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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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대단원.
처음에는 볼프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건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아니, 무의식적으로 깨닫고는 있었어도 본래 알고 있던 이미지와 도저히 어울리지 않아서 받아들일수 없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평상시 볼프와 나눴던 대화, 그가 했던 행동들을 차근차근 떠올려본 김이현은 마른침을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볼프님의 말은, 독실한 신자들을 죽여서…그분의 곁으로 보내주겠다는?”
“그렇습니다. 마음같아서는 진실된 신앙을 가지고 있는 김이현님도 정말 이 자리에서 죽여버리, 아니 안식을 맞이할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만.”
어느새 목젖에 닿아있는 단검의 감촉을 느끼면서 김이현은 마른침을 삼켰다. 비유의 의미가 아니라 진짜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자신은 이대로 죽고만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일단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하고 생과 사가 갈리는 진짜 혈투는 다른 사람들에게 맡긴채로 살아온 김이현에게 이런식으로 직접 와닿는 위협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보다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일단 지금은 참을수밖에 없겠지요.”
‘…미친놈이다, 이놈이야말로 진정한 미친놈이야!’
차라리 볼프가 살기를 줄기줄기 뿜어대며 죽인다고 노골적으로 위협했으면 당장은 겁을 집어먹더라도 시간이 흘러 평정심을 되찾으면 김이현은 분명 자신이 당한 치욕을 되돌려주려고 했을것이다.
그러나 볼프의 눈에는 부정적인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다. 자비와 사랑으로 물든 눈동자를 가지고 사람을 죽인다는 행위를 망설임없이 행하는 볼프는 김이현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최악의 괴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런 김이현을 향해 볼프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다만 김이현님같은 성자에게 무조건적인 희생만을 강요할수만도 없는노릇이지요. 무지몽매한 사람들을 인도하는것이 힘들어 그만두고 싶을때는 언제든지 저에게 말하시고 그럴힘조차 남지 않았을때는 그냥 조용히 은거하셔도 됩니다. 그럴때는 제가….”
주륵.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가 그분의 곁에 갈수있도록 도와줄테니 말이죠. 사양하지 마십시오. 김이현님은 그럴 자격이 충분하니 말이죠.”
단검을 타고 흘러내리는 핏방울을 보면서 김이현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전장은 어느덧 소강상태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피튀기는 혈전이 벌어지는곳도 없는것은 아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부분의 일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이 난리는 성훈이 일반인들을 선동해서 일으킨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격렬한 분노에 휩싸여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퍼부었지만 제대로 된 구심점이나 명령체계도 없이 그저 각개전투만을 고집하는 방법으로 점차 피해가 늘어나기만하자 이성을 되찾은 사람들이 점점 몸을 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대동맹에 속해있는 사람들은 또 그들만의 사정이 있었다. 만약 대동맹이 처음부터 공격해오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적이라고 규정하고 망설임없이 살수를 썼으면 이런 상황까지 올수도 없었을것이다.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당장 광범위 파괴가 가능한 대마도사 유백우가 진심으로 나왔으면 적어도 4곳 중 한곳은 틀어막을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몬스터나 생존을 걸고 싸워왔던 다른 도시의 사람들이 아닌 같은 도시의 일반인을 상대로 망설임없이 살수를 쓰는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단 죽이려덤비니 스스로를 보호하는 측면에서 반격이나 저항은 했지만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갈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았다. 유성훈에게 선동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유백우와 지휘관들은 피는 피를 부른다는 생각에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대응만을 하는중이었니 말이다.
“벌레만도 못한 새끼들! 계속 참아줬더니 우리가 봉으로 보이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빨아먹고 우리들을 버리고 가려고 해!”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시끄러워! 지배층의 개들 같으니! 오리발 내밀 생각하지말고 비켜!”
“씨발! 다짜고짜 뜬금없는 소리하지말고 일단 우리도 이해할수 있게 차근차근 이야기해보란 말이야!”
차라리 사리사욕을 내세우며 덤비면 모를까 한때는 같은 동료였던 자신들을 악의 축으로 몰면서 덤비는 일반인들. 예상과는 다르게 소극적으로 저항하며 설명을 요구하는 대동맹의 사람들이 엉키면서 빠르게 전투의 열기가 가시고 있었다.
“이제 전투도 끝나가는것 같은데 우리도 끝내야하지 않겠어?”
“허억, 허억.”
“잭. 그렇게 사람 말을 씹으면 나같이 착한 사람이라도….”
탓!
