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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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오랜만이네요!
“그쪽 이야기만 듣고 바로 믿을정도로 단순하진 않아요. 시간을 들여서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지만 그래도 당신이 잭을 배신할만한 이유가 있다는건 이해했어요.”
“그 정도만 하더라도 다행이군.”
“그럼 바로 몇가지만 물어보죠. 이 도시의 인구수와 직업의 분포도, 랭커들의 숫자, 잭 애프론이라는 자에 대한 정보등을 말이죠.”
잘못 다루면 도시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수도 있는 위험한 정보.
자칫하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워버리는 결과를 낳을수도 있었지만 콜린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중 중요한것들을 축약해서 요점만 건네주었다. 잭을 잡겠다는 마음에 그런 간단한것도 판단하지 못할만큼 콜린스는 바보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전투와 앞으로 일어날 전투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달라.’
그 유령이라는 녀석은 자신을 이용해먹을 생각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용당하는 입장이라도 자신의 목적을 이룰수있다면 오히려 바라는 바다. 나른하게, 그러나 가슴 깊은곳에 숨겨진 열정을 불태우기 시작하는 콜린스였다.
“지금까지 싸워왔던대로 생각하면 안된다….”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사종원은 뒤늦게 자신이 매복중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혹여 누가 듣기라도했을까 주위를 둘러봤지만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어차피 길드에서 특별히 차출된 사람들이었기에 문제될건 없었다. 평소처럼 쓸쓸하게 혼자 일하는건 아니었지만 성훈이 없으니 별로 좋을것도 없었다.
‘쳇. 미리내 누나만 어떻게 되면 내가 형이랑 같이 다닐수있을것도 같은데.’
유성훈이나 미리내, 엘리는 사종원이 정상인이 아니라는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정도로 미쳤는지는 아무도 정확하게 모른다. 순수함과 잔혹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건 그다지 특별한게 아니었지만 정도라는게 있다. 의존증이 의심될정도로 마음이 약한주제에 전투에만 돌입하면 일말의 자비없이 문자 그대로 적을 찢고, 째고, 비틀어버리고 그것을 즐기는게 바로 사종원이다.
뭔가 이상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성훈이 가끔씩 어장관리를 해주지 않았더라면, 미리내가 지금보다 더 약했더라면, 엘리가 계속해서 실험의 대상으로 삼았더라면 지금처럼 화기애애하게 지낼수는 없었을것이다.
‘빨리 모든걸 끝내버리고 평화롭게….’
“사종원님.”
부하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본 사종원은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전진하는 와중에 몇명이 은근슬쩍 뒤로 빠지면서 뭉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역시 형이 말한건 하나도 빗나가지 않는다니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꽤 강력한 녀석이 있는것 같은데 저건 내가 직접 쫒겠어. 나 없다고 긴장 풀지 말고 다른곳으로 빠지려는 녀석들이 있으면 확실하게 처리해.”
“알겠습니다.”
스윽.
지금까지 모아놓은 거의 전재산을 소모해서 마련한 레전드급의 후드를 눌러쓰자 사종원의 모습은 그대로 주변의 사물에 녹아들어가기 시작했다. 특별한 스킬이나 스탯을 많이 증가시켜주는건 아니지만 은신, 위장능력만큼은 그야말로 최고급이어서 대낮에 길거리를 걸어다녀도 들키지 않을정도다.
사람들 사이를 무인지경으로 해치고 마침내 목적지까지 도달한 사종원은 모여있는 사람들중 한명의 얼굴이 어디선가 본적이 있다는것을 깨닫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켄신?’
과거 도쿄를 대표하는 세력이었던 카미카제의 부길드장이었지만 지금은 일개 거대길드의 하나로 몰락해버린 카미카제 길드장을 맡고있는 켄신. 반드시 기억해야할 중요인물 중 하나라며 성훈이 말해서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었다.
“…지금까지 마련한 비자금을 전부 쏟아서….”
“이 일에 카미카제, 아니 일본의 운명이….”
‘좀 더 가까이 가봐야겠네.’
3차 각성자가 상대라면 사종원이라도 근처까지 접근하는것은 굉장한 부담이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켄신은 3차 각성을 이루지 못한 2차 각성자였기 때문이었다. 만약 료스케나 우치다가 살아있었더라면 A급 미션을 클리어하고 3차 각성을 할수 있었을것이다.
하지만 성훈이 파놓은 덫 때문에 탑랭커 두명과 상위랭커 수십명이 단번에 죽어나갔고 그 이후 켄신이 과거 료스케를 따르던 잔당들을 처리하겠다고 자중지란을 벌인덕에 도쿄의 전력은 상당히 깎여나갔기에 아직도 3차 각성자가 나오지 않은것이다. 물론 켄신을 평범한 2차 각성자와 비교하면 안되기는 하지만 엄연한 격차라는게 있었고 상당히 가까이 다가가서도 사종원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중국놈들과 한 도시로 합병된게 차라리 다행입니다. 숫자가 늘어나고 모든게 바뀌면서 연합쪽에서의 감시가 느슨해졌습니다.”
