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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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치킨런.
‘아무런 의미없이 이런 건물을 세워놨을리가 없어. 아마 이안에서 어떤 조건을 만족시키거나 단서를 발견해야하는 방식일거야.’
그 결론에 도달한것은 성훈뿐만이 아니었다.
수색 계열의 스킬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전부 이곳저곳을 샅샅이 뒤져보고 있었으며 그림이나 조각들을 하나도 놓아두지 않고 철저하게 훑어보고 있었다. 성훈은 딱히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충분히 일이 처리될것같자 작당히 시간이나 때울겸 근처에 있는 조각상에 등을 기댔고 그대로 자연스럽게 몸이 옆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2m는 될법한 거대한 조각상이 힘을 담아서 밀친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살짝 등을 기댔을뿐인데 마치 깃털로 만들어지기라도 한것처럼 옆으로 쓰러지기 시작한것이다.
“흡?!”
몸이 절반이상 기울었음에도 순식간에 몸을 틀어서 균형을 되찾아 아슬아슬하게 넘어지지 않을수 있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초인이라도 딱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쨍그랑!
“뭐, 뭐야!”
“뭔가 부서졌는데? 누가 뭐 건드린거야?!”
“뭔가 일이 터졌나 싶으면 꼭 너로군.”
“실수입니다, 실수! 잠깐 몸만 기대려했는데 생각외로 조각상이 너무 가벼워…응?”
안면에 철판, 아니 가면을 깐채 변명을 하던 성훈이 말을 흐리자 사람들 역시 무심코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방금전까지만 하더라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갈라지고 무너진 벽 곳곳에서 각종 룬어와 문양들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것을 확인한 강무한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런 경우에 적합한 속담이 뭐가 있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질 놈이라고 하던가?”
“대충 무슨 의도로 한말인지는 알겠지만 지금같은 상황에 쓰는 말은 아닌것 같은데요.”
“알게 뭐야 의미만 통하면 됐지. 우연히 쓰러트린 조각상이 단서? 이쯤되면 헛웃음이 나올지경이다.”
“유령님은 참 운이 좋으신것 같군요.”
“크흠.”
강무한과 유백우는 그냥 생각나는대로 한 말일테지만 내심 찔리는 구석이 있는 성훈은 애써 시선을 피하며 장단을 맞춰줬다. 적어도 성훈에게 있어서 행운이라는것은 자신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수 있는 종류의 힘이었던 탓이다.
직접적으로 강함에 영향을 주지 않는 행운을 1500대에 가깝에 올린것은 성훈이 유일했고 다른 사람들은 이정도의 행운스탯이 가지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짐작조차 할수 없었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행운의 범주는 길 가다가 동전을 줍거나 몬스터에게서 득템하는 정도가 다일것이다. 하지만 수십, 수백가지의 길이 있는 미로에서 단번에 옳은 길을 찾아내거나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일을 벌여도 진행하다보면 어떻게든 우격다짐으로 풀리는게 1500이라는 행운이 가지는 힘이었다.
“그래서 이건 뭐야?”
“모종의 몬스터를 강력하게 속박하거나 봉인하는 마법진인것같습니다. 이 신전안에 있는 조각상들이 봉인의 매개체 역할을 하다 방금전 하나가 부서진탓에 그 힘이 약해진것 같군요.”
“매개체라, 그럼 그것들을 전부 부숴버리면 그 몬스터도 나온다 이거지?”
“몬스터를 해방시키는게 목적이라면 그렇긴합니다.”
“좋아, 그러면 상위 랭커와 정예들만 남고 일반 화랑대원들은 전부 밖으로 나가서 대기하고 있도록.”
“설마 봉인을 푸실겁니까?”
상당히 막나가는게 강무한의 스타일이기는 했지만 설마하니 이렇게 갑작스럽게 몬스터를 상대하겠다고 나설줄은 몰랐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는것도 그렇잖아?”
