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702
■ 701화. 참신함 (4) □ ᓚᘏᗢ
지금까지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회색 사막 원정은 별 탈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학자들은 게리오스 왕국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샅샅이 파악하고 있었으며, 각 국가 간의 충돌도 없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밝혀졌는데, 사막화가 된 주요 원인은 바로 토양이 바닷물에 ‘오염’되었다는 것.
한때 해수면이 올라갔다가 내려간 곳이니 바닷물에 흠뻑 젖는 건 당연하지만, 토양에 염분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사막화가 더 심하게 진행되고 비가 거의 오지 않으니 태양 또한 더 뜨겁게 느껴졌다.
따라서 토양의 염분만 어떻게든 해결한다면 알븐하임 못지 않은 곡창 지대로 바뀐다는 소리다.
[우리 왕국이 동쪽으로 뻗어나갈 수 있던 이유도 거대한 곡창 지대 덕분이었지. 지금이야, 모두 의미없는 이야기지만.]“정말로 로마가 됐을 수도 있었겠네요.”
[로마가 무슨 나라인가?]“천년제국이라면 어떤 나라인지 감이 잡히나요?”
[굉장하군.]오랜만에 선조이자 이야기의 시작점, 모건 왕과 만나 잡다한 담화를 나눴다.
그동안 데이모스를 통해 내 책을 읽으면서 꽤 감명 받았다고. 피와 강철을 모조리 읽었다나 뭐라나.
성공가도를 달리던 군주가 처절하게 몰락하는 과정은 세계를 불문하고 똑같다고 말해줬다.
[특히 원자폭탄은 믿을 수 없었지. 아무런 능력도 없는 인간이 세상을 멸할 무기를 발명했다니 말이야.]“전에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만?]잘 생각해보니 모건 왕에게는 신화만 주구장창 알려줬지, 원자폭탄 같은 건 언급하지 않았다.
강력한 마법으로 산을 사라지게 만들 수는 있어도, 폭탄 하나가 도시를 소멸시킨다는 건 믿기 힘들겠지.
원자폭탄은 인간의 뛰어난 지능이 안 좋은 쪽으로 쏠렸을 때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제가 사는 세계는 별의별 기물들이 많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제 입장에서는 오히려 마법이나 주술이 더 신기하고요.”
[서로 관점이 달라서 그런 거겠지. 아무튼 나를 찾아온 이유부터 알려줄 수 있겠나?]잡다한 이야기 후로 본론으로 들어섰다. 모건 왕도 내가 왜 찾아왔는지 궁금해하는 듯했다.
이에 나는 왕좌에 앉아있는 모건 왕을 똑바로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6월 말에 모든 것이 결정될 겁니다. 운명이든 뭐든 간에.”
“폐하께서 저에게 부탁하셨죠. 옥체를 되찾아 성불을 시켜달라고.”
당시에는 별로 관심없는 이야기여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모험에는 전혀 관심 없었으니까.
하지만 여태까지 단서들을 종합한 결과, 몇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우선 모건 왕의 존재부터.
그는 왕궁에 속박되어 절대 벗어나지도 못하는 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억제하고 있는 것인가.
루미너스가 벌을 줬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것이, 클라크 할아버지를 보면 알 수 있다.
클라크 할아버지는 장례를 치르지도 못했는데도 발할라에서 영혼 상태로 계셨다. 후에 주술로 부활하셨고.
“현재 그 몸을 차지하고 있는자가 누구인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나는 여기서 가설을 하나 세울 수 있었다. 누군가 모건 왕의 육체를 차지하고 있다.
모라가 알려줬다. 신체와 영혼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하나의 생명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아리엘의 실수로 신성을 섭취했을 때 그랬다. 격이 상승한 영혼을 위해 신체가 강제적으로 재구축을 이루었다고.
그 과정에서 하마터면 죽을 뻔했으나 어찌저찌 버틸 수 있다. 이를 본다면 신체와 영혼이 균형을 이루어야 된다는 소리다.