“우리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천재일우의 기회지.”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움직인게 아닌가싶기도 합니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멍청한 놈! 지금이야말로 가장 움직이기 좋을때다! 지금이 아니면 늦어!”
쩔쩔대는 부하 몇명에게 호통을 친 켄신은 나름대로 주변을 경계하며 말을 이어갔다.
“의문이 많겠지만 일단은 나를 믿고 따라와주길 바란다. 이 모든게 카미카제를 위해서다.”
“…알겠습니다.”
“그래, 그건 그렇고 그 중국의 구파? 그 녀석들에 대한 접촉은 해봤나?”
“청명이라는 사람에게 넌지시 뜻을 전달해봤지만 단번에 거절당했습니다. 정정당당하게 사부님의 원수를 꺾을때까지는 일단 철저하게 신시놈들의 말을 따른다고 하더군요.”
“하여간 제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군. 됐다. 어차피 그 놈들은 처음부터 예상밖의 변수였어. 그럼 이쯤에서 모두 헤어지도록하지.”
한명한명씩 손을 잡고 악수를 한후 켄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을 타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뒤에는 이미 사종원이 거머리처럼 붙어서 따라가고 있는 도중이었다. 처음에는 허리춤에 꽂혀있는 단검에 손을 가져다대고 있었지만 켄신을 추적하는 순간부터 무기에서는 손을 땠다.
‘네가 할 일은 간단해. 이번에 새로운 지역을 수색하기 위해서 나온 카미카제와 구파중에서 혹시 다른곳으로 새는 녀석들이 있는지 감시하고 차단하는거야.’
‘예? 그런건 제가 하는게 아니라 연합에서 해야할 일이잖아요?’
‘유백우가 나선다면 정말로 물샐틈없이 완벽하게 봉쇄할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건 내가 원하는게 아니야. 오히려 나는 내통하기를 바라고 있거든.’
‘형이 하는 일이니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기는 하겠지만 범위가 장난이 아닐텐데 저와 몇십명의 사람들만으로는 감시할수 없을텐데요?’
‘거기까지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 이미 손을 써뒀거든.’
극히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유백우는 카미카제와 구파를 완벽하게 감시하는 체계와 진형을 만들어낼수 있었다. 그러나 후방에서 계략을 짜는것과 그것을 현실에서 적용시키는건 전혀 별개의 문제다.
실제로 감시를 위해 나와있는 몇몇 사람들 자체에게 접근한 성훈은 일부러 빠져나갈수있는 허점을 만들어냈고 훌륭하게 사종원은 그곳만 감시하고 있으면 됐다.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자신에게 최면이라도 거는것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는 켄신은 끝까지 누군가가 자신의 뒤를 밟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이런 일은 비단 이곳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은 아니었다.
합의하에, 무단으로, 당당하게, 또는 몰래,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래 움직이고 있었고 마치 그런 사람들이 오는것을 장려라도 하듯이 모든 도시의 성문은 환하게 열려있었다.
겉으로는 일단 서로에게 적대적인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합의를 마친 상황이지만 그 속에서는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할정도로 복잡한 흐름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을 주도한 주역 중 한명인 성훈은 푹신한 소파에 몸을 묻은채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역시 전 향이 좋은차나 씁쓸한 커피보다는 그냥 달달한게 마음에 드는군요.”
“그렇지? 나도 괜히 이름복잡한 커피같은것보다는 꿀차가 좋아. 역시 서로 통하는게 있다니까!”
“동감입니다. 어쨌든 불현듯 찾아왔는데도 이렇게 직접 만나주고 환대까지 해주니 정말로 고맙습니다. 혹시 푸대접을 받을까봐 걱정했거든요.”
과장되게 가슴을 쓸어내리는 성훈의 어깨를 툭툭친 세르게이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보리스가 그래야한다고 말은 했어.”
“…그랬습니까?”
“공적인 장소에서 붉은 폭풍의 보스로써 행동해야할때는 보리스의 의견을 따랐겠지만 그런게 아니니까. 지금 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잃지않고 타인들을 도와주려하던 좋은 녀석을 사적으로 만나고 있는거니 내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지.”
“크흠!”
“감기라도 걸렸냐? 왜 기침을 해?”
“…아니 됐다.”
열심히 눈치를 줘도 알아듣지 못한건지, 아니면 알아듣고도 모른척하는건지 안면에 철판을 깔고 행동하는 세르게이였다. 세르게이가 이렇게 나설때면 누구도 말릴수 없다는것을 알고 있는 보리스는 그저 그가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기만을 바라며 갑작스레 찾아온 방문객을 응시했다.
