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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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치킨런.
“…생각보다 가까운곳에 있었군요.”
“너무 샅샅이 수색한게 오히려 역효과였죠.”
“그렇군요. 어쨌든 지금이라도 찾아서 다행입니다.”
한창 수색작업을 벌이고 열심히 경계망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성훈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이걸로 가장 먼저 신지역을 발견한 모스크바의 붉은 폭풍에 이어서 두 번째로 신지역을 발견해낸것이다. 사실 이곳을 발견한건 순순한 연합의 힘만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지만 모스크바와 새롭게 발견된 지역의 거리, 위치등을 감안하면 나머지 도시들 역시 그 정보를 바탕으로 신지역의 위치역 특정해낼수있다. 그러나 연합에서 수색하고 있는곳은 그 지역과는 영 동떨어진곳이었고 이대로 가다가는 괜히 시간낭비만 할것같아 성훈이 슬쩍 뒤에서 손을 쓴것이다.
‘물론 얼마있지 않아서 금방 알려질 정보고 머리 좀 돌아가는 놈이라면 내가 했던것처럼 위치를 특정해내는것도 가능하겠지만….’
그 얼마안되는 시간이야말로 천금, 아니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새롭게 포섭한 로스앤젤레스의 콜린스의 발언권을 키워줄수도 있고 토론토에게 상당한 이익을 얻어내는것도 가능하다. 조금 더 대담하게 나간다면 아예 미리 신지역을 발견한후 그것을 이용해서 적당히 어부지리를 취하는것도 가능하다.
물론 거기까지는 성훈 개인이나 무명 길드의 힘만으로 할수있는 아니기에 적당한 이익을 얻어내는 범주에서 손을 때버렸다.
“저곳에 대한 입장권한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글쎄요. 일단은 특별히 제한을 두지 않는게 옳겠지만 저 안이 얼마나 위험할지도 모르는 입장이니 아직 속단할수는 없군요.”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면서 유백우는 은근슬쩍 유령의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있는 가면을 바라보았다.
‘유령. 대체 뭘 노리고 있는거지?’
연합이 신지역의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을때 은근슬쩍 신지역이 있을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알려준것이 바로 유령이었다. 물론 직접 자기 입으로 어디쯤에 있다고 알려준건 아니고 교묘하게 정보를 흘려 자신이 아닌 제 3자의 입을 통해 자신의 귀로 들어오도록 전달했다.
워낙에 그 과정이 복잡하고 절묘해서 자칫하면 유백우조차도 그것을 우연히 정보를 얻은 평범한 서민의 제보라고 생각했을것이다. 그러나 유백우는 끝내 그 정보의 출저가 유령이라는것을 알아낼수 있었다.
연합 하나의 힘만으로는 그 사실을 알아낼수 없었을것이다. 그러나 천마총 미션을 끝내고 난 직후 강무한은 김이현과 동맹을 맺었다. 물론 한참전에 김이현과 구원길드는 연합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으로 보이는 한도내에서의 협력이었고 은밀하게 정보망이나 정예들로 이루어진 전력들을 확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것들까지 모두 공유하는 진정한 동맹을 맺은것이다.
“싸워야할 순간이 온다면 가장먼저 처리해야하는 것은 유령이다.”
어디까지나 ‘유령’ 단 하나만을 상대하는데 한해서 결성된 동맹은 아주 최근에 이뤄지고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은 단 강무한, 유백우, 김이현 이렇게 3명밖에 없을정도로 극소수만 아는 비밀이었기에 성훈은 이런게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김이현을 통해 확실하게 그의 영향력이 닿은 라인을 걷어내고 조사를 시작하자 연합과 구원길드에 녹아들어있는 ‘제 3의 세력’을 판별해낼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저 서로 상대측의 인물들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그 세력이 모두 유령의 세력이라는것일수도 있다고 깨달은 순간에는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이번에 흘린 정보도 다른 도시에서 얻은 소식을 바탕으로 추려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번 회담때 호의를 보였던 세르게이? 아니면 의외로 아르벤인가? 혹은….’
“정찰조가 돌아온것 같군요. 한번 가보죠.”
“알겠습니다.”
유령에 대한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연합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 내사를 벌이고 있었다. 비교적 후방에 있었던 둘과 달리 가장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강무한은 정찰대가 돌아오자 바로 몸을 일으키고 창대를 고쳐잡고 있었다. 유백우가 우기지 않았었더라면 이미 진작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갔을것이다.
“강현준 외 5인 정찰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복귀했습니다!”
“쓸데없는 인사는 됐고 본론이나 꺼내. 저 안에 뭐가 있지?”
“일단 몬스터는 없었습니다. 꽤나 광범위한 지역을 살펴봤는데도 단 한번도 몬스터와 마주치지 않은것을 보면 일단 지금 저 안은 아예 깨끗하던가 아니면 특별한 조건을 만족시켜야 몬스터가 등장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조건을 만족시켜야한다?”
