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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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뿌린대로 거둔다.
“…….”
강무한은 웃을수도, 울수도 없는 애매모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건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 역시 전부 마찬가지였다. 간밤에 이어진 적들의 대규모 공습전을 막아내느라 아침이 밝을때까지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아마 강무한 혼자서만 간밤에 족히 수백명이 넘는 사람들을 쓰러트렸을것이다. 그 대신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그 결과 쳐들어온 적들의 삼분지 이 이상을 괴멸시키는 대승리를 거둘수 있었다.
물론 이 쪽의 피해도 꽤나 만만찮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런 대승이 가능했던 바탕에는 요 근래에 계속해서 벌어진 밤중의 습격으로 유백우가 사람들도 모르게 몰래 진형을 뒤바꿔버린데에 있었다. 앞선 습격에서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유백우는 진형 자체를 거대한 함정으로 바꿔버렸다.
‘부대 전체를 거대한 함정으로 만들어버리는겁니다. 미리 들어온 정보대로라면 적들은 오늘 저녁 분명히 마법사전단과 보급부대를 노리고 기습을 걸어올게 분명합니다.’
유백우의 계산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고 정말로 적들은 그가 예상했던대로 처들어왔다. 과연 이것을 전쟁이라고 불러야할지 의심될정도로 적들은 너무 멍청하게 움직였고 마법사와 궁수들은 지휘관들이 지정하는대로 무작정 마법만 쏘아보내고 전사들은 베고 찌르고 막아내는게 다였다. 그런데 대승을 거둔것이다.
그러나 그 승리의 기쁨도 잠시 눈 앞에서 보이는 이해할수 없는 모습 때문에 모두들 눈을 비빌수밖에 없었다.
“요~호. 오랜만이시군요 모두들. 강무한님과 유백우님은 못 보던 사이에 얼굴이 많이 수척해지신것 같습니다?”
“유령 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냐?”
“보면 모릅니까? 간밤에 적진을 괴멸시키고 이제 겨우 귀환한거죠. 돌아오는 와중에 패잔병들과 마주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제 기우였군요.”
“지금 그걸 이야기하는게 아니잖….”
목소리를 높이려던 강무한은 주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알아차리고 화를 억눌렀다. 엄밀히 따지면 이건 화를 낼 일이 아니기는 하다. 생각지도 못한 적의 본질을 괴멸시켜버렸다. 그 과정에서 본대의 피해는 일절 생기지 않았다.
배신해서 이미 전력 외로 취급되던 사람들을 이용해서 그만한 성과를 거뒀으니 일석이조라고 할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무한이 화를 낸것은 바로 유령이 자신에게는 그 어떠한 말도 없이 자기 독단으로 일을 처리했다는 점이었다.
“우리 둘이 서로 심도깊은 대화가 필요할것 같은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단 지금은 웃어야하지 않을까요?”
씨익.
한점의 띠끌도 없이 환하게 웃는 성훈과 반대로 한 눈에 봐도 억지로 웃는다는 느낌이 강한 강무한이 서로 어깨를 나란히하고 인파 사이를 가로지르며 팔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둘이 어떻든 승리라는 달콤한 과실을 맛본 사람들 역시 팔을 치켜들면서 환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중심부에서 퍼져나간 열기는 순식간에 사방을 뒤덮으면서 사람들을 휩쓸기 시작했다.
“강무한님, 시급하게 처리를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나중으로 미뤄.”
“그럴수 없는 일이라서….”
“내가 듣고 만약 미룰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면 넌 나한테 맞는데. 그래도 지금 말해야겠어?”
기분이 안 좋다는것을 확실히 어필하는 강무한이었지만 부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예.”
“한번 말해봐.”
“유령님이 데리고 오신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그에 대한 처우 문제가….”
‘…정말로 미룰수 없는 문제긴하군.’