“짜증난다고!”
‘온다!’
페인트나 견제도 없는 단순한 돌격!
그러나 그런 돌격에 잭은 온몸의 마력을 끌어모으며 전력을 다해 대응했다.
다크 배리어(dark barrier).
회천방검(回天防劍).
전신을 감싸는 어둠의 방어막은 마법적 타격을 대부분 무효화시키는 최상급의 방어스킬이었고 회천방검은 그다지 높은 등급을 가진것은 아니었지만 시전자의 근력과 민첩 수치에 비례해 방어확률이 올라가는 특성이 있는 스킬이었다. 즉 잭이 이 두개의 스킬을 펼치면 왠만한 공격은 전부 효과를 잃는다고봐도 좋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에 해당할때의 일이었다. 마치 거대한 분쇄기처럼 모든것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며 위세를 과시하고 있는 잭을 향해 성훈은 그다지 긴장한 기색도 없이 다가가 절명을 찔러넣기 시작했다.
파바바바박!
결과는 처참했다. 확률상 절대로 뚫릴리없는 검의 결계는 너무나도 허무하게 무너져내렸고 잭의 몸에 절명의 검극이 꽂혀버린것이다. 굳이 치명상을 입히겠다고 깊이 파고들어가거나 무리를 할 필요도 없었다.
‘여섯, 일곱, 여덟, 더, 더이상은 안돼!’
“아홉, 열.”
-죽음의 낙인이 10회 중첩됐습니다.
-죽음의 손길이 발동합니다.
체력과 마력을 10%씩 앗아가버리는 죽음의 손길.
몸 안에 존재하는 마력 10%가 순식간에 증발해버린 충격으로 내상을 입은것도 억울한데 불난집에 부채질한다고 성훈은 왼손에 들려있던 책을 휘둘러 잭의 안면에 시원하게 일격을 넣어버렸다.
후속타를 날릴 생각도 없다는듯이 가볍게 어깨를 들썩이며 물러나는 성훈과 대조적으로 쌍코피를 흘려대는 잭. 압도적인 능력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고작해야 행운이라는 신경조차 쓰지 않은 사소한 능력치 하나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걸 잭은 받아들일수가 없었다.
“크으으으으으. 하, 한번만. 한번만 기회를 잡는다면….”
“그 한번의 기회라는것도 결국 행운이 따라야 가능한 일이지.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 모든걸 뒤집을수있는 어마어마한 행운이 지금의 너에게 따라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말이야.”
노골적인 도발에도 잭은 아무런 반박조차 하지 못하고 이를 갈며 제자리에 서있을수밖에 없었다. 성훈의 말대로였다. 무차별적인 도주, 노예들을 이용한 시선끌기, 살을 주고 뼈를 끊는 수법, 탑랭커와의 합공.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시도할수 있는 모든걸 시도했지만 부자연스러운 불운과 함께 전부 다 실패로 돌아가버리고 말았다.
“이봐, 잭. 이제 그만 하는건 어때?”
“…뭐?”
“어차피 결과도 뻔히 보이는거 추한 발버둥은 그만두고 탑랭커답게 깔끔하게 항복하란거다. 그렇게하면 뭐 네 목숨까지는 뺏지 않을지도 모르지.”
“흐흐흐흐. 목숨까지는 뺏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그러면 엘리가 말한 인간 난초라는 컬렉션에 날 추가할셈이냐?”
“햇볕 잘드는곳에 묻어놓고 가끔 손질해주는 정도에서 끝날건데 그 정도면 네 인간펫보다는 낫지 않을까? 적어도 서로 죽을때까지 싸우게 시키거나 학대는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거 참 고상한 취미로군. 크하하하하하하!”
“이해해주니 다행이야. 후후후후.”
정신나간 대화를 태연하게 주고받는 성훈과 잭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웃던 성훈은 곧 가볍게 혀를 차며 말했다.
“그럼 이대로 계속 의미없는 전투를 이어갈거야?”
“…….”
“계속 싸워도 이쯤에서 끝내도 난 전혀 상관없는데.”
‘…젠장.’
그것이 문제였다.
전투가 이쯤에서 어영부영 마무리되도 결국 성훈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버린다. 어정쩡하게 정전상태로 들어가면 결국 대화로 일을 처리해야하는데 그렇게되면 결국 자신들만 불리하게 된다. 쓸데없는 혼란을 피하기위해서라고는 하나 대동맹에서 여러 정보들을 숨기고 있었던것은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반대로 갈때까지 가도 대동맹처럼 오랫동안 육성한 병력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피해밖에 증가되지 않는 이상 성훈은 전혀 손해가 없다. 양심의 가책? 성훈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하는것보다 차라리 자신이 개과천선해서 선인이 되는게 더 빠를 지경이다.
