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87
0287 / 0473 ———————————————-
34.광기.
“고통에 지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 거기에 명백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공격을 버텨낸것. 이 쳬력의 관문에서 얻어가야할것을 너는 방금전에 확실히 보여줬다.”
“그렇다고 바로 이렇게 태도를 바꿉니까?”
“그만한 자격이 있는자에게는 그만한 대우를 해줘야지. 마지막에는 뭔가의 스킬을 발동시킨건가? 확실히 목숨을 끊어낼수 있는 공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아, 그, 그게.”
“사용했다고 해도 상관없네. 가지고 있는 스킬이나 아이템도 엄연히 자네의 능력이지.”
“…뭐, 자세한건 말씀드릴수 없지만 그런 스킬입니다.”
성훈의 대답에 기사는 만족했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렇군.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건 특별한 금지사항이 아니다. 오히려 여기 있는 모든 관문에서 공통적으로 추구하고 있는것이지. 내가 궁금했던건 단지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만을 알고 싶었던것뿐. 걱정하지 마라. 너는 합격이다.”
툭툭.
성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긴 기사는 뭔가 말하고 싶은게 있는듯 굳은 얼굴로 성훈을 향해 말을 걸었다.
“합격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네. 하지만….”
-라스트 원의 제한시간이 19일(456시간)이 남았습니다.
“죄송하지만 이만 가봐야 할것같군요.”
“벌써?”
“예.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생겼거든요. 안되겠습니까?”
“안될건 없지. 자네가 그렇다면야 바로 보내주겠네. 몸은 완벽하게 회복됐는가?”
“확실합니다. 오히려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아보이는군요.”
빈사상태의 사람을 이렇게 완벽하게 회복시키는건 김이현이라도 불가능하다. 새삼 NPC들의 사기적인 능력을 실감한 성훈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기사는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
“자네가 내 예상 이외로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한 가지 충고를 해주지. 행운의 관문은 가장 마지막에 들어가는것을 추천하네.”
“행운을 마지막에 하라고요?”
성훈의 이마가 찡그려졌다. 현재 성훈의 능력치 중에서 순수하게 1000이 넘어가는 능력치 중 하나가 바로 행운이다. 게다가 다른 능력치에 비해서 비교적 행운은 ‘위험’하지 않을것 같다는 느낌이 풍기는것이다. 그런데 기사는 정반대로 행운을 제일 마지막에 도전하라고 말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내가 해줄말은 여기까지. 바쁘다고 했으니 더 이상의 시간을 끌면 안되겠지. 이만 가보도록.”
짝!
박수를 치자마자 성훈은 마치 그 자리에는 처음부터 없었다는듯이 사라져버렸다. 적막한 숲속에 홀로남은 기사는 성훈이 사라진 자리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정말이지 방심할수 없는 남자로군.”
성훈이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을 사용했다는건 이미 알아차리고 있었다. 고통을 인내하는것과 아예 느끼지 못하는건 반응이 아예 다르다. 거기에 더해서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인내심이 거의 바닥을 기던 사람이 갑자기 한계를 뛰어넘는 인내심을 선보인다면 당연히 뭔가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게 당연하다.
아마 뭔가의 스킬, 또는 약을 이용해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들었을것이다. 물론 그런 방법을 썼더라도 통과만 한다면 상관은 없다. 대신 자신의 평가가 최악이 됐을테지만 말이다. 그래서 마지막 일곱번의 공격을 남겨놨을때는 죽여버릴 생각으로 살수를 펼쳤다. 하지만 결국 성훈은 끝까지 살아남았다.
‘다른건 모르지만 마지막의 마지막에 보인 그 눈빛, 그 눈빛은 지금까지의 흐리멍텅하고 비열한 눈빛과는 다르게 강력한 의지가 깃들어있는 눈이었다. 물론 이 관문에서 요구하는 기준치보다는 한참 낮기는 하지만….’