승리의 기쁨에 취해있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몇몇 사람은 솔직하게 기뻐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본적이 없는 살기를 품고 있거나 도저히 아군을 향한다고는 믿지 못할 냉담한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한 쪽은 일방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애써 그들로부터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바로 유령을 따라 다시 되돌아온 사람들이었다. 일부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당장 무기를 빼들고 노골적으로 그들을 적대시하려는 자들도 있었고 주위 사람들은 일단 상황을 두고 보자는것인지 그런 사람들을 말리고 있었다. 이대로 놓아둔다면 사소한 계기만으로도 유혈사태가 일어날수 있다.
“일단 본대와 약간 거리를 둔채로 격리해서 다루도록. 고압적으로 다루지는 말되 낌새가 이상하면 무력사용도 망설이지 말아라.”
“알겠습니다.”
“자기들도 양심이 있으면 지금은 어떻게 대접하든 불만이 나올턱이 없지.”
사람들의 시선이 닿는곳에서 벗어나 마침내 지휘용 막사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강무한은 의자에 털썩 앉으면서 말했다.
“앉아.”
“다른 사람들이 엿들을수도 있을텐데요?”
“제가 있는 이상 걱정 없습니다.”
희미하게 빛나는 스태프를 들고 강무한의 뒤에 서있는 유백우를 본 성훈은 짧게 혀를 차고는 강무한의 앞에 앉았다.
“일단은 칭찬부터 해주지.”
“처음부터 화를 안내니 좀 어색한건 저뿐인가요? 강무한님이라면 절대로 큰소리 먼저 나올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적어도 공과 사는 구분할줄 아니까. 네가 벌인 일이 얼마나 대단한건지는 나라도 알수 있을정도로 말이야.”
성훈이 한 일은 단순히 적의 본진을 뒤엎었다. 이런 한 마디로 설명될수 있을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일단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몰라도 적에게로 넘어갔던 사람들을 다시 되돌리고 적들의 가장 큰 핵심이라고 할수 있는 약을 완벽하게 없애버렸다.
대사제뿐만 아니라 보급창고까지 날려버렸다는 말로 유추해본다면 아마 밖에 나와있는 이상은 그 약을 공급받을수 있는 방법이 없을것이다. 승패가 어느쪽에 기울었는지는 누구라도 쉽게 짐작할수 있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백번 고마워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네가 한 행동은 신시에 있는 사람들과 일본인들의 생명을 구한 엄청난 효과를 가지고 왔으니까. 유백우, 이미 이건 이긴걸로 봐도 무방하지?”
“그렇습니다. 저희측의 피해도 만만치 않기는 하지만 확실히 적은 저희보다 3배, 아니 4배이상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부활 페널티가 사라지는 시간, 이동하는 시간을 전부 따져보면 저희측의 승리는 틀림없다고 봐도 되겠죠. 불안하면 남은 시간동안 성을 포위하고 있는 어중이 떠중이들을 공격하면 될테고요.”
“이 이야기만 들었다면 사실 너를 당장 껴안고 환호성을 질러줘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그건 제 쪽에서 거절입니다만.”
“나도 싫어. 어디까지나 예를 든거니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거다. 왜 나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거지?”
현재 신시의 최고 지휘자는 바로 강무한이다. 연합의 세력은 양만보자면 과거보다 다소 줄어든 감이 있었지만 반대로 김이현과 구원 길드가 전면적으로 협력하고 일반인들의 지지, 그리고 성훈이 여론 조작을 통해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줘 그 권한이 가지는 힘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성훈은 그런 강무한의 권한을 대놓고 무시한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전혀 알리지않고, 최고 지휘관조차 모르는 비밀 작전이 있었다고? 그 작전의 성공여부는 둘째치고 심각하게 다뤄져야할 문제인것이다.
“아, 그거 말이군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뭐부터 들으시겠습니까?”
“둘의 차이는?”
“하나는 조금 화를 내실만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화를 많이 내실만한 이야깁니다.”
