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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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모두모두 행복해졌답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황량한 황무지,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사막, 혹한의 추위가 존재하는 땅같은 물리적인 개념뿐만 아니라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살아남을수 있다는 의미였고 그건 이 세계에 떨어진 사람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었다. 이 세계의 궁극적인 목표인 신의 후계자를 노리는것이 아니라 그 중간과정이라고 할수 있는 이 세계에 ‘적응’하고 살아가기 시작한것이다.
지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것도 아니었지만 몇년이 넘게 이 세계에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정도 들었고 무엇보다 이 세계에서는 삶이 지구에서의 삶보다 훨씬 더 만족스럽다고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것이다. 주기적으로 행해지던 강제미션과 도시간의 전투도 사라져버렸고 몇몇 사람들의 부추김에 따라 그런 생각은 순식간에 확장되기 시작했다.
‘지구로 돌아가서 예전의 평범한 생활로 돌아간다. 나는 정말로 그걸 원하는걸까?’
지구에 있을때 자신들은 한시도 쉴틈없이 숨가쁘게 살아가며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만했다. 그에 반해 이 세계에서의 삶은 조금 과장을 보태 낙원과도 같았다. 처음에야 힘들었지만 지금은 굳이 위험한 미션이 아니라 적당한 미션 하나만 골라서 널널하게 깨도 돈을 벌수 있다.
고급 아이템을 맞추기에는 택도 없는 돈이었지만 단순히 의식주로 한정한다면 수십일은 놀고먹을수 있는 그런 어마어마한 거금이 말이다. 더 이상 위험도 없고 누군가와 경쟁할 필요도 없으며 초인적인 힘과 함께 불로장생하는것이 가능한 세계. 지구와는 비교조차 할수없을만큼 훨씬 좋은 세계다.
“자유 연맹은 여러분을 억압하거나 이용하려하지 않습니다. 그저 균형을 유지하고 질서를 지키기위한 최소한도의 개입만을 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유 연맹도 기존 대동맹이 유지하던 강압적인 규제와 세금 대부분을 폐지하자 사람들은 완벽하게 이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발전을 거듭해나가기 시작했다. 단순히 의식주만을 만족하는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고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하기 시작한것이다.
비어있던 필드를 개발하고 각종 문화 컨텐츠를 생산해내 즐길거리를 만들어 점점 이 세계를 더 좋은 낙원으로 만들어가는 긍정적인 변화. 범죄조직이나 기존의 기득권들의 반발같은 부정적인 요소가 없는것은 아니었지만 자유 연맹은 그 모든 분쟁을 매끄럽게 다스리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가 이건가.”
느릿한 음악이 울려퍼지는 낡디 낡은 카페.
그리고 그 카페 구석에 앉아있던 콜린스는 뜨거운 커피 한모금을 마시면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대동맹을 부수고 자유 연맹을 결성해 로스앤젤레스의 명실상부한 지배자가 된 이후로 콜린스는 잭이 만들었던 온갖 악습과 폐단을 끊어내고 도시를 자신이 생각하던 이상형으로 바꿔놓는데 성공했다.
지배계층부터 시작해 피지배계층까지 합류한 어마어마한 반발이 있었지만 자유 연맹이라는 거대한 힘을 등에 지고 있는 콜린스에게 불가능한 일은 없었다.
“자리가 비어있는데 합석해도 괜찮을까요?”
“안된다고 말하면 어쩔거냐?”
“그래도 앉을겁니다만.”
“…흥.”
“그럼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덜컥!
“여긴 어떻게 찾은거냐?”
“콜린스님과 저는 마음속으로 이어진 사이 아닙니까! 마음 내키는대로 걷다보니 우연히 마주하게 된거죠.”
갑작스레 나타나 넉살좋은 미소를 지은채 헛소리를 지껄이는 남자. 유성훈을 바라보며 콜린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하면 볼떄마다 이렇게 사람의 신경을 살살 긁을수있는지 궁금해질정도였다.
“뭔가 신경쓰이는 일이라도 있습니까? 표정이 어두운데요?”
