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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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내가, 내가 고자라니!
몬스터들의 수준은 결코 낮지 않았다.
스켈레톤 나이트 세 마리에 다크 나이트 하나. 스켈레톤 워리어는 별다른 검술은 없지만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강검을 구사하고 다크나이트는 최상급몬스터 중 하나인 데스나이트의 하위급에 해당하는 몬스터였으니 말이다. 이들의 합공을 피해내는건 단순히 능력치가 높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 이 순간 성훈은 기묘한 움직임으로 그들의 공격을 전부 피해낸것이다. 그냥 피하는게 아니었다. 스쳐지나가는도중 스켈레톤의 빈틈을 향해 검을 내질렀고 그 검은 아주 깔끔하게 두개골을 잘라내버렸다.
‘뭐, 뭐지? 몸이 멋대로 움직인다?’
“크아아아아!”
검은 기운이 넘실대는 찌르기를 하반신은 가만히 있는채로 상반신은 뒤로 90도 가까이 꺾어 검격을 피해냈다. 아니 단순히 피해낸것으로 끝나는게 아니었다. 이대로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가면서 공격을 가해도 된다. 그러나 지금은 왠지 모르게 몸이 가벼웠다. 생각하는대로 몸이 움직여줄것만같은 그런 기분이 자꾸 들었다.
그 결과 성훈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고난이도 액션신을 성공시킬수 있었다.
콰직!
상반신만 젖혀 공격을 피하는가 싶더니 그대로 백텀블링을 해버린것이다. 그 와중에 위로 치솟은 성훈의 다리가 다크나이트의 턱을 가격한 것이다.
무슨 체조선수마냥 3연속 백텀블링을 뒤로 물러난 성훈은 검을 겨누며 호흡을 고르기 시작했다. 아직 몬스터는 세 마리가 남아있었고 자신은 여전히 불리한 상황이었다.
“부적술, 화(火), 입(入).”
세검에 달라붙은 부적이 불길에 휩싸이며 재로 변함과 동시에 검신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무기에 인챈트를 걸어주는 입자결이 제대로 발동한것이다. 성훈의 검에 어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는지 녀석들은 방금전처럼 무작정 돌격하는것이 아니라 서로 거리를 벌리면서 서서히 성훈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한편 그 와중에도 성훈은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다.
‘지금 전투스킬로 변형된게 뭐였지? 대충 보니까 댄스종류인것 같았는데 방금전 움직임은 그것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던건가?’
물론 성훈도 자신의 능력만으로 방금전의 묘기와 같은 움직임을 하지 못하는건 아니다. 공격을 피할수도 있고 3연속 백텀블링도 할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들이 급박한 전투도중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것이다. 저들의 공격은 옷깃을 스치지조차 못했고 다리는 정확하게 다크나이트의 턱을 가격했다.
왠지 모르게 몸이 가볍게 움직이고 생각대로 움직이는 상황. 그래도 일단 중요한건 눈 앞의 적들을 쓰러트리는것이다. 가장 먼저 노린것은 왼쪽에서 접근하고 있는 스켈레톤 나이트였다. 정면으로 내리찍는 도끼는 금방이라도 성훈의 머리를 쪼개놓을것 같았지만 정확하게 한걸음을 남겨놓고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아 공격을 피해내고 머리를 부숴버렸다.
덜그럭
‘뒤!’
마치 춤을 추는것처럼 부드럽게 몸을 비트는것으로 공격을 피해낸 성훈은 템포를 올리면서 스켈레톤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다크나이트가 뒤늦게 가세했지만 이미 기세를 탄 성훈의 움직임을 막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상단 호위 도중 성훈은 미리내의 움직임을 보고 그저 감탄할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들과는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무(武)라고밖에 설명할수 없는 움직임. 그러나 지금 성훈이 펼쳐내고 있는 움직임도 결코 그에 비해서 모자라지 않았다. 아니 무(武)가 아니라 무(舞). 춤 그 자체였다.
다만 보기에는 아름다워보일지 몰라도 그 속은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었다. 수많은 댄스스킬이 어우러져 미려하게 춤을 추고 있을지라도 그 춤을 추고 있는 당사자인 성훈은 검을 들고 적을 죽이기 위한 의지를 품고 있다. 그런 매서운 검날 앞에서 스켈레톤은 금새 쓰러졌다.
순식간에 스켈레톤 세 마리가 쓰러지자 다크나이트는 검을 굳게 움켜쥐며 성훈을 노려보았다. 이번에도 선공을 가한것은 성훈이었다. 전투를 하다보면 흐름을 탔다는것이 느껴질때가 있다. 상대방이 강자던 다수건 대체로 이 흐름을 타면 무조건 승리를 거듭해왔다. 그리고 이 흐름을 타고 성훈이 공격을 한것이다.
물론 막무가내로 공격하지는 않았다. 지금 성훈이 들고 있는것은 세검이었다. 얇아보이는 외견과는 다르게 꽤 단단했지만 방금전 기분내키는대로 휘둘러서 적의 공격을 막아냈을때 부러지지 않은것이 그야말로 천만다행이었다.