“결국 어느쪽을 선택하든 내가 화를 내는건 결정됐다는건가?”
유령과 관계된 일중 대부분에서 하도 기상천외한 사태를 많이 겪어본 강무한은 이제 이런 말을 들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지경까지 와버렸다. 아마 자기가 죽어서 화장을 한다면 사리가 엄청나게 나올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전 강무한님을 제 상관이라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니까요.”
“…좀 더 자세히 듣고싶은데.”
“김이현님은 공식적으로 분명히 해동청과 구원길드를 연합 밑으로 들어간다고 밝히고 스스로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더불어서 쓸데없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 강무한님의 권한이 자신보다 더 위에있다고 공표했죠. 그런데 저는 그런적이 없어서 말이죠. 후후후.”
우득!
또 부서져가는 탁자를 아련한 눈으로 바라보는 유백우의 시선을 애써 무시한 강무한은 자기가 방금전에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잠시 머리를 굴렸다.
“내 기억이 잘못된건가? 너는 분명 연합의 고문 직을 맡고 있는걸로 아는데?”
“고문이라는 말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시고 와야할것 같군요. 어떤 분야에 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자문에 응하여 의견을 제시하고 조언을 하는 직책이란게 바로 고문이라는겁니다.”
“고문도 엄연히 연합에 속해있는 직책이 아닌가?”
“참나. 그래서 언제 고문 역할에 대한 보상이나 정보, 월급을 한번이라도 준적이 있습니까?”
있을리가 없다.
극초기에는 명목상의 수당을 조금이라도 챙겨줬지만 중간에 김이현과 손을 잡고 한번 뒤통수를 친 이후로는 그 지원마저도 바로 끊겨버린것이다. 물론 그 이후에 다시 일본의 계략을 알려주면서 관계가 복원되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 성훈에 대한 보상 문제는 여러가지 사건 때문에 애매모호하게 넘어가버렸다.
그러나 성훈은 일부러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감추고 있었다. 대우가 왜 이러냐고 말하면 뭔가 주기는 할테지만 그래도 푼돈에 지나지 않는다. 그 푼돈을 포기하고 조용히 감춰두고 있으면 바로 지금같은 상황에서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수 있는 패가 되는것이다. 예상밖의 일격을 당한 강무한은 넋이 나간 얼굴로 성훈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고작해야 월급을 안줬다고 상하관계가 아니라고?”
“고작해야 월급이라뇨. 무려 월급입니다. 제가 연합에서 보수를 받지 않고 일하는건 저와 연합이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라고 생각했기에 그랬던겁니다. 반론이라도 있으십니까? 크큭.”
“크으으으으….”
능글맞은 저 얼굴에 주먹을 한 방 꽂아넣고 싶었다. 유백우가 나선다면 저 말도 안되는 괴변을 뒤집을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곁눈질로 바라본 유백우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건 궤변이야!”
“궤변이 아니라 사실입니다만. 저와 연합은 대등한 관계라고 생각했기에 저는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2차 각성에 대한 정보, 일본의 본진의 위치, 도시와의 대리전에도 나가 싸웠습니다. 이걸 보상으로 쳐준다면 아마 100억길드를 준다고 해도 턱없이 부족할것 같군요.”
“그럼 합당한 보상금을 주면 상하관계를 인정하겠다는 말이냐?”
“제가 미쳤습니까? 고작해야 돈 한두푼에 굴복할만큼 저는 싸구려 인간이 아닙니다. 어쨌든 이제 아시겠죠? 수평관계이기 때문에 저는 강무한님의 명령이나 지휘에 따를 의무가 없습니다. 그래서 독자적으로 행동한거죠.”
“웃기지 마라. 마검을 통해서 정보나 보상은 확실하게 얻어갔을텐데?”