[그런 질문을 한 것부터 누구인지 짐작하고 있는 모양이구나.]내 질문에 모건 왕이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말투와 달리 확신을 시켜주는 대답이다.
이 세상은 간혹 원한이 강한 악령이 돌아다니는 경우가 있다. 판타지 세상이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겠지.
그러나 영혼은 순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존재들. 그리고 순리를 담당하는 존재는 바로 ‘신’이다.
지구는 다양한 신들이 존재하기에 순리에 어긋나는 악령이 거의 없지만 이 세상은 아니다.
모건 왕도 신들 입장에서 당장 치워버리고 싶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 이유를 얼마 전, 현자의 몸에 빙의한 만물의 아버지와 만나면서 눈치챘다.
“만물의 아버지와 대면하신 모양이군요.”
[그래. 다시는 상종하기 싫은 놈이었지.]모건 왕은 만물의 아버지와 대면했고, 그에게 육체를 강탈당했다.
이곳에 속박된 것도 아마 루미너스가 조치한 거겠지. 영혼마저 빼앗긴다면 문제가 될 테니까.
생물학적으로 따지자면 모건 왕은 여전히 살아있는 몸일 것이다. 그렇기에 영혼이 멀쩡히 남아있는 것일 터.
유체이탈에 가까운 상태라고 보면 편하다. 그런데 정작 그 몸은 다른 이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모로 기이한 존재라는 건 변함이 없다. 나 같은 필멸자가 감히 이해할 수 없다.
“어째서 폐하의 옥체를 빼앗은 거죠?”
[거기까지 도달한 자가 나밖에 없었으니까. 그 자의 영혼을 감당할 자가 나밖에 없기도 했고.]“신체를 얻었는데도 활동을 하지 못한 이유는······”
[그 놈도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인 거지. 신앙이 없는 성자는 그저 성자에 불과하니.]현재 만물의 아버지는 신으로 승천하기 직전의 단계인 성자의 단계에 접했다.
악마 숭배자가 제대로 활개쳐서 신앙마저 얻었다면 완전히 부활했겠지.
신의 영혼을 버틸 수 있는 건 성자의 권위에 다다른 자.
모건 왕도 한때 성자에 해당하는 신체를 얻었다는 소리다.
“어디서 만나셨는지 아시나요?”
[어디서 만났는진 중요하지 않아. 이름을 알게 된 순간부터 존재를 인지할걸세.]모건 왕마저 신신당부하는 이름이다. 도대체 그 이름이 무엇이길래 이러는 건지.
만물의 아버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이름이라는 건 알고 있다.
이름을 아는 것만으로 미쳐버릴 가능성이 높다 했으니 말 다했지.
[대신 영혼 상태가 아닌, 짐의 옥체를 얻었으니 현세에 존재하겠지. 악마 숭배자가 잘 알지 않겠는가?]“그런 거라면 현자에게 한 번 물어봐야겠네요. 알려줄지는 미지수지만.”
[만약 갈 거면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는 걸 추천하지. 성자에 준하는 자들만이 그나마 버티는 게 가능할 걸세.]“그럼 안 갈게요.”
[이보게.]모건 왕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반응한다. 그러나 이게 현명한 거다.
“무력으로 이길 수 있다는 확신도 없고, 건강한 정신도 없으니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미쳐버리겠죠. 그럴 바에는 폐하가 말씀하신 것처럼 안 가는 게 나아요.”
[끄으응······ 그래. 너는 원래 이런 놈이었지. 깜빡하고 있었군.]“아무튼 조언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만물의 아버지를 직접적으로 조지는 건 뒷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우선 루미너스를 강제적으로 주신의 위치에 앉힌 뒤, 건강한 정신을 얻고나서 상대해야 할 듯했다.
물론 세상은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는 법이니 만일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아리엘 머리 새싹을 좀 갖고 다녀야겠네.’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클라크와 이어지는 새싹은 목걸이 형식으로 차고 다닐 예정이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질문해도 될까요?”