“어쨌든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가 뭐야? 고작해야 꿀차 한잔 얻어마시자고 찾아온건 아닌것같은데.”
“동맹을 맺기 위해섭니다.”
“동맹이라면 이미 사절을 보낸걸로 아는데. 보리스?”
“연합쪽에 제일 먼저 보냈지. 유토피아나 더 호프보다도 더 우호적인 조건을 가지고.”
“그렇다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도시’나 ‘세력’이 아닌 ‘개인’인 유령과 동맹을 맺었으면 합니다.”
“흐으음.”
세르게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소파에 몸을 파묻은채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옆에 놓여있는 주전자를 기울여 비어버린 찻잔에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꿀차를 채워넣고 한참이나 향을 즐긴후에 입을 열었다.
“붉은 폭풍의 보스인 세르게이에게 동맹을 제안하는거냐?”
“그것도 흥미가 있습니다만 지금은 단체의 대표가 아닌 개인으로써의 세르게이님에게 동맹을 제안하는겁니다.”
“그렇단말이지?”
개인과 단체의 입장은 엄연히 다르다.
세르게이는 무식하게 보이지만 사실 유령이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내뱉은건지 한순간에 꿰뚫어볼수 있었다. 그리고 대답은 이미 결정이 나있는 상황이었다.
“너같은 놈이라면 나쁘지 않지. 한 잔 더 마실래?”
“주신다면 고맙게 받죠.”
“이런. 언제까지 그렇게 딱딱한 말투를 쓸거야? ‘친구’끼리.”
“…그럴까?”
만약 모스크바의 사람이 본다면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할것이다.
붉은 폭풍의 모든 자들을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휘어잡은 세르게이가 이토록 푸근하고 부드러운 표정을 지을수 있다는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테니 말이다. 일련의 장면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던 보리스는 뭔가를 말할듯이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면 충분히 다른 도시의 사람들과도 우정을 나눌수 있어.’
과거에는 싸우지 않으면 죽게 만든다는 채찍의 존재때문에 어느 한쪽은 죽어나갈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채찍의 존재가 완전하게 사라져버린 상황이다. 덕분에 다른 도시의 사람이라고 무조건 경계를 하지 않아도 됐다. 일단 싸우는것만이 해답은 아니게 됐다. 물론 배신자가 나오기도 쉬워졌다는 단점도 생겨났지만 말이다.
“친구가 됐으니 한 가지 충고를 해주지. 사실 내가 여기까지 온건 이 말을 하기 위해서였어.”
“무슨 충고지?”
“잭 애프론, 아르벤. 이 두 녀석을 조심해.”
“잭이라는 녀석은 나도 귀가 있어서 소문은 들었지만 아르벤까지?”
“그래. 분명히 좋은 녀석이라고 주위에서 말하고 실제로도 그런 녀석인것처럼 보이겠지만 보이는게 전부는 아니야.”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자세하게 말하자면 이야기가 길어지겠지만, 그 녀석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동료를 구하겠다고 나선 무고한 사람을 무참히 죽여버린일이 있어. 그렇다고 내 이야기만 듣고 밑도 끝도 없이 그 녀석을 적대하라는건 아니야. 다만 상대할때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라는거지.”
‘이 녀석.’
연기로 표현할수 있는것과 그렇지 않은것이 있다. 방금전 유령의 말은 어떠한 근거도 없지만 듣는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진실이 내포된 한 마디였다.
“…좋아. 일단 그 둘도 일단은 개인적으로 주의하도록하지. 어차피 모두와 사이좋게 지낼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어. 한쪽이라도 친밀하게 지낼수있다면 다행이지.”
“갑작스러웠을텐데 이해해줘서 정말 고마워.”
“별걸 다 고마워하는군. 뭐 나만 일방적으로 받아먹을수는 없는 입장이니 나도 괜찮은 정보를 하나 제공해주지.”
“세르게이!”
“이 정도는 괜찮아. 어차피 공유해야할 사실이고 감춘다고 감출수있는것도 아니야. 한 몇일 더 빨리 알게 되는것뿐이지. 그리고 이 녀석이 어디가서 그런걸 떠벌리고 다닐 녀석도 아니잖아?”
“앓느니 죽고 말지. 네 맘대로 해라.”
속이 터진다는듯이 가슴을 치며 냉수를 마시는 보리스를 향해 호탕한 웃음을 날려준 세르게이는 그대로 찻잔의 내용물을 깔끔히 비운후 말했다.
“우리측에서 신지역을 찾아냈다. 이름은 ‘용족의 미궁’. 위치는 이곳에서 꽤나 떨어진곳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