미리내가 유령을 따른다는건 누구다 잘 아는 사실이다. 유령에게 직접 건네주지 않아도 어차피 마검 미리내를 통해 한 계단 걸쳐서 정보가 빠져나갈뿐이란걸 연합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제 부하인 미리내에게 주는 보상이 아니겠죠. 탑랭커인 마검 미리내의 활약에 따른 보상이 아닙니까?”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성훈의 행동은 딱 그 짝이었지만 그래도 그런 이유라도 있는것과 없는것은 그야말로 천지차이라고 할수있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뭐냐?”
“믿을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말은 확실히 화를 낼 말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화가 한계를 넘자 오히려 가슴이 평온해지는 기이한 경험을 한 강무한은 이제 어떤 말을 들어도 놀랍지 않다는 심정으로 허탈하게 되물었다.
“누구를?”
“작게는 일반인이나 중진, 넓게는 간부, 대형길드장부터 강무한님과 유백우님까지 전부 말이죠.”
“나도 못 믿었다고?”
“예. 나중에 도시로 돌아가보면 알겠지만 환락단에 중독된 사람들 중에는 중소형길드의 장이나 꽤 중요한 직위에 있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약에 중독되는건 강자나 약자나 다를게 없지 않습니까? 최악의 상황에는 두 분 마저도 약에 중독되어 적과 내통할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기에 그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고 제 개인적인 판단하에 움직인것 뿐입니다.”
굉장히 무례한 말이었지만 막상 또 그럴듯하게 들리는게 문제였다.
지금까지 유령이 한 일 전부 그랬다. 갑자기 귀중한 정보를 뜬금없이 던져주기도 하고, 적에 가담한것처럼 보이기도하고 도시를 대표해서 싸우기도 하고, 여러모로 석연찮은 점이 넘치도록 있었지만 그 점에 대해서 누구하게 속 시원하게 비난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모든게 잘 풀렸기 때문이다. 유령의 말대로 그가 이 도시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은 가히 값어치를 따질수 없을만큼 엄청난것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유령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꺼내는것을 꺼려했다.
‘이 녀석을 상대할때는 일단 다른건 제쳐두고 아가리 먼저 작살을 내놔야할것 같다.’
무심코 그렇게 생각한 강무한이었다. 항상 유령이 하는 행동, 어투 모든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막상 들어보면 얼추 아귀에 맞고 그럴듯해서 자신도 모르게 속아넘어가버리는것이다.
“…난 이만 나가보지.”
“얼라? 이걸로 끝입니까? 더 물어보실거는 없구요?”
“너랑 길게 이야기를 나눠봤자 나는 시간낭비를 할뿐이라는걸 깨달았으니까. 이럴 시간에 차라리 밖에 나가서 몸으로 뛰는게 더 효율적이겠지.”
“그럼 저도 밤새 싸우느라 좀 피곤한데 나가서 휴식을….”
“유령님. 죄송하지만 잠시 시간을 내주실수 있겠습니까?”
“음?”
성훈을 붙잡은것은 유백우였다. 강무한이면 모르지만 유백우를 상대로 말싸움을 하기에는 조금 자신이 없었다.
“하하,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내는건 어떻습니까? 제가 좀 피곤해서….”
“짧게 끝날겁니다. 특별히 비싼 차를 준비해드릴테니, 어떻습니까?”
‘보낼 생각이 없구만.’
유백우의 눈을 바라본 성훈은 넉살 좋게 기지개를 피면서 말했다.
“잠깐이라면 좋죠. 그런데 죄송하지만 저는 쓴맛에는 약해서 말이죠. 달달한게 있으면 그 쪽으로 부탁드립니다.”
“달달한것 말입니까?”
“예, 코코아라면 딱 좋을듯 합니다만.”
“죄송합니다만 코코아는 없군요. 잠시만 기다려 주실수있겠습니까?”
“얼마든지.”
절대로 이런 자리에서는 마시지 않을것같은 음료를 요구해서 시간을 버는데 성공한 성훈은 그 약간의 시간을 이용해 필사적으로 유백우가 할법한 질문들과 그에 따른 모범답안을 구성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