‘쓸데없이 예리하긴.’
“…그냥 요새 여러가지로 마음이 편치 않군. 내가 진정 원하던것이 이런건가, 사실 나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그럴리가, 콜린스님이 얼마나 많은 일들을 시도하고 로스앤젤레스를 바꿔왔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고돔과 소모라에 비유될수 있을정도로 타락한 도시와 사람들을 정상으로 되돌려놓은 온전히 콜린스의 공이다. 그 증거로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모두 미소가 어려있고 도시 전체에 밝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과거 로스앤젤레스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믿을수 없을정도로 훌륭한 도시로 바뀐것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라는걸 콜린스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확실히 계급제와 여러가지 폐단은 처리했다. 하지만 겉모습만 바꾼채 그것들은 여전히 이 도시에 살아있어.’
사람을 노예로 부리는것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절대로 금하는 행위 중 하나다. 그러나 ‘노예’가 아닌 ‘고용인’이라는 형식으로 사람을 부리는것까지 금할수는 없고 그것을 이용해 여전히 명칭만 바뀐 노예제가 유지되고 있었다.
도박, 마약, 기호품같은 것들을 미끼로 삼은 고리대금업이 성행하고 그렇게 늘어난 빚을 값는다는 명목으로 과거 노예와 같은 일을 수행하게 된 사람들이 생겨버린것이다. 물론 여러가지로 제제를 걸고는 있었지만 생각처럼 일이 순탄하게 풀리지는 않았다.
“잭이 바꾼건 단순히 체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사고방식 그 자체라는걸 잊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체제를 바꿔도 한번 타락해버린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쉽게 변하지 않아. 겉으로는 평등해졌을지 몰라도 속은 바뀌지 않았어.”
“몇년에 걸쳐서 바뀌어버린만큼 또 하루 아침에 바뀔수는 없죠. 시간을 가지고 차근차근 노력한다면 언젠가 분명 콜린스님이 생각하시는 이상향으로 만들수 있을겁니다.”
썩어빠지고 타락한 가치관을 정상으로 돌려놓는데 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는 짐작조차 할수 없었다. 그러나 더이상 약한 모습을 보여줄수만도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콜린스는 은근슬쩍 화제를 돌리기로했다.
“그건 그렇고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말이지. 혹시 신시, 아니 다른 도시도 상관없으니 뭔가 이상한 신흥 종교에 대해서 들은게 없나?”
“신흥 종교라뇨? 지금 체계에서 종교만큼 성장하기 힘든것도 없는데 말이죠.”
“그건 나도 아는데 말야. 최근 음지에서 뭔가 큰폭으로 종교가 성장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말이지.”
“로스앤젤레스에서 일어난 일인만큼 콜린스님이 가장 잘 아실거 아닙니까?”
“그게 좀 애매해. 따로 조직을 꾸려서 조사를 하긴 하는데 막상 파고들어가보면 그 종교에 빠진 사람이 없어.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종교에 빠진 사람이 없는게 아니라 사라져버린거지.”
무시하기에는 뭔가 찝찝하고 그렇다고 조사하면 실체는 없으니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잠시 머리를 긁적이던 성훈은 곧 자신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나마 짐작가는건 김이현이라는 사이비 교주 한명밖에 없군요. 그런데 아마 그 사람은 아닐겁니다.”
“어째서?”
“일단 대동맹과의 전쟁에 휘말렸던만큼 살아있을 가능성 자체가 낮습니다. 설령 살아있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꼬투리가 잡힐만한 행동은 하지 않을 놈이구요.”
김이현이라는 인간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손바닥을 들여보듯이 훤히 알고 있는게 바로 성훈이다.
‘김이현은 시간을 허비해가면서까지 처리해야할 대상은 아니야. 살아있더라도 쥐죽은듯 평생을 음지에서 조용히만 살아가면 딱히 잡을 생각은 없고 김이현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것 정도는 짐작하고 있겠지.’