그리고 자신조차 예상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해서 마지막에 펼친 방어는 인정할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주어진것들을 사용해서 생존하는것도 결국은 체력의 관문에서 추구하는 것 중 하나. 그렇기에 기사는 성훈을 치료해주었고 마지막에는 무심코 충고까지 해준것이다.
근력, 민첩, 체력, 지혜, 마력.
이 5가지 관문은 행운의 관문에 비한다면 신사라고 할수 있었다. 가장 통과하기 힘든 마력의 관문, 가장 어려운 근력의 관문과는 다르게 행운의 관문은 죽음의 관문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렸다. 가장 처음에 도전하거나, 아니면 가장 마지막에 도전하거나.
“말해주시면…, 좀 더 자세히 알려주면 어디가 덧나기라도 하냐?”
자신이 저지른 꼼수가 모두 들켰음을 알지 못한 성훈은 괜히 궁시렁거리며 기사에 대한 불만을 토해냈다. 원래대로라면 이 다음에는 행운의 관문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기사가 마지막에 한 충고가 마음에 걸렸다.
차라리 처음처럼 적대적인 태도를 풀지 않았으면 신경도 쓰지 않고 생각한대로 밀어붙였을테지만 괜히 마지막에 친근한 모습을 보여줘서 고민할수밖에 없었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 정정당당하고 태도가 딱부러지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마지막으로 한 충고를 과연 무시해도 될까?
‘행운의 관문은 쉬운편에 속할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오히려 나중에 하는게 나을수도 있어. 미리 어려운걸 끝내고 쉬운걸 마지막으로 하면 편할거 아니야? 아, 하지만 또 그놈의 청개구리 본능이….’
이럴까저럴까 고민하던 성훈은 결국 품에서 1길드짜리 동전을 꺼내들었다.
“앞면이 나오면 행운의 관문에, 뒷면이 나오면 다른데 먼저 도전하는거다. 행운의 관문이니만큼 행운으로 도전할지 말지 결정하는것도 나쁘지는 않잖아?”
팅!
가볍게 튕긴 동전이 허공을 향해 떠올랐다가 성훈의 손에 잡혔다. 펴보지 않고도 느낌을 총해 알수 있었다.
“뒷면이로군.”
동전 던지기로 결정하고자 마음먹었도 정작 결과가 나오자 또 이것을 뒤집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자기가 생각해도 어처구니 없었지만 원래 사람이라면 하지 말라는건 더 하고 싶은 법이다. 그러나 성훈을 그런 마음을 억누르고 결국 행운의 관문에서 등을 돌렸다.
행운이라는 능력치가 단순히 아이템 및 길드 드랍률, 일부 스킬에 영향을 끼치는게 아닌것은 예전부터 은연중에 깨닫고 있었다. 그걸 가장 먼저 알게된것은 비무대회 당시 2연속으로 부전승의 티켓을 뽑았을때부터였다. 그 이후로도 몇몇 카드 게임이나 동전던지기같은 운을 이용한 게임에서는 성훈의 승률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압도적이라고 할수 있었다.
‘능력치가 실제로 그 능력을 올려주는것처럼 행운 역시 그 의미가 있는게 분명해. 도박이나 드랍률같이 시시한게 아닌 지금까지 내가 여기까지 올수 있었던 것들은 어쩌면 이 행운의 힘일지도 몰라. 여기서는 1000이라는 행운이 선택한 길을 따른다.’
지금까지 하는 일마다 왠지 모르게 잘 풀렸던 것은 어쩌면 이 행운덕분이 아닐까라고 생각한 성훈이었다. 어쨌든 덕분에 나머지 선택지는 3개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성훈은 망설이지 않고 마력의 관문을 선택해서 들어갔다.
“남은 기간은 19일인가. 젠장, 역시 타이밍이 아슬아슬하다고 생각했어. 뭐, 그래도 상관없나? 관문 하나당 3일로 잡으면 12일이면 끝낼수 있잖아?”
“…자신감이 넘치네.”
“당신이 마력의 관문의 시험관입니까?”
