들에게는 나중에 서로 진심을 나눌수 있는 대화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도 아니면 미션 진행 도중 예상치못한 사고로 인해서 목숨을 잃게 될수도 있었고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 성훈을 따라 도시에 잡입한 닌자인 핫토리 한조였다. 그의 은신술은 이미 경계를 넘어서서 왠만한 랭커들도 그의 존재를 알아내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아예 잠입이 불가능할정도로 경계병력을 빽빽하게 세워둔곳이거나 연합이나 대형길드의 본거지가 아닌 이상 어디라도 침입할수있었고 정보를 빼내오는것 따위는 식은죽먹기였다. 그리고 요 몇일간 도시를 정탐한 결과 그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한 말 대부분이 진짜라는 것을 확인할수 있었다. 정말로 프랑스와의 전쟁이 있었고, 상류층과 하류층 사이에서의 분쟁 또한 일어났었다. 도시 전체에는 상당히 심각할 정도의 위험한 공기가 멤돌고 있었고 이런 식으로 비밀 모임이나 집회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더 이상 있어봤자 시간 낭비밖에 되지 않을것 같군.’
인법(忍法)
그림자 타기.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구석진 창가의 그림자가 마치 살아있는것처럼 꿈틀거리더니 닫혀진 창문의 사이를 꿈틀거리며 빠져나왔다. 물론 건물 옥상은 비교적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곳이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다. 주변을 최대한 경계하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한조는 적당히 몸을 구겨넣을수 있는 장식물을 찾고는 그곳으로 몸을 비집어넣고 검은색 위장포를 덮었다.
지난번의 패배 이후로 한국에서 좀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특별히 한국말도 조금 배우기는 했지만 그래도 식당같은데 가지는 않았다. 미리 마련해온 차갑게 식은 주먹밥을 꾸역꾸역 넘기면서도 한조는 품안에서 꺼낸 수첩에 차근차근 오늘 알아낸 정보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잠입 3일째. 31번째 비밀 모임 참가.
-프랑스와의 전쟁에 대한 증거 및 증언 121번개 확보.
-일본에 대한 감정은 증오나 원망보다는 오히려 피해자로 보는 시각이 많음.
-기득권과 일반인들 사이에서의 갈등이 예상했던것보다 훨씬 더 격함. 확인한것만 8번이 넘는 시비와 싸움 확인.
‘이 정도면 거의 확실하다고 봐도 되겠군.’
그 홍길동이라는 녀석이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 녀석이 만약 자신을 속이려고 한다면 가공된 정보를 제공하려할것이다. 숙식에 불편함을 겪고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게 훨씬 더 효율적이다. 그리고 나온 결과는 거의 99.9%로 믿어도 된다는 사실이었다.
‘99.9%. 이 정도라면 더 조사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이 정도에서 만족할수는 없었다. 0.1%지만 그 확률에서 문제가 일어나면 자기가 모시고 있는 주군인 료스케의 목숨이 위험해진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일본의 입장에도 큰 피해를 끼치고 말것이다. 그리고 그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었다.
손에 묻은 밥풀 하나까지도 남김없이 깔끔하게 꼭꼭 씹어먹은 한조는 복면과 복장을 제대로 고쳐입고 건물의 옥상을 타고 어느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향하는 장소는 바로 신시 내에서 최고로 위험한곳이라고 알려진 연합의 건물이다.
도시 곳곳에 있는 비어있는 건물은 일정한 금액을 내고 길드에서 소유하는것이 가능하다. 다만 그 경우에는 그 건물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부 건물주가 해결해야 한다는 장점이면서도 단점이 될수 있는 조항이 있다. 단순히 건물을 소유하는것에 그치지 않고 여러방향으로 개조, 심지어는 아예 싹 다 밀어버리고 재건축을 하는것도 가능했다.
도쿄 한가운데 있는 카미카제의 천황궁이 바로 그런 맥락이었다. 그러나 돈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인지는 몰라도 연합측은 원래 있는 건물을 구입해서 적당하게 내부만 바꿔놓았다.
‘역시나 경비원은 있군.’