“기본적으로 S급 미션에 아직 뭐 하나 제대로 알려진게 없는 상황입니다. 적어도 백인대에 예비대대를 포함한 더 강력한 전력을 준비한후에….”
“전 강무한님의 의견에 찬성입니다.”
“유령님까지?”
“S급 미션이 위험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합니다만 너무 과하게 조심하는것 같군요. 마왕 토벌 당시에도 미션의 클리어 자체는 문제가 있었지만 적어도 진행 자체는 3차 각성자 몇명과 2차 각성자들로도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때같이 히드라같은 몬스터라도 나온다면 문제겠지만 아직 이 지역 깊숙히 들어간것도 아닌 상황에서 그 정도의 몬스터가 나온다고 생각할수는 없군요.”
“그래도 혹시모를 피해를 생각한다면 그냥 도전하는것은 무모합니다.”
논리정연한 성훈의 의견에 대해 유백우는 인명을 중시해야한다는 지극히 정석적인 답변을 들려줬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강무한 역시 유백우가 아닌 성훈의 손을 들어줬다.
“강행한다. 남을 사람은 남고 나갈 사람은 나가.”
“강무한님!”
“정신차려라 유백우. 지금 우리는 게임을 하는게 아니야.”
“게임을 하는게 아니니까 이러는거 아닙니까! 한명의 피해라도 없어야….”
“반대야.”
“…예?”
“게임을 하는게 아니니까 모험을 감수할수밖에 없는거다.”
이해할수 없다는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백우를 바라보면서 쓴웃음을 지은 강무한은 그대로 창을 휘둘러 근처에 있던 조각상들을 산산이 부수기 시작했다. 똑같은 사실을 가지고도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 강무한과 유백우를 바라보면서 성훈은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선택으로 둘의 성향 차이를 한눈에 알아볼수 있었다.
‘피해를 감수하는것과 피해를 줄이는것, 예전이라면 서로 정반대의 선택을 했을텐데 말이야.’
“안 부수고 뭐해?”
“예예, 지금 부숩니다.”
신전 곳곳에 존재하는 조각상들을 부수기 시작하자 마법진이 뿜어내는 빛과 문양이 점점 더 강력하고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조각상의 목을 처올린 순간 신전안에 있던 모두는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출수밖에 없었다.
[‘미쳐버린 천병(天兵)’이 출현합니다!]메세지 때문에 멈춘것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듯이 대전 중앙에 웅크리고 있는 남자의 존재감 떄문에 굳어버린것이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약속이라도 한것처럼 전부 입을 다물고 움직임을 멈춘채 남자를, 아니 천병이라는 몬스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쿵!
목을 쳐날렸던 조각상이 뒤늦게 균형을 잃고 무너진순간 천병의 고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시선이 향하는곳이 검을 든채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자신이라는것을 안순간 성훈은 생각할틈도 없이 몸을 움직였다.
[기화가 발동합니다] [혼검이 발동합니다]콰아아아앙!
“큭?!”
반응이 늦었다지만 기화까지 사용하고도 정말로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받아냈다. 자칫하면 정수리부터 시작해 몸이 두동강 날뻔했다는것을 알아차린 성훈은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검을 움켜잡았다.
‘선빵을 날렸다 이거지?’
“…….”
군데군데 이가 빠져있는 낡은 검을 들고 있던 천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한발자국 뒤로 물러난후 급소를 향해서 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할수 있는것은 고작 한걸음을 내딛을수 있는 것. 그러나 성훈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자진걸음, 탭댄스, 급가속, 천마군림보 등 다양한 스킬이 발동하며 성훈의 몸은 더욱 가볍게 천군의 몸은 더욱 무겁게 압박하기 시작했고 낡아빠진 검은 헛되이 허공을 가를뿐이었다.
“받았으면 그대로 돌려주는게 답례겠지?”
섬전과도 같은 찌르기가 가슴팍을 노리고 들어갔지만 느껴지는것은 손이 얼얼해지는 반탄력뿐, 혼검까지 발동했음에도 맨몸을 꿰뚫지 못했다는것은 확실히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지금은 혼자가 아닌 파티플레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
“스톤 암즈!”