“…응. 내가 바로 마력의 관문의 시험관.”
사종원처럼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은 소년이 천장에 거꾸로 선채 성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종원과는 다르게 눈가에 짙은 다크서클이 끼어있었지만 말이다.
“…너, 이야기 들었어. 노인이 널 최악으로 평가했어. 마이너스 오십점.”
“그러니까 그건 엄연히 지혜라니까요.”
“…하지만 기사는 널 나름대로 괜찮은 녀석이라고 했어. 그러니 플러스 오십점.”
묘하게 로키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는 소년이었다.
물론 로키와 달리 방구석폐인 같은 모습에 뭔가 말을 떠듬떠듬 내뱉는것이 소극적으로 보이기는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기분이 나빠지는건 어쩔수 없었다. 그만큼 로키는 성훈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뭘 하는 겁니까?마력의 관문인데 마력의 총량이라도 측정하는겁니까? 천장위에 붙어서 내려보시지만 마시고 좀 내려와서 이야기 하시죠.”
“…싫어. 내려가면 너한테 오염될것같아.”
“위험한 물질처럼 말하지 말아주시죠. 뭐 그러겠다면야 어쩔수없죠.”
“…시험 방법은. 마력을 주로 이용한것이라면 뭐든 상관없어.”
딱!
소년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매직미사일 하나가 생겨나더니 성훈의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느릿느릿한 속도로 돌기 시작하던 매직미사일은 소년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기자 자연스럽게 2개로 분열되고 손가락이 튕길때마다 다시 2배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스킬이라는 시스템에 의존해서 마력을 다뤄. 확실히 스킬은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너무나 편리해. 그래서 문제가 있어.”
딱!
‘대체 어떻게 한거지? 한번에 256개가 넘는 매직미사일을 운용하고 있다니?’
“…마력이란건 의지의 힘이야. 의지를 더 강력하게, 세밀하게 조정할수록 마력을 조정하는것도 더 수월해져. 지금 너는 마력을 그저 내뿜거나 차단하는게 한계지?”
다시금 512개로 늘어난 매직미사일은 전부 제각각의 궤도를 그리면서 회전하거나 돌면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홀린듯이 바라보던 성훈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안돼. 그래서야 마력을 진정으로 이해했다고 볼수 없어. 네가 만약 여기서 마력을 완벽하게 다루는 방법을 터득해낸다면 굳이 스킬이라는 능력에 구애받지 않고도 마력을 이용해서 훨씬 더 많은 일을 해낼수 있을거야.”
“즉 스킬이 아닌 마력을 제 의지대로 사용하는게 가능하다는거군요?”
“…맞아. 스킬은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결국은 언젠가는 뛰어넘야할 대상에 불과해.”
모든 사람들은 마력을 사용할수 있다. 그것은 팔을 움직이거나 숨을 쉰다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그만큼 간단한 일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 마력을 자유롭게 다룰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스킬의 이름을 외치는것만으로도 마력이 자동적으로 움직여 최고의 효율을 가진 움직임과 공격, 마법등을 만들어주니 굳이 마력을 노력해서 다뤄야할 필요가 없었던것이다.
당장 마력을 발끝으로 뿜어내면 순간적으로 가속도를 얻는게 가능하다. 하지만 그럴바에야 차라리 상점에서 퀵스텝같은 스킬 하나만 익혀서 사용해서 훨씬 더 효율적인 마력의 운용이 가능하니 백이면 백 스킬을 사용하는것이다.
물론 아주 극히 예외인 사람도 존재한다.
‘미리내가 딱 저 소년이 말하는 경지에 올라가 있는것같군.’
미리내는 스킬을 그 누구보다 많이 익히고 있으면서 정작 스킬은 사용하지 않는다. 한번은 궁금해서 물어보니 그 때 들려온 미리내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제가 직접 마력을 사용하는게 더 효율적인데 왜 스킬을 사용합니까?”