현재 위치에서 겉으로 보이는것만 여섯명, 그리고 은신을 사용해서 곳곳에 숨어있는 사람은 세명이 더 있다. 자신이 보기에도 꽤나 수준급의 강함이 느껴지는 사람들. 그런 귀중한 인력들을 고작해야 경비에 쓰냐는 반문이 나올법도 했지만 오히려 경비야말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대형 길드, 랭커들일수록 값비싼 아이템이나 돈으로 값어치를 메길수없는 귀중한 정보를 숨기고 있다. 그것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대수로운것도 아니다.
소환술(召喚術)
간단하게 수인을 맺어서 구석진곳을 향해 손바닥을 내민 한조는 망설임없이 경비병들의 시야를 향해서 몸을 던졌다.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일이었지만 한조는 걸리지 않을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찍!
한조가 손을 뻗었던 자리에서 들려온 작은 소리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몰렸다. 전부 하나같이 오감뿐만 아니라 반응속도도 인간의 한계를 넘은 자들이다. 그만큼 반응이 빠를수밖에 없었던것이다. 쥐가 낸 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돌아갔고 그 짧은순간 한조는 그림자로 변해 창 안으로 들어갈수 있었다.
“뭐야? 쥐야?”
“뭔가 이상하지 않아? 쥐가 갑자기 나타날리가 없는데?”
“마력이 느껴지지는 않고 특별한 소환수같은것도 아니야. 정말로 평범한 쥐.”
“그래?”
밖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대화소리에 한조는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조용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전투능력이라고는 전혀없는 소형 동물을 소환하는 능력이지만 그 은밀성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나는 일본최고의 닌자니까.’
일본제일검인 료스케도 자신의 존재를 알고 미리 대처하지 않는다면 바로 뒤까지 다가갈수 있다. 물론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기에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힌 한조는 층 구석구석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없군.’
그래도 한국을 대표하는 곳의 건물인데 너무 허술한거 아닌가? 아니면 반대로 이들은 보안에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건가? 그럴수도 있었다. 한국인들의 전투력은 일본인보다 훨씬 더 강하니 이런 부분에서는 좀 더 미진한 부분이 있을수도 있었다.
철컹철컹.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자 한조는 숨까지 멈추고 문 옆에 달싹 달라붙었다.
“…그렇게 결정이 났다고?”
“그렇지 뭐. 안 그래도 지난번의 그 일이 있으니 위에서도 마음 독하게 먹을거라는 생각을 했어.”
“정확히 언제 시작할건데?”
“글쎄, 그거야 강무한님이나 유백우님만 알고 계시는거 아닐까?”
‘뭐지? 마음을 독하게 먹어? 시작해? 뭔가 중요한 정보 같은데?’
방은 단순한 회의실이나 침실, 창고, 실험실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그 중 꽤 값비싼 아이템과 길드가 쌓여있는 창고도 발견하기는 했지만 푼돈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그렇게 차근차근 건물을 수색하던 한조는 마침내 다른 방들과는 공기부터 다른 방을 찾을수 있었다.
문 양옆에 있는 핼버드를 들고 있는 기사의 갑옷.
한쪽벽을 메운 거대한 책장과 빼곡히 쌓여있는 책들.
그리고 고풍스러운 책상과 의자.
혹시나 싶어서 책장으로 다가가 책 한권을 뽑아본 한조는 자기도 모르게 낮은 신음성을 흘렸다.
-제 5차 정기 인구 조사.
‘이 책 하나의 값어치만 하더라도 레전드 아이템에 비견될 정도다!’
적대국가의 인구 숫자와 직업 분포도, 거기에 더해서 대략적인 실력까지 적혀져 있는 책! 게다가 옆에 있는 책이나 양피지 같은것들도 하나같이 귀중한 정보들을 담고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한조는 그 책을 다시 원래 있던 자리에 꽂아넣고 제일 안쪽에 있는 책상의 서랍을 열기 시작했다.
드르륵.
도둑이 들것을 예상하지 못했던걸까? 아니면 감히 이곳까지 올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것일까? 너무나도 쉽게 열리는 책상 서랍에 쌓여있는 서류더미를 뒤적이던 한조는 곧 자신이 노리던 그 중요한 정보를 발견해낼수 있었다.
-최고위층 비밀 회담.
-극비리에 호위없이 소수의 인원만 모여서 집회를 가질 예정.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친위대 및 주요 전투집단을 정기 훈련 및 협동심 육성이라는 계획하에 단체 미션 진행.