‘다행히 이런 검을 쓰는 사람을 하나 알고 있지.’
찌르기용 검법을 구사했던 일우의 모습이 아직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 녀석만큼 숙련되게 사용할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 세검을 장검을 휘두르는것처럼 사용하다가 부러지는것보다는 더 나았다.
“기화.”
[탭댄스가 발동합니다. 순간속도가 증가합니다]
기화를 이용해서 민첩을 상승시키자 민첩수치가 순간적으로 170까지 올라갔다. 게다가 순간속도까지 상승! 현재 성훈이 낼수 있는 최속의 일격이 쏘아져갔다. 그야말로 빛살과 같은 속도.
그리고 그 앞에 있는 다크나이트는 망설이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그 속도는 지금까지 성훈이 싸워오던것과는 차원이 다를정도로 빠르고 강력했다. 괜히 다크나이트가 데스나이트의 하위클래스 몬스터가 아니다. 지금까지는 가녀려보이는 여자를 상대하고 있었기에 반쯤 장난처럼 움직이고 있었지만 본심을 드러내자 그 힘은 성훈 정도는 가볍게 뛰어넘을정도가 된것이다.
‘안돼! 저 속도면 충분히 대응한다!’
측면으로, 그것도 저런 거대한 투핸드소드를 맞으면 일격에 죽을수도 있다. 특히 지금처럼 방어구도 없이 팔랑거리는 드레스 하나만 걸친 여자의 몸이라면 더더욱! 자신의 검이 명중하는것보다 저 투핸드소드가 명중하는게 먼저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성훈은 귀신에 홀린것처럼 오히려 다크나이트의 공격을 향해 팔을 내밀었다. 급격한 방향전환이었지만 마치 처음부터 그걸 노렸다는듯 성훈의 왼손이 다크나이트의 오른손위에 살포시 내려앉을수 있었다.
그리고….
“뭐, 냐?!”
성훈의 몸이 그대로 공중을 날았다.
발레에는 남자가 여자의 몸을 띄우는 기술이 있다. 지금 성훈과 다크나이트의 모습은 그 동작으로 표현할수 있었다. 다만 다른점이 있다면 허리를 잡아주고 있는게 아니라 파트너가 양 팔을 움켜잡고 공중에 떠 있다는 점과 미남과 미녀가 아닌 몬스터와 남자, 아니 미녀의 춤이라는 점이 달랐지만 말이다.
무슨 무게도 없는지 깃털처럼 부드럽게 허공에 체류하다 착지한 성훈은 당황하고 있는 다크나이트의 품을 향해 검을 휘드르려했다.
‘감히!’
다크나이트는 분노를 토해내며 눈 앞의 가녀린 인간여자를 갈기갈기 찢어놓으려고 했다. 고작해야 저런 검에 찔린다고 자신은 죽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검에 명중당하면 죽을수밖에 없다.
공격을 한번 맞아주더라도 확실하게 적을 죽이자는 의지를 가지고 펼친 공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성훈은 다시 한번 다크나이트의 예상에서 벗어났다.
“이 년!”
피 튀기고 생사가 오가는 전장에서 갑자기 적이 품으로 파고들어와 춤을 추는것처럼 움직인다면 누구라도 당황하지 않을수 없을것이다. 막상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 성훈도 이 어이없는 상황에 말문이 막힐 지경인데 상대는 어떤 심정이겠는가?
그리고 성훈은 이 즉홍적인 무대를 끝내기로 했다.
콰직!
[은장도 다루기가 발동합니다. 초근접거리의 데미지가 추가 가산됩니다]검이 다크나이트의 옆구리를 꿰뚫었다.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표정이었지만 아쉽게도 성훈이 먼저 한 마디를 내뱉었다.
“탄(彈).”
무기에 속성을 부여하는 입자결. 그리고 그 힘을 외부로 쏘아보내는 탄자결.
다크 나이트의 몸에서 박힌 세검에서 발생된 탄자결은 치명타를 입히기에 충분할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순간 세검의 표면에 밝게 빛나는 문자가 생겨나더니 다크나이트의 몸은 내부에서 폭탄이라도 터진듯 그야말로 산산이 부서져버리고 말았다.
한편 단 일격에 다크나이트를 끝내버린 성훈은 당황스러운 눈으로 검은 연기로 변해 흩어지는 녀석의 잔해를 바라보았다.
‘뭐야? 이게 이렇게 강할리가 없는데? 마력과 지혜수치가 높아서 기본 위력이 올라간건가?’
고작해야 1서클급의 위력을 보여주는 탄자결.
내부에서 터트렸다고는 하더라도 이 위력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것은 그게 아니었기 때문에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주위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근처에 몬스터는 없는것 같았다.
있었으면 소리를 듣고 와도 진작에 왔을것이다.
“몬스터를 처리해도 쌓이는군. 아… 목소리.”
싸우는도중에는 몰랐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들리는 가녀린 목소리는 정말로 어색하기 그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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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에서는 무(武)의 경지가 깊어질수록 점차 움직임이 춤처럼 변한다지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그냥 아예 춤을 배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