[마음대로 하게나.]“루미너스가 인종청소에 준하는 짓을 저지르셨다고 하는데······ 그거 정말로 혼자 하신 게 맞아요?”
이건 당사자는 물론 모라에게도 물어보기 꺼려지는 부분이었다.
모건 왕은 루미너스가 홀로코스트 상위호환격인 짓을 저질렀다고 말해줬다.
하지만 만물의 아버지를 만행을 보았을 때 석연찮은 점이 없지 않아 있다.
정말로 루미너스가 주도해서 저지른 일인지, 아니면 인류가 신들의 전쟁에 휘말려 소멸한 것인지.
모건 왕은 내 질문을 듣고 하늘을 힐끔거렸다. 루미너스의 눈치를 보는 듯한 모양새다.
뒤이어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 대답했다. 허락을 받은 것 같다.
[그렇다네. 자신의 아내를 죽인 신을 소멸시키면서 신자들까지 모두 살해했거든. 물론 신들이 점차 소멸하면서 하늘과 땅이 뒤집히고, 낮과 밤이 뒤틀리며 인류의 대부분이 사라졌다는 걸 감안해야 할 걸세.]“나치 독일보다는 낫다는 거네요.”
[마냥 낫다고는······]쿠르릉!
모건 왕이 반박하려던 찰나에 갑작스레 천둥 소리가 울려퍼졌다. 말 그대로 마른 하늘의 천둥이다.
비록 벼락까지는 떨어지지 않았으나 루미너스가 입 닥치라고 한 건 확실했다.
[거 참. 째째하기는. 그정도로 죽였으면 인정해야지.]“······얼마나 죽이셨는지 아세요?”
[자네는 지금까지 먹은 빵의 갯수를 알고 있나? 그거랑 동급일걸세.]“··· ···”
저 대사를 여기서 들을 줄은 몰랐는데. 하여튼 전쟁의 신이셨으니 수도 없이 생명을 취했을 것이다.
[다른 질문은 더 없는가?]“딱히 없습니다.”
슬슬 헤어지려고 하던 찰나, 모건 왕이 무언가 뒤늦게 알았다는 듯이 나를 불렀다.
나도 그의 조언이라면 원없이 받을 생각이어서 그를 바라봤다.
[설령 만물의 아버지의 진명을 들어도 혼란스러워하지 말게나. 그 찰나의 순간이 자네의 영혼을 빼앗을걸세.]유달리 강조하는 만물의 아버지의 진명. 나는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그 진명이 무엇이길래 저 정도로 경계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은 호기심의 동물.
나는 그 진명의 힌트를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서 모건 왕에게 물었다.
“진명에 대한 간접적인 힌트라도 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에 대한 모건 왕의 대답은.
[자네도 이미 알고 있네.]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 * *
모건 왕과 만남을 가진 후에는 계획대로의 일을 진행했다.
가족들과 애인들은 내가 떡밥을 뿌렸을 때를 대비하여 계획을 세웠으며, 나 또한 머스크와 손을 맞췄다.
여태까지 팬사인회를 펼친 적은 거의 없었으니 삐걱거리도 했지만, 머스크의 천부적인 사업 수완으로 수월히 진행할 수 있었다.
[멸망을 향해 걸어가는 기사. 곧 있으면 그의 결말이 등장하게 된다.]멸망기사의 완결도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로만이 맛깔나게 썼던지라 다들 호평을 내렸다.
이제 곧 완결이 난다면 세상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오겠지. 그때까지만 내 할 일을 하면 된다.
하지만 할 일을 하더라도 결코 빼서는 안 되는 일이 있었으니.
“끄으응······”
“괜찮아? 도와줄 거 없어?”
“당장 네 머리를 쥐어뜯고 싶으니까 조용히 해······”
마리의 출산일이 코 앞까지 다가왔다.