-회담이 치뤄지는 장소는….
‘이거다!’
끼이이익!
너무 긴장했던탓일까?
누군가가 문을 여는 소리를 듣고서야 간신히 제정신을 되찾은 한조였다. 이대로 기습을 가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자신의 역할은 암살이 아닌 정보 수집이었다. 이곳에 들어왔다는 흔적조차 남겨서는 안되는것이다.
저벅저벅.
조금씩 발자국소리가 이곳을 향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한조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럴때일수록 침착하게 움직여야한다. 느리지만 끊임없는 확실한 동작으로 다시 서류를 원래있던 자리로 되돌리고 조심스레 서랍을 밀어넣기 시작한다.
네 발자국. 세 발자국, 두 발자국, 한 발자국.
점점 발자국 소리가 근처로 다가올수록 한조의 눈가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서랍을 닫은 순간!
“뭐야? 뭔가 있었던것 같은데, 기분탓인가?”
한조가 있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그림자가 다른곳보다 살짝 짙어진것같기는 했지만 그런 사실에서 이상함을 느낄수 있는 사람은 예민한 수준을 넘어서 편집증을 가졌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림자속으로 녹아들어서 방안으로 들어온 사람의 정체를 확인한 한조는 왜 자신이 그가 다가오는것을 알아차릴수 없었는지 알수 있었다.
‘한국의 톱랭커 중 공식적인 랭킹 1위. 강무한!’
자신이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몇 안되는 한국인 중 하나. 들킬수도 있다는 극한의 긴장감속에서 한조는 모든 마력을 모아서 은신술을 펼치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동하기 시작했다.
소환술 따위는 꿈도 꿀수 없다. 수인을 맺기 위해 손을 내놓기라도 한다면 그 즉시 들킬게 틀림없었다. 탑랭커가 아니라 고위랭커만 되더라도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인내심을 가지고 굼벵이가 기어가는것마냥 느릿느릿 움직인 한조는 곧 방안을 벗어날수 있었다. 그리고 한조가 문밖으로 사라지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이후에야 강무한이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됐나?”
“갔습니다.”
방안에 있는 사람은 강무한 한명뿐인데 들려오는 목소리는 두명의 것이었다. 목소리의 근원지는 방의 천장이었다. 한조가 그림자로 변해서 움직이는 은신술을 보여줬다면 이번에 숨어있던 남자는 주변의 경관을 이용한 은신술을 보여주고 있었다. 근처의 사물과 벽이 그대로 인간으로 변하는것같은 착시현상과 함께 나타난것은 바로 최유재였다.
“아이템빨이 대단하기는 하군. 나도 어디에 숨어있는지 눈치채지 못할정도라니.”
“저야 전투에 특화된 도적이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이번에 거금을 들여서 마련한 카멜레온의 망토를 한번 쓰다듬은 최유재는 문 쪽을 한번 바라보면서 이마에 맺혀있는 땀을 닦아냈다.
“정말 엄청난 놈이었습니다.”
“그래? 확실히 나도 느끼지 못하기는 했는데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정도로 대단한 구석이 있었나보지?”
“예. 은신이라는 한 가지 분야만 놓고보자면 저는 방금전 이 방안에 있던 녀석과 비교도 안될겁니다.”
한조가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건 심리적인 맹점과 모든 능력을 몸을 숨기는데만 집중하고 카멜레온의 망토가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침입자가 들어올것을 예상하고 하루종일 이곳에서 매복해있지 않았더라면 나조차도 발견할수 없었을거다. 그러면 정말 눈뜨고 모든 정보를 털렸을지도.’
최유재가 굳은 표정을 짓고있는 것을 확인한 강무한은 쓴웃음을 지으며 탁자를 가볍게 두들겨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래? 아직까지도 드러나지 않은 랭커들중에서도 그런 고수가 있단 말이지?”
“유령도 그렇고 음지에 숨어있는 랭커들의 수준은 결코 얕볼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전력 강화와 인재 확보에 더 힘을 쏟아야겠군. 그래도 무사하게 미끼를 물어서 다행이야. 녀석은 어디까지 봤지?”
“정기 인구 조사표를 보고 바로 서랍을 뒤지더군요. 확실하게 비밀 집회가 있는 부분까지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