설령 신의 후계자라는 야심을 버리지 못하더라도 음지에서 세력을 키워서 자유 연맹이라는 거대한 세력을 상대로 승부를 벌이는것보다는 자신에게 연락해 능청스럽게 동료로 받아들여주지 않겠냐고 할 사람이 바로 김이현이다.
“흠, 그럼 대체 뭐하는 놈이지? 일단 실종자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료를 보낼테니까 뭔가 짚이는 점이 있다면 바로 알려줬으면 한다.”
“이런일이라면 얼마든지 도와드리죠. 아, 그리고 저도 하나 물어볼게 있는데 말이죠. 이 세계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그거라면 이미 공식으로 자료를 보냈다. 역시 적은 수는 아니더군.”
아무리 이 세계가 살기 좋다하더라도 지구로의 귀환을 포기하지 못하거나 신의 후계자라는 자리를 노리고 있는 사람은 분명 존재했다. 이 세계에 살아가기로 결심한 사람들과 비교한다면 소수였지만 각 도시에 있는 부적응자들의 숫자를 전부 더하면 그 숫자는 무시할수만은 없을정도로 많아진다.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할 셈이지? 혹시 이렇게 할 생각?”
손으로 살짝 목을 긋는 콜린스를 바라보며 성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대체 저를 뭘로 보시는 겁니까?”
“다른 사람의 고통과 비명을 들으며 즐기는 싸이코패스?”
“저같이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어딨다고 그런 말씀을. …거 웃자고 해본 소립니다. 뭐 죽일건 아니고 이용해야죠.”
“이용?”
“예. 대충 부적응자들을 분류하자면 지구에 돌아가고는 싶지만 위험은 피하고 싶은 사람, 위험을 부담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 후계자를 노리는 사람 이렇게 3부류로 분류할수 있겠죠. 더 세세하게 분류해야하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분류에 따라서 그런 소망을 미끼로 이들에게는 세금을 높이고 일정량의 상납금을 내도록 바꿀 생각입니다.”
“그게 말처럼….”
당장 신의 후계자가 될수 있는 자리는 제한되어있고 지구로 귀환할 방법도 모르는데 어떻게 사람들을 납득시킬거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콜린스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그 말을 억누르는데 성공했다. 굳이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성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이 갔던것이다.
“또 말장난을 할 생각이냐?”
“말장난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로 사람들을 설득할겁니다. 후계자의 자리가 100개정도된다면 99명만 결정되고 나머지 한 자리는 계속 남겨둔다거나, 후계자가 되고 나면 그 절대적인 힘을 이용해 여기 있는 사람들을 지구로 보내준다던가, 여기보다 더한 낙원을 만들어주겠다던가. 충분히 가능한 일 아닙니까?”
“확실히 그럴듯하긴 하군. 대신 그렇게한다면 최후의 무대를 공략할만한 전력이 갖춰지는데 시간이 꽤나 걸릴텐데?”
갈려나간 탑랭커와 최상위랭커들의 공백은 그렇게 쉽게 메울수 있는게 아니다. 재능없는 자를 재능있는 자의 영역까지 도달하게 하는것. 모든 도시에서 나오는 재화를 무한히 투입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텐데 성훈이 말한대로 부적응자들이 내는 세금만으로 그 일을 하려면 꽤 긴 시간이 걸릴것이다. 그러나 성훈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시간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긴하군.”
“그럼 저는 이만 일어나보도록 하겠습니다. 구경할게 있어서 말이죠.”
“구경할거? 아, 그러고보니 오늘이 처형일이었던가?”
“예. 콜린스님도 같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
이제는 미적지근해진 커피를 한 모금 넘긴 콜린스는 잠시 멍하니 있나 싶더니 이내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별로 내키지 않는군.”
“평생의 원수 아니었던가요?”
“그래서 안 가는거다. 그 녀석 얼굴도 보기 싫거든.”
“그럼 저만 가야겠군요. 나중에 따로 연락하겠습니다.”
끼익.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린 성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콜린스는 커피잔을 완벽하게 비어버린뒤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한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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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는 4~5편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