‘이런 쓰레기같은 놈에게….’
하다못해 아르벤이나 자신같은 타입이 상대였다면 호탕하게 웃으면서 패배를 받아들였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야망도, 품격도, 이상도 없이 그저 상황에 맞춰 흘러가는 최하의 쓰레기 악당에게 당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억울했다. 그리고 그저 오기로 버티는 잭을 향해 마무리를 짓기 위해 성훈은 본격적으로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무난하게 사태를 마무리하려면 일단 잭이 살아서 협조하는게 최선이었는데 말이야. 뭐 어쩔수없나?’
굳이 잭이 아니더라도 대동맹의 탑랭커 한명만 협조하면 해결될 문제다.
‘별다른 중상은 입히지 못했지만 이미 들어간 죽음의 손길만 4번에 중첩된 죽음의 낙인 데미지도 꾸준히 쌓였겠지. 접근해서 자잘한 상처 수십개만 입히면….’
음양기(陰陽氣).
절명이라는 사기 아이템에 잭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한 비장의 한수로써 마지막까지 숨겨뒀던 음양기까지 꺼내들었다. 그리고 성훈과 잭이 격돌하려는 찰나 제 3자가 끼어들었다.
“드디어 찾았다. 유성훈.”
“아르벤! 그 사이에 팔 한짝은 어디에 팔아먹고 온거야?”
“…네 동료에게 선물로 주고왔지.”
“미리내와 붙어서 팔 하나로 끝난거면 남는 장사지. 용케도 빠져나왔네.”
놀리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고 아르벤도 피로 물든 어깻죽지를 바라보면서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천운이 따르지 않았으면 목도 헌납했을것이다.
“쿨럭, 크헉!”
“마족화라는 스킬의 지속시간은 그 정도인가보군.”
잭의 몸에 붙어있던 기괴한 껍질들과 흑마력이 사라지는것을 본 성훈은 입꼬리 한쪽을 슬쩍 올렸다.
‘이거야! 바로 이거라고!’
객관적으로 보면 성훈의 능력은 절대로 약하지 않았지만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지고도 항상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철저하게 계략과 꼼수로 살아남을수밖에 없었다. 깊은 수양을 쌓거나 깨달음이 있어 정신적으로 성장을 이룬 사람도 아닌 성격파탄자라 할수있는 성훈이기에 그런 나날이 길어질수록 알게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일수밖에 없었다.
항상 마주치는것은 결코 쉽게 볼수없는 강자에 시도때도 없이 곁에 붙어있는건 상식을 벗어난 탑랭커 미리내였기에 지금까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서 참아왔다. 그러니 가진바 모든 능력을 남김없이 발휘해 싸우는 이 상황이 즐거울수밖에 없는것이다.
물론 한 사람은 제 스스로 나가떨어진거고 다른 한 사람은 미리내에게 팔이 잘려나간 상황이었지만 어찌됐든 두 사람의 탑랭커를 상대로 압도적인 우세에 있다는 확신에 성훈은 자기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릴정도였다.
‘다행히 기분은 좋아보이는군.’
성훈의 웃는 얼굴을 보자니 절로 짜증이 치솟아올라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심할수밖에 없었다. 지금부터 하는 일의 성사는 전적으로 성훈에게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음파차단(音波遮斷).
“무슨 속셈이지?”
갑작스레 마력의 유동이 느껴져서 당황했지만 공격마법이 아니라 단순히 소리를 차단하는 스킬을 사용했다는 사실에 성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르벤을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르벤은 잠시 아무말도 하지 않고 주위를 둘러본후 고개를 숙인채 말했다.
“…유성훈. 협상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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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키보드는 고쳐지지 않았지만 일단 또 어찌어찌 화상 키보드의 힘을 동원해서 한편 쓰기는 썼습니다. 일단 월요일에 as해보고 안되면 키보드를 따로 주문해야하니… 끝이 멀지 않은 시점에서 왜 하필 일일일참에 태클거는 일이 이렇게 많이 일어나는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그나마 불행중 다행인건 핸드폰은 무사히 수리 받았다는겁니다. 센터까지 가는게 힘들기는 했지만 수리 완료에 배터리 교체까지 완료해서 나름 이득본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