“플레임 밤!”
“마그마 스피어!”
갑작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엄선된 정에중의 정예였고 그 어떤 돌발상황에도 충분히 대응할수 있을정도의 경을 샇아왔다. 땅에서 솟아난 거대한 손바닥이 내리꽂히고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화염계열 마법들이 일점사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런것…따위!”
하나하나가 강력한 위력을 가진 마법들이었지만 천군에게 있어서는 마치 지렁이가 기어오는것만큼이나 느린 속도를 가지고 있다는게 문제였다. 너무나도 쉽게 암석의 손이 닿지 않는 범위 바깥으로 벗어난 천군은 그대로 검을 움켜쥐며 근처에 있던 마법사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아니, 달려들려했다.
“이봐,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하지?”
“비켜.라!”
끼기기기기긱!
“빼지말고 같이 좀 놀자니까!”
무지막지한 압력에 천군은 무심코 검을 놓쳐버릴뻔했다. 인간이 아니라 고대 종족 중 하나인 자이언트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아낸것만 같았다.
“…흡!”
거칠게 반원을 그리며 휘둘러진 검은 그대로 강무한을 뒤로 튕겨보낼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천군에게는 불행하게도 이미 안에 위치한 사람들은 철저하게 전투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세명씩 붙어! 탱커가 아닌 이상 혼자서 움직이지마!”
“맞추려고 하지 말고 벽을 치는 느낌으로 쏟아부으란 말이야!”
“뭐든지 던져! 던지라고!”
“마력 아끼지 말고 회복을 퍼부어줘!”
아주 잠깐 상대해봤지만 천군이 어느정도로 강력한지는 충분히 알수 있었다. 과거 S급 미션 당시의 정예원이 있다하더라도 쉽게 이길수 없을정도의 상대. 그러나 과거와 현재의 사람들은 큰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똑같이 3차 각성자 일부에 2차 각성자들이 대부분으로 이루어져있지만 과거처럼 전혀 모르는 NPC의 몸과 스킬을 사용하는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사용하고 2년간 훈련과 실전을 오가며 쌓아온 스킬들로 전투에 임한다. 전체적인 수준이나 아이템 역시 더 올라간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눈감고도 호흡을 맞출수 있을정도로 경험을 쌓아온것이다.
“엄청난데!”
“이제야 그런 소리를 하는거냐?!”
같이 싸워보거나 훈련을 한일이 전혀 없음에도 화랑대가 자신의 움직임에 맞춰서 시기적절하게 대응하는것을 알아차린 성훈은 혀를 내두를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단체의 유기적인 움직임과 협력 플레이는 그 누구도 따라올수 없는 경지에 올라와있었다.
무명 길드원들도 강력하기는 하지만 음지에서 육성하느라 단체가 아닌 개인의 강함을 육성하는데만 치중할수밖에 없었는데 그 차이점을 지금 이 순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게됐다.
“버.러지.들이!”
“그 버러지들에게 농락당하고 있는건 어디의 누구일라나?”
“키킥, 말도 제대로 못하는게 버러지라고 하는거보니까 웃기지 않냐?”
“이.놈!”
인간형 몬스터는 굉장히 까다로운 적이기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손쉬운 먹잇감이기도 하다. 특히 지금처럼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도발에 쉽사리 넘어가는 머리를 가진 녀석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능력치는 엘더 데스나이트급 이상입니다만 딱히 검술이 뛰어난건 아니군요.
‘거기다가 굉장히 단순무식하기도 하지! 특별히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도발에 잘 넘어오니까 어그로 관리하는것도 쉽고! 모두들 평소 하던대로만 해!’
강무한의 다중전음이 울려퍼지자 사람들은 한층 더 굳게 무기를 움켜쥐고 차근차근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약자가 강자를 사냥하는데 필요한것은 다름 아닌 끈기다. 깅력한 맹수가 지치고 상처입을때까지 기다리다가 생기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아채야하는것이다.