“예. 안개 안쪽에는 꽤 낡은 신전이나 제단 같은 건축물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습니다. 일단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최대한 멀리서 관찰만 했지만 그 숫자가 하나둘이 아닌걸로 봐서는….”
일단 몬스터가 없다는 소리에 기뻐하던 강무한은 곧바로 이마를 찌푸릴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몬스터가 있는게 낫지. 이런식으로 머리쓰는 것들은 딱 질색인데.’
“흠,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뭘 말씀이십니까?”
“뒤에서 구경만 하더니 이제 오는군. 뭐긴 뭐겠어? 당연히 공략에 대한 문제지. 몬스터 하나에 대한 정보라도 어떻게 얻을수있으면 좋겠는데 들여보낸 놈들이 가지고 오는 정보가 하나같이 똑같으니 이거원.”
‘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일단 건드려보는거지만 말이야.’
일단 사람을 이용해서 안에 있는 신전이나 제단을 건드려보는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지만 강력한 몬스터가 나와 피해가 커질 경우를 생각하면 함부로 건드릴수조차없었다. 물론 언제나 꼼수는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카미카제이나 구파의 사람들을 이용해서 한번 건드려보는건 어떨까?”
“안됩니다.”
혹시나 싶어서 꺼낸 의견이 일언지하에 기각당하자 강무한은 아쉽다는듯이 말했다.
“전쟁에서 지고 명백히 우리 밑으로 들어온 놈들이야. 우리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려면 당연히 그들을 동원하는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지금까지처럼 만약 졌을때 모두가 페널티를 얻는 방식이었다면 그래도 상관없을겁니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습니다. 함부로 다뤄도 선택지가 없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유백우가 끝맺지 못한 말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중 몇명은 바로 이해했다. 신시가 져도 이제는 카미카제나 구파에게 어떠한 디메리트도 없다. 이제부터는 그저 신지역에 대한 개발과 최후의 무대라는 곳에 대해서만 올인해도 된다는 사실은 모든 세력에 적용되는 사항이었고 그렇기 떄문에 각 도시들은 과도한 병력의 이동을 할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 억울한건 마음껏 부려먹을수없으면서도 딴 마음을 먹을것에 대비해 그들에게도 적당하게 이득을 안겨줘야한다는 사실이었다. 불만은 많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명확하고 빠른 결론을 내리는게 강무한의 장점이었다.
“쇠뿔도 단김에 베란 말이 있지. 일단 여기에 있는 병력들로 안을 수색하도록 하자.”
“그래도 되겠습니까? 좀 더 준비를 갖추고 오는게….”
“참나, 여기서 무슨 준비를 더 갖춰? 여기에 있는 탑랭커만 3명에 화랑대 일개대대, 고위랭커들도 있는데 여기서 전력을 더 준비하란건 화살받이로 쓸 사람들을 더 모으란건가?”
“…….”
“끝을 보겠다는것도 아니고 일단 몬스터만 살짝 상대해본다는거면 마왕 토벌때의 난이도와 비교해봐도 이정도로도 충분해. 궁시렁대지말고 바로 준비해.”
“알겠습니다.”
“어째 자연스럽게 저도 끼워넣은것같은데 말이죠.”
“안갈꺼냐? 그래도 나는 딱히 상관없는데.”
아쉽다거나 진짜 의도를 알아보기위해 한번 튕겨보려고 꺼낸 말이 아니다. 강무한 진짜 순수하게 와도 그만 오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의도로 말한것이다. 사실 오히려 한번 튕긴쪽은 성훈이었다. 이게 만약 보통의 미션이었더라면 안전을 위해서 일단 물러나는 선택을 했을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다. 이 새로운 지역안에서 특별한 조건을 만족시켜야 최후의 무대라는 곳에 진입할수있다. 이건 두고 본다거나 떡밥으로 던질수있을만한게 아니었고 오히려 성훈이 직접 나서는 위험을 감수하게 만들정도의 물건이기에 강무한이 오지 말라고 해도 붙어서 가야하는 입장이었던것이다.
“그냥 한번 튕겨본겁니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소리도 모릅니까?”
“알고 있지. 특히 네 말이라면 더더욱 말이야.”
많은 의미를 담은 강무한의 한 마디였다.
[‘고신의 정원’ 지역에 진입하셨습니다] [기이한 기운이 몸을 감싸 모든 능력치가 10% 감소합니다] [‘타락한 고신에게 안식을’ 미션이 활성화됩니다] [타락한 고신에게 안식을]-등급 : S
-신들이 모이던 정원은 그 어떤 근심과 슬픔도 잊게 만드는 축복받은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타락한 고신이 일으킨 어떠한 사건으로 말미암아 그곳은 곧 어떠한 신들도 찾아오지 않는 저주받은 땅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비록 그 타락한 고신은 강력한 저주를 받았지만 완전히 소멸하지 않았고 아직 이 정원 어딘가에 봉인되어 있습니다. 이제 그에게 안식을 찾아주십시오.