검술, 보법, 심법, 공격용 스킬, 그 어떤것도 미리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한번 쓱 훑어보는것만으로도 그 스킬을 훨씬 더 발전시킨 마력의 운용법을 깨닫고 그것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한다. 그래서 미리내가 천재라고 불리는것이다. 그것도 평범한 천재들을 아득히 능가하는 천재중의 천재.
‘다른 말로 하면 최소한 미리내 흉내라도 내야 여기서 나갈수 있다는거 아니야? 나한테는 무리겠군.’
정석대로 간다면 지혜의 관문보다 훨씬 더 시간이 걸릴것만 같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안 그래도 빨리 통과해야했는데 다른 도시가 개방됐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된 지금 더 거리낄건 없었다.
여기서 배울게 아깝지 않냐고? 아깝지 않은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나 시간을 들여서 투자할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건 미리내같은 천재들이나 필요한것이다.
성훈은 자신의 분수를 잘 안다. 범인, 아니 악당은 악당만의 방법이 있다.
‘쉽게 올라갈수 있는 샛길이 있으면 활용을 해야지? 왜 꼭 그렇게 하나하나 쌓아올리지 않으면 안되는거야? 그게 꼭 정답이라는 법은 없잖아? 샛길은 길 아니야?’
알듯모를듯 야릇한 미소를 지은 성훈은 고개를 들어 소년을 바라봤다.
“마력의 관문이면 단순히 마력의 강함을 측정하는 시험도 가능하죠?”
“…안될건 없어. 하지만 추천하지는 않아. 다른것보다, 훨씬 더 어려우니까.”
“앞선 두 사람에게 들어서 알고 있을텐데요? 전 노인과 기사가 가장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던 지혜와 체력을 확인하는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
소년은 입을 다물었다. 무심코 놓치고 있는 사실이기는 했지만 성훈은 확실히 두 관문에서 가장 가능성이 없어보이는 시험에 도전해서 훌륭하게 합격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할수없는 결과. 성훈에게서 풍겨오는 묘한 자신감을 느낀 소년은 곧 수긍할수밖에 없었다.
“…좋아. 그래서 뭘 원하는데?”
“이건 어떻습니까? 마력으로 이루어진 방어막을 만드십시오.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마력을 이용한 공격으로 그것을 뚫어보겠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기다려.”
이제는 셀수조차도 없을정도로 늘어난 매직미사일들이 곳곳에 뭉치더니 이내 점에서 선으로 변해 일정한 문양을 그리고 곧 굳건한 막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층층이 쌓여가던 막은 총 다섯개의 막으로 변해 벽의 한쪽을 가로막았다.
“…이 다섯장의 방어막을 뚫고 벽에 흔적을 남긴다면 통과.”
“흠.”
가볍게 화탄을 일으켜 벽으로 쏘아보냈지만 막은 약간의 물결을 일으키는 것이외에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성훈의 지혜수치를 생각해보면 놀라운 방어력이라고 할수 있었다.
“…이건 복잡한 마력패턴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 패턴을 읽어낼수 있다면 쉽게 무너트릴수 있을거야.”
“그렇군요. 그럼 시덥잖은 질문이기는 합니다만 단순히 마력을 이용한 파괴력만으로 이걸 부수려면 대략 몇서클 정도의 마법이 필요할까요?”
“…마법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지만 최소한 7서클은 되야할꺼야. 그런데 그건 왜?”
“아뇨, 뭐 예상했던대로여서 말이죠. 덕분에 한개는 날로 먹는군요.”
스릉.
———————————————————-
해피 뉴 이어!
2016년 병신년의 한해가 밝았습니다! 솔직히 여기서 이런저런 덕담이나 축하의 말을 적고 싶지만 그런건 다른 소설에서 실컷 봤을것이라고 여기고 저는 그저 희망찬 한해가 되기만을 기원하는 바입니다.
(더불어 2016년에는 여자친구가 꼭 생기길….30억명이나 있잖아요? 예? 어딘가에는 제 짝이 있겠죠?! 예에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