빈정거리는 도발 한 마디에 넘어가서 거의 다 잡아가던 적을 놓아주고 화망을 구성하며 날아오는 마법들에 의해서 움직임을 유도당하는 모습은 이제는 못내 안쓰러워 보일지경이었다. 그러나 괜히 S급 미션이 아니라는것을 증명하듯 상처입은 천군의 주위에서 쏘아진 기운이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막았…컥?!”
“처, 천장이 무너집니다!”
“큭, 괜찮아! 오히려 밖에 있는 사람들이 합류하면 더 쉽게 잡을수 있어!”
신전 일부분이 무너지고 피해가 나왔지만 전의가 꺾이기는 커녕 한층 더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숨겨놨던 기술을 꺼낸다는건 그만큼 위급한 상황에 몰렸다는 뜻이다.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된다고 생각한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순간 단 한명, 성훈만큼은 얼음물을 뒤집어쓴것처럼 몸을 떨수밖에 없었다.
우우우웅!
천군의 등뒤에서 생겨나는 회색빛의 빛무리!
사람들은 그저 공격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듯 방어 스킬을 활성화시키며 뒤로 물러났지만 성훈만큼은 그 스킬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할수있었다.
‘광익! 이대로 가다가는 도망친다!’
나름대로 무난하게 상대할수는 있었지만 만약 이 녀석이 하늘을 날수있게 된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과거 프랑스와의 접전 당시에도 최유재는 하늘을 날수있는 아이템 하나 떄문에 심각하게 고전할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저 녀석이 계속해서 싸워주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이대로 도망갔다가 게릴라전이라도 벌인다면?
“안돼!”
파앗!
날개가 생성됨과 동시에 무시무시한 속도로 신전 바깥으로 도망치려는 천군을 따라잡은것은 바로 성훈이었다. 회색빛 날개와 은백색의 날개가 서로 뒤엉키며 허공을 수놓기 시작했고 흔들리는 시야 너머로 벙찐 표정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떨어져…라!”
“누구 마음대로? 떨어질건….”
익숙지도 않은 공중전으로 가면 불리한건 다름아닌 자신이었다. 조금 더 높이 떠오르기전에 이대로 거리가 벌려지기전에 승부를 마무리할 필요가 있었고 성훈에게는 아주 적절한 스킬이 하나 있었다.
음양기(陰陽氣).
화륵!
이제는 실전에서도 무리없이 사용할수 있을만큼 익숙해진 음양기였다. 보랏빛 기운이 몸을 감싸기 시작하자 곧 끊임없이 솓구치는 힘을 느낄수 있었다. 심플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부여해주는 비장의 한수! 그리고 음양기를 몸에 두른 성훈이 선택한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꽈아아아악!
공중에서 검술을 자유자재로 펼칠수있는 사람이래봐야 미리내정도일것이다. 땅을 밟지 못한다는것만으로도 검술이 상당부분 제약받는 성훈이 할수 있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다름아닌 포박이었다. 뒤에서 양팔로 단단하게 몸을 속박한채 날개를 움직여 전속력으로 지면을 향해 가속하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성훈이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지 알아차린 천군은 어떻게든 속박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힘을 줬지만 빠져나오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크으으윽?!”
“앙탈…부리지 말라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가까워지는 지면. 그리고 정말로 아슬아슬하다고 여겨지는 순간 성훈은 그대로 팔을 풀어버리며 최대한 옆으로 방향을 틀었다.
콰아아아아앙!
“큭, 컥, 크헉?!”
광익의 선회능력에 힙입어 거의 직각에 가까운 방향전환을 선보였지만 그래도 속도가 속도였고 지면에서 너무 가까웠던만큼 마치 축구공이 굴러가는것처럼 처참한 몰골로 지면을 나뒹굴고 말았다. 그러나 몸 곳곳이 쑤셔오는 상황에서도 성훈은 웃었다.
“…고생한 값어치는 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