-달성 조건 : 타락한 고신의 죽음.
-보상 : ???.
마치 경계선이라도 그어져있는것처럼 단 한발만 내딛었을뿐인데 눈앞에서 떠오른 오른 안개와 메세지. 안개야 일단 넘겼지만 메세지의 내용을 본 사람들은 모두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S급? 잠깐 그거 분명 옛날에 마왕 토벌때….”
“좀 위험한거 아니야? 그 때도 도시전체의 사람이 참가해서 간신히 클리어했잖아?”
“이 전력만으로는 조금 부실한거 같은데?”
처음으로 수행한 S급 미션이 얼마나 지독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그런 소란 따위는 강무한이 입을 열자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모두 조용!”
목소리 자체에도 힘이 실려있었지만 스킬까지 사용했는 머리가 맑아짐과 동시에 강무한의 목소리에 정신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S급 미션이래봤자 이미 한번 클리어한적이 있다! 나는 지금 여기있는 사람들의 힘이 과거 NPC들의 몸을 빌려서 주먹구구식으로 싸웠던때에 비해서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끝을 보자는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어떤 몬스터가 나오는지 구경이나 해보자는데 벌써부터 벌벌 떠는거냐?!”
쿵!
창으로 가볍게 대지를 내리찍은 강무한이 그대로 앞장서서 걷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마치 뭐에 홀리기라도 한듯이 그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강무한은 복잡하게 설득을 하거나 이것저것 재면서 움직이지 않고 직접 앞에서 움직여 증명하는 스타일이었다.
성훈은 강무한의 이런 행동을 입으로는 단순무식하다고 비웃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고가는것이야말로 성훈은 갖추지못한 강무한의 장점이었다. 항상 이것저것재면서 움직이는 자신과 달리 절대로 지지않는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채 당당히 걸어가는 강무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머리속이 복잡해질려는 찰나 서서히 걸음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저거냐?”
“예. 뭐가 나올지 몰라서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관찰만 했습니다만.”
“얼마나 관찰했지?”
“차 한잔 마실정도? 여기 한곳뿐만 아니라 다른곳도 많아서….”
“흐음.”
‘눈에도 보이지 않고 일단 기감으로도 적이 없는것 같기는하지만.’
턱을 쓰다듬던 손을 움직여 등에 매여있는 창을 쥐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옆에서 보고 있던 유성훈이나 유백우조차도 강무한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흐읍!”
쐐애액!
뒤늦게 무슨 짓을 벌이려는지 깨달았지만 이미 말리기에는 늦은 감이 있었다. 강무한의 투창실력은 비교할수조차 없을정도로 높은 경지에 올라있었고 스킬까지 사용해가며 전력을 다해서 던진 창은 던져진순간 이미 목표에 도달해있었다.
콰아아아아앙!
“가, 강무한님?!”
고작해야 투척용으로 사용하기에 지나치게 좋은 엘리트급의 창은 그대로 신전 외각을 허물어버렸다. 당황한 기색이 만연했지만 바로 스태프를 들고 마법을 영창하는 유백우와 처음부터 그랬다는듯이 어느새 원래 있던 자리에서 몇발자국 떨어진 위치에 있는 유령을 한심하다는듯이 바라본 강무한은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아무도 없는것같은데?”
“조금만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면 안되겠습니까?”
“다 계산하고 한거야. 만약 몬스터가 있다면 홈그라운드에서 밖으로 빼낼수도 있고 없다면 굳이 시간낭비를 할 필요도 없으니까.”
‘어지간히 몸이 달았나보군.’
문자 그대로 최후의 무대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니 이해하지 못할것도 아니었다. 성훈도 일단은 평온을 가장하고 있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도 먼저 나서서 이곳에 대해서 파헤치고 싶었다.
“일단 몬스터는 없지만 던전을 탐험한다 생각하고 이동한다. 모두 방심하지마!”
전사들은 진형을, 마법사들은 주문을 저장하며 도적들은 앞에 나와서 함정을 간파하기 시작하고 신관들은 버프를 걸어주기 시작했다. 이백여명이 넘어가는 사람들이라고는 믿을수 없을정도로 신속정확한 움직임은 이들이 괜히 연합의 정예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강무한이 직접 증명해주기는 했지만 신전 근처에 와서도, 안에 들어가고서도 특별한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안은 생각보다 깨끗하군.
“깨끗하다기보다는 그냥 황량한것같군요.”
뭔가 고풍스러워보이는 조각이나 그림들이 곳곳에 걸려있기는했지만 마치 어두운 그림을 바라보는것처럼 모든것이 생기가 없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